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53)
아카데미가 망했다 153화
관계자석에 앉아 수학 경진대회를 관람하고 있는 아몬의 안색은 썩다 못해 문드러질 지경이었다.
“모르게타 수학 공식의 보충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수학 경진대회의 도중에 선수 하나가 외친, 교사직에 몸담고 있는 아몬조차 들어 보지 못한 수학 공식의 이름을 들은 관중들이 하나같이 웅성거렸다.
“세상에! 모르게타 공식이라니!”
“허어! 저런 어린 소년이 그토록 대단한 공식을 알다니! 제국의 홍복이로다!”
입안의 침이 바싹 마를 기세의 칭찬이 관중석에서 쏟아졌다.
한데 이상한 점이 있다면, 그들은 하나같이 ‘모르게타 공식이 뭔지 모르겠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들은 황후마마의 ‘부탁’으로 이곳에 앉아 있는 것이기에 단순히 ‘이야,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여 주는 바람잡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몬은 그 사실을 모른다.
‘나도 모르는 수학 공식인데 관중들이 다 알고 있다고? 우리 제국이 그렇게 수학 강국이었나? 지금이라도 역사학을 버리고 수학으로 갈아타야 하나?’
바람잡이의 농간에 홀랑 넘어가 버린 아몬은 홀로 남몰래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리고 불안감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카이에 대한 열등감과 분노도 고개를 바짝 치들었다.
‘카이, 네 이놈! 사실 내가 수학 교사를 하고 싶었는데 내 밥그릇을 뺏어 가다니!’
근거 없는 질투로 카이를 노려보며 낑낑거리는 아몬!
한편 탐탁지 않은 얼굴로 경기장을 내려다보던 카이는 아몬의 매서운 시선을 느끼고 자신의 허술함을 깨달았다.
‘아! 역시 아몬 선배님이시다. 모르게타 공식의 보충안이라니. 그건 명확한 근거가 없는 신빙성 낮은 이론에 불과하잖아. 그런 수준 낮은 이론을 가지고 와서 신성한 대제전을 더럽히는 걸 참을 수 없으신 거야!’
아몬의 매서운 시선은 그 사실을 익히 알고 총책임자인 자신을 질책하려는 의미이리라!
학생들의 대회임을 감안해 너그러이 넘어가려던 카이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벌떡 몸을 일으킨 카이가 선수를 향해 일갈했다.
“에프레 선수! 모르게타 공식의 보충안을 다룬 학술서의 이름을 셋 이상 대보십시오!”
“헉!? 그, 그게…….”
“애초에 모르게타 공식의 보충안은 시중에 떠도는 학술서 중 하나에서 나온 이론에 불과할 뿐입니다!”
“으으으…….”
카이가 엄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곳은 근거가 빈약한 이론을 다룰 정도로 녹록한 자리가 아닙니다! 심사관! 총책임자의 권한으로 애프레 선수의 실격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입니다!”
카이의 냉정한 외침에 에프레라는 학생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고, 심사관은 허둥지둥 에프레의 실격을 선언했다.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자리에 도로 주저앉은 카이가 아몬을 힐끔 바라봤다.
‘후후, 선배님. 걱정 마십시오. 선배님이 추진하신 대제전이 수준 낮은 대회로 전락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자신을 믿어 달라는 듯, 훈훈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카이의 얼굴을 본 아몬은 소름이 쭉 돋았다.
‘카이, 저 새끼! 저 뽐내는 미소 좀 보라지! 역사학 교사인 네깟 놈보다 수학 교사인 자신의 권위가 훨씬 높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렷다!’
‘하하하! 아몬 선배님, 감동하셔서 눈물까지 글썽이시다니, 더 열심히 해야겠군!’
‘내가 후배인 너를 얼마나 아끼고 중히 여겼는데!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날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 베스트릭 아카데미의 학교장인 벤자민은 관계자석에 앉아 한방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방금 실격한 에프레 선수가 베스트릭 아카데이믜 학생이었던 것이다.
* * *
아몬은 오늘의 수치를 곱씹고 있었다.
후배인 카이에게 처절하게 밀리는 통한의 아픔이란!
게다가 카이가 통 크게 선수 하나를 실격시켰기 때문인지, 수학 경진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상당한 위기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어설프게 했다가는 나도 실격당할지도 모른다!’
‘망했다가 이제 막 되살아난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대제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지금껏 익히고 배운 것들 중 최고 수준의 연구와 논문을 인용해 가며 대회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모르긴 몰라도 자신이 지닌 기량의 140%는 족히 발휘했을 것이다.
카이조차 저런 풀이가 가능하냐며 내심 감탄할 정도였으니, 오늘 하루의 경진대회로 제국의 수학은 크게 한 걸음 진보했으리라.
‘수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도 감탄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어.’
아몬이 한숨을 푹 내뱉었다.
“……휴우,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우리 제국민의 수학에 대한 열정이 그렇게 대단할 줄 몰랐던 나의 패배다.”
아니다.
바람잡이들 때문이다.
“하지만 카이…… 다음에는 이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때는 관중들에게 돈을 뿌리는 한이 있더라도 역사학 토론 대회날의 관중석을 미어터지게 만들고 말리라!
아몬은 언젠가 찾아올 설욕의 기회를 꿈꾸며 스산하게 웃었다.
그나저나.
“내일 마지막 날은 과학 경진대회인가…….”
아카데미 교사진의 막내인 피오라가 맡고 있는 과목이었다.
“음, 제국민의 수학에 대한 열정이 뛰어났기에 카이한테는 지고 말았지만…… 과학은 이야기가 다르지.”
제국은 물론이고 대륙 전체가 과학을 조금 홀대하는 감이 있었다.
물론 기본 교과 과목에 속해 있는 것을 보면 알다시피 멸시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솔직히 ‘그런 걸 어디 쓴대?’라는 인식이 파다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증기기관이라는 것을 고안했소! 증기기관을 이용할 경우 마차보다 힘이 좋고 운송 능력이 탁월한 기관차라는 것을 운용할 수 있게 되오!’
‘호오, 워프 마법보다 효율적이오?’
‘워프 마법보다는 안 좋은데…….’
‘그럼 무슨 쓸모가 있는 거요?’
‘잉이이익……!’
마법이 있는데 그까짓 과학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렇기에 과학은 잡기(雜技)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진 못하고 있었다.
마법을 다루지 못하는 서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과학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이들도 없지는 않았으나, 아몬은 그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카셀라그 어르신이 말한 것처럼 마법이 없는 세상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리와 다를 게 없지. 그나마 최근에 화약? 이라는 걸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결국 그 화약이라는 것도 마법의 위력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고 했으니, 아몬은 제 생각이 옳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럴 시간에 마법사를 한 명이라도 더 육성하는 게 나을 텐데! 사람이 당장 눈앞만 볼 게 아니라 미래를 볼 줄 알아야지. 쯧쯧.”
끌끌 혀를 차는 한편 혈육에 대한 걱정도 새끼 손톱 절반만큼 차올랐다.
“그러고 보니 아미 녀석이 내일 과학 경진대회에 참가하는데, 잘하려나?”
일단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학생이라 시드권으로 곧장 본선 진출으로 해 두긴 했는데, 대륙 각지에서 모인 쟁쟁한 과학도들 사이에서 망신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뭐, 그래도 좋은 경험은 되겠지. 일찍 탈락하는 게 계기가 돼서 더욱 열심히 할지도 모르고, 다른 학문에 뜻을 둬서 더 크게 성장할지도 모르지.”
솔직히 오빠로서 동생이 전망이 영 좋지 않은 과학(아몬의 견해다)에 열중하는 것보다는 다른 학문에 발을 들이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일이 되면 아미도 생각을 바꿀지도. 수학이야 제국민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으니 관중석이 꽉 찼었지만, 과학은 그렇지 않을 테니 역사학 토론 대회보다 관중이 적을걸?”
그때가 되면 아미도 깨달으리라!
아! 과학은 미래가 없구나!
내가 집으려던 밥그릇이 박살 난 밥그릇이었구나!
‘게다가 피오라도 울상이 되어선 발을 동동 구르겠군. 후후후 .’
카이에게 패배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또 후배한테 패배할 수는 없었다.
* * *
원래 똑같은 일을 두 번쯤 겪어 보면 그로 인한 충격도 무뎌진다.
아몬이 처한 상황이 딱 그런 꼴이었다.
사람으로 빼곡하게 차 있는 관중석을 불러본 아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 제국이 언제부터 과학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을까?’
그나마 어제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귀족들만 가득해서 인기‘만’ 많구나, 하고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딱 봐도 ‘저놈 저거 과학 좀 파는 놈이구나’ 싶은 외견의 안경 낀 사람들이 관중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많은 과학도들이 대체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거지?’
그런 의문으로 머릿속이 어지러웠기에 충격이 덜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편, 관중들로 가득한 관중석을 훑어보는 피오라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당황하고 있었다.
‘뭐야?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피오라도 역사학 토론대회 때 관중석이 한산한 것을 보고 자기가 다 부끄러웠었다.
때문에 그런 수치를 당할까 두려워 가문에 말해서 사람을 좀 불러야겠다고 다짐했으나, 막상 정말로 그렇게 하자니 추해도 그렇게 추한 일이 없었기에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다.
‘근데 사람도 안 불렀는데 관중이 꽉 찼다고? 우리 과학을 향한 우리 제국민의 사랑이 그렇게 대단했나?’
물론 여기에도 은밀한 내막이 있었다.
피오라는 진짜배기 과학도가 아니라 여러 가지 공부한 학문 중 하나가 과학이었다.
때문에 현재 과학계의 유행이나 사건에 대해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이 이렇게 우르르 몰려 온 이유를 미처 알지 못했다.
관중석은 묘하게 술렁거리고 있었다.
“이곳이 소문으로만 듣던 그곳이 맞지?”
“물론. 바로 그 아나르엘 학교장이 있는 곳이지.”
갑자기 아나르엘의 이름이 왜 나온단 말인가!
아몬이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아나르엘에게 달려가 따졌겠지만, 애석하게도 그 대화를 듣기에는 관중석과 관계자석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아나르엘 학교장, 그녀가 최근 과학계에 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석유’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투자한 인물이라지?”
“그래. 그런 대단한 선견지명을 가진 학교장이 운영하는 아카데미라면…… 이번 대제전의 수준도 대단하겠군. 어제 있었던 수학 경진대회의 수준도 엄청나게 높았다고 하지 않은가?”
“하하! 그렇지. 연구를 미루고 이곳까지 온 보람이 있겠어.”
그렇다!
아나르엘은 끝까지 미련을 못 버리고 꼬깃꼬깃 모은 쌈짓돈을 그놈의 ‘석유’에 갖다 박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석유가 현재 과학계에 엄청난 소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때문에 석유에 투자한 투자자들 중의 큰손인 아나르엘의 명성이 과학계에 알음알음 알려졌고, 일찌감치 석유의 가치를 알아본 아나르엘에 대한 관심이 그들을 이곳 대제전까지 불러 모은 것이다!
‘잘하면 오늘 이곳에서 미래의 대과학자를 볼 수 있을지도.’
‘내 노예, 아니지. 원생으로 들일 만한 녀석을 하나쯤 찾으면 좋겠는데.’
그들은 과학 경진대회의 드높은 수준을 기대하며 경기장을 내려다봤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는 30여 초를 지나지 못했다.
첫 번째 경기에 참가한 아미가 상대가 제시한 이론을 해석조차 못하고 경기 시작 17초만에 기권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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