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2)
아카데미가 망했다 12화
슬슬 경진대회가 머지않은 시점.
어느 날 하루, 특별 수업.
연무장을 달리는 일과가 끝난 후 보리스, 클로에와 대련을 하던 아몬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 이제 자신감이 상당히 붙은 모양이지?”
“헉, 헉…… 네?”
“둘 다 나한테 덤비는 기세가 심상치 않아서 말이야.”
“네? 음, 그게…….”
진실은 이랬다.
‘아몬 선생님, 엄청 잘 피하시네.’
‘선생님을 어떻게든 한 대 때려 보고 싶은데…….’
‘좋아, 죽기 살기로 덤벼 보자.’
공격을 요리조리 잘 피하는 아몬 때문에 오기가 생겨서 심상치 않은 기세로 달려드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감이 붙었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처음이 어렵다고, 최근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경비초소로 찾아가 병사들과의 대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물론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고, 처음 한 번쯤이야 부탁이지만 계속해서 대련을 요구하면 욕먹기 십상.
‘그래서 경비대장한테 술도 사 먹이고, 병사들한테 식사와 간식도 먹이고 있지.’
결국 요점은.
‘……슬슬 돈이 다 떨어졌다.’
신입 교사의 봉급은 뻔하다.
한 달 봉급이라 해 봐야 금화 세 개 남짓.
때문에 주머니가 홀쭉해져, 아카데미 재정을 주로 담당하는 부학교장에게 슬그머니 ‘학생의 교육을 위한 필요 경비’를 건의해 보기도 했다.
‘흐음, 내역을 볼 수 있겠습니까.’
‘예, 존경하는 부학교장님. 여기 영수증입니다.’
‘술, 고기, 과일, 과자…… 먹을 게 대부분이군요.’
‘그렇습니다. 학생들의 대련을 위해 병사들에게…….’
‘못 줍니다.’
아몬이 펄쩍 뛰었다.
‘아니, 어차피 안 줄 거면서 내역은 왜 보여 달라 한 겁니까!’
부학교장도 펄펄 뛰었다.
‘나한테는 과자 쪼가리 하나 안 주면서, 애먼 병사들한테 이런 걸 갖다 바치고 있었습니까? 괘씸해서라도 경비 처리 못 해 줍니다!’
억울한 나머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이 사실을 학교장에게 하소연해 봤으나.
‘필요 경비요?’
‘예, 존경하는 학교장님.’
‘잠시만요. 어디 보자…….’
자신의 홀쭉한 개인 주머니를 꺼내 은화를 하나둘 세기 시작하는 아나르엘의 모습에 아몬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설마 부학교장한테 운영비 다 뺏겼습니까? 제가 알기로, 아카데미 운영비는 학교장과 부학교장이 절반씩 나눠 관리하는 걸로 아는데요?’
‘……뺏겼어요.’
‘그, 그럼 경비 처리를 사비로 해 주려고 한 겁니까?’
‘……네.’
비루먹은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경비를 대 주려는 학교장의 안타까운 모습!
반면 도를 넘은 부학교장의 횡포에 뺨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걸 왜 참고만 있습니까!’
‘훌쩍…….’
‘학교장의 권위와 위엄은 어디 갔습니까!’
‘흐흐흑…….’
‘안 되겠군요. 저라도 따지러 가야…….’
황급히 몸을 돌리는 순간 아나르엘의 책상 위에 어지럽게 펼쳐진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근데 그건 뭡니까?’
아나르엘이 허겁지겁 책을 감췄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
‘……아니, 그게, 괜찮은 투자처가 보여서요.’
책을 빼앗아 읽어 본 아몬이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뭔! 미친! 신화의 대륙 개척단 후원입니까!’
‘시, 신화의 대륙을 개척하는 건 엘프들의 숙원이란 말이에요!’
‘이런 건 개인 돈으로 하라고요!’
학교장이 부학교장에게 운영비를 압수당한 건 정당한 일이었다.
한 번만 더 학교장이 운영비에 손을 대면 이번에야말로 아카데미가 풍비박산 나리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겠지.
아무튼 요점.
‘……이제 정말 돈이 없다. 학교장은 경비 처리해 줄 능력이 없고, 부학교장은 해 줄 생각이 없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아몬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얘들아.”
“네, 선생님?”
아몬이 미끼를 던졌다.
“그간 많이 고생했으니까, 오늘 밤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꾸나.”
“와! 선생님! 감사합니다!”
* * *
투기장이 있는 뒷골목 술집.
클로에와 보리스의 얼굴은 늘 그렇듯 썩어 있었다.
“선생님은 우리를 속였어요.”
“한두 번도 아니고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 녀석들! 맛있는 거 먹는다는 말은 정말이잖니?”
“……흥.”
보리스가 고기 튀김을 집어먹으며 투덜거렸다.
“슬로스 선생님한테 다 이를 거예요. 이런 곳에 데려왔다고.”
“하하! 슬로스 선배님도 동의하셨단다!”
클로에가 경악했다.
“그, 그럴 리가!”
“정말이야. 너희들, 자신감도 좀 붙었잖아? 게다가 클로에 너는 슬슬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게 익숙해지기도 했고.”
클로에가 빙그레 웃었다.
“네, 사람들을 ‘@#$’라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응? 그래, 아무튼 그러니까 이런 거친 곳에서 한번쯤 싸워 보는 건 문제없지 않을까…… 하고, 슬로스 선배님도 그러시더라.”
지긋지긋한 감자 대신 토마토를 집어 먹은 아몬이 말했다.
“아무리 경진대회라도, 상대가 무조건 매너를 갖추고 싸울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
“……그렇죠.”
“그러니 이런 곳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더라. 게다가 너희도, 병사들도 슬슬 서로한테 익숙해져서 더 이상의 대련은 의미가 없기도 하고.”
비로소 학생들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클로에.”
“……네?”
“대체 ‘@#$’가 뭐니?”
그 물음에 클로에가 답하려는 순간.
마리온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휴, 선수 등록 마치고 왔으니 다들 마음의 준비를 하거라.”
그 말에 보리스와 클로에가 입을 꼭 다물었다.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의 싸움을 앞뒀으니 긴장되는 게 당연하리라.
그리고 아몬이 마리온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번 경기는 배당이 어떻게 된대요?”
앞서 학생들에게 한 이야기는 ‘선생 아몬’의 입장이다!
그리고 지금 마리온과 할 이야기는 ‘어른 아몬’의 입장이다!
“2배. 상대가 너무 허접해.”
“……예? 그래도 그렇지, 너무 낮은 거 아닙니까?”
“녀석아, 얘들이 경비 초소에서 매일같이 병사들이랑 대련하는 걸 도시 사람들이 다 아는데 배당률이 높겠냐?”
어쩐지 최근에 초소 근처에 구경꾼들이 드문드문 보이더라니.
“내가 봤을 땐 2배도 넉넉히 쳐준 거야. 그나마 애들이고, 여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으니 그 점을 감안한 거겠지.”
“……쳇.”
뭐, 어쩔 수 없지.
‘천천히 불리면 돼. 선수 하나가 하루에 참가할 수 있는 경기는 최대 두 번. 지금 내가 1골드를 가지고 있으니까…….’
2배 배당으로 잡고, 학생이 두 명이니까 경기는 네 번.
‘좋아, 못해도 15골드는 먹을 수 있겠군!’
아몬이 긴장으로 굳어 있는 학생들을 탐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녀석들, 내가 성심성의껏 가르쳐 줬으니 이 정도 보답은 해야 하지 않겠니!’
탐욕스럽게 웃고 있던 ‘어른 아몬’이 미소를 지웠다.
다시 ‘선생 아몬’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자, 얘들아. 잘 들으렴.”
“네, 선생님.”
“이곳의 규칙은 간단해. 맨손, 그것뿐이야.”
“……네?”
“급소 때리기, 눈 찌르기, 물어뜯기. 모든 게 허용되는 곳이지.”
보리스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 하지만 저희는 검술만 배웠잖아요?”
“녀석, 검이 없으면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으려고?”
“…….”
“그간 배워 온 것과 자기 자신을 믿으렴. 알겠지?”
아몬이 격려해 주려는 듯 보리스의 머리를 북북 문질렀다.
그 모습을 본 클로에가 말했다.
“선생님,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클로에의 머리도 북북 쓰다듬었다.
“그동안 해 온 훈련이 있잖니! 너희는 맨손이라도 해낼 수 있단다!”
“……네, 선생님.”
이윽고 참가자 ‘보리스’는 철창 앞으로 오라는 외침이 들려오고, 보리스가 떠나자 허겁지겁 직원에게 달려가 말했다.
“보리스에게 1골드!”
* * *
보리스의 경기는 충격적이었다.
상대는 험상궂은 사내!
“크크, 꼬마가 여긴 웬일이냐?”
“힉…….”
“흐흐흐, 걱정 마라! 이 아저씨가 살살 해 줄…….”
“오, 오지 마세요!”
보리스가 냅다 휘두른 주먹이 상대방의 영 좋지 않은 곳을 후려쳤다.
그 광경에 남성 관객 모두가 가랑이를 오므리며 치를 떨었다.
“저, 저거 터졌다!”
“너무 끔찍해!”
들것에 실려 나가는 상대를 보며, 아몬과 마리온도 가랑이를 오므린 채 중얼거렸다.
“음, 신장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긴 해요.”
“……그렇지. 근데 급소 공격을 제외하면 맨손으로 승산이 있긴 한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슬로스 선배님 말씀으론, 피드 후작가의 검술은 기본적으로 맨손 싸움도 상정하고 만들어진 거래요.”
“음? 정말인가?”
“물론 핵심, 비전은 빼고 가르쳤지만 구조 자체는 같다고 들었어요.”
아몬이 허공에 주먹을 휙 휘둘렀다.
마치 깎아내리는 듯한 궤적.
“보시는 것처럼, 맨손으로 펼치면 ‘꺾어 치는’ 주먹질이 되고, 검으로 펼치면 ‘도려내는’ 것 같은 검격이 되는 형태더라고요.”
“……!”
“결국 맨손 싸움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검술이라 움직임이 현란하고, 기묘한 거겠죠. 그래서 피드 후작가의 검술이 살기가 짙다고 하는 걸지도 모르죠.”
피식 웃은 아몬이 말했다.
“아무튼 애들이 그 사실만 깨달으면 맨손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거래요. 애초에 방금 보리스의 주먹질도 ‘꺾어 치는’ 거였잖아요? 검술이 몸에 익은 상태라 자연스럽게 나온 동작이겠죠.”
“그, 그렇군.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지.”
“예? 뭡니까?”
“자네도 슬로스에게 검술을 배웠나?”
그 물음에 아몬이 투덜거렸다.
“몇 번 가르쳐 달라 해 봤는데, 절대 안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휴, 그렇군.”
아몬 비교육 연맹은 아직 건재한 모양이었다.
‘학생들한테 가르치는 걸 보고 이렇게 온전하게 따라 하는 녀석인데, 각 잡고 가르쳤다간 큰일 나겠군.’
그런 대화가 오가는 와중 보리스가 돌아왔다.
“보리스! 승리 축하한다!”
“……뭐,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그야 그렇겠지.
‘영 좋지 않은 곳을 냅다 후려쳐서 이긴 거니까.’
하지만 현재로썬 최선의 수단이었다.
‘애초에 상대는 성인. 체중의 차이가 심해서 맨손으로 쓰러트리는 것은 쉽지 않아. 그러려면 급소 공격이 최선이긴 한데…….’
아몬이 클로에를 바라봤다.
“클로에.”
“네.”
“보리스가 하는 거 잘 봤지?”
“…….”
“너도 콱 때려…….”
마리온이 아몬의 뺨을 후려쳤다.
“이 미친놈! 어린 소녀에게 뭘 시키려는 건가!”
“케흑! 하, 하지만 저게 최선인…….”
“그, 그건 그렇지만…….”
그때 클로에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배운 걸 열심히 써 볼게요.”
“그, 그래?”
빙그레 웃는 클로에의 모습에 아몬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참가자 ‘클로에’는 철창으로 오라는 외침이 들려오고, 클로에가 떠나자 허겁지겁 달려가 말했다.
“클로에에게 2골드!”
* * *
이번 경기도 보리스의 경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충격적이었다.
“아, 아몬.”
“……예.”
“클로에의 실력이 저렇게 뛰어났나?”
“알고는 있었는데……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데요?”
그야말로 압도적인 경기력.
상대의 공격을 가뿐하게 흘린 후 날렵하게 반격을 꽂아 넣는다.
“큭! 하, 한 대만…….”
쩌억-!
“이 꼬맹이가!”
퍼억-!
“어윽!? 이, 이 녀석이…….”
빠각-!
어떻게든 한 대만 때려 보려는 상대.
다람쥐처럼 잽싸게 피하며 유효타를 성공시키는 클로에!
공격을 맞추지 못한다면 체격 차이는 의미가 없다.
그리고 아무리 체격의 차이가 크더라도 몇 번이고 예리한 정타를 맞게 되면.
털썩-!
클로에의 상대처럼 쓰러지는 수밖에.
그리고 그 경기력에 관중들이 환성을 터뜨렸다.
“여기서 이런 수준 높은 경기를 보게 되다니!”
“꼬마 아가씨! 멋지다!”
그 환성에 클로에는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관객들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들.”
그리고 철창 밖으로 쑥 나가는 클로에!
곧이어 클로에가 다가오자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했다! 클로에! 정말 멋졌어!”
“……고, 고맙습니다.”
그 모습을 본 마리온이 보리스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보리스.”
“……네.”
“느끼는 거 없니?”
“…….”
영 좋지 않은 곳을 때려 경기를 끝낸 보리스!
반면 멋진 경기를 보여 준 클로에!
보리스가 울상을 지었다.
“저, 저도 저렇게 할 수 있어요!”
“허허, 그래. 그래.”
그리고 한편.
클로에의 경기를 본 사내가 중얼거렸다.
“흥, 아카데미의 학생인가?”
싸늘한 얼굴로 중얼거린 그가 혀를 찼다.
“이러다 사업에 차질이 생기겠군.”
그가 말했다.
“해결사 덱슨을 불러라. 다음 경기에 저 꼬마들을 짓밟아 버리라고 전해.”
“예, 마스터. 하지만 럼덤 자작이 있습니다만…….”
“우리와 덱슨 사이에 연결점은 없다. 럼덤 자작도 우릴 특정하진 못하겠지.”
부하가 떠나자 사내가 히죽 웃었다.
‘후후, 어린데 미안하지만…… 내 사업에 방해가 되니 사라져 줘야겠다.’
사내가 잔혹한 미소를 지은 채 아래쪽을 보며 와인을 기울이는 와중.
“마스터, 꼬마들과 교사들이 여기서 나갔다는데요?”
“……뭐?”
사실 아몬 일행은 클로에가 돌아온 이후 즉시 이곳을 나갔다.
이유? 그냥 슬슬 배가 고파왔기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려고 술집을 나간 것이다.
사내가 잔혹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흥, 곧 돌아오겠지. 해결사 덱슨에게 일러 둬라. 꼬마들을 짓밟으라고.”
그 시각, 아몬 일행.
“선생님, 저 졸려요.”
“그래? 그럼 얼른 돌아가서 자자.”
“네, 선생님. 그런데 여기 또 올 거예요?”
“아니? 곧 경진대회니까 이제부터 슬슬 대회를 준비해야지.”
돈도 적당히 벌었겠다, 다시 올 이유가 딱히 없었다.
“자, 얼른 가서 자자. 얘들아.”
“네, 선생님.”
그 시각.
“그놈들은 돌아왔겠지?”
“안 왔습니다.”
“흥, 뜸들이기는. 덱슨에게 일러 둬라. 꼬마들을 잔혹하게 짓밟으라고.”
사내가 잔혹한 미소를 지은 채 와인잔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