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51)
아카데미가 망했다 151화
마리온은 오열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지금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상황이겠는가!
사랑하는 애제자가, 자신에게는 마법의 재능이 없다며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던 학생이 수많은 유망주들을 꺾고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크허엉!”
“마, 마리온 선생님…….”
“꺼억! 꺽, 그래, 그래. 보리스야.”
“그만…… 우세요…….”
보리스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있었다.
자신의 우승에 이토록 감격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마리온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 감사를 가뿐하게 덮을 정도의 수치심도 있었다.
“크흡! 흑! 훌쩍!”
“…….”
중년의 사내가 코까지 먹어 가며 우는 모습은 썩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었다.
수많은 관중들이 그 광경을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장소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단상 위고, 그 중년 사내의 앞에 서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견디기 힘든 상황이리라.
“제발 그만 우시고…… 상 주세요…….”
수치심으로 고개를 떨어트린 채 조곤조곤 말하는 보리스의 모습에 마리온이 허겁지겁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 그래! 우리 보리스, 얼른 상 줘야…… 크흡!”
“…….”
마리온이 꺼이꺼이 울며 보리스에게 우승 메달과 부상을 건넸다.
보리스가 그것을 받자 한층 더 거세게 울음을 터뜨리며 ‘오오, 보리스야. 내 제자야. 한번 안아 보자꾸나.’라며 달려드는 것은 덤이었다.
결국 보리스가 상을 받고 한걸음 물러난 후, 라스티아넬이 준우승 메달과 부상을 받을 차례가 되자 마리온은 눈물을 싹 닦으며 말했다.
“허허, 라스티아넬. 준우승 축하한다.”
“……마리온 선생님, 대접이 달라도 너무 다른 거 아닌가요?”
“허허, 녀석. 참으로 재미난 말을 하는구나.”
보리스와 비교하면 찬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무미건조한 대접!
그 사실에 라스티아넬이 섭섭함을 느낄 새도 없이 마리온이 동메달과 부상을 쥐고 흔들며 말했다.
“3위야, 너는 얼른 와서 안 받고 뭐 하고 있느냐!”
“……어, 네.”
“떼이잉!”
아예 다른 아카데미 소속인 생면부지의 소년에게는 차가울 정도로 냉랭했다.
‘나한테는 그나마 따뜻한 편이었구나…….’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린 라스티아넬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늦은 밤, 아모니스 아카데미 대제전의 3일째 일정인 역사학 토론 대회의 진행을 위한 대본과 일정을 늦게까지 숙지하고 있던 아몬이 기지개를 켰다.
“끄으응!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날이 바뀌었네.”
찌뿌듯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스트레칭을 하던 아몬이 마지막으로 역사학 토론 대회의 일정을 훑어봤다.
‘음, 이 정도로 외웠으면 별문제 없겠군. 그나저나 참 아쉽네.’
어떻게 된 것이, 자신이 맡은 과목의 대회에 출전한 학생이 단 하나도 없단 말인가!
그 때문에 내일 토론회는 결국 남의 잔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녀석들, 정말 섭섭하군. 그렇게 나를 따르더니만 전부 가식이었어? 잘 알겠다, 이놈들아.’
내심 투덜거리던 아몬이 방에서 나가 식당으로 향했다.
일정 숙지도 끝났고, 밤도 늦었으니 간단하게 요기만 하고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다.
이윽고 식당에 도착한 아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을 제외한 교사진 전원이 식당에 모여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이게 뭐야. 다들 이 늦은 밤에 여기 모여서 뭐 하는 겁니까?”
이미 한잔했는지, 거나하게 취한 마리온이 껄껄 웃으며 손을 들었다.
“여어, 자네 왔는가.”
“왔습니다. 저만 빼놓고 모여서 술을 마시니까 술이 달죠?”
배신감에 치를 떨며 말하자 마리온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카이를 바라봤다.
“카이, 자네가 아까 아몬을 데리러 갔었는데 안 온다고 했다며?”
그 물음에 카이가 썩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선배님을 데리러 갔는데 ‘내일 대회가 있는데 술을 마시자는 게 제정신으로 하는 헛소리냐. 썩 꺼지지 못할까!’라고 하셔서 도로 돌아왔죠.”
그랬었나?
아까 잔뜩 집중해서 일정표를 외우고 있었는데, 누가 시답지 않은 일로 부르기에 호되게 꾸짖어 쫓아냈던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저도 아까 부르러 갔었어요.”
“엥? 피오라 자네도?”
“네. 욕만 먹고 쫓겨났지만요.”
그랬었나?
잔뜩 집중해서 학생 명단을 외우고 있는데, 웬 망나니가 나의 암기를 방해하기에 ‘어디서 굴러먹던 놈팡이가 여기까지 와서 행패를 부리느냐. 썩 물러가지 못할까!’라며 일갈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쩐지 카이랑 피오라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더라니, 그런 앙증맞고 사소한 오해 때문이었나.’
아몬이 얼른 카이와 피오라에게 다가갔다.
“미안, 미안. 집중하느라 그냥 나오는 대로 지껄인 거야. 화 풀어.”
내친김에 자랑스러운 후배, 카이의 어깨를 꾹꾹 주물러 주자 녀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내일…… 아니지, 날이 바뀌었으니 오늘이군요. 아무튼 대회를 진행하셔야 하니까 예민하실 수밖에요.”
“하하, 이해해 줘서 고맙다.”
이것으로 카이의 화가 풀렸으니, 내일 대회를 진행할 때 카이가 앙심을 품고 회장에 난입해 행패를 부릴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졌으리라.
“하하, 피오라야. 미안, 미안. 워낙 집중하고 있어서 말을 언짢게 했…….”
“손대지 마십쇼.”
“넵.”
피오라가 어깨를 주무르려는 손을 물어뜯을 기세로 으르렁거렸기에 어쩔 수 없이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흥! 나도 네 어깨에 손도 대기 싫거든?’
내심 콧방귀를 뀌며 자리에 앉았다.
말했듯, 마리온은 이미 술에 취한 채 보리스의 자랑을 늘어놓는 데 여념이 없었다.
“껄껄껄! 내가 말했지? 보리스 그 애가 어렸을 때의나를보는것같아서내가예의주시하고있었는데아니나다를까우승을.”
보리스의 우승이 얼마나 기뻤는지, 평소답지 않게 잔뜩 흥분해선 말을 늘어놓는 꼴이 자식 자랑을 하는 팔불출 부모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근데 마리온 선배님.”
“그래서 내가 얼마나 기쁜…… 응? 껄껄껄, 그래 아몬. 뭔가? 보리스의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보지?”
“아뇨…… 아까 경기 끝나고 웬 노인이 보리스한테 달려들어서 뭐라고 하던데, 무슨 일이었습니까?”
그 기억이 다시 떠올랐는지, 마리온이 불쾌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술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툴툴거렸다.
“대마법사 즈오카네 경께서 보리스를 제자로 들인다고 하시지 뭔가? 보리스는 내 제자인데 말이야.”
“음.”
그 명성이 자자한 즈오카네 경의 제자로 들어가는 게 보리스의 미래를 생각하면 훨씬 좋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보리스 자랑에 여념이 없는 마리온의 말을 끊는다는 목적도 달성했겠다, 비어 있는 자리에 턱 걸터앉은 아몬이 아나르엘을 바라봤다.
웬일로 아나르엘도 술에 취했는지 발갛게 홍조 띤 얼굴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세상에, 학교장님이 술을 마셨어요? 취하신 거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헤헤…… 얼마 전에도 마셨는걸요. 10년 전쯤인가?”
10년 전이 얼마 전인가.
“……그렇군요. 근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술을 드셨대요?”
그 물음에 턱을 괸 채 이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나르엘이 배시시 웃었다.
“헤헤, 기분 좋아서요.”
“왜 기분이 좋으실까.”
근데 이쪽을 바라보는 눈빛이 영 께름칙했다.
마치 기분 좋은 이유가 나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몬 선생님 덕분에요.”
아뿔싸.
내가 무슨 죄를 저질러서 저 흉측한 엘프가 나를 보고 기분이 좋을까.
정색을 한 아몬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뜬금없군요. 갑자기 왜요?”
“그야, 아몬 선생님이 없었다면 이렇게 대제전을 열 수도 없었을 테니까요.”
하아, 하고 한숨을 쉰 아나르엘이 술잔을 매만지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관중들의 박수 소리, 환호가 아직도 귀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다시는 이런 기분을 느끼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몬 선생님 덕분에 우리 아카데미가 다시 살아나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요.”
“…….”
“그런 의미로 기분이 좋다는 거예요. 고마워요.”
아나르엘의 감사를 눈을 감은 채 곱씹던 아몬이 입을 열었다.
“근데 잠깐만요.”
“……네?”
“왜 대제전이 끝났다는 뉘앙스로 말씀하고 있죠? 누가 보면 대제전 일정 다 끝나고 뒤풀이하는 줄 알겠네요? 아직 대제전 일정 남았거든요?”
그 말에 아나르엘은 술이 확 깬 모양이었다.
‘듣고 보니 그러네. 검술 대회, 마법 대회가 끝나서 긴장이 풀려 버렸어.’
사실 아카데미가 중요하게 가르치는 것은 검술, 마법이다.
그러니까 역사학, 수학 등의 과목을 ‘일반 학문’이라고 부르는 것 아니겠나.
한숨을 푹 내뱉은 아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직 대제전은 안 끝났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풀어지지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아몬의 진지한 조언을 들은 슬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침낭을 뒤집어쓴 채 용케 의자에 앉아 꼬물거리고 있었다.
“아몬 말도 일리는 있지.”
“……제일 풀어진 것 같은 사람이 동조해 주시니 기분이 좀 그렇군요.”
“흥, 편들어 줘도 뭐라고 하네.”
투덜거리며 침낭에서 손을 쑥 빼 마리온의 안주를 훔쳐먹는 슬로스를 흘겨본 아몬이 카이와 피오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카이, 피오라.”
“예, 선배님.”
“남은 사흘, 마지막까지 힘내서 해 보자.”
아몬이 카이를 향해 손을 쭉 내밀었다.
내밀어진 손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이가 씩 웃으며 그 위에 손을 포갰다.
“물론이죠, 선배님.”
포개진 두 사람의 손!
그리고 두 사람이 피오라를 빤히 바라보고, 그 시선에 부담감을 느낀 피오라가 쭈뼛거리며 말했다.
“……저도 해야 하는 거예요?”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안 할래요.”
피오라가 질색하자 카이가 눈을 까뒤집었다.
“너는어떻게된애가선배님이이렇게힘내자고하시는데.”
“아! 알았어요, 알았어.”
카이의 잔소리에 피오라도 결국 손을 포개며 투덜거렸다.
“에휴, 두 분은 우리 학생들 출전도 안 하시면서 왜 이렇게 열심히 하시…… 꺄아악!”
건드리면 안 될 역린을 건드린 피오라는 아몬과 카이의 분노와 직면했다.
* * *
역사학 토론 대회가 있는 아침.
총책임자로서 단상 위에 서 있는 아몬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더러운 세상…….”
검술, 마법 대회의 경기 날에는 관중석이 꽉 차 있었는데 역사학 토론 대회가 있는 오늘은 관중석의 빈자리가 더 많았다.
“야만적인 검술과 폭력적인 마법만 좋아하는 야만인들 같으니라고…… 관중석 텅 비어 있는 꼬라지 좀 보라지…….”
흐느끼며 중얼거리는 아몬의 모습에 진행자가 새파랗게 질려 있는 얼굴로 귓속말했다.
“아몬 선생님, 음성 증폭 장치가 켜져 있습니다.”
“다 들으라고 말한 겁니다.”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