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44)
아카데미가 망했다 144화
브레슬은 차마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몰골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곧 대제전의 본선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부학교장이라는 위치가 있기에 결국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하는 브레슬의 입장을 감안하면 이대로 피떡이 된 채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마법으로 브레슬의 상처를 치료하던 마리온이 투덜거렸다.
“허 참나, 아몬 자네. 아무리 화가 나도 부학교장님을 이렇게 다진 고기처럼 만들면 어떡하나?”
마리온의 말에 브레슬이 훌쩍훌쩍 울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부학교장한테 무슨…….”
“부학교장님도 잘하신 거 하나도 없어요. 아몬의 부모님이 오셨는데 무슨 장난을 쳐도 그런 장난을 치십니까?”
“……딸꾹!”
브레슬의 가느다란 항변은 마리온에 의해 금세 진압 당했다.
투덜거리며 치료에 전념하는 마리온은 진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본래 그의 마법 실력은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었지만, 애초에 마리온은 파괴 마법에 특화된 배틀 메이지였다.
더군다나 아몬이 브레슬을 다진 고기처럼 만들어 놨기에 치료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브레슬의 항변을 다소 퉁명스럽게 받아친 것이다.
아몬이 심하긴 했지만, 애초에 브레슬이 그런 장난을 치지 않았다면 이럴 일도 없었을 것 아니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 치료 마법 수준으로는 본선 시작까지 완치시키는 게 힘들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학교장님을 불러야 하나?’
그렇지만 명색이 학교장인 아나르엘은 지금쯤 다른 아카데미의 학교장, 권세 높은 귀족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부학교장님이 괜한 장난을 쳐서 가뜩이나 없는 시간을 버렸단 말이지. 그러니만큼 이런 일로 학교장님을 부르는 건 너무 죄송스러운데…….’
마리온이 어두운 안색으로 끙끙대며 브레슬을 치료하는 와중이었다.
“저, 마리온 자작님.”
“응? 아아, 드레이크 남작. 무슨 일인가?”
“제가 좀 거들어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응? 자네가?”
그러고 보니 카임은 마법사였다.
하지만 아들인 아몬에게 이론만을 철저하게 가르쳤고, 그런 아몬이 실질적인 마법은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마리온이 눈살을 찌푸렸다.
‘마법의 이론만 빠삭하게 익힌 학자가 아니었나?’
그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카임에게서는 마법사 특유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검술의 달인이며 마법의 달인이기도 한 카이도 눈을 반짝 빛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선배님의 아버지에게선 마나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그런데 어떻게 돕겠다는 걸까?
마리온과 카이가 동시에 같은 의문을 품었고, 마리온은 슬그머니 브레슬에게서 손을 떼며 말했다.
“험험, 도와주면 고맙지. 부탁하겠네.”
“별 말씀을요.”
빙그레 웃은 카임이 손가락을 탁 튕긴 순간.
콰오오오-!
돌연 솟구쳐 오른 푸른색의 기둥이 브레슬을 집어삼켰다.
그 광경에 마리온과 카이가 입을 쩍 벌렸다.
“컥! 마나 기둥!”
짧은 시간에 마나의 과도한 집결이 이뤄질 경우 일어나는 현상!
거대한 마나가 단숨에 움직이는 것이니만큼 마법의 효과 자체는 폭발적으로 향상된다.
그 덕분에 푸른색의 기둥에 잠긴 듯이 뒤덮여 있는 브레슬의 상처는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마나 기둥 현상은 딱히 긍정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풀썩-!
앞으로 고꾸라진 카임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나를 과도하게 쓸 경우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마나 빈혈!
아몬과 율리아가 황급히 카임을 부축했다.
“아이고, 아버지가 또 마법을 쓰셨구나.”
“네가 부학교장님을 너무 심하게 두들겨 패서 그런 거잖니!”
“예, 제가 때려죽일 죄인입니다요.”
“알면 죽자.”
“캬아악! 내 머리!”
어머니에게 맞은 머리를 울상을 지은 채 쓰다듬던 아몬이 문득 고개를 돌려 마리온과 카이를 바라봤다.
그들은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 아몬. 자네 아버지께서 왜 그러시는 건가?”
“……힘 조절을 잘 못하십니다.”
“히, 힘 조절?”
율리아가 낑낑거리는 카임의 이마를 쓸어 주며 말했다.
“힘 조절이 안 되니 마법을 쓸 때마다 마나를 한 번에 다 쏟아부을 수밖에 없죠. 마법을 사용하면 항상 이렇게 어지럼증에 시달리곤 해요. 이이가 어릴 때부터 몸이 병약했거든요.”
“……그, 그렇군요.”
율리아의 해설에 마리온과 카이는 비로소 납득했다.
‘힘 조절이 안 된다고? 그럴 만도 하지.’
8서클 마스터의 마법사인 카이가 작정을 하고 마나 기둥을 만들려 해도 브레슬을 통째로 집어삼킬 크기의 마나 기둥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언뜻 ‘사실 드래곤이었나?’라고 착각할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의 마나였다.
‘마나의 총량 자체가 다른 거였어. 아예 몸 전체가 마나로 가득 채워져 있는 수준인 모양이니, 마법사 특유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수밖에.’
근데 그 막대한 마나를 통제를 못한다.
분수에 맞지도 않는 거대한 검을 휘두르려 하는 상황이었으니, 검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검에 휘둘리는 꼴이었으리라.
“……설마 아몬 선배님도 그런 이유로 마법을 못 쓰시는 겁니까?”
“엉. 나도 조절이 안 돼서 마법을 못 써.”
“…….”
“아버지는 나보다 이론에 훨씬 빠삭하시니 마나 공식을 비틀어서 억지로 쓰시는 거고.”
“……아. 예. 그렇군요.”
카이와 마리온은 푸근하게 웃었다.
상식이 무너지는 것 같았기에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한 것이다.
“근데 잠깐만.”
“엥?”
별안간 소스라치게 놀란 마리온이 아몬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그럼 우리 보리스도!?”
“예? 예?”
“보리스도 자네 영지의 감자를 먹고 있잖아!”
아몬네 감자를 먹으면 체내에 마나가 빵빵하게 채워진다!
아몬도, 카임도 감자를 삼시 세끼 꼬박꼬박 먹었으니 이토록 특이 체질이 된 것 아니겠는가!
마리온의 우려에 아몬이 황급히 말했다.
“에이, 걔가 우리 감자를 먹으면 뭐 얼마나 먹었다고요?”
“하지만…….”
“걱정 마십쇼. 과하지 않을 정도로 먹일 테니까요.”
“끙…… 그래, 자네만 믿겠네.”
“예. 근데 잠깐만요.”
“응?”
아몬이 깜빡했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몇 시죠?”
“응? 아아, 지금 시간이 11시 30분…….”
그 말에 아카데미의 전원이 펄쩍 뛰었다.
“본선 시작까지 30분 남았잖아!”
* * *
대제전의 본선은 각 종목마다 하루를 통째로 할애해서 치러진다.
때문에 일반 학문 종목은 그나마 괜찮지만, 몸을 혹사시키는 검술과 마법 종목은 32명의 참가자가 토너먼트 형식으로 하루 만에 승부를 봐야 하니 그만큼 혹독한 일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중간중간 휴식 시간에 치료 마법 등의 조치가 있긴 해도, 정신적인 피로는 어쩔 수 없는 법.
그 혹독한 일정을 알고 있는 참가자들은 모두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검술 대회의 총 책임자,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검술 교사이며 소드 마스터의 실력자인 슬로스가 단상 위로 걸음을 옮겼다.
“아, 아아.”
-아, 아아.
마법으로 목소리가 증폭되는 장치의 시험을 마친 슬로스가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이번 검술 대회를 맡게 된 슬로스 피드입니다. 우선,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학교장, 아나르엘 님의 축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슬로스가 귀빈석으로 손짓하자 관중석의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큰 행사이니만큼, 잘 차려입은 아나르엘이 쭈뼛쭈뼛 일어나 배시시 웃으면서 환호에 가볍게 화답했다.
-이어서 대제전의 관리 및 감독, 치하를 위해 찾아 주신 황실 감독관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귀빈석의 감독관들이 당당하게 일어나 관중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대제전에 큰 지원을 해 주신 아르마 산맥의 북동쪽에 위치한 드레이크 영지의 영주이시자 도시 에덴을 통치하시는 드레이크 가문의 카임 에덴 드레이크 남작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선 학교장, 감독관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막대한 분량의 감사문구!
애초에 같은 아카데미 소속인 아나르엘은 차치하고, 말 한마디로 땡 치는 황실 감독관보다 막대한 돈을 퍼부은 드레이크 가문에 대한 감사의 말이 훨씬 길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드레이크 영지와 가문, 에덴이 다소 생소했기에 관중들은 다소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드문드문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 어색한 환호에도 불구하고, 카임은 난생처음 받아보는 박수에 연신 쭈뼛거리며 소심하게 손을 흔들어 줬다.
한편, 아몬은 관계자석에 앉은 채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으음, 이로써 우리 가문과 에덴에 대해서 관중에게 알릴 수 있었다. 아직은 그게 어디지? 하는 눈치지만, 의문이라도 심어 주는 게 어디야.’
고개를 끄덕인 아몬이 문득 단상 위의 슬로스를 바라봤다.
슬로스도 꼴에 귀족가 영애라고, 관중들이 모인 자리이니만큼 최선을 다해서 차려입은 모습이 참으로 가소로웠다.
그중 관중석의 사람들 중 몇몇은 울부짖고 있었다.
“크윽! 최고다, 우리 슬로스!”
“슬로스! 너무 믓찌다!”
신원이 너무나도 확실한 인물들!
슬로스가 검술 종목의 총 책임자라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찾아온 그녀의 오빠들이었다.
거리가 멀면 동생을 봐도 굳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감사문구가 왜 저리 길지? 내가 준 대본은 저것보다 짧았는데?’
슬로스도 투자의 중요성을 알고 그만큼 감사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의문에 잠겨 있을 때 슬로스가 말을 이었다.
-그럼 현 시각부로 검술 대회 본선을 시작하겠습니다!
슬로스의 말이 떨어지자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환성이 쏟아졌다.
그 거대한 환성이 아몬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우리 아카데미가 주최하는 행사에 이렇게 환호해 준다고……?’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현실.
아몬은 새삼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다 쓰러져 가던 아카데미가 이렇게 훌륭하게 일어서다니…… 이제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지는 않고 앞으로도 교사 질하면서 많이 해 먹어야지.’
시드권을 팔아서 챙긴 한몫이 지금도 주머니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아무튼 시드권 하니 클로에와 레이몬드는 잘하려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걔들도 시드권으로 자리를 마련해 줬지. 둘이 도중에 마주치지 않게 정반대 조로 넣어 줬는데, 경기가 잘 풀리면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는 말이지?’
아몬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경기장을 내려다봤다.
마침 가장 첫 번째 조로 넣어 준 레이몬드가 경기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상대는…… 아하! 신성왕국 그레고리안의 성기사 지망생이로군.’
아몬이 재밌는 경기가 되리라는 생각에 싱글벙글 웃는 와중이었다.
“이보게, 아몬.”
“예. 마리온 선배님.”
“이번에는 웬일로 돈을 안 거나?”
그 물음에 아몬이 엄한 얼굴로 마리온을 꾸짖었다.
“갈! 선배님! 학생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 하는 이 고결한 시간에 어찌하여 그리 천박하기 그지없는 말씀을 하시는지요!”
“…….”
그 시각, 아임이 끌고 온 상단은 아카데미의 구석에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포미닉 학생에게 1골드! 여기 확인증입니다!”
“호! 크리스 학생에게 10골드! 여기 확인증 받으십시오!”
아몬의 사주를 받고 활동하고 있는 상단!
이미 아몬은 개인적으로 돈을 걸 정도로 작은 그릇이 아니었다!
* * *
신성왕국 그레고리안의 성기사 지망생, 우서 다치시오는 이글이글 타는 듯한 눈빛으로 대전자인 레이몬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흥, 우리 질서신교를 모독한 아카데미의 학생이라고?’
분명 소드 마스터의 실력자라 했던가.
그러나 이런 대회에서는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러니만큼 조건은 같다.
‘동기는 물론이고, 선배들 중에서도 검술 실력으로는 나와 대적할 사람이 없다. 애초에 신성마법 부여를 받은 현직 성기사들도 검술 실력 하나만으론 내게 밀린다고.’
그렇기에 우서는 자신 있었다.
그에게 떨어진 명령은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학생을 쓰러트리는 것!
-자, 그럼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슬로스의 말이 떨어진 순간, 우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라?’
눈앞에 있던 레이몬드가 돌연 사라진 것이다.
그 사실에 우서가 눈을 부릅뜬 순간, 등 뒤를 쿡 찌르는 감촉.
옆에 서 있던 황실의 검술 심사관이 황급히 손을 들었다.
“겨, 경기 끝! 승자는 레이몬드 학생!”
등에서 심장으로 향하는 일격!
그 사실을 깨달은 우서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경기가 끝나는데 걸린 시간은 단 1초.
그 충격적인 현실에 우서가 주저앉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와중이었다.
“하아아암…… 쩝.”
거하게 하품을 한 레이몬드가 눈물을 닦으며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에휴, 이번 대회도 별로 재미없겠는데…….’
레이몬드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선수가 대기하는 건물에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클로에와 눈이 마주쳤다.
‘……한 경기만 빼고 말이지.’
싸늘하게 웃은 레이몬드가 걸음을 옮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