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20)
아카데미가 망했다 120화
늦은 밤.
아카데미의 문화제를 찾아왔던 수많은 인파들이 슬슬 물러갈 때 즈음, 아몬은 평온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뒤늦게 금 먹기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몰려와 돈을 두둑이 번 것일까?
아니다!
오직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았기에 오히려 체념 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다.
‘내 인생이 그럼 그렇지. 어쩐지 일이 이상하리만치 잘 풀린다 했어.’
문화제 준비, 일의 숙달, 진행, 그 모든 것이 평소의 아모니스 아카데미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원활하게 이뤄졌다.
갑자기 사람이 바뀌면 죽을 징조라더니, 돌연 순탄하게 진행된 일 때문에 아카데미가 곧 망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망하는 건 아카데미가 아니라 나였군.’
보존의 법칙! 등가교환!
무언가는 꼭 망해야 하는 저주받은 아카데미의 법칙이 이번에는 아몬을 후려친 것이다.
“오빠, 괜찮아?”
공허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아몬을 본 아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난 괜찮지. 아미, 너는 괜찮냐?”
혹시 돈을 두둑이 벌지 못해 낙담하진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던진 걱정스런 질문에 아미가 맹한 얼굴로 답했다.
“내가 안 괜찮을 게 뭐가 있겠어. 그냥 쉬기만 했는데.”
그 말대로, 아미는 손해 본 게 아무것도 없었다.
호객을 할 때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지 구경 온 손님들이 종종 ‘아, 쟤가 걔구나.’라며 종종 먹을 것을 줬기 때문이다.
“라스티아넬, 너도 괜찮니?”
“네? 뭐가요?”
“……아니다.”
라스티아넬 역시 손해 본 게 없다.
금화를 먹은 건 자기 배 채우기일 뿐이었고, 라스티아넬 역시 아미처럼 손님들이 건넨 음식을 받아먹기만 했다.
반면 아몬은 달랐다.
‘쯧쯧쯧, 다 큰 어른이 애들 데리고 뭐 하는 짓이야.’
‘아주 못된 놈 같군요.’
‘내가 관상을 좀 볼 줄 아는데, 저놈 저거 돈만 밝히다 패망할 상이요.’
아몬은 욕만 배 터지게 먹었다.
‘그래도 돌은 안 맞았으니 다행이로군.’
하여간 밤이 늦어 문화제를 보러 온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갔을 때, 성황리에 운영됐던 다른 부스의 사람들이 초췌한 몰골로 다가왔다.
“으, 으으으…… 드디어 끝났구먼.”
“마리온 선배.”
얼마나 바빴는지, 늘 술에 입을 달고 살던 마리온은 술을 마시지 못해 술살이 쪽 빠져 있었다.
그리고 마리온과 함께 다가오는 보리스는 하루 사이에 살이 통통하게 쪄 있었다.
수많은 인파의 연이은 앙코르 요청 때문에 잠시도 쉬지 못하고, 마나를 보충하기 위해 감자를 너무 많이 먹은 것이다.
“배불러요…….”
“보리스, 얼른 양치부터 해야겠다. 감자 비린내가 심하구나.”
“흑흑…….”
다가온 슬로스와 클로에의 몰골도 처참했다.
잠을 못 자면 죽는 병에 걸린 듯한 삶을 사는 슬로스는 반쯤 엎드린 채 걷고 있었으며, 클로에 역시 평소의 점잖은 모습을 잃어버린 채 슬로스처럼 부스스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훑어보던 아몬이 인상을 찡그렸다.
‘큭……! 냄새……!’
하루 종일 가축을 매만지느라 그녀들의 몸에 밴 냄새 때문에 아몬이 자신도 뒷걸음치자 클로에는 큰 상처를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근데 학교장은……? 같이 돕고 있지 않았나?’
그 시각, 피로로 쓰러진 아나르엘은 말에게 머리칼을 우물우물 당하고 있었다.
곧이어 아몬은 레이몬드와 카이의 상태를 살펴봤다.
‘레이몬드는 멀쩡하군. 인형을 원 없이 만들어서 얼굴도 반질반질한 게 평생의 소원을 이룬 것 같은 표정이야. 근데 카이 저놈은 왜 저래?’
문무를 겸비한 제국의 황태자라지만, 바느질 같은 것과는 전혀 연이 없는 카이였기에 그의 전신은 온통 바늘에 찔려 피투성이였다.
손은 그렇다쳐도 얼굴은 왜 찔렸는지 모를 노릇!
‘레이몬드가 화나서 찔렀나?’
아무튼 피로에 절어 있는 그들을 묵묵히 살펴보던 아몬은 깨달았다.
가지각색으로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단 하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교사, 학생이 각기 하나씩 들고 있는 푸짐한 보따리!
그들이 벌어들인 오늘의 매상이었다.
힐끔-
아몬은 자신의 품 안을 바라봤다.
품 안도, 손도 가볍다.
그 원통한 사실에 아몬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다들 한몫 단단히도 벌었군요. 참 대~ 단들 하십니다.”
시기와 질투가 절절히 묻어나오는 목소리!
그러나 각 교사들도 질시 어린 눈빛으로 아몬을 노려보며 말했다.
“자넨 푹 쉬어서 좋겠구먼?”
“어억…….”
“아, 나도 누구처럼 빈둥빈둥 놀고 싶던데.”
“크으윽…….”
호된 반격에 아몬이 가슴을 움켜쥔 채 소심한 반항을 했다.
“저, 저도 일 돕긴 했는데…….”
카이가 말했다.
“방해만 됐죠. 우리 인형 부스에서 인형 다섯 개를 내리 찢으셨으니.”
“억……!”
“푹 쉬느라 힘이 넘쳤나 보지 뭐.”
“그러게 말일세.”
교사들과 다퉈서는 본전도 못 찾으리란 생각에 아몬은 생각을 바꿨다.
지친 학생들에게 허겁지겁 달려간 아몬이 말했다.
“얘들아! 오늘 하루 고생 정말 많았다!”
해맑게 웃으며 다가오는 아몬의 모습에 학생들은 억지로 힘을 쥐어짜 내 밝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우리 학생들! 저 마귀 같은 선생들이었다면 힘들어 죽겠는데 넌 혼자 살판나서 웃고 있냐며 시비를 걸었겠지!’
마음의 평안을 되찾은 아몬은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니?”
아몬의 자상한 물음에 아이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와중에도 해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람들이 많이 와서 엄청 재밌었어요!”
학생들의 얼굴이 밝은 건 당연했다.
오늘 문화제에서 진행했던 무대는 전부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것들이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계획하고 진행했던 것들에 수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해 줬으니 노력은 크게 보답받았다.
노력에 보답받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각별하지만, 어린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각별한 데다 앞으로의 인생에 크나큰 경험이 될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 아몬이 흐뭇하게 웃었다.
“다들 즐거웠다니 다행이구나.”
“그런데…… 선생님은요?”
바쁜 와중임에도 학생들은 라스티아넬, 아미, 아몬이 주축이 되어 진행한 금 먹기 무대가 허탕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지만, 아몬은 도리어 밝은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도 즐거웠지. 물론 우리 무대는 결과가 썩 좋지 않았지만…… 라스티아넬, 오늘 하루 즐거웠니?”
말했듯, 라스티아넬은 오늘 하루 손해 본 게 아무것도 없다.
“재밌었어요.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고요.”
“다행이네. 아미는?”
“솔직히 중간부터는 여기저기 구경 다니느라…… 헤헤.”
라스티아넬과 아미 둘 다 어느 시점부턴 다른 무대를 구경하며 음식을 먹느라 ‘금 먹기’는 머릿속에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 너희가 즐거웠으면 된 거야.”
“……선생님.”
감동한 듯 다가온 아이들의 머리를 북북 쓰다듬은 아몬이 말했다.
“하하, 그런데 오늘 하루 종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느낀 소감이 있니?”
보리스가 말했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하기 싫더라고요.”
“…….”
다른 아이들도 동감하는지 피로에 절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진리를 깨달아 버렸다.
“아무튼 오늘 다들 고생했어. 문화제는 이틀간 진행되지만, 아무래도 내일은 오늘보다 사람이 더 적겠지?”
상업 도시인 아무르는 경제 규모에 비해 거주민이 그렇게 많은 도시는 아니었다.
만약 문화제에 즐길 거리가 많았다면 내일 역시 북새통을 이뤘을 테지만, 준비한 즐길 거리에 한계가 있으니만큼 내일은 그만큼 한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오늘 하루 푹 쉬고, 내일도 힘내서 멋지게 마무리 짓자. 알겠지?”
“네! 선생님! 맞아, 그런데요.”
“응?”
클로에가 수줍게 말했다.
“내일 한가할 테니까, 선생님도 우리 무대 보러 와 주실래요? 선생님은 우리가 하는 거 제대로 못 보셨잖아요.”
“음…….”
하긴, 오늘 하루는 너무 바빠 아몬은 피오라와 함께 여기저기 땜빵으로 불려 다녔다.
그러니만큼 정신이 없어 학생들의 무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
‘클로에, 그 말은 내일도 너는 할 일이 없을 테니 구경이나 하라는 말이니?’
때로는 순수한 선의가 더욱 아픈 법!
썩은 미소를 지은 아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마. 한가하면.”
“네! 꼭이에요, 선생님.”
“그래. 한가하면.”
재차 강조한 아몬이 결의에 찬 시선으로 아미를 바라봤다.
‘분명 내일은 다를 거다.’
‘맞아, 오빠.’
첫날,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문화제가 훌륭했다고 아무르 전체에 입소문이 나도 단단히 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첫날에는 평민들 위주로 왔으니, 두 번째 날에는 문화제에 오지 않은 귀족들이나 부유한 이들이 소문을 듣고 관심을 가질 게 분명했다.
‘그래, 귀족이나 돈 많은 사람들은 괜히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서 조심스러웠던 거겠지.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 아무리 조심스러워도 흥미를 가질 거야.’
즉 내일은 오늘 왔던 이들 대신 귀족들로 가득할 터!
금 먹기 무대 역시 호평을, 절찬리에 운영을!
아몬은 결의에 찬 얼굴로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우리들의 무대는 내일부터니까!’
* * *
이른 아침, 라인벨트는 명상에 잠겨 있었다.
‘어제 하루는 단 하나의 침입자도 허용치 않았다.’
라인벨트가 결의에 찬 얼굴로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오늘 역시 불온한 뜻을 지닌 이들은 아카데미의 문턱을 넘지 못하리라!”
* * *
아몬은 직감했다.
‘으음, 오늘도 망했군.’
라스티아넬과 아미는 진작 자리를 비우고 놀러 간 상태!
아몬 홀로 자리를 지키며 주변을 둘러봤다.
‘어제 본 사람들이 주로 왔는데, 대부분 먹거리 부스에서 식사나 하러 온 모양이로군. 겸사겸사 어제 못 본 것도 구경하고.’
어제보다야 턱없이 적은 인파였지만, 먹거리 부스는 그럭저럭 장사가 잘되고 있었다.
그리고 허망한 얼굴로 먹거리 부스를 구경하는 와중, 주방장을 도와 요리를 하던 브레슬과 눈이 마주쳤다.
“훗!”
어깨가 거의 머리까지 솟은 채 자신을 비웃는 브레슬을 본 아몬이 어금니를 악물었다.
‘역시 돈을 벌려면 밥장사를 해야 하는 건가.’
한숨을 내뱉은 아몬이 몸을 일으켰다.
‘휴, 사람도 없는데 나도 학생들이 하는 거 구경이나 해야지.’
사람이 전혀 없는 극한의 오지, 금 먹기 부스에서 벗어난 아몬이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가 흘렀을까.
사내 몇 명이 슬금슬금 금 먹기 부스로 다가왔다.
“여기서 뭘 신기한 걸 한다던데?”
“놀랍게도 웬 연금술사가 금을 와작와작 먹는다더군. 근데 아무도 없는데?”
그들 중 하나가 안타깝다는 듯 탄식했다.
“어제는 장사가 바빠서 오질 못해서 오늘은 꼭 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군.”
“그러게 말이야. 그거 보려고 오늘은 가게도 쉬고 일찍 온 건데.”
“쯧, 어쩔 수 없지. 다른 것들도 많으니 그거나 구경하세.”
아무르의 자영업자들은 금화가 두둑하게 들어 있는 돈주머니를 흔들며 다른 곳으로 향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