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43)
아카데미가 망했다 143화
한번 생각해 보라.
한창 ‘외로운 남정네즈‘와 돈독한 우애를 다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서 돌아봤더니 웬 미친 후배 놈이 아버지를 와락 끌어안고선 입을 틀어막고 있고, 아버지는 거친 신음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아들 된 입장으로서 아버지의 정조를 탐하려는 괴한을 간과할 수 없는 노릇이고, 선배 된 입장으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욕정에 몸을 맡기는 정신 나간 후배를 좌시할 수 없는 법!
더군다나 그 후배는 약혼녀도 있는 몸이 아니던가?
다양성에 대한 존중 이전에 결코 방관할 수 없는 대죄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
자신의 판단은 절대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의 반응이 이상했다.
‘정신을 차리시더니 갑자기 귀신에라도 홀린 것처럼 내 뺨을 후려치셨다. 그리고 내게 땅에 머리를 박으라고 명령하셨다. 대체 어째서?’
그 결과, 지금 아몬은 머리를 땅에 박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버지가 연신 카이에게 사과하는 걸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던 아몬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잠깐, 설마!?’
아버지에게 뒤늦은 늦바람이라도 불어 닥쳤다는 말인가!
그것도 이성도 아닌 동성에게!
경악에 휩싸여 있는 와중, 아버지와 함께 아카데미로 오셨는지 어머니가 뒤늦게 나타나셨다.
그 사실을 깨달은 아몬은 어머니에게 닥쳐 온 가정 붕괴의 위협을 낱낱이 고해바쳤다.
“어머니! 큰일입니다! 아버지가 미츠푸허어억!”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아버지에게 명치를 걷어차인 아몬이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그 광경에 어머니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보! 발차기 솜씨가 많이 늘었군요!”
“험험, 그렇지? 최근에 교양을 겸해서 검술을 조금 익혔더니 다릿심이 꽤 붙었나 보오.”
“어머나! 그거 잘 됐네요!”
어머니, 율리아는 아몬을 잘 안다.
카임이 아들을 걷어차도 ‘맞을 만한 짓을 했으니 맞았겠지’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흘려 넘겼다.
그리고 엎어진 채 부들부들 떨고 있던 아몬이 흐느끼며 중얼거렸다.
“어, 어머니. 속으시면 안 됩니다. 아버지께서 지금 바람이 나셔서…….”
바람이라는 두 음절 단어를 듣자마자 율리아의 눈에서 번개가 솟아올랐다.
“언년이야.”
“여, 여보!?”
“아니, 내가 찾아야지. 당신이랑 같이 머리채를 잡고 단숨에 땅에 상판을 갈아 버…… 응?”
두리번거리던 율리아는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 안에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퀴퀴한 남정네들밖에 없었던 것이다.
카임이 다급히 덧붙였다.
“아몬, 쟤가 또 무슨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오.”
“……오해 맞죠?”
“물론이오! 내가 어찌 당신을 두고…… 허 참.”
카이도 다급히 나섰다.
“아몬 선배가 뭘 착각하신 모양입니다. 카임 백쯔으- 남작께서 현기증이 나신 것 같으셔서 제가 부축을 해 드렸는데 아몬 선배가 오해하셨나봅니다.”
“응? 조금 전 백쯔으는 뭔가요?”
“하품이 나서요.”
“흠.”
그렇군요, 하며 자신의 얼굴을 유심하게 들여다보는 율리아의 모습에 카이는 식은땀을 흘렸다.
‘설마 이분도 내 변화 마법을 간파하시는 건 아니겠지?’
그럼 그땐 어떡해야 하나?
그때도 달려들어서 입을 막아야 하나?
‘그랬다간 아몬 선배가 내 목을 분질러 버릴지도…….’
물론 율리아는 카이의 변화마법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카이가 전전긍긍하는 와중, 율리아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몬이 오해를 한 이유가 있을 텐데…… 그렇다고 우리 남편이 남자를 상대로 바람이 날 리도 없잖아. 카임이랑 낳은 애만 해도 셋인데 말이야.’
때문에 율리아는 판단을 보류하기로 했다.
‘주의 깊게 지켜봐야겠군.’
경계 어린 미소를 머금은 율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저는 아몬의 어미 되는 율리아 드레이크라고 해요.”
의미심장한 그녀의 미소에 카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예! 아몬 선배님의 후배인 스트로 자작가의 카이입니다.”
카이의 말에 카임은 정확히는 몰라도 황태자의 저의를 짐작했다.
‘사정이 있어 신분을 감추고 계시는 모양이군.’
카임이 얼른 말을 붙였다.
“험험! 아몬의 아비인 카임 드레이크 남작입…… 이네.”
인사를 주고받은 그들이 문득 아몬을 바라봤다.
그는 쓰러져 흐느끼며 ‘거짓말이야, 모두 속고 있는 거라고.’하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 * *
상황이 수습된 후.
아몬은 여전히 의심 어린 눈으로 아버지와 카이를 훔쳐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둘 사이에서 수상한 기류가 흐르면 곧장 자신의 결백과 둘 사이의 부정을 지적할 작정이었다.
내심 다짐한 아몬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 그나저나 어머니, 아버지.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 무슨. 워프 마법진으로 왔단다.”
“……우리 영지에 그런 게 있어요?”
“에덴에 작게 하나 설치했지. 소규모라 한 번에 전송할 수 있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아.”
“그게 어딥니까? 햐, 우리 영지가 그렇게 발전하다니.”
아몬은 모처럼 만난 부모님들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아몬아.”
“네, 어머니.”
“근데 아임에게 듣자 하니…….”
“맞다! 우리 학생들 보러 갈까요? 아직 대제전 본선까진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어머, 그 귀여운 애들? 좋지. 그런데 아임이 말하기를…….”
“식사는 하셨어요? 우리 식당이 맛이 괜찮.”
“말 끊지 말고.”
“…….”
아몬이 눈을 질끈 감았다.
형인 아임이 한 말이라면 뭐가 있겠는가!
때문에 어떻게든 말을 돌리려 해 봤지만, 그 험한 드레이크 영지의 든든한 안주인인 어머니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아무튼 아임이 그러더라. 너랑 가깝게 지내는 여성분들이 많이 있다고.”
“……아뇨. 그럴 리가 없는데.”
“아임 성격에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잖니. 너도 아니고.”
작은 아들을 향한 커다란 불신!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
“너도 대충은 들어 알겠지만, 우리 가문의 살림이 좀 나아졌단다. 그러니 네가 원한다면 장가를 가도 좋다는 의미에서 하는 이야기야.”
“……제가 원한다면요?”
“그럼! 네 뜻은 존중돼야 하니 그런 게 아니라면 말고.”
따스한 어머니의 말에 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몬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가 됐다.
얼마 전만 해도 가난했던 드레이크 가문은 차남인 아몬이 장가를 가고 싶다고 떼를 쓰며 데굴데굴 구른다고 한들 도움을 줄 여력이 없었다.
부모로선 그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혹여 가고 싶은데도 집안 사정이 마음에 걸려 맛을 못 꺼내는 건 아닌지, 누군가를 사랑하며 애타는 마음을 애써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아카데미에 다녀온 아임의 말이 그러한 걱정에 쐐기를 박았다.
‘아몬 그 녀석, 마음이 맞는 여자 분이 제법 있는 것 같던데요?’
때문에 부모님은 아몬의 걱정을 덜어 주기 위해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 마음을 이해한 아몬이 포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그럴 생각이 없어요. 지금은 제 일에 집중하고 싶거든요.”
“……그러니?”
“물론이죠. 그럴 일이 있으면 제가 먼저 말씀드렸겠죠.”
“그렇구나…… 그럼 그분이 하셨던 말은 뭐지?”
“네? 그분이라뇨?”
어머니가 조금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까 여기로 오다가 누구랑 마주쳤거든. 아몬의 혼인 관련해서 왔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주 반색을 하시던걸?”
“예? 반색을? 누가요?”
“부학교장님.”
그 말에 아몬의 몸이 덜컥 떨렸다.
부학교장, 브레슬이 대체 왜 기뻐한단 말인가?
아몬이 덜덜 떨며 말했다.
“그, 그 미친 다크엘프, 아니지, 그분이랑 무슨 말을 했어요……?”
“그냥 뭐, 아임한테 들은 말이 있으니 너랑 혼인할 만한 사람 있을까 물어봤지.”
아몬의 몸이 거칠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 그, 그러니까 뭐래요?”
“말했듯. 아주 반색을 하시면서 그런 거라면 아주 잘 오신 거라고, 아몬이 장가갈 만한 사람 수두룩하니까 혼인할 날이랑 식장만 잡으면 될 거라고 하시던데?”
눈을 질끈 감은 아몬이 분노로 바들바들 경련했다.
자신이 싫어할 일만 생기면 최선을 다하는 미친 다크엘프!
아몬이 서둘러 말했다.
“거, 거짓말입니다. 그 다크엘프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내뱉는다고요.”
“응? 그러니?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달칵-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누가 봐도 작정을 했다는 듯이, 곱게 드레스를 차려입은 브레슬이 아몬의 부모님을 향해 사뿐사뿐 다가갔다.
“어머님, 아버님. 다시 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
“아몬과 혼인을 약속한 브레슬입니다.”
이 상황이 얼마나 즐거운지 눈을 초승달처럼 휘고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브레슬의 흉악한 상판!
아몬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만해!”
“응?”
브레슬에게 달려든 아몬이 업어치기로 그녀를 바닥에 메다꽂았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꺽……!”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처박힌 브레슬이 부들부들 경련하고, 아몬은 그녀를 성공적으로 제압했음에도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자신의 고통을 어느 누구보다 즐거워하는 브레슬이 이번 1차 공격으로 만족할 리가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아몬이 공포로 진저리치는 와중이었다.
덜컹-!
얼마나 허겁지겁 뛰어왔는지, 산발을 한 채 문을 박차고 들어온 슬로스가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
“아몬! 너, 나랑 혼인하려고 부모님을 불렀다는 말이 무슨 소리…….”
소리를 지르던 슬로스가 넋이 나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몬의 부모님을 보곤 펄쩍 뛰더니 ‘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뒤돌아 도망쳤다.
그 광경에 아몬은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꺽, 꺼억…….”
브레슬이 가한 2차 공격은 아몬의 가슴에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그 충격에 아몬이 와들와들 경련하는 와중이었다.
“아몬 선생님! 저와 혼담을 나누려고 부모님을 부르셨다는 말이 무슨…….”
학교장, 아나르엘이 부리나케 달려왔다가 아몬의 부모님을 발견하곤 ‘꺅!’이라는 비명을 지르더니 뒤돌아 도망쳤다.
“꺼억! 끄윽, 뒷목이…….”
브레슬의 3차 공격이 불러온 과도한 혈압의 상승으로 아몬은 뒷목을 붙잡은 채 휘청거리는 순간, 브레슬의 4차 공격이 달려왔다.
“아몬 선배! 우리 가문에 혼담을 넣으려고 부모님이 오셨다는 게…… 꺅!”
피오라가 아몬의 부모님을 보고 달아나자 아몬은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어느새 아몬은 목을 움켜쥔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팔자에도 없는 과호흡이 온 것이다.
“쌔액! 쌔애액!”
아몬의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려 하는 순간이었다.
“아몬 선생님! 선생님 부모님께서 아카데미에 오셨다면서요?”
종종걸음으로 달려오는 클로에를 본 아몬은 결국 이성을 잃고 말았다.
“이 미친 다크엘프야! 학생한테까지 그런 거짓말을 하면 어떡해!”
“꽤애애액!”
브레슬이 아몬의 발에 짓밟히며 돼지 멱따는 소리로 울부짖는 광경에 흠칫한 클로에가 마리온에게 다가갔다.
“마리온 선생님, 아몬 선생님이랑 부학교장님이 왜 저러는 거예요?”
“……그러는 너는 무슨 일로 온 거니?”
“조금 전에 라인벨트 어르신이 아몬 선생님의 부모님께서 오셨다 하셔서 인사드리려고 왔어요. 지난번에 아몬 선생님 영지에서 한번 뵈었으니까요.”
마리온은 클로에만큼은 브레슬이 부른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구나. 라인벨트 어르신은 언제 나가셨대?”
“근데 안 말려도 돼요? 부학교장님이 울고 있는데요?”
마리온이 고개를 저었다.
“이번만큼은 부학교장님도 혼 좀 봐야 해.”
그 순간이었다.
-나와 혼인하려 부모님을 모셔 왔다는 게 대관절 무슨 뜻인 것이냐?
조아민트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들어온 것을 본 아몬이 브레슬을 한층 더 거세게 짓밟기 시작하자 클로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어? 부학교장님이 기절한 채로 웃는데요.”
“냅 둬. 좋은 꿈이라도 꾸시나 보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