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324)
내 전생은 최강검신-323화(324/325)
엘퀴네스 가문의 대저택.
타다닥. 타닥.
한참을 쏟아졌던 빗소리가 천천히 멎어갈 때 즈음 루시아는 누군가의 발소리에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오랜만이구나.”
루시아가 시선을 돌린 곳에선 겔 루아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시아와 같은 희귀한 흑발. 거기 다 겔루아는 루시아의 아름다운 이 목구비를 똑 닮아 있었다.
“아, 가주님…….”
루시아는 겔루아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었다. 겔루아는 그런 루 시아를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 다.
“수고했다. 루시아. 네 활약으로 가문의 이름이 더욱 명예로워졌구 나.”
모녀 관계이자, 스승과 제자의 관 계인 둘은 아주 거리가 멀어보였 다.
“세이버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했 을 뿐입니다.”
“그래. 가문의 선조께서도 널 자 랑스러워하실 것이다.”
그렇게 말한 겔루아는 루시아의 맞은편에 앉았다. 루시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겔루아는 창가 로 시선을 돌렸다.
“비가 그쳤구나.”
루시아는 그제야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비가 그친 창가에선 환한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겔루아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그 이를 만났다지?”
루시아는 겔루아가 누구를 말하는 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엘퀴네스의 태양. 실베론.
가문의 가주이자, 겔루아의 남편 이며 자신의 아버지인 그를 루시아 는 게이트와 융합된 세계에서 만났 다.
네.” 건조한 대답.
루시아는 그 이상 아무런 말도 하 지 않았다. 겔루아는 그런 루시아 에게 눈을 마주쳤다.
“그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내 게 말해줄 수 있겠니?”
겔루아를 마주본 루시아는 기분이 이상했다. 항상 강했던 겔루아의 눈은 오늘따라 유난히 떨리고 있었 다.
“아버지께선…….”
건조하게 뱉어내던 루시아가 갑자 기 말을 멈췄다. 루시아는 머릿속 에서 실베론이 해주었던 이야기를 하나하나 곱씹었다.
[허허, 난 그저 내 딸 아이와 헤 어지기 싫었을 뿐이야. 그렇게 사 랑스러운 아이를 두고 여정을 떠 나는 내 마음이 오죽하겠나?]실베론은 딸의 곁을 떠나기 싫지 만 공략에 참여했다고 했다. 실베 론이 위험한 게이트로 가고 싶지 않은 이유도 루시아 자신 때문이 었고, 아이러니하게 실베론이 게이 트로 들어가기 위한 이유도 루시 아 자신 때문이었다. 안전한 세상 을 주기 위하여.
루시아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대 화가 지나쳤다.
[많이 소중한 사람인가 보네요.] [그래. 온 세상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사람이지.]루시아는 동굴에서 피웠던 모닥 불이 떠올랐다. 그 때의 매콤한 연 기가 눈을 따끔하게 만들었듯이 지금도 눈시울이 따가워왔다.
늘 강인했던 루시아도 오늘만큼 은 힘겨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꼭,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고 싶 으셨다고…….”
겔루아는 힘겨워하는 루시아를 보며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랬을 거야. 그이는 너와 떨어 지지 않고 싶어 했단다.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너에게 사랑스럽다 속삭였었지.”
겔루아의 말에 루시아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대신 실베론 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머릿속에 서 울려 퍼졌다.
[나의 딸아이도 너처럼 용감하게 자랐으면 좋겠구나]
실베론의 말처럼 루시아는 용감 하게 자랐다. 세이버의 규율대로 감정에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고, 늘 냉철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오 늘은 아니었다. 겔루아에게 감정을 숨기려 눈을 똑바로 뜨고, 무표정 함을 유지하려했지만. 루시아의 붉 어진 눈시울에선 뚝뚝 눈물이 흐 르고 있었다.
“……미안하다, 루시아. 난 스승으 로선 합격일지 몰라도 어머니로선 불합격이 구나.”
겔루아는 그런 루시아를 따뜻하 게 안아주었다. 처음 느껴보는 겔 루아의 품속. 겔루아는 얼어있는 루시아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 다.
“내 아이에게…… 슬플 땐 울어도 된다는 간단한 것조차 알려주지 못하다니.”
겔루아의 말에 루시아는 참았던 감정이 북받쳤다.
“윽, 흐읍…….”
소리를 꾹 참으려 애썼지만 어려 운 일이었다. 세이버로선 뛰어날지 몰라도 루시아는 아직 학생에 불 과했다. 참아내고 견뎌낸다고, 모 든 게 괜찮은 건 아니었다. 이런 슬픔에 익숙해지기에 루시아는 너 무나 연약하고 미숙했다.
하지만 그건 절대 나쁜 징조가 아니었다. 루시아는 어제의 자신보 다 더욱 성장하고 있었다.
오직 동경하는 대상을 좇던 예전 이 아닌,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루시아에겐 그 무엇보다 큰 변화였다.
* * * * *
K채널의 얼굴. 아리아나.
그녀는 올해 들어 최고로 환하게 웃으며 행사장에 모인 수많은 군 중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번 행사의 보조 진행자를 소개 합니다!”
동시에 터지는 팡파레 소리.
파앙! 팡팡팡!
아리아나는 대중들을 향해 활짝-팔을 펼쳤다.
“아르카나 파티의 일원이자! 관심 을 받을수록 강해지는 세이버! 빌 런으로, 거지로 역할을 가리지 않 는 천의 얼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현수 막
주르륵! 탁!
[Amy♥ 에이미!] [우리는 에이미를 사랑한다!] [시청자 신기록 돌파 축하!] [다 작아도! 마음은 크다!]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현수막의 문자들과 함께 에이미는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등장했다.
“여러분! 제가 왔습니다! 자칭! 방송인 중 최강! 아르카나의 파티 원! 영원한 귀염등이!”
에이미는 나름 짠- 하고 손을 펼 쳤지만 덩치가 작아서 그런지 볼 품이 없었다. 하지만 에이미의 팬 들은 그런 하찮음마저도 모두 사 랑해줄 수 있었다.
“역시 에이미가 최고다!”
“에이미! 여기 좀 봐줘!”
센트럴의 새로운 수장들을 발표 했을 때보다 엄청난 인기.
“여러분! 진정하세요! 행사가 끝 나려면 세 시간이나 남았어요!”
에이미는 헤— 소리를 내며 히죽 웃더니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보니 역시 짧은가?”
별거 아닌 에이미의 농담에도 관 중석에서는 목이 터져라 에이미의 이름을 연호했다.
센트럴의 행사 따윈 안중에도 없 는 관중들. 센트럴의 대관식은 이 제 에이미의 팬클럽으로 변해 버 렸다.
아리아나는 그런 에이미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 둘 다 모두 이뤘구나.’
에이미는 최강의 파티인 아르카 나의 세이버로서 세상을 구하고, 최고의 인기를 가진 유명인이 됐 다.
자신이 하고 싶던 꿈들을 모두 이룬 것이다. 에이미는 자신에게 환호하는 관중들을 향해 양손을 흔들며 유세를 하듯 외쳤다.
“그럼 그냥! 하루 종일 해요!” 에이미의 무리한 이야기에도 아 리아나는 여전히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 귀여운 에이미…… 고생도 엄청했는데. 하고 싶은 거 다해.’
이 모든 진행을 지켜보던 셀피스 는 레이몬드를 보더니 헛헛헛— 웃 었다.
“우리 에이미는 아르카나의 자랑 이지! 그 어떤 누가 디자이어를 이길 만큼 세이버로서 강한데! 저 리 귀여울 수까지 있겠나?”
셀리아의 교장인 레이몬드는 크 흠하고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 리더니,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중 얼거렸다.
“……확실히 귀엽긴하군.”
“헛헛헛! 참고로 아르카나는 에이 미를 위한 부실도 만들어줬다네. 근데 자네는 학생들의 방송도 금 지시키다니! 어찌 그리 꽉 막힌 건가?”
셀피스에게 꽉 막혔다는 말을 듣 다니, 레이몬드 인생 최대의 치욕.
‘근데 반박 할 수가 없다!’
레이몬드는 실력 증진과 학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방송을 금 지시켰지만. 에이미는 지엔과 함께 수많은 게이트를 클리어 하고, 세 상을 구했다.
방송을 하면서도 누구보다 충분 한 활약을 보인 것이다.
거기다 셀피스의 말처럼 에이미 는 앙증맞은데다 귀여웠다. 그건 꼬인 성격의 레이몬드조차 반박할 수 없는 진리였다.
‘그래. 내가 셀피스의 말처럼 너 무 꽉 막혀 있었어. 우리 셀리아도 에이미 같은 세이버를 만들려 면……. 나도 바뀌어야겠군.’
생각이 깊어진 레이몬드.
그는 결국 돌아가면 학교의 규칙 들을 갈아엎겠다고 다짐했다. 그 모든 것들은 단 하나의 목표를 위 해 존재했다.
‘제2의 에이미를 위해!’
에이미는 게이트의 위험을 없애 고, 새로운 수장들을 맞이하는 엄 중한 행사에서 쓸데없이 라이벌 학교의 교장을 반하게 만든 것이 다.
둘만 남게 된 아르카나의 부실. 이사벨은 지엔의 무릎 위에 앉아 멋쩍게 지엔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 키가 이렇게 작을 줄은 몰랐는데.”
2구역에선 지엔이 앉아 있었지만 부실로 돌아온 지금은 아니었다. 서있는 지 엔과 입을 맞추기 엔 이 사벨의 키는 너무나 작았다. 지엔 은 그런 이사벨을 놀리듯 말했다.
“그래도 이젠 비슷하잖아?”
“……근데 바보처럼 네 무릎에 앉 아 있잖아.”
긴장한 이사벨은 평소보다 얼굴 이 붉었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반 응. 지엔은 그런 이사벨을 보며 웃 었다.
“이제야 부끄러워하는 건, 순서가 틀리지 않아?”
“……부끄러워 하긴 누가?”
이사벨은 지금의 기분이 스스로 생각대로 이상했다. 2구역에서 고 민에 빠진 지엔을 붙잡고 먼저 입 을 맞춘 건 자신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지금과 달랐다.
지엔은 오롯이 이사벨을 바라보 고 있었고, 맞닿은 부분에선 체온 이 느껴졌다.
이사벨은 그런 자신의 기분을 감 추려 괜히 엄포를 놓았다.
“미리 말하는데……. 난 욕심이 많 거든? 꽤 고생할거야. 조금으론 만 족 못해서. 매일 붙어 있을 거니 까.”
지엔은 이사벨의 풀어진 머리카 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괜찮아. 각오한 일이야.”
아무렇지 않게 답한 지엔이 반대 편 손으로 허리를 감자. 이사벨은 움찔 몸을 떨며 다시 경고했다.
“……질투도 엄청 심해. 알아?” “알고 있어.” 지엔은 누구보다 이사벨을 잘 알 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사벨을 두 고 한눈을 파는 선택지 같은 건 지엔에게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 다.
지엔은 여전히 이사벨을 쓰다듬 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강한 척 하지만 실은 외로움을 많이 타고, 속마음이 여리다는 것 도. 전부…….”
그래서 이사벨은 더욱 마음에 벽 을 쌓고 타인과 친해지지 않았다.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런 상처도 받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사벨은 지엔에게 마음 을 열어주었다.
“그래서 더 고마워.”
지엔의 갑작스런 고백에 이사벨 은 한결 자연스러워진 표정으로 부드럽게 웃었다.
“넌 참 말을 잘해.”
그렇게 이사벨이 눈을 감자.
지엔은 무릎 위에 있는 이사벨을 천천히 자신에게 끌어 당겼다. 마 주친 이사벨의 입술은 무엇보다 부드러웠고, 입술 너머는 들뜬 열 기로 뜨거웠다.
긴 입맞춤이 끝나고, 이사벨이 참 았던 숨을 뱉어냈다.
“……아.”
이사벨의 얼굴에선 방금 전의 긴 장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지 오 래였다. 오히려 스읍一 거리며 입 가를 손등으로 훔치더니, 가늘어진 눈을 한 채 말했다.
“……다시 할래.”
그렇게 말한 이사벨이 밀어붙이 듯 다가오자. 지엔은 자신도 모르 게 되물었다.
“ 얼마나?”
이사벨은 귀 뒤로 머리를 넘기더 니, 몸을 꼿꼿이 세워 지엔을 내려 다봤다.
“만족 할 때까지.”
역시 말한 대로 이사벨은 욕심이 많았다. 그게 지엔에 관한 것이라 면 더더욱 그랬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