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10)
아카데미가 망했다 110화
아몬은 자칭 건축의 마술사, 떠오르는 건축계의 샛별, 골드 드래곤 일족 신동 건축가라는 라스티아넬과 건축 상담을 하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 아카데미의 사람들한테 당한 게 워낙 많아야지.’
그들의 명예를 생각해서 굳이 하나하나 열거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을 통해서 세상을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은 아몬이었다.
때문에 라스티아넬과의 상담도 혹시 모른다는 마음에 하고 있긴 해도, 썩 신뢰감이 들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상담을 진행할수록 아몬의 생각은 바뀌고 있었다.
“기둥 조형, 이 부분은 특히 제가 자신 있어요.”
“호오.”
“자, 보세요.”
라스티아넬이 작은 돌멩이 하나를 꺼내더니 마법을 사용해 그것을 기둥으로 만들었다.
손수 기술 시연까지 선보이는 숙련된 기술자의 모습에 아몬이 감탄했다.
“멋지구나! 그런데 이렇게 되면 단가는……?”
“기존에 무너진 잔해를 사용하면 되니까 추가금이 들지는 않을 거예요.”
“정말 멋지구나! 튼튼하기도 튼튼하겠지. 드래곤이 만든 거니까.”
“당연하죠.”
건축의 모든 부분이 중요하겠지만, 특히 중요한 부분을 꼽자면 건물을 지지해 주는 기둥과 기반이었다.
폭발로 인해 기반은 좀 상했지만, 라스티아넬 정도 되는 수준급 건축가가 있다면 적당히 손보는 것만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지지 기둥은 걱정할 필요 없겠구나.”
“나머지 부분도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아직 제가 수백 년밖에 살지 않았지만 다른 어른 드래곤들도 제게 레어 건축에 대해 조언하러 온다니까요!”
“참으로 믿음직스럽구나!”
아카데미의 인원들에게 호된 꼴을 많이 당해서 인간에 대한 신뢰가 땅을 기고 있는 아몬이었지만, 상대는 인간이 아닌 드래곤!
“역시 중간계의 조율자라 불리는 위대한 종족답구나!”
“헤헤헤.”
칭찬은 드래곤도 춤추게 한다!
흡족하다는 듯 웃는 라스티아넬을 바라보던 아몬이 푸근하게 웃었다.
“그럼, 라스티아넬.”
“네, 선생님.”
본론으로 들어갈 시간이었다.
“슬슬 단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꾸나. 너도 단순한 호의로 이 일을 해 주려는 건 아니겠지?”
“후후. 이야기가 빨라서 좋네요.”
골드 드래곤은 ‘골드’가 붙어 있으니만큼 거래에 관해서는 칼 같다고 들었다.
라스티아넬도 빠르게 본론이 나오자 기분이 좋다는 듯, 빙그레 웃으며 견적서를 훑어봤다.
“이 견적의 7할만 받겠어요. 금액만큼의 황금으로!”
“오오!”
그렇다면 나머지 3할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겠는가!
다름 아닌 이 일의 담당자이자 책임자인 아몬, 자신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래서 사람들이 날림 공사, 날림 공사 하는구나. 이렇게 중간에서 빼먹기 쉬운 구조니까 어떻게든 공사 책임자 한번 되어 보겠다고 난리를 치는 거지.’
그러나 이번 공사의 기술자가 드래곤이니만큼 날림공사가 될 일도 없다.
‘그럼 3할을 내가 꿀꺽하면…… 아니지, 그래도 다른 사람들 보는 눈이 있으니, 홀랑 삼키기가 쉽진 않을 것 같은데.’
아나르엘이야 책정된 금액 안에서 공사만 훌륭히 끝낸다면 이렇다 할 반발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견적을 짜준 브레슬은 못해도 대노까진 아니더라도 중노(中怒)까지는 할 것이다.
‘남는 금액으로는 식재료를 사야지, 왜 그걸 당신이 가져갑니까!’
불 보듯 뻔한 분노의 방향성에 아몬은 생각에 잠겼다.
‘그럼 2할만 내가 가져가고, 남은 1할로 브레슬에게 각지의 산해진미를 바친다면?’
아몬은 각지의 산해진미를 눈앞에 둔 브레슬을 떠올려다 봤다.
‘츄르르릅!’
군침을 흘려 대며 공사 대금에 대한 것은 까맣게 잊은 브레슬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좋아. 완벽한 계획이로군.’
다른 교사들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어디 미천한 평교사 놈들이 위대하신 교무부장(진)께서 하는 일에 토를 달겠는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 아몬이 손을 뻗었다.
“좋아, 라스티아넬! 잘 부탁한다!”
“후후후! 맡겨만 주세요!”
* * *
라인벨트가 한 노인에게 쩔쩔매며 말했다.
“잘 부탁하네, 롬멜.”
롬멜이라 불린 노인이 허허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네 아닌가? 예전에 내 목숨을 구해 줬던 값이 있는데 뭘. 괘념치 말게나.”
롬멜은 라인벨트의 절친한 지인으로, 젊은 시절부터 서로 신세를 졌던 사이였다.
또한 그는 젊은 시절부터 대륙 전역에 이름을 날렸던 기술자이며, 그의 손이 닿은 건축물들은 하나같이 유명한 명소가 되곤 했다.
그토록 대단한 건축가였기에 다 망해 가는 아모니스 아카데미가 건축 대금을 지불할 수 있을 리 없지만, 라인벨트는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간신히 롬멜에게 일을 맡길 수 있었다.
“허허허, 그나저나 아모니스 아카데미에 와 보는 건 처음이로군. 예전부터 명성이 자자한 곳이라 한번쯤은 들러보고 싶었건만, 일이 바빠 걸음을 하질 못했는데 다 늙은 노년에나마 와 보게 되는군.”
“너무 기대하진 말게나.”
“나도 대충 들어 알고는 있네.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세가 꽤 쇠했다지.”
“……꽤가 아니라 아주 많이 쇠했네.”
라인벨트가 쫙 편 손을 내밀었다.
“학생이 다섯밖에 없으니 말이야.”
“그 정도인가?”
“말도 말게.”
끌끌 혀를 찬 롬멜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솔직히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지. 나는 건물만 지으면 되니까.”
“그야 그렇지.”
“드디어 아무르가 보이는군. 그럼 어디 상태를 한번 볼까?”
곧바로 아모니스 아카데미로 향한 롬멜은 당황했다.
“세상에. 아주 개 박살이 났군.”
“……복구할 수 있겠나?”
“흠. 보아하니 자재를 재활용하긴 힘들 것 같군.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렵지도 않아.”
무너진 건물들을 설렁설렁 둘러보던 롬멜이 말했다.
“아무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네 부탁이고 하니, 내가 책임지고 공사를 맡도록 하겠네.”
“자, 자네가 직접?”
롬멜은 제자만 해도 수십에 달하는 유명 건축가다.
그런데 직접 공사에 착수해 주겠다니!
“허허, 걱정 말게나. 자재비만 받을 테니까.”
“고, 고맙네. 정말 고맙네.”
“뭘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그러나.”
흐뭇하게 웃은 롬멜이 말했다.
“자, 그럼 우선 학교장님께 가 보세.”
“그래. 내가 안내함세.”
그들이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공사 견적을 내기 위해서 학교장실로 향하려던 와중이었다.
“어라? 라인벨트 어르신, 빨리 오셨네요?”
아몬이 아는 체를 하며 다가오자 라인벨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몇 시간 전, 자신을 자르려 안간힘을 쓰던 아몬에 대한 섭섭함으로 인해 일어났던 갈등!
서로 남자답게 주먹으로 해결하자는 마음에 뜨거운 마음을 나눴건만, 라인벨트의 기분은 전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아몬에게 꽤 많이 맞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늙으면 잘 삐진다는 낭설이 사실인 모양인지, 라인벨트는 퉁명스레 건성으로 고개만 까딱였다.
“왔냐.”
“예.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십니까?”
라인벨트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내 지인인 롬멜이다. 롬멜, 저놈은 아몬이라는 놈일세. 이곳의 교사지.”
아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도 수많은 명소를 건축한 롬멜의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롬멜 어르신. 드레이크 가문의 차남인 아몬 드레이크라 합니다.”
“허허, 만나서 반갑네.”
“어르신께서 지으신 파밀라의 등대는 참 대단했습니다.”
“허허허, 모자란 재주일세.”
“어르신께서 모자라시면 누가 건축가라고 이름을 댈 수 있겠습니까?”
롬멜이 기분 좋다는 듯 껄껄 웃었다.
“고맙네. 한데 자네 몸이 불편한가?”
“……예?”
“안색이 좋지 않군그래.”
그 지적대로 아몬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아몬이 어색하게 웃었다.
‘X됐다.’
라스티아넬과 함께 공사비를 착복하기로 작당을 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 대륙에서 명성이 자자한 롬멜이 공사를 위해 찾아오다니!
어떻게든 혀를 휘둘러 시간을 끌어 보려 했건만, 롬멜은 명성이 자자한 건축가답게 눈썰미도 좋았다.
‘저 거지 영감이 이런 대단한 인물과 알고 지낼 줄이야.’
공사를 위해 사람을 찾으러 간다고 했을 때 그러려니 넘긴 게 화근이었다.
‘어중이떠중이를 데리고 올 줄 알았는데 롬멜이라니. 그것도 당일에 바로.’
마른침을 꿀꺽 삼킨 아몬이 입안에서 혀를 마구 움직였다.
어떻게 좋게 설득해야 롬멜이 이대로 돌아가 줄까.
‘라스티아넬이 잠깐 자리를 비운 지금이 유일한 기회다.’
숨을 몰아쉰 아몬이 입을 열었다.
“한데, 롬멜 어르신.”
“응? 뭔가?”
“사실 저희 아카데미의 자금 사정이 워낙 좋지 않아, 공사 대금을 그리 넉넉하게 드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걱정스러운 아몬의 말에 롬멜이 별걱정을 한다는 듯 웃으며 손을 저었다.
“허허허, 라인벨트 이 친구 얼굴을 봐서 온 것이니만큼 자재값만 받을 생각이라네. 그러니 걱정 말게나.”
그 말에 아몬이 오히려 역정을 냈다.
“롬멜 님의 명성이 하늘을 찌르고 땅을 가르는데 자재값만 받으시다니요! 롬멜 님께 그런 실례를 저지를 순 없습니다! 암, 그렇고말고요!”
“어? 허, 허허허! 괜찮네, 이번 한 번만…….”
“아닙니다! 롬멜 어르신의 손은 대륙의 지보, 세기에 남을 보물입니다! 그런 분께 마땅한 대가도 없이 일을 맡긴다는 것은 저희 아모니스 아카데미에 있어서도 치욕과 다름없습니다!”
혀를 휘두르는 아몬의 기세에 롬멜도 ‘그, 그런가?’ 하며 뒷걸음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아몬을 노려보는 라인벨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이놈, 아몬아.”
“……예?”
“네놈, 또 뭘 꾸미고 있느냐.”
의심 어린 라인벨트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아몬은 한번 올라탄 기세에서 내릴 생각을 않았다.
“꾸미다니요! 롬멜 어르신께서 지은 파밀라의 등대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저입니다! 그런 역작을 숱하게 만들어 내시는 예술가에게 정당한 대가도 없이 의뢰를 하다니! 그런 부끄러운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습니까?”
롬멜이 푹 구워삶아진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가? 역시 그렇지?”
“롬멜! 저 간악한 놈의 말에 현혹되지 말게!”
라인벨트의 일갈에도 불구하고 악마의 속삭임은 이어지고 있었다.
“솔직히이번공사가롬멜님께무슨도움이되겠습니까.”
“으으으…….”
“고생만진탕하고돈도못벌고명성을날리는데도움도안될 테고.”
“어어어억…….”
아몬이 롬멜의 귓가에 간교한 술수를 부려 세뇌를 진행하는 광경에 라인벨트가 발만 동동 구르는 와중이었다.
“……응?”
볼일을 마친 라스티아넬이 총총 다가오고 있었다.
“어라? 저분은 누구세요?”
“라스티아넬 님?”
라스티아넬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아는 라인벨트가 존칭을 했지만, 라스티아넬이 불만스레 투덜거렸다.
“또 님이네요. 부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경비부장님이시잖아요.”
“하지만…… 크흠, 그래. 라스티아넬은 여기 웬일이냐?”
“아몬 선생님이 제게 공사를 맡겨 주셨거든요.”
그 말에 라인벨트의 눈가가 씰룩거렸다.
“너한테 말이냐?”
“네. 저도 건축에 자신 있거든요.”
라인벨트가 스르르 고개를 돌렸다.
아몬은 롬멜을 세뇌하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지 라스티아넬이 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이대로돌아가셔서발닦고주무시는게.”
“그래그래자네말이맞는것같군.”
다시 스르르 고개를 돌린 라인벨트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라스티아넬.”
“네?”
“혹시 네가 공사를 맡으면 단가를 많이 줄일 수 있느냐?”
“네. 견적표가…… 아, 찾았다. 여기 보시면, 여기서 3할은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7할은 제가 수고비로 금액만큼의 황금으로 받을 생각이고요.”
라인벨트는 비로소 아몬이 저토록 필사적으로 롬멜을 세뇌하고 있는 이유를 알아차렸다.
나머지 3할은 과연 누구의 배 속으로 들어갈까?
그 사실을 깨달은 라인벨트는 호랑이처럼 몸을 날렸다.
“크아아아악!”
등판을 걷어차인 아몬이 바닥을 굴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