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91)
내 전생은 최강검신-90화(91/325)
17년 전.
레인시티에는 대화재가 벌어졌다.
하지만 그곳은 스카이 타워와 고 층 빌딩이 즐비한 도심이 아니었다. 불이 일어난 곳은 벽 하나를 두고 존재하는 판자촌. 불은 빠르게 모든 것을 삼켰다.
화르륵! 쿵!
타오르는 건물.
소리치는 사람. 비명과 비명이 어 우러진 판자촌은 가히 지옥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적혈은 무섭지 않았다. 버려진 채, 이름조차 없이 떠돌 삶이라면 언제 끝나도 아쉬움 은 없었다.
“입구 쪽 지원은 아직 이야?”
“불이 안 퍼지게는 하고 있어.”
“협회에서 물 관련 특성 보유자를 보내준다는데……. 언제 도착할진. 그래도 인명 피해는 거의 없대.”
“그건 참 다행이네.”
그때 멀리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 려왔다. 협회의 제복을 입은 3명의 남녀. 그 중 한명의 여자가 놀란 얼 굴로 적혈에게 다가왔다.
“너, 도망치지 않고 뭐하니?”
여자가 손을 뻗자.
다가오던 화마(火魔)가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왜 도망쳐야 하죠?”
적혈의 질문에 여자는 장난기가 넘치는 얼굴로 풋- 하고 소리를 냈 다.
“음〜 글쎄, 죽으니까?”
“그런 건 무섭지 않아요.”
적혈의 말은 진심이었다.
버림받고, 버려진 찌꺼기로 연명 하는 지금의 삶 따위 언제 끝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렇구나.”
여자는 적혈을 탓하지 않았다.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읊 조리듯 물었다.
“너 이름이 뭐니?”
“……없어요.”
사실이었다.
이 지옥에 버림받은 날, 적혈은 자신의 이름을 잃어 버렸다. 여자는 그런 속사정도 모르면서, 다 안다는 듯 웃었다.
“그럼 이제 네 이름은 ……로 하 자. 알겠지?”
“ 뭐요?”
적혈이 무섭게 눈을 뜨며 되물었 지만, 여자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불타는 판자촌. 쏟아지는 빗속에서 어울리지 않는 말을 했다.
“오늘은 날씨가 참 좋지?”
바로 그날이 무명의 헌터 적혈과 스승의 첫 만남이었다.
* 米 半 米 氷
경매장의 옥상.
쏴아아아—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런 억수같은 비도 적혈 을 적시진 못했다. 막처럼 두른 마 나에 막혀 닿지 못하고 흐를 뿐이었 다.
“네가 원흉인가.”
적혈이 지엔에게 물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자신을 비롯한 리벨리온의 멤버들은 5급 헌터. 제 인의 잠입이 들킨 것도, 브루노와 이루카의 연락이 두절된 것도. 평범 한 경호대라면 상상도 못할 활약이 었다.
“대답하지 않아도 좋다. 너와 그 여자는 여기서 죽을 테니까.”
적혈의 살기에 유메는 털이 곤두 섰다. 그녀는 붙잡고 있던 지엔의 팔을 놓고, 주섬주섬 뒤로 물러났다. 지엔은 차분히 검을 들었다.
‘지금의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지엔과 적혈은 상성이 나빠도 너 무 나빴다. 그의 실력은 6급 헌터에 가까웠고 적혈이 가진 특성은…….
으직!
적혈이 자신의 엄지를 물었다.
툭- 하고 떨어진 한 방울의 피. 하지만 적혈이 특성을 사용하자. 핏 물은 파도처럼 불어났다.
크그그극-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피는 형체를 가지고 변했다. 해 골, 골렘, 늑대, 박쥐까지 적혈이 만 들어낸 피조물은 하나 같이 흉측했 다.
“너희들은 모른다. 모든 걸 빼앗 긴 내 절망을.”
적혈의 신호에 괴물의 파도가 지 엔을 덮쳤다.
“크와앙!”
괴물들은 흑향에 닿으면 형체를 잃고 사라졌지만, 물량이 끝이 없었 다. 거기에 지엔은 유메를 지켜야하 는 핸디캡이 있었다.
“지, 지엔!”
물러나거나 자리를 피하면 그대로 대형이 무너져 버린다. 그렇게 유메 가 죽으면 마나봉인 패널티로 모든 게 끝이었다.
“왜 그 여자를, 스카이 그룹을 위 해서 목숨을 걸지?”
지엔은 적혈의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오직, 검을 이용해 베고 또 베는 것만이 전부. 지엔은 해골병사 의 검을 피하고, 늑대를 반으로 갈 라버리며 제 자리에서 모든 몬스터 들을 격파했다. 그런 신기에 가까운 검술에 적혈이 으득- 이를 갈았다.
“난 더 이상 능력자들이 착취당하 길 원하지 않는다.”
적혈의 눈이 유메를 향했다.
“비능력자들을 지키는 건 우리 능 력자들이다. 묻겠다. 저들은 너보다 강한가?”
그의 피가 검으로 변했고.
적혈은 피로 된 검을 들고, 조용 히 읊조렸다.
“저들은 어떤 힘으로 우리를, 내 스승을 착취했지?”
적혈의 눈은 싸늘하기 그지없었 다.
“너희 기생충들은 능력자와 내 스 승의 선의에 기댔을 뿐이다. 난 그 녀의 복수를 대신 이루러왔다.”
그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원래 만들어졌을 세상이었다. 리벨리온의 테러는 1구역의 역사에서 한축을 담 당하는 사건. 적혈은 다가올 미래를 조용히 선포했다.
“이 시간 이후. 약한자는 핍박 받 을 것이고, 이제 능력자가 비 능력 자들을 지배할 것이다.”
적혈이 지엔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검이 부딪힐 때마다, 바닥의 피가 요동치며 지엔을 공격했다.
까다로운 상대야.’
기껏해야 1구역.
적혈의 검술은 3구역의 검신에게 배운 지엔의 상대가 아니었다.
챙! 촤악!
계속해서 드러나는 빈틈에 지엔은 적혈의 몸을 베었다. 문제는 적혈의 특성. 그의 몸은 베어져도 피가 되 어 흐를 뿐 데미지가 없어 보였다. 거기다.
“그르륵! 컹!”
적혈과 같이 달려드는 몬스터까 지. 이대로는 끝없이 소모전이 지속 될 뿐이었다.
탓! 쏴악!
지엔의 검이 반원을 그리며 달려 드는 모든 걸, 반 토막으로 베었다. 그런 활약도 겨우 시간을 번 정도. 지엔은 손에 힘을 주었다.
‘스킬만 되찾는다면…….’
성흔에 새겨진 3번째 스킬.
그 힘을 사용한다면 분명 적혈을 이기는 것도 가능했다.
“검술만으로 이렇게 버티다니.”
헌터의 싸움에서 승패를 가르는 건, 특성. 그는 7급 헌터까지 성장 할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특
성을 지엔은 오직 검술로 막아냈다.
‘……리벨리온.’
무명의 헌터. 적혈.
그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를 꿰 고 있지만 지엔은 그가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적혈의 말 이 맞을 것이다. 지금의 1구역은 불 합리하다. 오히려 악인은 스카이 그 룹일지도 모른다. 그들과 헌터협회 는 적혈의 스승을 죽게 만들었으니 까.
‘부당한 죽음. 부당한 피해자.’
리벨리온은 이제 착취당하는 삶에 질려버린 것이다. 빼앗기느니 빼앗 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뜻 이 어떤지는 지엔에게 중요하지 않 았다. 지엔은, 아니 세이버는.
‘그래도 우린 우리의 세계를 구해 야한다.’
자신의 세계를 구해야했다.
아무리 부당하더라도 퀘스트의 안 내대로 게이트를 클리어 하고. 이야 기의 결(結)을 지어야 했다. 생각을 마친 그때 지엔의 뒤에서 유메가 중 얼거렸다.
“……저 사람 말이 맞아.”
그녀는 결심한 듯, 떨면서 지엔의 옆에 걸어 나왔다. 유메의 행동에 적혈은 공격을 멈췄다.
“유메?”
“나도 알고 있어. 우리 아빠가 착 한 사람은 아니라는 거.”
지엔도 그 말에는 동감했다.
스카이 그룹의 회장은 빈말로라도 좋은 사람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기업의 이윤 때문에 많은 헌터들을 사지로 내몰았고, 결국 적혈의 스승 을 마력 폭주로 죽게 만들었다. 그 는 분명한 악인(惡人).
“미움도 많이 받았겠지. 근데 나 때문에… 너도 죽을 필욘 없잖아?”
지엔이 궁지에 몰리자.
유메도 나름의 결심을 한 것이다. 적혈은 이를 갈았다.
적혈의 복수가 성공하려면 유메는 끝까지 추해져야했다. 자신을 위해 지엔을 희생시키고, 목숨을 구걸해 야했다. 그렇게 해야 적혈은 진정한 복수를 할 수 있었다.
“속셈이지?”
유메가 바뀌어버린다면,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와 다른 인물이 되어 버린다면. 적혈의 복수는 길을 잃는 것이다.
“이제 와서 그딴!”
적혈의 분노가 쩌렁했다.
지엔은 무표정한 눈으로 유메에게 말했다.
“유메. 내가 싸우는 이유는 너 때 문이 아니야. 그러니까.”
게이트를 클리어 하고.
지엔은 더욱 강해져야했다. 디자 이어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곳에 닿아야했다. 그건 전생과 현생 의 목표. 지금은 그 계단 중 하나였 다.
“거짓말 하지 않아도 돼.”
“실은…… 나도 죽고 싶지 않아.
내가, 내가…… 선택한 게.”
지엔의 말에 유메는 말을 더듬었 다. 지엔은 자신의 목에 걸린 경호 증을 뜯어 땅에 던졌다.
“그래. 그거면 됐어.”
탓.
역전의 신호처럼 지엔이 달려 나 갔다. 1번의 돌진으로 정면을 베어 넘겼다. 무수한 피조물들의 죽음.
“무의미하다. ……내 몸은 피, 즉 액체다. 나에게 마력이 남아 있는 한, 넌 벨 수 없다.”
적혈이 그렇게 선고를 내렸지만 지엔은 계속해서 피로 된 괴물들을 베어 넘겼다. 그 과정 속에서 지엔 의 생각은 계속 가속됐다. 감각 극 대화를 사용한 지금. 지엔의 1초는 영원처럼 길었다.
‘세계수 지키기…….’
비린 피 냄새와 정적인 빗소리.
지엔은 느릿한 회색의 세계에서 회상했다. 지엔은 전생에서 엘프를 도와 북방의 정복자를 저지하고, 세 계수를 지켜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방의 군사들이 악인은 아니었다.
늘 그렇듯, 세계는 단편적이지 않 다. 게이트의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이유로 대립했다.
‘리벨리온도 마찬가지.’
자신과 상대를 선과 악으로 나눌 필요가 없었다. 그는 복수를 위해, 지엔은 게이트의 클리어를 위해. 목 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세이버인 지엔에게 목표를 관철하 게 만들어주는 건, 오직 힘.
‘성흔이…….’
지엔의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손 등의 문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 성흔에 스킬이 새겨졌습니다.
– 획득 스킬 [정령의 가히
지엔은 적혈을 보며 미소 지었다.
“아니. 벨 수 있다.”
정령의 가호.
세계수인 이그드라실의 축복으로 지엔은 검에 정령의 힘을 담을 수 있었다. 고위 세이버도 가지기 힘든 고 랭크의 희귀한 스킬이었지만, 학 생에 불과한 지엔이 전생의 기억으 로 되찾았다. 그 결과.
天天츳’
“ ■ ^、> 9
지엔의 검에서 하얀 냉기가 흘러 나왔다. 하늘에서 내린 비가 검을 스치자. 얼음결정이 되어 땅으로 떨 어 졌다.
[정령의 가히
지금 지엔의 검에는 얼음정령 글 래시어가 깃들어 있었다.
타악!
지엔은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바람처럼 몬스터들을 스치며 적혈 의 앞에 당도했다. 지금 흑향은 어 떤 것도 얼어붙게 만들 한기를 가지 고 있었다.
“죽어라!”
이상함을 눈치챈 적혈이 지엔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지엔은 피와 빗물로 범벅된 바닥 을 검으로 훑었다.
“죽는 건.”
지엔이 낮게 읊조렸다.
검을 먼저 내지른 건, 적혈이었지 만 지엔의 검은 섬광 같았다.
“너다.”
사형선고와 같은 한마디.
지엔은 적혈을 향해 얼음검을 올 려 쳤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