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31)
아카데미가 망했다 131화
아몬은 심각한 얼굴로 입안의 민트 초코를 우물거렸다.
사방에서 자신을 향해 꽂히는 시선.
아카데미의 사람들은 ‘그게 맛있어……? 정말?’이라는,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고 마왕은 다시 한번 말해 달라는 듯 상기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에 치고 박고 싸웠던 원한은 모두 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사제들과 여신은 이교도를 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상황…… 아, 저놈 저거 갑자기 왜 메이스를 핥는 거지?’
아무튼 무언의 압박 속에서 아몬은 재차 입안의 민트 초코를 우물거렸다.
화한 맛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 단맛이 입안을 장식했다.
‘……진짜 맛있는데?’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말했다가는 신성왕국의 사제들이 당장이라도 메이스를 휘두르면서 달려들 것 같았고, 바누민트에게 그렇게나 아부를 떨어 댔는데 이제 와서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그래. 일단 지금은 상황부터 수습하고 보자.’
결심을 굳힌 아몬이 입안의 내용물을 얼른 삼킨 후 말했다.
“맛없습니다.”
-……뭣!?
“어떻게 이런 걸 사람 먹으라고 내놓을 수 있단 말입니까? 여신님께서 이걸 아무도 이해 못할 거라고 말한 이유를 알겠군요. 쯧쯧.”
기대를 완전히 박살 내 버리는 아몬의 발언에 조아민트의 눈동자가 애처롭게 흔들렸다.
하지만 마왕의 기분 따위 알게 뭐란 말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아몬이 말했다.
“어휴, 맛없어! 입맛만 버렸네!”
아몬의 외침에 조아민트는 좌절한 듯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번 세상도 자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단 말인가!
여신, 바누민트는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무릎을 철썩 때리며 외쳤다.
-하하하! 내 말하지 않았더냐! 그 추악한 것은 세상의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뿌듯해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바누민트의 눈빛에 아몬은 제대로 정답을 골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제들도 푸근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걸 보니, 다행히 그들이 메이스를 들고 달려들 일은 없어 보였다.
‘후후, 이걸로 됐어.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세계의 완성이다.’
마왕 빼고.
‘그나저나 민트 초코라…….’
아직도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민트 초코 덩어리를 훔쳐 본 아몬이 군침을 꿀꺽 삼켰다.
브레슬은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트 초코를 뚝뚝 떼어 먹고 있지만, 아몬은 세간의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그래도 조금만 참자. 저 민?트라는 풀 쪼가리를 초콜릿에 섞으면 언제든 이걸 만들어 먹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렇기에 아몬은 지금 이 상황은 무난하게 넘기기로 했다.
“냠냠냠!”
“…….”
“쩝쩝! 꿀꺽, 움냠냠!”
“…….”
문제는 브레슬이 탐욕스럽게 초코 덩어리를 떼어 먹고 있는 게 지독하리만큼 부러웠다.
거듭 말하지만 초콜릿은 아몬의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게 해 주는 추억의 음식!
그것을 혼자서 탐욕스레 먹어치우고 있는 것을 보니 배알이 꼴려도 보통 꼴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 뭐.
그것까지는 어렵사리 참을 수 있었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와, 저걸 저렇게 맛있게 먹네요. 구강 청결제 맛이 나던데.”
‘……나는 맛있던데.’
질색하는 아나르엘의 반응과.
“쯧쯧, 부학교장님의 입맛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내 입맛이 뭐가 어때서…….’
마리온의 반응도 섭섭했고.
“쯧, 저건 초콜릿에 대한 모독이야. 초콜릿에 구강 청결제 맛을 섞다니.”
‘민?트 초코가 뭐 어때서…….’
“부학교장님이 평소에도 구강 청결제를 먹는 건 아닌지 걱정이군요.”
‘카이, 이놈은 도무지 마음에 들지를 않네.’
“누가 칼 들고 협박하면 먹을 수는 있을 것 같더군요. 누가 부학교장님을 협박하기라도 했나?”
‘펜도리안 가문 출신도 혀가 잘못됐나.’
타인의 입맛을 이해하지 못하는 편협한 동료들에 대한 섭섭함으로 진저리를 치던 와중.
‘근데 잠깐만…….’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여신과 사제도, 동료들도 민?트 초코의 맛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맛을 이해하는 건 브레슬과 마왕, 그리고 자신뿐.
그렇다면 누구의 입맛이 잘못된 것인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아몬은 잠시 후 결론을 내렸다.
‘……내 입맛이 잘못됐을 리는 없잖아?’
그렇다면 잘못된 것은 세상이요, 틀린 것은 다른 사람들이다!
‘어? 생각해 보니까 빡치네?’
자신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세상 따위는 내가 부숴 주마!
결정을 내린 아몬이 브레슬이 한창 퍼먹는 민?트 초코를 향해 다가갔다.
“크르르릉!”
“아! 거 좀 비키십쇼!”
“끼잉…….”
브레슬을 물리친 아몬이 민트 초코를 크게 한 조각 떼어 냈다.
그 광경에 무지한 군중들은 입을 틀어막고 경악했다.
“저, 저거 지금 뭐 하는…….”
“설마 저걸 먹으려고!?”
충격에 겨워하는 갤러리들의 탄식을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린 아몬이 떼 낸 초콜릿 조각을 입에 던져 넣었다.
곧이어 입 안에서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는 상큼함, 시원함, 달콤함, 입 안을 고루 충족시키는 천상의 맛!
눈을 감은 채 그 화음을 음미하던 아몬이 눈을 번쩍 떴다.
“아! 맛있다!”
아몬의 감탄사에 몽매한 군중들은 경악했다.
그리고 사제들과 함께 조아민트를 둘러싸고 둥글게둥글게 돌고 있던 바누민트는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뭐, 뭐라? 갑자기 그게 무슨……!
아카데미의 인원들은 대놓고 삿대질을 하며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아, 아몬 선생님! 갑자기 그게 무슨 헛소리신가요!”
“드디어 미쳤군, 아주 제대로 미쳤어.”
경악에 휩싸인 그들의 모습에 아몬은 말없이 초콜릿을 조각내더니 그것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걸음을 옮겼다.
“자, 자. 학교장님.”
“네? 왜, 왜요?”
“자자, 한번 다시 드셔 보십쇼.”
“싫어요! 그거 구강 청결제 맛이 난다고요!”
질색하는 아나르엘에게 찰싹 달라붙은 아몬이 진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학교장님, 한번 잘 생각해 보십시오. 학교장님은 자연과 숲을 사랑하는 엘프 아니십니까? 그중에서도 대단하기 그지없는 하이엘프시고요.”
“네? 그, 그렇죠…….”
“그런데 어째서 풀잎의 향을 첨가한 이걸 꺼리신다는 말입니까. 엘프가 그래선 안 되죠. 암, 그렇고말고요.”
“하, 하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자연과숲을사랑하는엘프가풀잎향을싫어하는게말도안 되는.”
“으, 아아아…….”
“자자, 다시 한번 드셔 보시죠.”
아몬의 달콤한 혀 놀림에 아나르엘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혀 위에 스르륵 올려진 초콜릿 조각.
아몬이 직접 아나르엘의 턱을 위아래로 움직여 씹어 주며 속삭였다.
“아유, 맛있다. 아우, 맛있어.”
“으에…… 웨에…….”
“떽! 뱉는 거 아니에요. 아유, 맛있다.”
“오물우물…….”
이게 맛있나? 진짜 맛있나?
왜 맛있다고 하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아나르엘은 아몬이 말한 엘프의 본능과 숙명을 떠올렸다.
풀이다. 이건 풀 내음이 물씬 풍기는 초콜릿일 뿐이다.
“아유, 맛있다.”
“마, 맛없…….”
“맛있다아.”
귀를 파고드는 아몬의 간교한 속삭임에 아나르엘이 동공이 스르르 풀렸다.
“마, 마이따아아…….”
세뇌당한 아나르엘이 흐물거리는 발음으로 말하자 아몬이 흡족한 미소를 지은 채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목표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다른 사람들이 흠칫하며 도망치려는 순간.
“마리온 선배님.”
“허, 헉! 어, 언제 내 옆에…….”
“생각해 보십시오. 술 중에 허브를 쓴 게 얼마나 많습니까?”
“그, 그건 술이고…….”
“허브로원재료를감싸서발효시키고오크통특유의풍미도담고.”
“으, 어어어억…….”
마수에 걸린 마리온의 눈이 몽롱하게 풀리는 순간, 아몬은 헤 열린 마리온의 입에 초콜릿을 억지로 쑤셔 넣었다.
“맛있죠?”
“웨에에…….”
“어허, 뱉는 거 아닙니다.”
“나, 한다, 양치질.”
“아니라고요.”
꾸역꾸역 마리온에게 ‘맛있다’는 확답을 받아 낸 아몬이 눈을 희번덕 부라리며 다음 목표물을 골랐다.
이미 카이와 피오라는 허겁지겁 도망칠 채비를 마친 상태였고, 슬로스는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긴 한데 워낙 느려 터져서 천천히 잡아도 될 것 같았다.
“카이야.”
“서, 선배님. 저는…….”
“제국의명망높은귀족이맛에차별을두면어떡하겠느냐.”
“으, 아아아악……!”
카이도 다른 사람들을 공격할 때 주로 쓰는 수법이었는데 직접 당해 보니 고통스럽기 짝이 없었다.
‘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기분이었단 말인가……!’
공격을 잘한다고 방어력이 높진 않은 법!
아몬의 세뇌에 역지사지의 심정을 제대로 느낀 카이가 결국 입을 열었다.
“어떠냐? 맛있지.”
“으, 윽…… 마, 맛있습니다.”
“그래. 진심이 느껴지진 않지만, 맛있다고 했으니 그냥 넘어가마.”
카이의 등을 툭툭 쳐 준 아몬이 피오라를 향해 호랑이처럼 달려들었다.
“마, 맛있어요! 맛있다고요!”
“망나니야! 먹어 보지도 않고 어찌 맛있다는 말을 하느냐!”
“게에에엑!”
거짓을 고한 죄로 피오라는 초콜릿을 무려 세 조각이나 입에 넣고 말았다.
“어때? 맛있지?”
“……훌쩍! 네에에.”
만족스레 웃은 아몬이 마지막으로 슬로스를 바라봤다.
슬로스는 침낭으로 몸을 감싼 채 구석에 박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아마 번데기로 의태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선배님.”
“스, 슬로스 없다.”
“없긴 뭘 없습니까. 여기 있구만.”
이윽고 슬로스는 공포스러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침낭의 지퍼가 지이익 열리며 아몬의 웃는 얼굴이 눈앞을 가득 채우고, 그가 활짝 웃으며 민트 초콜릿을 들이미는 광경을.
“꺄아아악!”
* * *
손을 탁탁 턴 아몬이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데미의 인원 모두에게서 ‘맛있다’는 확답을 받아 낸 것이다.
‘역시 내 입맛이 틀린 게 아니라 세상이 틀린 거였어!’
스스로에 대한 만족으로 밝아진 얼굴을 한 아몬이 고개를 돌렸다.
조아민트는 살아생전 처음으로 받아보는 창조물에 대한 극찬에 기쁨에 겨워 펄펄 뛰고 있었으며, 바누민트는 사제단과 함께 싸늘한 기색을 한 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바누민트가 말했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예? 뭐가요?”
-그 흉악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억지로 먹이다니. 그리고 맛있다고 말하다니. 그러고도 제 신도라 할 수 있습니까?
바누민트의 말에 아몬이 눈을 댕그랗게 떴다.
“누가 신도인데요?”
-……에?
“저, 질서신교 신도 아닌데요?”
-아, 아니야?
고개를 끄덕인 아몬이 사제들을 바라봤다.
“사제님들, 그나저나 여러분은 중요한 사실을 하나 망각하고 있습니다.”
“……응?”
느닷없이 화살의 방향이 바뀌자 사제들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갑자기 무슨 말입니까?”
“애초에 여러분들이 여기에 온 이유가 뭡니까?”
“예? 그야…… 신검 누카엘의 주인인 용사를 찾기 위해서?”
“그렇죠. 그리고 용사는 찾았죠. 그런데 용사는 왜 찾고 있는 겁니까?”
“그거야…… 세계에 해를 끼칠 마왕을 막기 위해…….”
거기까지 말한 사제들은 문득 깨달은 사실에 말을 멈췄다.
민트 초코를 사람들에게 먹이려는 마왕.
‘그걸 굳이 막을 필요가 있나?’
먹을 놈은 먹고, 안 먹을 놈은 안 먹겠지.
‘게다가 여신님께서 마왕이랑 싸우는 이유가 음식 때문이었다고……?’
훗날 부활할지도 모를 마왕을 막겠다는 숙명 아래 건국된 신성왕국의 비화가 이런 거였다고?
그 사실을 깨달은 사제들의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뒤늦게 미묘한 수치심을 깨달은 것이다.
“뭐, 그러니 사제님들.”
“…….”
“그냥 뭐…… 당분간은 그냥 내버려 둬도 될 것 같은데요.”
사제들은 대답도, 고개도 끄덕이지 않았으나 눈빛으로 동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기울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아몬이 격정 어린 얼굴로 외쳤다.
“하긴, 시대가 무슨 시대인데 용사니 마왕이니 하고 있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마왕! 용사!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단어 아니겠습니까!”
* * *
새로운 용사, 보리스는 진지한 얼굴로 신검 누카엘을 쓰다듬고 있었다.
‘후후, 내가 신에게 선택받은 용사라니.’
보리스가 희망에 찬 얼굴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내 여정은, 내 모험은 이제부터야!’
그 시각 아몬은 사제들을 향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 있었다.
“용사와 마왕이라는 시대착오, 구시대적 발상에 통탄을 금치 못하며! 마왕과 민?트 초코는 시대를 잘못 타고 나타난 피해자였을 뿐이며! 용사는 이 시대에 불필요할 따름이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