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41)
아카데미가 망했다 141화
“낄낄낄!”
“…….”
“게헤헤헤헥!”
“……훌쩍!”
아나르엘은 금화, 어음을 움켜쥐고 탐욕스레 웃고 있는 아몬의 모습에 눈물을 삼켰다.
“흑흑, 이제 만족하세요? 부탁이에요. 더 이상은 안 돼요.”
흐느끼는 것 같은 아나르엘의 애원에 아몬이 정색했다.
“누가 들으면 제가 협박해서 돈을 갈취한 줄 알겠습니다. 오해할 것 같은 말투는 그만두십쇼. 그보다 더 이상 시드권을 팔아먹을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정말인가요? 제가 아는 아몬 선생님이라면 마지막 한 자리까지 팔아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실례되는 오해를 하고 계셨군요.”
물론 그것도 아몬에게 있어서는 군침이 싹 도는 계획이기는 했다.
남아 있는 시드권이 적어질수록 가격이 점점 올라갈 테니까!
‘하지만 원래 나쁜 짓은 아, 재밌었다! 하고 끝내는 게 최고거든. 이거 괜찮나? 위험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땐 이미 늦어도 한참 늦은 법이지.’
그렇기에 아몬은 ‘흡족한 가격’을 제시한 아카데미나 인원들에게만 몇 장 팔아넘겼을 뿐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한 이들에게는 ‘시드권을 돈으로 사려고 하는 겁니까! 대제전의 취지를 모욕할 셈입니까!’라며 호통을 쳐서 쫓아냈다.
물론 팔아넘길 자리를 조금 더 남겨 놓긴 했지만 말이다.
‘혹시 또 누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팔아야지.’
아무튼 실리도 적당히 챙겼겠다.
책상 위에 뿌려 뒀던 금화와 어음들을 정리한 아몬이 그것의 일부를 챙긴 후 나머지를 자루에 쓸어 담았다.
“자, 그럼 학교장님. 이건 학교장님의 금고에 넣어 두시면 됩니다.”
“네? 아몬 선생님이 전부 챙기려던 거 아니었어요?”
경계심이 잔뜩 어려 있는 아나르엘의 말에 아몬이 한숨을 쉬었다.
“대제전의 시드권을 판 건데 이걸 왜 제가 챙깁니까? 물론 아주 쪼-금은 중개역으로 수수료를 챙기긴 하겠지만요.”
“그, 그렇군요. 영락없이 아몬 선생님의 배만 불릴 줄 알았어요.”
“아까부터 실례되는 말을 자꾸 하십니다?”
하지만 그 ‘쪼-금’이 3개월 치 봉급 수준이었으니 아몬은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쁜 짓은 박수칠 때 그만둬야 최고인 법이다.
‘게다가 시드권을 판 돈 대부분을 학교장이 가져가면 멋진 방패가 되어 주겠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훌륭한 공범이 되어 버린 아나르엘이었지만, 그녀는 미처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시드권을 판 돈을 금고에 밀어 넣고 있었다.
언뜻 보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 기뻐하는 타락한 엘프의 모습이었다.
그 광경에 아몬이 싸늘하게 웃는 와중이었다.
‘은근슬쩍 공범으로 만드려는 모양인데, 뭐 어때?’
사실 아나르엘도 아몬의 새카맣기 그지없는 계획을 알고 있었다!
텅 비어 굶주리고 있던 금고가 꾸역꾸역 돈을 집어삼키고 있는 상황인데, 검은 돈이면 어떻고 하얀 돈이면 뭐 어떤가!
‘만약 이 일로 문제가 생기면, 나는 아몬 선생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고 울면서 호소할 거야! 엘프의 눈물은 인간들에게 잘 먹히니까!’
만약 아몬이 알았다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질렀을 정도로 시커먼 속내를 간직하고 있는 아나르엘!
음흉하게 웃고 있던 아몬과 생글생글 웃으며 금고에 돈을 채우고 있던 아나르엘의 눈이 마주쳤다.
“하하하.”
“헤헤헤.”
눈을 마주친 둘은 서로의 흉측한 속마음은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배시시 웃었다.
이윽고 금고를 닫은 아나르엘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 그럼 이제 예선전을 치르기만 하면 되겠군요.”
“그러게요. 오늘이 주말이니……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것밖에 없습니다.”
아몬과 아나르엘은 문득 동시에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바라봤다.
창문으로 훤히 보이는 라스티아넬이 만들어 준 경기장.
그곳을 가득 채운 관중들이 우레와 같은 환성을 터뜨리는 광경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 * *
“응, 걱?”
흠칫하며 잠에서 깨어난 아몬이 축축한 입가를 훔쳤다.
최근 격무에 시달리느라 책상에서 그대로 잠들어 버린 모양이었다.
“끄으으…… 벌써 아침인가.”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며 중얼거린 아몬이 창문 밖을 바라봤다.
지난 5일간 시행한 예선전에서는 이래저래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누구나 요절복통할 정도로 잔망스러운 일들이 수두룩했으나, 그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간 일!
그렇기에 아몬은 지난 일의 회상 따위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후후, 나는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현재를 사는 사람이지. 그보다 당장 오늘부터 본선이 시작되는데…… 잘되려나.”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아몬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기는 했지만, 확실히 이 인원으로 대제전을 치러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그나마 아나르엘이 이곳에서 학교장을 지내면서 아카데미배 대제전을 겪어 본 적이 있지만, 그녀는 ‘당연히 저는 다른 분들에게 맡기기만 했죠.’라며 자신의 무능을 증명했기에 모두가 울었다.
‘그래서 급하게 진행요원도 새로 준비하고, 이것저것 고생했단 말이지.’
그 과정에서는 카이가 ‘다행히 그런 일에 관련해서는 제가 아는 사람이 조금 있습니다.’라며 운 좋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게다가 예선전을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일에 숙달됐으니,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되겠지.’
그리고 밖으로 나와 경기장으로 향한 아몬이 흐뭇하게 웃었다.
수많은 인부들이 바쁘게 경기장을 꾸미고 있었다.
객석 곳곳에 놓인 도시 에덴을 홍보하는 책자들!
여기저기 드리워진 도시 에덴을 알리는 현수막들!
에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상단에서 온 사람들이 이곳저곳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후후후, 이걸로 된 거다. 도시 에덴은 이걸로 훨씬 발전할 수 있다. 당장 에덴이 직면한 문제는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것! 그런데 이번 대제전으로 그 인지도를 확실하게 끌어 올릴 수 있다!’
당장 아몬이 들은 것만 하더라도 본 경기까지 올라오는 아카데미만 해도 십 수 개, 개인적으로 참가한 귀족 가 자제만 하더라도 수십여 명!
그리고 관람을 위해 찾아오는 관중들만 해도 수천여 명에 달한다!
‘뿐만 아니야! 본선 중간중간에는 단순히 학생들만이 아니라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는 성인 부문도 있다고!’
그 결과 무려 300여 명의 선수가 대기 중!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긴 역사에 걸맞은 상당한 규모의 대제전이었다.
앞으로 가문에 다가올 막대한 부를 직감한 아몬이 싱글벙글 웃는 와중이었다.
“아몬.”
“응?”
익숙한 목소리에 아몬이 고개를 돌리니 형인 아임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본선에 다시 찾아올 거라더니, 정말로 상단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
“형! 오랜만이야.”
“하하, 그래. 잘 지냈고?”
“나야 잘 지냈지. 맞다, 그보다 얼마 전에 아카데미에 왔었다며?”
“응? 아아…… 그랬지.”
“학교장님이 나 보고 갈 거라 했다던데, 왜 그냥 갔대?”
약간 불만스레 투덜거리는 아몬의 모습에 아임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 말이지…… 그날 돌아가서 부모님께 드릴 말씀이 좀 있었거든.”
“드릴 말씀이라니?”
“음…….”
난처하다는 듯 뺨을 긁적거리던 아임이 주변을 살피더니 아몬에게 귓속말을 했다.
“아직 알릴 만한 사실은 아닌데, 최근에 우리 영지에 누가 다녀갔어.”
“응? 손님? 내가 아는 사람이야?”
“아니, 아니. 황실에서 찾아온 감찰단인데…… 에덴이랑 우리 영지를 둘러보고 갔어.”
황실의 감찰단!
드디어 미친 황제가 영지까지 마수를 뻗쳤단 말인가!
아몬이 분노로 부들부들 떠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우리 가문, 백작가로 승작될 거래.”
“……뭐?”
“정확히는, 아르마 산맥을 점거할 가능성이 높은 몬스터들을 지속적으로 토벌하고 있다는 공적으로 변경백 자격까지 하사하려는 모양이야.”
“벼, 변경……!?”
아임이 경악으로 소리를 꽥 지르려는 아몬의 입을 틀어막았다.
“쉿, 쉿. 아직 다른 사람들이 들어서 좋을 건 없는 일들이야. 너도 우리 가문의 일원이니 알아 두면 좋을 것 같아서 미리 말해 두지만, 남들에게는 비밀이야.”
“으르쓰.”
고개를 끄덕인 아몬은 아임이 손을 떼어 내자 말을 이었다.
“근데 갑자기 왜 그런 경사가……?”
“아아, 얼마 전에 부모님이 황실에서 주최한 사교대회에 초청됐거든?”
아임의 말에 아몬이 짐짓 놀랐다는 듯 눈을 땡그랗게 떴다.
“와! 정.말.놀.랍.다.”
애초에 아몬이 카이에게 은근슬쩍 부탁한 일이니만큼 이미 아는 사실이었다.
“음, 그런데 거기서 아버지가 황제 폐하께 잘 보인? 모양이더라고.”
“……어? 정말?”
미친 황제가 어쩌다 아버지를 잘 봐 주셨을까?
‘다른 귀족들 눈도 있으니까 함부로 일을 저지르진 못할 거라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그냥 다른 귀족들이랑 안면만 터도 어디냐 싶어서 부모님을 사교대회까지 보낸 건데, 황제한테 잘 보였다고?’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음…… 그렇구나.”
“아무튼 덕분에 그간 아르마 산맥을 지켰던 것도 인정받고, 에덴도 꽤 발전했으니 승작 이야기까지 나온 거지.”
“그, 그렇구나.”
소가 뒷걸음질 치자 호랑이를 밟아 죽인 격이었다.
그래도 잘된 일이었기에 아몬이 안도로 가슴을 쓸어내리려는 와중이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본론인데…….”
“엥? 이제부터 본론이라고?”
“응. 아무튼 승작하면, 우리도 백작가 자제가 되는 거잖아?”
“흐, 흐흐흐…… 그렇지?”
“그래서 부모님이 말씀하신 건데, 너도 슬슬…….”
아임이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가를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
“하하, 그렇, 뭐라고?”
“슬슬 장가가야지.”
“……어?”
전혀 예상치도 못한 소리에 아몬이 눈을 끔뻑거렸다.
“내가? 장가를?”
“응. 부모님이 그러시더라. 우리가 아몬 나이 때는 아임을 낳고 기르고 있었는데, 아몬은 집안 형편이 안 좋아서 여태 장가도 못 가고 있다고 눈물을 글썽이시더라고.”
“……아니, 그게, 어.”
“그런데 이제 백작가로 승작도 할 거고, 집안 형편도 많이 좋아지고 있으니, 너를 장가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어.”
“아, 아아.”
갑자기 엄습해 오는 격렬한 두통에 아몬이 미간을 짚었다.
“아니, 뭐, 그게 무슨…… 아, 그래! 형, 형도 아직 장가를 안 갔는데 동생이 돼서 먼저 홀랑 가 버릴 순 없지 않겠어?”
아임이 수줍은 얼굴로 말했다.
“나 조만간 혼인해.”
“……?”
“옆 영지의 자작가 영애분이랑…… 에덴에 오셨을 때 반해서 청혼했지.”
“……축하해. 혼인식 때 휴가 내서 꼭 참가할게.”
“응.”
여전히 미간을 짚고 있던 아몬이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아, 그래! 아버지랑 어머니는 내가 정략결혼 같은 거 안 하려고 하는 거 아실걸?”
“그거야 알지. 부모님도 우리가 정략결혼을 하는 건 바라지 않으시고.”
“그렇지? 그래, 장가는 뭐 혼자 가나? 짝이 있어야 가지. 나 딱히 만나고 있는 사람도 없단 말이야.”
“응?”
“어? 반응이 왜 그래?”
아임이 얼떨떨한 얼굴로 말했다.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응? 어…… 없는데?”
“그럼 그때 그분들은 누군데?”
“그분들? 누구?”
“그때 너 그분들이랑 엄청 화기애애한 거 보고 눈치 보고 집으로 돌아간 거였는데?”
“아니, 대체 누굴 말하는…….”
순간 아몬은 오싹함을 느꼈다.
그날, 형이 찾아왔다가 그냥 돌아갔다고 하던 날?
“그, 머리 약간 부스스한 여자 분하고…….”
슬로스?
아몬이 욱신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다크엘프 한 분도 있었고.”
브레슬!
아몬이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검은 드레스 입고 있는, 머리에 뿔? 달린 분하고.”
조아민트!
아몬이 털썩 무릎 꿇고 말았다.
“그리고 너한테 편지 준 여자 분? 하고.”
피오라!
게다가 애초에 그건 편지가 아니라 새로 짜는 커리큘럼에 관한 조언을 받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학교장님도 네 칭찬을 엄청 하시던데 호감이 없진 않은 것…….”
“그만. 형, 제발. 그만.”
“응? 어, 응.”
최악의 인선에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움켜쥔 채 심호흡을 하던 아몬이 빙그레 웃었다.
“휴, 아무튼 형. 그런 거 아니야.”
“응? 정말?”
“정말 아니야. 그 인간들, 아니지. 그 쓰레기들과는 아무 관계도 아니야.”
“쓰레기…… 아무튼 정말 아니라 이거지?”
“하늘에 대고 맹세해.”
“그렇구나…… 그럼 이거 곤란하게 됐네.”
“응? 뭐가 곤란해?”
아임이 난처하다는 듯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부모님한테 다 말씀드렸거든. 그래서 오늘 오셔서 한번 만나 보기로, 크아아악!”
아임은 아몬의 주먹에 인중을 얻어맞고 바닥을 굴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