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30)
아카데미가 망했다 130화
회의실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카데미의 교사들이 조심스레 정적을 깼다.
“민트 초코?”
“……그게 대체 뭐지?”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질서의 여신, 바누민트는 민트 초코라는 이름에 질색하면서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조아민트가 뿌듯한 얼굴로 내밀고 있는 새카만 구체를 손가락질한 바누민트가 게거품을 물고 외쳤다.
-다, 다들 보거라! 어찌 저런 흉측한 존재가 있을 수 있단 말이냐!
발작하는 바누민트의 모습에 사제들도 마왕, 조아민트가 내밀고 있는 시커먼 물체를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
하지만 조아민트는 아우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역시 모르는가. 6666년 전에는 그래도 아는 이들이 조금은 있었거늘, 기나긴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나 보구나.
바누민트가 저토록 혐오하는 걸 보면 이것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신적인 존재가, 또한 마왕을 쓰러트린 용사가 건국한 신성왕국이 전력을 기울인다면 과거의 기억 하나를 지우는 것쯤은 어렵지도 않으리라.
그나저나.
“……어, 근데 말이지.”
-응?
“그래서 그게 뭔데?”
아몬의 물음에 조아민트가 아차 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고 보니 무지한 네놈들은 이것에 대해 뭔지 모르겠구나. 하나 네놈들도 ‘초콜릿’이라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알지. 잘.”
아몬의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게 해 주는 음식이 바로 초콜릿이었다.
“그 말은 설마, 이게……?”
그러고 보니 새카맣게 일렁이고 있는 새카만 구체는 진한 갈색이었다.
게다가 초콜릿 특유의 달짝지근한 냄새도 풍기고 있었다.
“……설마 이게 초콜릿이냐?”
-그렇다. 인간이 자아낸 유희 중 하나이며, 오직 혀 하나만을 희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예술품인 초콜릿. 지루하기 그지없는 신족에게도 동경의 대상인 지상계의 사치품이지.
“호오…….”
-신도들이 가끔 헌상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많이 볼 수는 없는 공물이지.
그 말에 바누민트도 동감한다는 것처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어느 미친 작자가 신에게 올리는 공물로 초콜릿을 올리겠는가.
그렇기에 신들은 공물로 말린 떡, 과일, 식은 고기 따위나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그렇다고 인간들에게 신탁으로 ‘초콜릿이나 달콤한 걸 진상하거라.’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신족은 인간들의 경외감을 먹고사는 존재다.
‘그런데 초콜릿을 공물로 헌상하라고 한다고? 경외감이 뚝 떨어지겠지.’
때문에 신들에게 있어 초콜릿은 정말 가끔 맛볼 수 있는 진미 중의 진미다.
그런데.
-그런 귀한 초콜릿에 풀 쪼가리를 섞어 망쳐 놔……?
바누민트의 사나운 목소리에 조아민트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역시나 미식의 미(味) 자도 모르는 천한 혀를 가졌군. 이 진미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혀라면 그냥 뽑아 버리는 게 어떻겠나?
-웃기지 마라!
고함을 지른 바누민트가 사납게 말했다.
-그건 세상의 어느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잊었느냐? 그 때문에 신족의 지위를 잃고 지상계로 떨어진 주제에, 아직도 그 아집을 버리지 못하였는가!
바누민트의 일갈에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흠칫했다.
“……마왕이 된 이유가 고작 민트 초코를 만들어서 그런 거라고?”
“대체 민트 초코가 뭐기에…….”
사람들이 충격으로 웅성거리는 와중, 아몬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떨어트리고 있었다.
‘이따위 내막은 알고 싶지 않았는데…….’
아몬네 가문이 대공가에서 남작 가문으로 떨어진 것과 맞먹는 비화!
아무튼 바누민트의 분노 섞인 외침이 이어졌다.
-하물며 신뿐이랴! 전대 용사도, 과거의 그 어떤 인간들도 네놈이 말하는 민트 초코라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였다! 한데 지금이라고 다를 줄 알았느냐!
격정 어린 바누민트의 외침에 조아민트의 눈빛에 씁쓸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신들도, 용사도, 과거의 그 어떤 인간들도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과연 이번에도 그럴…….’
“그럼 이거 먹을 수 있는 겁니까?”
-……응?
어느새 다가온 브레슬이 눈을 빛내며 민트 초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응? 그, 그렇다.
“그럼 제가 한번 먹어 보죠.”
군침을 삼키면서 민트 초코를 탐내는 브레슬의 모습에 아카데미의 인원들이 황급히 만류했다.
“자, 잠깐만요! 마왕이 만든 걸 무슨 생각으로 먹, 벌써 먹었네.”
아나르엘의 힘없는 목소리와 함께 입안에 민트 초코를 한가득 베어 물고 우물거리던 브레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흠, 이건…… 음, 으음.”
입안의 그것을 음미하는 것처럼 귀를 갸웃거리던 브레슬이 마침내 내용물을 꿀꺽 삼키더니 말했다.
“이거, 요즘 아카데미 부지 안에 잔뜩 자라고 있는 풀을 넣어 만든 것 같군요. 아닙니까?”
-……오오! 그, 그걸 어찌 알았느냐?
“그 풀, 가끔 따 먹곤 합니다.”
대수롭지 않은 듯한 브레슬의 말에 아몬의 뺨이 파르르 떨렸다.
‘아니, 저 양반은 잡초를 또 뜯어 먹고 그러냐…….’
먹을 것에 대한 브레슬의 탐욕은 도대체 어디까지란 말인가!
그때 마왕이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그 잎은 내가 직접 창조해 낸 것으로 ‘민트’라고 부른단다. 그래서 어떠냐? 맛은?
두근두근,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브레슬의 대답을 기다리는 마왕의 얼굴은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평가받으려는 사람 특유의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한입 더 민트 초코를 베어 문 브레슬이 귀를 갸웃거리며 맛을 음미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맛있군요. 초콜릿과 민?트가 제법 잘 어울립니다.”
-오오오오! 드디어 내 민트 초코를 이해해 주는 인간, 아니지. 다크엘프가 나타난 것인가!
기뻐하는 브레슬을 본 아몬은 말을 아끼기로 했다.
‘잡초를 뜯어 먹는 다크엘프가 맛있다고 해 봐야 그게 칭찬인가…….’
아무튼 브레슬의 긍정적인 평가에 신이 났는지, 마왕 조아민트는 브레슬에게 두 입 베어 먹힌 초콜릿을 가지고 다른 아카데미 사람들에게 달려갔다.
-자, 자! 너희들도 얼른 먹어 보거라!
“어, 어어어…….”
-그렇군! 애초에 민트 초코는 지적인 존재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음식이었던 건가! 그러니 교사인 너희들이라면 이 맛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니라!
“으음…… 예, 한번 먹어 보죠…….”
결국 다른 사람들도 마지못해 조아민트가 내민 것을 조심스레 떼어 먹었다.
그리고 한창 입을 오물거리던 아나르엘이 그대로 내용물을 게워 냈다.
“웨에에에.”
-아아악! 뭐, 뭐 하는……!
“아! 죄, 죄송합니다. 양치질하는 기분이라 저도 모르게 뱉어 버렸어요.”
-뭣!? 야, 양치질……!?
마리온도 민트 초코의 겉만 날름 핥아 본 후 오만상을 쓰더니 도수가 센 술을 벌컥벌컥 들이마셔 입안의 꺼림칙한 맛을 지워 버렸다.
“크흐으…… 휴, 이거 참 기묘한 맛이로군요. 초콜릿도 아니고 뭐 이상한 구강 세척제도 아닌 것이…….”
-뭐, 뭐라고……?
마왕의 눈동자는 불쌍할 정도로 애처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슬로스도 민트 초코를 손톱만큼 먹어 보더니 엄격, 근엄, 진지해진 얼굴로 침을 탁 뱉었다.
“그냥 이건 초콜릿이 아니네.”
-이, 이이이익……!
카이와 피오라의 반응도 썩 좋지 않았다.
황태자로서, 펜도리안 공작 가문의 영애로서 대륙 각지의 산해진미와 독특한 음식을 두루 맛본 그들도 초콜릿과 풀을 섞은 기괴망측한 음식은 전혀 접해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어우, 초콜릿에서 무슨 구강 청결제 맛이 나지?”
-끄으으윽…….
“쩝,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맛있다고 하기에는 조금 그러네요.”
-께에엑…….
자신하던 걸작이 눈앞에서 부정당하고 있는 충격과 고통!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는 조아민트의 모습에 바누민트는 그것 보라는 듯 깔깔 웃으며 손가락질했다.
-하하하! 내 무어라 했느냐! 그 괴식은 세상의 어느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으, 으으으…… 이, 이번 시대에도 미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한 원숭이들만 가득하다는 말인가…….
-원숭이는 세상이 아니라 너겠지!
얼마나 낙담했는지 바닥에 찰싹 달라붙을 것처럼 축 늘어져 있는 조아민트의 모습에 아몬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그래. 그 귀한 초콜릿에 풀 쪼가리를 섞어 둔 게 맛있을 리가 없지. 여신님 말이 구구절절 다 옳다.’
피식 웃은 아몬이 남아 있는 민?트 초코라는 괴식을 우물우물 떼어 먹고 있는 것을 보며 혀를 찼다.
‘그럼 부학교장은 원숭이 이하란 말인가?’
“냠냠냠!”
‘하긴, 지난번도 문명과 조금만 떨어져 있으면 과거로 돌아갔었지.’
“우물우물, 쩝쩝!”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났으면 짚신벌레 수준으로 퇴화했을지도…….’
“날름날름!”
혀를 내두르며 민?트 초코라는 것을 맛나게 먹는 브레슬을 훔쳐보던 아몬이 슬그머니 걸음을 옮겼다.
망가진 동심을 되찾기 위해 즐겨 먹는 초콜릿이 바탕이 되는 음식이니 조금은 관심이 가던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여신이고 마왕이고 신경이 다른 곳으로 가 있으니…….’
살금살금 브레슬에게 다가간 아몬이 말했다.
“저, 부학교장. 그거 맛있…….”
“크르르릉!”
“아! 접니다, 저요.”
“크르…… 아, 아몬 선생이군요.”
“그거 맛있…….”
“크르르릉!”
“아 좀!”
음식을 뺏길까 봐 사나워진 승냥이처럼 으르렁거리는 브레슬의 입을 틀어막은 아몬이 슬그머니 손을 뻗었다.
‘흐음…… 이게 그 민?트라는 풀 쪼가리를 섞어 만든 초콜릿인가?’
브레슬은 맛있게 먹고 있지만, 말했듯 그녀는 음식 같지도 않은 것을 맛있다며 먹어 치우는 식욕의 화신이었다.
‘아카데미의 사람들도 다들 맛없다고 했으니…… 뭐, 맛없겠지?’
그러나 말했듯 아몬은 초콜릿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그 초콜릿으로 만든 음식이니, 적어도 초콜릿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 정도의 맛은 있을 터.
그렇기에 아몬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틈을 타 민?트 초코를 한 움큼 떼어 냈다.
‘음, 그럼 한번 먹어 볼까.’
이윽고 아몬이 민?트 초코를 한입 베어 문 순간.
팟-!
입안에 터져 나가는 청량감!
그 뒤를 따라오는 초콜릿 특유의 단맛이 전해 주는 묵지근한 쾌감!
입안에 남은 여운을 즐기던 아몬이 무심코 중얼거렸다.
“와, 이거 존X 맛있…….”
그리 말한 아몬이 흠칫했다. 그리고 입을 틀어막은 후 주변을 둘러봤다.
아카데미의 사람들은 자신의 말에 경악에 휩싸인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여신 바누민트는 지독한 배신감을 느끼는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뭐라고?
“…….”
-다시 말해 다오! 다시!
마왕 조아민트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방금 맛있다고 그랬느냐!
재차 확인하는 마왕의 물음과 동시에 사방에서 꽂히는 사제들의, 여신의 시선을 느낀 아몬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