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50)
아카데미가 망했다 150화
관중들은 하나같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말했듯 마법은 혈통과 재능을 어느 학문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이번 대제전의 마법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여기 모인 귀족들이 어디서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 봤을 정도로 재능 넘치는 영재들이었다.
“세상에…… 그런 뛰어난 학생들이 모두 탈락하다니.”
“대사막 아그랍 왕국의 공주도 있었잖아? 사막에서 마법을 수련했는데도 수마법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서 명성이 자자했다고. 이번 대제전의 유력 우승 후보 중 하나였는데…….”
이번 대제전의 승패는 모두의 예상을 아득하게 넘어서고 있었다.
덕분에 ‘믿고 맡기는 사설 투투’의 확인증이 갈기갈기 찢어져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이길 거라고 생각한 선수들이 모두 패배했으니, 큰돈을 건 큰손들은 하나같이 머리를 감싸 쥔 채 오열하고 있었다.
물론 회심의 역베팅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그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그놈의 ‘마법은 혈통과 재능이 최고다’라는 선입견 때문에 역베팅 자체를 피하는 도박사들이 절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눈먼 돈을 먹은 상단주와 그 배후의 아몬만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런데 결승에 올라온 두 명 중 하나가 평민이라고?”
“그래. 게다가 그 상대도 성이 없는 걸 보면 평민인 모양이야. 아니, 애초에 평민인 건 둘째치고 둘 다 이름 한번 들어 보지 못한 학생들인데…….”
“이럴 수가…… 마법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구나.”
뒤편의 관중들 중 누군가가 내뱉은, 결승전에 올라온 보리스와 라스티아넬을 깎아내리는 비아냥을 들은 아몬은 내심 비웃음을 흘렸다.
‘병신. 마법의 가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만약 영지에 이따금 찾아오는 드래곤 어르신, 카셀라그가 저 말을 들었다면 ‘요새 몸이 허해져서 그런가, 웬 헛소리가 들리니 단백질을 보충해야겠구나’ 하며 날름 잡아먹었을 것이다.
그는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며 종종 마법의 가치에 대해 말하곤 했었다.
드래곤에게 있어 마법이란 숨 쉬는 행위와 다름없다.
그럼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종족은 숨조차 쉬지 못하는 천치들이란 말인가?
‘그래서 종종 마법이 필요하지 않고, 재능과 관계없이 모두가 똑같은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세상을 입에 담으시곤 했지. 그런 세상이 가능할 리 없는데 말이야. 늙으셔서 그런지 영 허무맹랑한 소리나 하시니 원.’
아무튼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자랐기 때문일까, 아몬은 카셀라그가 꿈꾸는 세상에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마법에 대해서는 ‘쓸 수 있으면 좋고, 못 쓰면 말고’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보리스가 이 정도로 선전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
아몬은 흡족한 얼굴로 보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승을 앞둔 그는 조용히 무릎 꿇고 앉은 채 명상에 잠겨 있었다.
‘괄목상대라. 남자는 사흘만 못 봐도 달라진다더니, 보리스 네가 딱 그런 상황이구나. 아니지, 사흘이 뭐야? 당장 오늘 아침이랑 비교해 봐도 사람이 바뀐 것 같은데.’
교사로서 제자의 성장이 기꺼웠지만,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돈 좀 걸어 볼걸…… 이렇게 사람이 바뀔 거면 미리 말 좀 해 주지 그랬어.’
물론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던지는 작은 농담이었다.
어차피 상단이 투투로 돈을 벌면 고스란히 가문에 돌아가는 거고, 자신이 돈을 따면 그만큼 가문이 돈을 못 버는 거니까!
“자, 그럼 슬슬 시작하려는 모양인데…….”
지금까지의 경기를 지켜보며 느낀 것은, 라스티아넬이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시합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보리스의 실력 정도로.
흥미롭다는 듯 턱을 괸 아몬이 미소를 지은 채 경기장을 내려다봤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한번 볼까?”
* * *
정좌한 채 명상에 빠져 있던 보리스가 스르르 눈을 떴다.
연이은 경기로 조금 흩어져 있던 마나가 가지런히 정돈되며 묘한 산뜻함이 몸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결승. 내가 다른 선수들을 꺾고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그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가슴 한편이 뿌듯함으로 두근거리기도 했다.
‘내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전부 선생님들 덕분이지.’
고개를 돌려 단상과 관계자석을 훑어본 보리스가 빙그레 웃었다.
턱을 괸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아몬은 눈이 마주치자 열심히 하라는 듯 고개만 가볍게 까딱거릴 뿐이었다.
다른 선생님들은 힘내라는 듯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리고 단상 위에 있는 총책임자, 마리온은…….
‘……마리온 선생님, 또 저러시네.’
자신의 기도가 보리스의 승리를 불러왔다고 단단히 믿고 있는 마리온은 양손이 퍼렇게 질릴 정도로 힘껏 맞잡고, 눈은 시뻘겋게 충혈시킨 채 보리스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었다.
어찌나 힘껏 기도하는지 몸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러시는 거 상당히 부담스럽다고요…….’
내심 투덜거린 보리스가 힐끔 시선을 돌렸다.
결승 상대인 라스티아넬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가 관계자석을 힐끔 둘러보더니 투정 부리는 것처럼 말했다.
“다른 선생님들이 전부 보리스 씨만 보고 있네요. 응원도 보리스 씨한테만 해 주는 것 같고요. 이래선 제가 악역 같잖아요?”
라스티아넬의 말에 보리스가 담담히 말했다.
“네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니까 나를 응원하시는 거 아니겠어?”
“응? 그런 건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보리스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우선 경기 시작 전에, 고마워.”
“네? 뭐가요?”
“내가 결승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선생님들 덕분이야.”
마법에 재능이 없는 자신을 끝까지 붙잡아 줬던 마리온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마법사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 헤매고 있었으리라.
또한 아나르엘의 기억력 향상 마법, 브레슬의 불면 물약이 없었다면 오늘 이 자리에 설 자격조차 얻을 수 없었으리라.
그리고 아몬이 용기를 주지 않았더라면, 무너졌으리라.
“선생님들 덕분인데 왜 저한테 고맙다는 건가요?”
싱글싱글 웃으며 던져진 라스티아넬의 물음에 보리스가 대답했다.
“네가 길을 알려 주지 않았다면 결승까지 올라올 길을 못 찾았을 테니까.”
“……길.”
라스티아넬이 살포시 웃었다.
“잘 따라와 주셨네요.”
“그래. 고마워.”
“후후후…… 저도 고마워요. 덕분에 재밌어졌어요.”
결승까지 올라오며 마주쳤던 수많은 유망주들은 하나같이 지난 경기의 상대였던 에버랜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했다.
큰 마법! 강한 마법! 멋진 마법!
서클이라는 이름의 족쇄를 스스로에게 걸고 있는 멍청이들.
물론 개중에는 ‘약간’의 응용을 더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라스티아넬의 기대는 조금도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하지만 보리스 씨는 달라. 고정관념이 없어.’
귀족들이 구애하는 혈통, 전통, 관념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탓일까.
애초에 그런 것을 모르고 자라와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아,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옆에서 헛기침을 하는 심사관을 알아차린 라스티아넬이 보리스를 향해 예를 취하고, 보리스도 라스티아넬을 향해 예를 취했다.
곧이어 심사관의 뒤늦은 상호 간의 예의 선언이 떨어지고.
“경기 시작.”
신호가 떨어진 순간 보리스와 라스티아넬이 동시에 훌쩍 뛰어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둔 마법을 상대에게 난사하기 시작했다.
매직 애로우로 서로의 급소를 노리고, 윈드 마법으로 상대가 눈을 감게 만들고, 아이스 마법으로 상대의 발밑을 미끄럽게 만드는 둥, 1서클 마법을 최대한 활용해 상대의 캐스팅을 방해하는 양상이었다.
그 때문일까?
경기는 관중들이 익히 알고 있는 ‘마법 대결’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매직 애로우를 피하기 위해 땅을 구르고, 몸을 웅크려 윈드 마법의 바람을 피하고, 얼어붙은 땅 때문에 몸을 최대한 낮춘 채 상대를 노리는 모습.
마법 대결이 아닌, 마치 병사들의 대련처럼 바쁘게 뛰어다니는 그들의 모습에 관중들 중 누군가가 코웃음을 쳤다.
“흥! 천박하긴. 누가 평민 태생 아니랄까 봐 고결한 마법 경기를 모욕하고 있군! 귀족 신사의 문화인 마법 대결에서 저렇게 땀나게 뛰어다니다니. 대마법사인 즈오카네 경이 보셨다면 크게 경을 칠 일이지.”
그 투덜거림이 끝난 순간이었다.
빡-!
투덜거리던 관중이 누군가의 손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비명을 질렀다.
“크악! 어, 어느 놈이 감히…….”
투덜대던 관중은 말을 잇지 못했다.
입에 올렸던 대마법사 즈오카네 경이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네놈도 마법을 익히는 자라면 그 천박한 주둥이를 닫고 경기에 집중해라.”
“즈, 즈오카네 경께서 어찌 저런 수준 낮은 경기에 신경을 쓰십니까?”
“……말귀를 영 알아듣지 못하는 놈이로고.”
혀를 찬 즈오카네는 다시금 보리스와 라스티아넬의 경기에 집중했다.
‘……저 금발 소년, 라스티아넬이라고 했던가? 인간이 아니로군.’
말 그대로 인류가 아니었다.
대마법사인 자신의 이목으로도 채 파악할 수 없는 마법적 역량.
‘드래곤인가? 드래곤이 왜 아모니스 아카데미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즈오카네는 보리스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대략 4서클 초입 수준의 마법사.
분명 ‘뛰어나다’라고 할 수준의 기량을 지니고 있는 어린 마법사였다.
그러나 ‘천재’라고 할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즈오카네는 저 나이 때 5서클 마스터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문제는, 저 소년은 여러 가지의 마법을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1서클 마법이라도 여러 가지를 중복해서 사용하면 5서클이나 6서클은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5서클, 6서클 마법사는 흔치 않다.
그렇기에 관중석에 앉은 소수의 고서클 마법사들은 그 사실을 익히 알고 심각하게 굳은 채 보리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즉 즈오카네에게 뒤통수를 맞은 투덜대던 관객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어중이떠중이라는 뜻이다.
‘……참으로 이상하도다. 마법의 중복 영창은 드래곤의 전유물이 아닌가. 하지만 저 소년은 아무리 봐도 4서클 초입 수준의 인간이 확실하다. 그럼에도 어찌 저럴 수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마법을 펼치면서 저토록 격렬하게 몸을 움직인다? 전장의 배틀 메이지라고 하더라도 저렇지는 못하거늘.’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던 즈오카네가 돌연 몸을 흠칫 떨었다.
‘설마…… 경기를 시작하기 전의 명상과 관계가 있는 것인가?’
즈오카네는 명상에 빠져 있는 보리스의 주변으로 묘한 마나의 일렁임을 느꼈었다.
그 당시에는 ‘묘한 시도를 하는구나.’ 싶어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의 위화감은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관찰자로서 분석하고 있는 즈오카네가 당혹감을 느낄 정도인데 직접 보리스를 상대하고 있는 라스티아넬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 어째서? 보리스씨의 수준으로는 진작 마법이 고갈됐어야 하는데?’
라스티아넬이 생각하고 있던 보리스의 한계는 진작 넘었다.
때문에 라스티아넬은 이미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바닥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보리스의 마법은 끊이지 않고 있었다.
덕분에 라스티아넬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보리스의 마법을 피하는 데 급급했지만, 그 마지막은 그렇게 멀지 않았다.
펑-!
라스티아넬의 가슴팍에 꽂힌 파이어 애로우.
그 바람에 라스티아넬이 움찔하며 제자리에 굳어 버리고, 심사관이 황급히 경기 종료를 선언했다.
그리고 벼락 맞은 것처럼 제자리에 우뚝 굳어 있던 라스티아넬이 말했다.
“……보리스 씨.”
보리스 역시 한계였는지, 숨 가쁘게 헐떡이며 대답했다.
“허억, 헉! 으, 응.”
“……어떻게 하신 건가요?”
자신이 상정했던 보리스의 한계는 진작 지났을 텐데, 어찌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했느냐는 물음.
보리스는 자리에 퍼질러 앉으며 입을 열었다.
“서클에 마법을 저장했어.”
“……서클에 마법을 저장했다고요?”
“응. 서클 하나하나에 구획을 나눠서 마법을 각인시킨 거지. 미리 사용할 마법을 미리미리 서클에 저장해 두는 거지. 작은 마법은 여러 개를 넣을 수 있지만 큰 마법은 조금 들어가고, 그런 식으로.”
라스티아넬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게, 그게 대체 무슨……?”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라스티아넬의 반응에 보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도 이렇게 하는 거 아니었어? 너도 마법 엄청 난사하잖아.”
아니다.
라스티아넬은 드래곤이라 숨 쉬는 것처럼 할 수 있는 것뿐이다.
하지만 보리스는 인간이다.
그것도 4서클 초입의.
“아무튼 요령만 조금 잡으면 생각보다 간단해. 서클에 마법을 저장한다고 거창하게 말했지만, 따지고 보면 주문을 반복해서 외우는 느낌이라…… 내가 외우는 것 하나는 잘하잖아.”
“…….”
“아무튼 나는 편의상 ‘메모라이즈’라고 부르고 있어.”
메모라이즈.
그 단어를 중얼거린 라스티아넬이 풋 하고 웃었다.
“보리스 씨.”
“응?”
“……후후, 아니에요.”
의미 모를 웃음을 흘린 라스티아넬이 주저앉은 보리스를 일으켜 세워 줬다.
그리고 보리스의 손을 붙잡고 높게 들어 줬다.
그 순간.
“우와아아! 최고다!”
관중들의 함성과 박수가 전신을 두드리는 것처럼 보리스를 덮쳤다.
그 열렬한 환호에 보리스는 얼굴을 발갛게 붉힌 채 쭈뼛거렸다.
“저, 보리스 씨.”
“으, 응?”
“오늘은 한계를 잘 넘었네요.”
“……응?”
“다음번에는, 한계를 조금 더 높여서 대결해 보죠. 그때도 넘을 수 있는지 한번 지켜보겠어요.”
보리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한편.
“에잉! 저따위 평민이 우승하다니. 마법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
“그 가벼운 주둥이 좀 닥치지 못하겠느냐!”
“크아악!”
지껄이는 얼간이의 뒤통수를 냅다 후려갈긴 즈오카네가 몸을 일으켰다.
서둘러 보리스를 만나 아까의 명상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