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46)
아카데미가 망했다 146화
“우와, 마나를 사용하는 경기라고?”
“굉장한걸. 그런데 위험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
소드 마스터, 소드 익스퍼트에 오른 두 명의 검사가 마나를 이용해 겨룬다는 말은 ‘소드 오러’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소드 오러란 상대방을 해치기 위한 목적으로만 존재하는 흉기.
실력과 기량을 가늠하는 것이 목적인 대련이나 대회에서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였다.
하지만 이렇게 양쪽 선수가 합의를 마친 상황이라면 누군들 그것을 막을 명분은 없었다.
“그런데 누구 하나 다쳐도 단단히 다치겠군. 소드 오러를 사용하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어?”
스쳐도 치명상!
소드 오러란 그런 것이다.
“그래도 둘이 오래 대련을 해 왔다는데, 적당히 하지 않겠나?”
“음? 아아, 그랬지? 그럼 단순히 결승을 기념한 눈요깃거리로 소드 오러 사용이라는 규칙을 추가한 건가?”
“그렇겠지. 합을 맞춘 검술 연무를 보여 주려는 것 아니겠어?”
관중들은 그렇게 납득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소드 오러를 사용한다는 것을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관중들이 모처럼 좋은 구경을 하겠다며 희희낙락하는 와중 경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쩌어어엉-!
관중석을 뒤덮는 굉음에 관중들의 얼굴에 걸려 있던 흐뭇한 미소가 지워졌다.
‘어라?’
그저 ‘검술 시연’을 위해 검을 맞부딪친 것이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검명.
마치 상대를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고, 필살을 다짐하는 것처럼 전력으로 휘둘러야 나올 법한 소리에 관중들은 바짝 굳은 채 경기장을 응시했다.
싹 날아갔던 옅은 긴장감이 새삼 그들의 몸을 덮쳤다.
쾅, 쩌저저정-!
연신 검과 검이 부딪치는 메마른 쇳소리가 경기장을 넘어 관중석을 휩쓸고, 두 선수의 번개 같은 몸놀림에 관중들은 입만 뻐끔거릴 따름이었다.
스물은커녕, 앳된 티도 채 벗지 못한 두 명의 소년 소녀가 경기장 전체를 종횡무진하며 서로를 향해 득달같이 검을 휘두르는 풍경을 본 그들은 한 가지를 머릿속에 연상시켰다.
‘전장.’
전혀 대련이나 경기로는 보이지 않는 살벌한 풍경에 관중들은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배어 나오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두 사람이 전개하는 소드 오러가 격돌할 때마다 푸른 마나의 스파크와 쇠가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터져 나오고, 호흡이 닿을 정도로 지근거리까지 밀착한 두 사람의 치열한 몸싸움에 관중들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 중에서도 ‘귀족’들이 가장 전율하고 있었다.
‘마, 맙소사. 이게 고작 열네댓 살 먹은 아이들의 경기라고?’
귀족들은 대부분 기본적인 소양으로 검술을 익힌다.
일부는 ‘기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심도 높은 검술 수행을 하기도 한다.
그런 그들의 태반은 깨달았다.
‘나는 절대 이기지 못한다.’
치가 떨릴 정도로 무서운 재능.
그리고 관중들 중 극히 일부, 검술에 뜻을 두고 본격적으로 기사의 길을 걷고 있는 자들은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경기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고작 학생들의 경기, 아카데미에서 주관하는 행사일 뿐이라 여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왔다.
그런데 웬걸?
생사대적을 노리는 듯한 두 사람의 치열함, 그리고 그들도 따라갈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에 그들은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허, 하하하…… 슬로스가 가르치는 학생이 저 정도였다는 말인가?”
슬로스의 오빠이자 피드 가문의 십삼검 중 하나인 누군가가 맥이 탁 풀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옆의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참으로 대단하구나. 하지만 우리 슬로스보다는 못하구나.”
“그야 물론입니다, 아버님.”
피드 후작도 예쁜 딸이 총책임자를 맡았다고 하니 헐레벌떡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저 정도의 재능이라면…… 저 아이들이 졸업한 이후 우리 가문으로 들이는 게 좋겠구나. 남자아이는 분명 라인벨트 어르신의 손자였지? 가문의 빈객으로 들인다면 어르신도 크게 개의치 않으시겠지.”
이른바 후원자가 되어 주겠다는 뜻이다.
물론 청빈을 가장 큰 미덕으로 삼는 라인벨트인지라 생각처럼 될지는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대단하군. 하지만 슬로스보다는 못해.”
“물론입니다, 아버님.”
“슬로스의 재능은 우리 모두를 뛰어넘는 수준 아니겠습니까!”
피드 가문 일동이 모인 관중석에서 화목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 * *
왼쪽? 아니, 오른쪽.
생각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오른쪽을 노리고 달려드는 레이몬드의 검 끝을 목격한 클로에가 다급히 몸을 비틀며 손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휘둘러진 그녀의 검격이 레이몬드의 공격을 걷어 내고, 소드 오러의 격돌에 푸른 마나의 폭풍이 뿜어지며 두 사람의 몸을 뒤로 밀어냈다.
“후우우…….”
가느다랗게 숨을 몰아쉬며 산발한 머리칼을 쓸어 올린 클로에가 레이몬드의 상태를 확인했다.
자신처럼 숨을 몰아쉬고 있긴 했지만, 확실히 그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이제 소드 오러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안 남았다. 길어야 1분.’
짧으면 30초가량.
하지만 이미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있는 레이몬드라면 오러 블레이드도 아닌 소드 오러의 전개 따위야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수준에 맞춰서 소드 오러까지만 전개해 주기로 했지만, 결국 수준 차이가 나는구나.’
체력적인 여유는 근소하더라도 마나의 보유량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씁쓸하게 웃은 클로에가 검을 고쳐 쥐며 레이몬드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레이몬드는 ‘어쩔래? 계속할까?’라며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상대의 우월감에 찬 배려에 클로에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돼지 새끼가 감히 날 걱정해?’
그 시선을 받은 레이몬드가 크게 흠칫했다.
‘또 저런 눈으로 나를 보네…….’
레이몬드 입장에선 순수하게 걱정해 준 것뿐이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도 있다.
경기장에 오른 이상, 두 사람은 철저하게 입을 다물고 경기에만 집중하기로 했으니 말을 건넬 수도 없었다.
‘그나저나 슬슬 끝내는 게 좋겠지. 클로에도 한계가 온 것 같고.’
만약 소드 오러를 사용하지 않는 경기였다면 결과는 레이몬드로서도 예측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드 마스터인 자신과 소드 오러로 겨루는 것은 클로에답지 않게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더 힘들지 않도록, 빠르게 끝내 줄게.’
레이몬드가 상냥하게 웃었다.
그 상냥한 미소에 앙다물려진 클로에의 입에서 ‘빠득’소리가 터져 나왔다.
‘돼지 새끼가 웃어?’
‘소드 오러 흔들리는 거 봐. 클로에 힘들겠다.’
‘죽여 주마.’
‘얼른 끝내야지.’
결심을 굳힌 레이몬드의 검에서 소드 오러가 힘차게 뿜어졌다.
그 광경에 클로에가 어금니를 한층 더 강하게 악무는 순간 레이몬드의 공격이 시작됐다.
부우웅-!
종, 횡, 사선을 막론하고 어지러이 날아드는 레이몬드의 검격.
클로에가 그 공격을 막아 낼 때마다 푸른 마나의 파편이 사방으로 뿜어졌다.
‘이, 이런……!’
최대한 피하려고 해 봐도, 최대한 검을 기울여 사선으로 흘리려 해 봐도 클로에와 레이몬드의 힘 차이는 너무나도 명백했다.
그렇기에 슬슬 바닥을 보이는 마나를 쥐어짜 레이몬드의 공격을 정면에서 가로막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클로에의 패색에 힘을 더하고 있었다.
소드 오러 간의 우열이 명백한 상황에서 정면으로 공격을 가로막는다면 결국 언젠가는 부서질 수밖에 없으니까.
쩌저저적-!
그리고 찾아온 종막.
자신의 검을 타고 뿜어지던 소드 오러에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균열을 목격한 클로에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아, 안 돼.’
레이몬드는 승리를 직감했다.
‘돼.’
레이몬드가 양손으로 움켜쥔 검에 한층 더 힘을 밀어 넣은 순간.
쩌어엉-!
소드 오러가 터져 나가는 굉음과 함께 클로에의 몸이 붕 날아가 지면을 나뒹굴었다.
그리고 허겁지겁 몸을 일으킨 클로에가 지팡이처럼 검으로 땅을 짚은 채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하악! 학……!”
초췌해진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휘청이는 클로에의 모습에 레이몬드가 검을 늘어뜨린 채 걸음을 옮겼다.
“클로에, 슬슬 경기를 포기하는 게 어때?”
“허억, 훅…….”
“포기하지 않으면 내가 나쁜 놈이 되어 버린다고.”
결국 경기를 끝내려면 레이몬드가 마지막 공격을 가하는 수밖에 없었다.
심장 부분.
그곳을 공격하거나, 혹은 공격이 확정된 상황이 만들어질 경우 경기가 종료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클로에라면 절대로 경기를 포기하지 않겠지.’
그렇다고 레이몬드도 경기를 져 줄 생각은 없었다.
잘 살펴보면, 시야 한구석에 자꾸 할아버지인 라인벨트가 밟히고 있었다.
경기장 근처를 청소하는 척하면서 자꾸 시야 한구석에 나타나는 것이다.
연신 헐떡이며 휘청거리는 클로에를 본 레이몬드가 한숨을 쉬었다.
‘쩝, 얼른 끝내야지. 나중에 클로에한테 혼 좀 나겠…….’
내심 투덜거리던 레이몬드가 문득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클로에를 본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이야, 이것 참. 학생들의 경기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데?”
“그러게나 말이야. 둘 중 하나가 죽는 줄 알았다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합을 맞춘 검술 연무’라고 생각했던 지레짐작은 이미 깨끗이 자취를 감춘 채였다.
“그래도 슬슬 끝나려는 모양이군.”
“저 남자아이 쪽은 어린 나이에 소드 마스터의 실력자라 하더라고. 여자아이는 소드 익스퍼트고.”
“응? 그런데 왜 소드 마스터인 쪽은 오러 블레이드를 쓰지 않은 거지?”
“글쎄? 아마 여자아이의 수준에 맞춰 준 것 아니겠나?”
이런저런 추측이 오갔지만, 아무튼 그들은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히야. 아무튼 대단한 경기였지.”
“그래. 그나저나 오러 블레이드를 쓰는 사람들끼리 대련하는 것도 한 번쯤은 봤으면 좋겠구먼.”
“예끼, 이 사람아. 오러 블레이드는 소드 오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위험하댔어. 그런 걸로 대련하는 미친 사람들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그들이 허허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나저나 경기는 왜 안 끝나는…… 엉?”
그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경기를 주의 깊게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관중석의 관중들도, 관계자석의 관계자들도, 귀빈석의 사람들도.
“마, 말, 말도 안 돼…….”
관계자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아몬은 어느새 몸을 벌떡 일으키고 있었다.
아니, 아몬만 그런 게 아니라 관계자석의 모두가 벌떡 일어난 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경기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쿠오오오-!
클로에의 검을 타고 솟구쳐오르는 푸른 검의 형상.
부정형의 푸른 불꽃인 소드 오러가 아니라, 명백하게 ‘검’의 형상을 하고 있는 마나의 집결체.
‘오러 블레이드.’
그것이 클로에의 검을 뒤덮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슬로스도 입을 쩍 벌린 채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크, 클로에가 오러 블레이드를…….”
나는 이 나이 먹고 최근에야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었는데!
제자를 향한 경악과 시기에 슬로스가 눈을 질끈 감았다.
한편, 경기장 근처에서 빗자루질을 하며 특등석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던 라인벨트가 눈을 반짝였다.
‘호오. 저 아이, 한 단계 뛰어넘어 경지에 올라선 것인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
한계를 맛보지 않으면 현재에 안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클로에의 재능은 남다르다.
분명 지금껏 있었던 숱한 대련에서도, 실전에서도 한계라는 것을 겪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딜레마다.
언제든 벽을 넘어설 수 있는 재능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 재능이 있기에 한계와 맞닥뜨릴 수 없는 것이다.
‘한데 레이 녀석과의 대련에서 처음으로 한계를 맛본 것인가.’
넘을 수 없는 벽.
소드 마스터와 소드 익스퍼트의 차이.
결국 맞이한 한계에서, 클로에는 그 간극을 넘어선 것이다.
스스스스-!
오러 블레이드가 맺힌 검을 천천히 들어 올린 클로에가 작게 숨을 몰아쉬었다.
땀으로 젖은 머리칼을 스르르 쓸어 올린 클로에가 살포시 웃었다.
“레이몬드.”
“……!”
자신을 향해 겨눠진 클로에의 오러 블레이드.
레이몬드가 침을 꿀꺽 삼키는 것과 동시에 클로에의 서늘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자, 그럼 계속하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