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06)
아카데미가 망했다 106화
이른 아침, 라인벨트는 열심히 정문을 쓸고 있었다.
스사사사삭-!
다름 아닌 그랜드소드 마스터의 빗자루질!
밤중에 쌓인 먼지와 낙엽이 일단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한 지점을 향해 쌓이고 있었다.
한참 빗자루질을 하던 라인벨트는 부쩍 늘어난 낙엽을 보며 중얼거렸다.
“슬슬 가을이긴 한가 보군. 낙엽이 이리 쌓이는 걸 보면.”
가을 특유의 쓸쓸함을 담고 있는 중얼거림 같았지만, 실은 빗자루질을 하게 만드는 원흉인 나무들을 향한 원망이었다.
“망할 나무들, 싹 다 베어 버릴까?”
겨울이 닥쳐 눈이라도 오면 라인벨트는 하늘을 향해 저주를 퍼부으리라!
‘아무튼 아몬 녀석이 떠난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홍보 전단을 뿌리느라 톡톡히 고생하고 있겠지.’
그 시각, 아몬은 골드로드 상회에서 제공한 방에서 뒹굴뒹굴하며 초콜릿을 까먹고 있었다.
“히히히! 맛있다!”
그 사실을 모르는 라인벨트가 끌끌 웃었다.
‘그놈은 다 좋은데 수줍음이 많아서 나의 제자가 되려는 것을 계속 망설이는 게 문제란 말이야.’
라인벨트가 문득 학생 기숙사 쪽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녀석의 동생이 입학했지? 그 아이를 한번 꼬드겨 볼까?’
만약 아몬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세월의 흐름 탓에 다소 휑해진 라인벨트의 정수리 부근의 ‘미련’을 싹 다 뽑아 없애버릴 것이다.
어딜 노망 난 거지 영감이 자신의 동생을 고생길로 처넣으려 한단 말인가!
아무튼 라인벨트가 생각에 잠긴 채 열심히 빗자루질을 하는 와중이었다.
“……응?”
아카데미를 향해 다가오는 일단의 무리를 발견한 라인벨트가 빗자루질을 멈췄다.
이윽고 그들이 자신의 앞에 멈춰 서자 라인벨트가 말했다.
“아모니스 아카데미에 용무라도 있는가?”
몇 명의 험상궂은 사내들.
그들 중 하나가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영감, 비키시오.”
그 건방진 말투에 라인벨트의 뺨이 씰룩거렸다.
만약 자신이 이곳의 ‘경비부장’이라는 입장이 아니었다면, 일단 뺨을 후려치고 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입장도 있고 하니, 침착하게 행동하기로 했다.
“흠흠, 본 아카데미에 용무가 있다면…… 엉?”
라인벨트가 시선을 떨어트렸다.
자신에게 건방지게 말했던 사내는 어느새 뺨이 퉁퉁 부은 채 쓰러져 있었다.
‘음, 나도 모르게 후려쳤군.’
생각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라인벨트!
쓰러진 사내의 모습에 일행들이 경악했다.
‘다, 단장님이 당했어? 저분이 우리 중 가장 강한데…….’
‘단장님을 일격에 제압할 정도의 고수가 일개 정문 경비원이라니! 역시 제국의 상징인 아모니스 아카데미인가!’
충격에 휩싸인 그들 중 하나가 황급히 앞으로 나섰다.
부단장이었다.
“무,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이분께선 말투만 좀 이렇지 알고 보면 참 따스한 분으로…….”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부단장의 말을 잠자코 듣던 라인벨트가 손을 휘저었다.
“알았네, 알았어. 나도 섣불리 손이 나간 점, 사과하겠네.”
“이,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여간 본 아모니스 아카데미에는 무슨 용무신지?”
부단장은 두 번째 계획을 시행하기로 했다.
만약 힘으로 강행 돌파하는 게 불가능해 보일 경우 최대한 그들을 속여 내부로 침입하는 것.
부단장이 얼른 말했다.
“당연히 아무르에 왔다면, 역사가 깊고 명망이 높은 아모니스 아카데미를 둘러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응?”
깊은 역사와 명망 높은 아카데미?
라인벨트가 뒤를 슬쩍 돌아봤다.
좋게 말하면 고풍스럽고 예스러운 건물들이고, 나쁘게 말한다면 관리가 되지 않아서 다 허물어져 가는 낡아 빠진 건물들이다.
‘이런 곳을 둘러보려 하다니. 취향 참 독특한 것들이군.’
하여간 경비부장은 관광객 등의 관리도 도맡는다.
“알았네. 일단 학교장님께 보고드리지.”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라인벨트가 아카데미 부근을 한 차례 둘러보더니 말했다.
“저기, 저기랑, 저쪽 담장에 누가 기웃대고 있는데 혹시 그쪽 일행인가?”
“……!”
부단장의 등을 타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치, 침투조를 파악했다고?’
조를 나눠 아카데미에 은밀하게 잠입하기로 한 자들이 발각됐다.
‘아모니스 아카데미! 이런 극강의 고수를 일개 정문 경비원으로 두다니! 그저…… 대단하다!’
부단장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젠장, 이미 들통 난 마당에 인원을 나눠 봐야 괜한 의심을 사고 소란만 일어나겠지. 어차피 관광객으로 위장하기 한 마당이라면…….’
부단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 일행입니다.”
“그런데 왜 따로 있나?”
“하, 하하! 마음이 앞서서 일단 주변부터 둘러보고 싶다 하더군요.”
“그런가? 알겠네. 총 몇 명인가?”
“열셋입니다.”
“그럼 학교장께 여쭤보고 올 테니 한곳에 모여 있게. 몇 명인지 직접 파악해야 하니까.”
라인벨트는 학교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관광객이 왔다는 라인벨트의 보고에 아나르엘은 ‘아! 드디어 우리 아카데미가 옛 영광된 모습으로 돌아가는군요! 예전엔 하루가 멀다 하고 이 아카데미를 둘러보려는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는데!’라며 너무나도 기뻐했다.
즉 허가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잠시 후, 라인벨트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는 아나르엘의 말이 진실이라 주장하는 것처럼 낡고 헤진 출입증 열세 개를 가지고 나왔다.
“열세 명 맞군. 자, 다들 목에 걸게.”
“가, 감사합니다.”
“그럼 다들 따라오게.”
라인벨트의 뒤를 따르는 부단장의 눈이 반짝 빛났다.
‘무사히 안으로 들어가게 됐군.’
이로써 목적의 절반을 이뤘다고 할 수 있었다.
‘흐흐, 군터 군도 연합에 영광 있으리!’
그들은 다름 아닌 군터 군도 연합의 과격파인 ‘혁명단’으로, 제국의 역사 깊은 교육기관인 아모니스 아카데미를 무너뜨리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 * *
아나르엘이 활짝 웃으며 ‘관광객’들을 반겨 줬다.
“어서 오세요!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학교장인 아나르엘입니다!”
방글 웃으며 정중하게 꾸벅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모습에 부단장이 히죽 웃었다.
“역사 깊은 아모니스 아카데미를 둘러보게 되어 영광입니다.”
“별말씀을요! 자, 그럼 출발하죠!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릴게요.”
부단장이 당황했다.
“하, 학교장님이 직접 안내해 주시는 겁니까?”
그 당연한 지적에 아나르엘이 흠칫했다.
만약 아몬이 있었다면, 그에게 안내를 맡겼을 테지만 아몬은 지금 홍보 전단의 배포를 위해 출타 중인(이 시각 아몬은 초콜릿을 먹고 있었다) 상황!
그렇다고 다른 교사들에게 맡기는 건 꺼려졌다.
‘거어억! 여러분, 다들 여기서 술이나 마시죠!’
‘피곤한데 여기서 한숨 자고 가죠.’
‘아모니스아카데미는긴역사를자랑하는 우와! 벌레다맛있겠다벌레먹어야지.’
‘카악! 퉤! 뭔 관광이야! 당장 꺼지지 못해?’
참으로 믿음직스럽지 못한 교사들!
당연히 부학교장에게 맡길 수도 없었다.
‘이곳이 식당입니다. 다들 시장하실 테니 밥이나 먹죠.’
그런 이유로, 아나르엘은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나서야 할 때라 생각했다.
비록 말재주가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괴물들에게 맡기느니 자신이 낫겠다 싶은 것이다.
“아하하! 간만의 관광객 분들이라 제가 직접 감상을 듣고 싶어서요.”
그 말이 반쯤은 진심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리지요.”
“네! 그럼 출발할게요!”
아나르엘은 관광객을 가장한 테러리스트들을 이끌고 길을 나아갔다.
‘후후! 우리 아카데미의 구석구석 전부 안내해 주겠어!’
* * *
아나르엘을 따라 아카데미의 건물을 차례차례 둘러보고 있는 와중.
한참 뒤를 따르던 부단장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지금은 비록 ‘제국의 상징’이라는 의미가 다소 퇴색됐다지만, 그래도 아모니스 아카데미는 명문 중의 명문이 아니던가.
‘근데 왜 사람이 아무도 없지? 다소 몰락했다는 정보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학생이 천여 명은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은 아나르엘이 수확에만 15년 걸리는 ‘드래곤바나나 과수원’에 투자해서 아카데미가 망하기 직전까지의 정보였다!
애초에 제국과 군터 연합 간의 어마어마한 거리 때문에 정보의 갱신이 늦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부단장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입을 열었다.
“저, 학교장님?”
“그래서, 이곳 역사관은…… 네! 질문 있으신가요?”
“여태 사람을 한 번도 못 봤는데, 오늘 혹시 아카데미 휴무일인 겁니까?”
흠칫 몸을 떤 아나르엘이 말했다.
“맞아요. 휴무일이에요.”
아몬 덕분에 세상사는 법을 배운 아나르엘!
그녀의 뻔뻔한 대답에 부단장의 얼굴이 굳었다.
‘이럴 수가. 낭패다.’
이곳에 온 이유는 제국의 상징인 아모니스 아카데미를 처절하게 파괴함으로써 군터 군도 연합의 정신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젠장, 너무 성급하게 잠입한 건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추격을 피해 이곳까지 온 것만 해도 기적인 상황에서 더 지체할 여유가 없었어.’
입술을 꾹 깨문 부단장이 뒤따르는 단원들에게 속삭였다.
“폭탄의 설치는?”
“저 엘프가 설명에 정신이 팔린 틈을 노려, 여태 다녀온 건물 7개소의 각 기둥에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남은 폭탄은?”
“어, 없습니다. 예상보다 건물이 너무 많습니다.”
아모니스 아카데미는 깊은 역사답게 건물도 더럽게 많았다!
“……젠장, 어쩔 수 없군.”
비록 기대했던 인명 피해는 없겠지만, 제국의 상징이자 등불인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건물들을 파괴하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터.
결국 결심한 부단장이 고함을 질렀다.
“군터 군도 연합에 영광 있으리!”
괴성을 터뜨린 부단장이 폭탄의 기폭 장치를 작동시킨 순간.
콰콰콰과광-!
귀청을 찢는 굉음이 아모니스 아카데미를 뒤덮었다.
* * *
대자로 누워 끝없이 초콜릿을 삼키던 아몬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뭐, 뭐야!? 이게 뭔 소리야!?”
아몬이 창백해진 얼굴로 홱 몸을 일으켰다.
얼른 창문 밖을 내다보니, 웬 시커먼 연기가 풀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우, 우리 아카데미 방향이잖아?’
소스라치게 놀란 아몬이 벼락처럼 몸을 날렸다.
그리고 아카데미의 정문 앞에 당도한 아몬은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아카데미의 건물들이 불타고 있었던 것이다.
‘하, 학생들! 학생들을 구해야…… 어라? 잠깐만.’
아모니스 아카데미는 깊은 역사답게 더럽게 넓었고, 불타고 무너지는 건물들은 모자란 학생 수로 인해 사용하지 않고 있는 텅 빈 건물들이었다.
그때 불타기는커녕, 불똥도 튀지 않는 거리에 있는 학생 기숙사에서 학생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불이야! 불이야!”
“아몬 선생님! 어디 계세욧!”
“내, 내가 만든 인형들이 있는 전시관이이이!”
“제가 마법으로 끌까요?”
“넌 이 상황에서도 헛소리를 해!?”
아몬이 학생들을 향해 한달음에 달려갔다.
“얘들아! 무사했구나!”
“아, 아몬 선생님! 다른 선생님들은요!?”
“몰라! 너희만 무사하면 됐다!”
그 외침이 끝나기도 전, 불타기는커녕 무너지는 건물의 먼지도 닿지 않는 거리에 있는 아카데미 본관에서 교사들과 고용인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거억! 취하는데 불이야!”
“아 씨, 자는데 뭔…… 불이야!”
“아 씨, 밥 먹는데 뭔…… 불이야!”
“……어느 놈의 짓이지?”
“불이야앗!”
털끝 하나 상하기는커녕, 배불리 먹고 잘 쉬었는지 얼굴에 윤기가 좔좔 흐르고 있는 동료 교사들을 본 아몬이 썩은 미소를 지었다.
‘다들 운이 좋군.’
그런데 잠깐, 두 명이 빈다.
“여러분! 학교장님이랑 라인벨트 어르신은요?”
“응?”
그 말을 들은 마리온이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서, 설마……?”
그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 가는 와중이었다.
“엉엉엉! 으허어엉!”
“응? 이 목소리는…….”
고개를 돌린 그들은 시커먼 그을음에 뒤덮인 채 세상 서럽게 울고 있는 아나르엘을 볼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