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1)
아카데미가 망했다 11화
부리나케 달려가 클로에를 부축했다.
“클로에! 괜찮니?”
“네, 네! 괘, 괜찮아요.”
클로에의 몸이 덜덜 떨리는 게 전혀 괜찮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느닷없이 쓰러지자 시선이 한층 더 집중되고 말았다.
“갑자기 왜 저러지?”
“몸 상태가 안 좋은 건가?”
수군대는 병사들의 목소리에 클로에의 떨림이 한층 심해지고, 그 모습을 본 아몬이 얼른 말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꾸나.”
“하, 하지만…….”
“기회가 오늘만 있는 건 아니야. 천천히 하면 돼.”
아몬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또한 시선을 돌리니 마리온이 학생의 몸 상태가 나쁜 것 같다며, 오늘 대련은 끝내자며 상황을 수습하고 있었다.
보리스 역시 아몬 너머로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 같은 조심스러운 태도.
클로에가 아몬의 소맷자락을 꽉 붙잡았다.
“선생님.”
“……응?”
“저, 극복하고 싶어요.”
“……!”
“이런 저한테서, 사람들과 눈도 못 마주치고 벌벌 떨기만 하는 저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요.”
떨리고 있지만 힘 있는 목소리.
아몬도 첫 제자라 할 수 있는 클로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그러나 방법이 문제다.
‘어떡하지? 심리적인 부분은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생각을 쥐어짜던 아몬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마음을 편히 먹으렴.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쓸 게 못 돼. 너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잖니.”
“…….”
“그러니 아무 걱정 마렴. 오늘은 그냥…… 네가 그동안 배운 걸 시험하는 자리야.”
클로에가 입술을 꼭 깨물었다.
“하, 한 번 더 해 볼래요.”
“……괜찮겠니?”
고개를 끄덕인 클로에가 앞으로 나섰다.
동시에 다시 병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다리를 덜덜 떨던 클로에가 휘청 주저앉고 말았다.
‘……역시 안 되겠군.’
아몬이 클로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다음 기회에 시도해 보자고 말하려는 순간, 별안간 소맷자락을 꼭 붙잡은 클로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해, 해 보고 싶어요. 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
“제 이런 점을 극복하고 싶어요…….”
어떻게든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 보고자 하는 간절한 목소리.
자신의 기억을 더듬던 아몬이 입을 열었다.
“클로에.”
“……네.”
“음, 이건 비밀인데…… 내 아버지, 드레이크 남작께서도 젊을 땐 남들 시선을 많이 무서워하셨다고 했어. 하지만 이 방법으로 극복했다고 하셨지.”
“저, 정말요?”
“그러엄.”
소심한 아버지의 조언.
아몬, 너는 그럴 일 없겠지만 만약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울 땐…….
“다른 사람들을 감자라고 생각해 보렴.”
“……네? 감자요?”
“……응.”
“갑자기 웬 감자……?”
아몬이 입을 다물었다.
‘이건 우리 영지에 감자를 많이 길러서 그런 거구나.’
헛기침을 한 아몬이 다시 말했다.
“정정하마.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너한테 익숙하고 만만한 것들이라 생각해 보렴.”
“……저한테 익숙하고 만만한 거요?”
“그래. 동물, 식물, 뭐든 좋아.”
“…….”
“클로에가 아는 만만한 것들이 클로에를 빤~히 본다고 생각해 보렴. 그럼 무섭지 않겠지?”
눈을 꼭 감은 클로에가 중얼거렸다.
“@#$가 나를 쳐다본다?”
응? 뭐가 쳐다봐?
클로에가 중얼거린 건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다.
아무튼, 뭐가 자신을 쳐다본다며 몇 번을 중얼대던 클로에가 스르르 눈을 떴다.
그런 클로에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선생님.”
“그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이니?”
“네.”
클로에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섰다.
그와 동시에 또다시 병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클로에가 흠칫 몸을 떨었지만 이번에는 주저앉지 않았다.
‘……설마?’
괜찮은 걸까?
아몬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클로에, 정말 괜찮겠니?”
“……네, 선생님.”
“힘들면 말해야 한다. 알겠지?”
클로에가 고개를 끄덕이자 ‘시작’을 외쳤다.
그리고 시작된 대련.
‘오, 오오……!’
비록 평소보단 위축됐지만, 낯선 사람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클로에가 병사와 제대로 된 대련을 하고 있었다!
그 광경에 아몬보다 오랜 기간 클로에를 봐 온 보리스와 마리온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크, 클로에가 대련을…….”
“대단해! 아몬, 자네 대체 클로에에게 무슨 조언을 한 건가!?”
아몬의 입꼬리가 관자놀이까지 올라갔다.
‘역시 나는 교육자에 소질이 있구나!’
말 한마디로 천만 골드 빚을 갚는다더니, 말 한마디로 학생의 약점을 이토록 훌륭하게 보완할 줄이야!
그리고 상당히 위축되어 있던 클로에의 움직임은 조금씩, 차츰차츰 나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탁-!
클로에가 휘두른 목검에 손목을 맞은 병사가 검을 놓치는 것으로 대련은 끝을 맺었다.
“오오!”
아몬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훌륭하다! 클로에!”
한달음에 달려가 클로에를 얼싸안은 아몬이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북북 쓰다듬었다.
“대단해! 정말 잘했다, 클로에!”
“학, 하악…… 제, 제가 정말로 해낸…….”
“그래! 축하한다!”
클로에가 해냈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며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기특한지 모를 일이었다.
‘이걸로 내 출세 길이 한층 더 선명해졌구나!’
이대로만 해 준다면 경진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는 게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으리라!
‘게다가 잘하면 좋은 성적까지 거둘 수 있을지도 몰라!’
황제 폐하께서도 기쁘게 아카데미 운영 중단 권고를 철회해 줄지도 모를 일!
기쁜 나머지 클로에를 얼싸안고 방방 뛰는데, 경비대장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다가오자 얼른 클로에를 내려놨다.
“크흠, 죄송합니다. 제자의 성장이 너무 기뻐서 그만…….”
“허허허! 괜찮습니다, 선생님.”
근데 왜 저렇게 웃지?
하여간 경비대장이 말을 이었다.
“크흠, 그보다 역시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학생이군요. 귀족 자제분들이라 그런지 실력이 대단합니다 그려.”
혈통 빨로 이긴 거니 너무 좋아라하지 말아라.
대충 그런 뜻이리라.
말귀를 이해한 아몬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게 전부 제 교육이 훌륭하다는 증거죠!”
자화자찬에 경비대장이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하냐?’는 얼굴로 바라봤다.
하지만 어쩌겠어!
‘사실인걸!’
인상을 쓰고 있는 경비대장에게 슬쩍 말했다.
“애초에 처음 대련한 학생은 귀족이 아닌 평민입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요.”
“허어, 평민 출신인 데다 저렇게 어린데 그런 실력이라니…….”
경비대장이 보리스를 번뜩이는 눈으로 바라봤다.
“나이가 차면 슬쩍 입대를 권유해 봐야겠군요. 저 정도 실력이라면, 군에서도 금세 한자리 꿰찰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려.”
그 말을 용케 들은 보리스가 메다닥 달려왔다.
“대, 대장님! 그게 정말인가요?”
“으, 응? 아아, 그럼! 네 실력이라면 금세 백인장까지 오를 거다. 게다가 복무를 하며 공을 세운다면 천인장까지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백인장이 평민으로서 오를 수 있는 직위의 끝이라면, 천인장부터는 귀족들의 직위!
즉 귀족이 되는 길이 열린다는 뜻!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보리스를 본 아몬이 경비대장에게 속삭였다.
“너무 헛바람 넣으시는 거 아닙니까?”
“……저처럼 백인장에서 끝날 거라고 말할 순 없잖습니까.”
피식 웃은 경비대장이 말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저 정도의 실력이잖아요? 마냥 헛바람 넣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렇군요.”
물론 보리스가 정말 입대를 할지는 모를 일.
그냥 이런 선택지가 생겼구나, 하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지.
그리고 잠시 후, 경비대장이 마리온에게 다가가 웬 주머니를 넘겨받았다.
‘……응?’
곧이어 싱글벙글 웃으며 병사들을 인솔해 막사로 복귀하는 경비대장!
썩은 얼굴로 다가오는 마리온!
그런 그를 향해 말했다.
“선배님?”
“……응? 뭔가?”
“설마 대련 결과에 돈을 거신 겁니까?”
움찔, 하고 멈춰 선 마리온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으음, 그냥 놀이일세. 대련 결과를 놓고 하는, 가벼운 장난?”
“그렇군요. 예, 뭐. 그럴 수 있죠. 이해합니다.”
“허허허! 그래? 역시 아몬, 말이 통하…….”
“어느 쪽에 거셨습니까?”
마리온이 버럭 화를 냈다.
“거참! 당연히 학생들이 이기는데 걸었지!”
“……그래요?”
“그럼! 쯧, 사람을 뭐로 보고…….”
순간 아몬이 경비대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광경을 목격한 마리온이 허겁지겁 달아나고, 경비대장에게서 진실을 들은 아몬은 마리온을 쫓아가 궁둥이를 냅다 걷어찼다.
마리온은 학생들의 패배에 돈을 건 것이다.
* * *
슬로스는 후작가의 증표를 돌려받으며 말했다.
“별일 없었지?”
“많았죠. 아주 많았어요.”
“……무슨 일 있었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보리스와 클로에가 멋들어지게 대련을 끝마친 이야기부터, 마리온이 괘씸하게도 학생들의 패배에 돈을 걸었다는 사실을!
묵묵히 이야기를 들은 슬로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튼 알겠어.”
“뭡니까? 이 미적지근한 반응은.”
“증표 가지고 무슨 사고 저지르진 않았나 싶어서 물어본 거다, 왜?”
“사고는 무슨. 아무튼 잘 썼어요. 눈 끔뻑끔뻑 감기시는 거 보니까 졸리신가 본데, 이만 가 봅니다.”
문을 닫고 나온 아몬이 턱을 긁적거렸다.
‘……음, 무슨 일이라. 있긴 있었지.’
경비 초소를 떠나기 직전, 마리온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온다고 했다.
때문에 멀뚱히 그를 기다리던 와중.
자신을 이곳에 주둔중인 ‘골리앗 기사단’의 단장이라 소개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었다.
‘피드 후작 가문의 증표를 제시했다던데, 사실이오?’
‘아, 예. 그렇습니다.’
‘흐음…… 그러고 보니 그쪽은 초면인데, 누구신지?’
‘몇 개월 전 아모니스 아카데미에 교사로 부임한 아몬 드레이크입니다.’
‘……응? 아모니스 아카데미?’
순간 단장이라는 남자의 얼굴에 의미 모를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가 무어라 말을 이으려던 순간.
‘아몬, 오래 기다렸나?’
‘아, 선배님.’
‘응? 이게 누구야? 토마트 경 아닌가?’
‘……럼덤 자작 각하!’
아몬은 충격에 휩싸였다.
‘마리온 선배님이 자작이었어?’
저런 술주정뱅이가?
아무튼 마리온과 인사를 나눈 단장이라는 사람은 곧 자리를 떠났다.
‘아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나?’
‘아뇨, 별 이야기 안 했습니다. 그냥 피드 후작가 증표를 제시했냐면서 묻던데요?’
‘……흠, 그래?’
어깨를 툭 친 마리온이 말했다.
‘그렇군. 이따 저녁에 술이나 한잔하겠나?’
‘좋습니다! 사주시는 거죠?’
‘오늘 돈도 잃었는데, 자네가 사면 안 되겠나?’
‘안 갑니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다.
마리온이 ‘자작’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솔직히 서로 본인 이야기를 잘 안 하니 알 수가 있어야지.’
쯧, 혀를 찬 아몬이 슬그머니 학생 기숙사로 향했다.
오늘 하루 고생 많았다고 한마디 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금세 발걸음을 돌렸다.
‘아니, 그냥 두자. 이럴 땐 그냥 학생들끼리 곱씹는 게 좋을 테니까.’
그리고 한편.
학생들의 기숙사 안.
침대에 앉은 클로에는 멍한 얼굴로 중얼대고 있었다.
“@#$가 나를 쳐다본다.”
그런 클로에를 보리스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크, 클로에? 무슨 소리야?”
“사람을 ‘@#$’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무섭지 않아져.”
클로에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보는 보리스는 덜덜 떨고 있었다.
‘@#$라고?’
클로에와 제법 알고 지낸 보리스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저건 아란 왕국의 방언이었다.
그리고 저 단어를 제국 표준어로 표현하자면.
‘천한 돼지.’
축산업이 발달한 아란 왕국은 만만한 게 ‘돼지’였다!
‘아, 아몬 선생님? 대체 클로에한테 무슨 말을 하신 거예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