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55)
아카데미가 망했다 155화
공부 잘하게 해 주는 약!
아미에게 그것을 투약하기로 결심한 아몬은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다.
검술 수업은 물론이고, 마법 수업을 비롯한 다른 수업에도 그것을 지참한 채 참관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연무장이 아닌 강의실에서 그것을 휘두를 순 없었다.
그러나 전문가의 견해에 따라 투약의 방식은 얼마든지 달라지는 법이다.
패애앵-!
양손으로 공부 잘하게 해 주는 약(채찍)을 잡아당겨 파공음을 일으킨 아몬이 흡사 천왕과도 같은 자태로 아미의 옆에 우뚝 선 채 말했다.
“아미 학생, 마법서를 보니까 눈이 슬슬 감기지요?”
“끄으으으…….”
“자, 자. 그렇게 피곤하면 한숨 주무세요.”
“정말요……?”
“눈 뜨면 염라대왕이라고, 얼굴이 시뻘건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실 텐데 아몬 선생님이 보내서 왔다고 안부만 좀 전해 주시면 됩니다.”
“으으으…….”
졸면 뒈진다는 뜻을 모를 리 없는 아미가 눈꺼풀에 힘을 빡 준 채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학생으로서 학업에 본분을 다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미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은 모양인지, 다른 학생들도 척추를 꼿꼿이 세운 채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 이보게. 아몬.”
“예? 아아, 마리온 선배님. 왜 그러십니까?”
불콰하게 취한 채 다가온 마리온이 말했다.
‘설마 너무 과하다고 말리려고 온 건가?’
“그 채찍, 효과가 참 좋은 것 같은데 나도 어떻게 하나 못 구하남?”
‘아니군.’
역시 올바른 교육자끼리는 무언가 통하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제가 하나 구해 드리죠.”
“허어어! 고맙네. 역시 자네밖에 없으이.”
“별말씀을요. 그리고 정정하자면, 이건 채찍이 아닙니다. 그냥 새끼줄을 꼬아 만든 거죠.”
“그게 채찍 아닌가?”
“아닙니다.”
이 사람이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군.
어딜 학생에게 채찍 같은 흉악한 물건을 들이댈 수 있겠는가?
체벌은 교육부에서도 엄중히 금하는 것 중 하나였다.
“겉모습이 비슷해서 종종 그런 오해를 하시곤 하죠.”
“그…… 런가? 허허, 내가 많이 취한 모양이야.”
“이해합니다. 조금 전에 슬로스 선배도 ‘학생들이 말도 소도 아닌데 무슨 채찍질을 하느냐!’며 펄쩍 뛰시더라고요. 그래서 채찍이 아니라는 걸 그분께 증명시키느라 상당히 고생했습니다.”
“……어떻게 증명했나?”
아몬이 괜히 창문 밖의 먼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슬로스 선배님께 물어보십쇼. 지금쯤 의무실에 계실 테니.”
“…….”
마리온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것을 본 아몬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농담입니다, 농담. 제가 무슨 미친 개망나니도 아닌데요.”
“아니었나?”
말을 왜 이렇게 섭섭하게 하실까.
“아무튼 슬로스 선배님도 걱정하기는 했습니다만, 보시다시피 아이들이 워낙 열심히 하는 걸 보고 어쩔 수 없이 수긍하시더군요.”
“흠…… 하기야 아이들이 저렇게 군기가 바짝 든 건 처음 보는군.”
“그렇죠.”
누가 종군 마법사 아니랄까 봐 군기라고 표현한 게 조금 걸리긴 했지만, 확실히 공부 잘하게 해 주는 약의 효과는 탁월했다.
‘아미한테만 이 약을 투약하고 있지만, 다른 아이들도 간접적으로 효과를 보고 있으니 잘된 일이지.’
흡족한 미소를 머금은 아몬은 마리온과의 대화를 틈타 약을 뱉기라도 했는지, 약빨이 떨어져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미에게 다가가 공부 잘하게 해 주는 약을 투여해 주었다.
패애애앵-!
채찍 당겨지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깬 아미가 울상을 지었다.
* * *
본래 약이란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기도 하고, 느리게 나타나기도 하는 법이다.
다행히 아몬이 투여한 공부 잘하게 해 주는 약은 효과가 단기간에 확 올라오는 명약이었다.
투약한 지 고작 이 주쯤 됐을 뿐인데, 아미는 이번 주에 실시한 테스트에서 혁명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아미의 성적표를 죽 늘어놓은 채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 아몬이 말했다.
“자! 보거라, 카이야. 이래도 이 선배의 고견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으냐?”
“끄으응…….”
팔짱을 낀 채 침음성을 흘린 카이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학생에게 채찍을 휘두른다는 게, 교육자로서도 심각하게 좋지 않은 행위이고…… 교육부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크게 경을 치게 될 것 같습니다만…….”
끝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구질구질하게 변명을 일삼는 카이의 행태에 아몬은 크게 탄식했다.
“어허! 카이야! 그래서 아미의 수학 성적이?”
“……크윽!”
상황은 이랬다.
아몬이 채찍(공부 잘하게 해 주는 약)을 들고 꾸역꾸역 수학 교실까지 찾아갔을 때, 카이는 대경실색하며 만류했었다.
‘아니이, 선배님! 시대가 무슨 시대인데, 무슨 15대 선제 폐하 때나 할 법한 교육관을 가져오고 그러십니까!’
역사학 교사인 아몬은 그 당시가 야만의 시대인지라 학생을 두들겨 패며 가르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몬은 옛말에 그른 말 하나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카이야, 때로는 학생을 엄하게 다스려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이건 좀…….’
‘감히 선배가 하는 일에 토를 달아? 대제전 때 관중 좀 더 많았다고 이제 눈에 보이는 것도 없나 보지?’
‘그 이야기가 지금 왜 나옵니까…… 그리고 조금이 아니라 거의 세 배는 차이가 났는데…….’
‘갈! 꾸짖을 가아아알!!’
결국 꽉 막힌 교육자 기질이 있는 카이는 ‘학생에게 채찍질이라는 야만적인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을 들고 나섰고, 아몬은 ‘인간도 동물인데 때로는 원초적인 수단을 강구할 필요도 있지 않으냐!’는 주장을 펼쳤다.
결국 완전히 상반된 두 주장은 타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두 교사는 내기를 통해 승패를 가리기로 결론지었다.
카이의 수학 수업에는 아몬의 교육관을 들이밀지 않고, 다른 수업에만 아몬의 교육관을 통해 교육하기로 한 것.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수학-5점] [역사학-49점]참고로 수학도 100점이 만점이다.
확고부동한 승패의 결과에 카이가 망아지 우는 듯한 소리를 냈다.
“끄으으으으…… 이건 진짜 말도 안 됩니다.”
“솔직히 말도 안 되긴 해. 찍어도 5점은 안 나오겠다.”
투덜거리던 카이가 눈을 번쩍이더니 말했다.
“혹시…… 아미 학생한테 정답을 알려 주신 건 아니죠? 동생이잖습니까.”
부정을 의심하는 카이의 한심함을 보다 못한 아몬이 다른 성적표를 그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검술-56점] [마법-42점] [과학-88점]“그럼 내가 모두랑 작당질이라도 했다는 말이냐?”
“……으음.”
“마리온 선배님이야 술 몇 병 사 주면 홀랑 넘어올지도 모르지만, 슬로스 선배님이랑 피오라가 내 작당 모의를 들어줄 것 같아? 그 자리에서 뺨이나 후려치지 않으면 다행이지.”
“……하긴, 듣고 보니 그렇긴 합니다.”
슬로스는 몰라도, 피오라라면 허겁지겁 교육부로 굴러가서 아몬 드레이크 교사의 부정을 고발하겠노라며 시위를 벌일 게 분명했다.
아미의 성적표를 팔랑팔랑 흔들던 아몬이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이번 테스트의 결과는 자신이 아미에게 큰맘 먹고 투여한 신약의 효능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수학 따위의 5점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걸출한 점수들!
성적표를 팔락팔락 넘겨보던 아몬이 침음성을 흘렸다.
‘동생아…… 나는 너를 마소(馬牛)처럼 다루고 싶진 않았는데, 이 정도로 차이가 심하면 어쩔 수 없잖아.’
안타깝다는 듯 쓸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몬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렇게 입이 찢어져라 웃으시다니.’
단순히 동생의 성적 향상에 기뻐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한숨을 쉬며 주머니를 뒤적거린 카이가 금화를 몇 개 꺼내 내밀었다.
내기에서 패배한 대가였다.
“후후, 고맙다. 그리고 앞으로…… 알지?”
“예. 아몬 선배님이 채찍…….”
“공부 잘하게 해 주는 약.”
“……약을 사용하시는 걸 보고 훼방 놓지 않겠습니다.”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합의를 이뤄 낸 아몬이 흡족하게 웃으며 금화를 받아 챙겼다.
“그리고 너도 이거 한번 써 봐. 효과가 상당하다니까?”
실제로 슬로스도 처음에야 부정적이었지, 약을 투여받은 아미가 성난 황소처럼 맹렬하게 검을 휘두르는 걸 보곤 명약이 따로 없다며 무릎을 철썩 때리며 감탄했다.
게다가 이론 테스트에서도 괄목상대할 성적 향상을 이뤘으니, 아몬이 고안한 명약을 탐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마리온 선배님한테는 일찌감치 하나 구해 주기로 했고, 피오라랑 슬로스 선배님도 조만간 하나 구해 달라고 부탁할 눈치더라. 너도 생각만 있으면 말해. 싸게 해 줄게.”
“……아무리 그래도 제 교육관이 흔들릴 일은 없을 겁니다.”
“그 결심과 마음가짐, 얼마나 갈지 내 지켜보도록 하지.”
끌끌 혀를 찬 아몬이 몸을 일으켰다.
어쨌건 아미의 성적이 대단히 좋아진 것은 사실이니, 그 공로를 치하하는 것과 동시에 스스로를 향한 자축도 할 셈이었다.
‘맛있는 것 좀 사다 줘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몸을 일으킨 순간 카이가 말했다.
“아, 그리고 선배님.”
“또 뭐. 공부 잘하게 해 주는 약, 하나 구해다 줘?”
“됐습니다. 그게 말이죠…….”
카이가 설명을 시작했고,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아몬의 안색이 시퍼렇게 물들었다.
* * *
아미의 눈 아래는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 자태가 얼마나 처참했는지, 아미를 몹시 따르는 클로에는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새언니, 아니지. 언니…… 어떡해요.”
“……그어어.”
흡사 좀비 같은 울부짖음을 흘리며 휘청거리는 아미의 모습을 본 보리스가 허겁지겁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미 누나, 여기요.”
“거어어어…….”
“네?”
“거어어기다 두라고오…….”
“아, 네.”
보리스가 브레슬 특제 ‘잠 못 이루는 탕약’과 아나르엘의 특별 주문 ‘안 좋은 기억은 오래가는 마법 스크롤’을 아미의 옆에 내려놨다.
아미가 이론 수업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그리고 다크서클이 턱에 닿을 정도로 피곤한 안색의 보리스는 모처럼 기뻐 보였다.
동지가 생겼다는 사실이 크게 기꺼운 모양이었다.
‘으…… 진짜 이러다 죽겠네.’
보리스가 준 탕약을 물처럼 꿀떡꿀떡 삼킨 아미가 마시기 전보단 나아진 안색으로 한숨을 푹 내뱉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사람 마음이라는 건 참으로 간사하다.
힘들 때 결심하지 말고, 슬플 때 다짐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감정이 식으면 결심과 다짐이 힘을 잃기 때문이다.
‘물론 성적이 나아지긴 했으니 좋은 일이긴 한데…… 너무 힘들다고.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물론 먼젓번의 제물이었던 보리스가 쌩쌩하니 살아 있는 걸 보면 당장 죽지야 않겠지만, 수명을 크게 깎아 먹으리라는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한 일이다.
젊을 때야 살 만하겠지만 늙으면 고생문이 훤히 열릴 터.
‘이래선 안 돼. 오빠한테 단단히 항의해야…….’
못된 마음을 먹던 아미가 입술을 꼭 깨물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오빠가 나쁜 생각을 품고 이러는 건 아니잖아. 오빠 말대로, 부모님이 우리를 위해서 얼마나 큰돈을 바치셨는데.’
경제 관념이 다소 모자란 아미는 가문에서 대제전에 얼마나 큰돈을 투자했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그저 돈 좀 썼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아는 드레이크 가문은 ‘돈 좀 썼다.’ 하면 그날로 영지민 모두가 한동안 먼지만 쌓여 가는 밥그릇을 들여다봐야 할 정도로 궁핍했다.
‘그런데도 부모님이 우릴 위해서 그렇게 해 주셨는데, 이제 와서 약한 소리를 할 수는 없지. 그래, 아미. 힘내자.’
다크서클이 길게 내리깔린 얼굴로 굳게 결심한 아미가 주먹을 꼭 움켜쥔 순간이었다.
마침 레이몬드가 방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아미 누나.”
“응?”
“이거 봤어요?”
“응? 뭐가?”
레이몬드가 신문을 내밀었다.
그는 할아버지인 라인벨트가 다 읽은 신문을 종종 챙겨 오곤 했었다.
“드레이크 가문이 이번에 백작 가문으로 승작한대요.”
“……어? 드레이크 가문이?”
“네. 누나 가문…… 크흠. 이잖아요.”
아미는 자신이 드레이크 가문이라는 걸 숨기고 있지만, 그녀만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지 남들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충격적인 소식에 아미가 빼앗듯 신문을 낚아챘다.
‘뭐? 우리 가문이? 이게 대체 무슨 소리…….’
이윽고 신문을 본 아미가 흠칫 굳었다.
신문에는 아버지의 얼굴이 뛰어난 솜씨로 그려져 있었다.
요즘 꽤 잘 드시고 사시는지, 얼굴에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윤기가 반질반질 흐르고 있었다.
[아모니스 아카데미 대제전 투자 건에 관한 대담] [Q-큰 지출이 있었을 텐데, 부담이 없었는지?] [A-에덴의 순이익이 놀라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큰 부담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 대한 홍보 효과가 컸기에 순이익이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에 아모니스 아카데미와 에덴에 방문해 주신 분들께 큰 감사를 드린다.]아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백작 승작 건에 관한 대담] [Q-승작 소식을 듣고 놀라지 않으셨는지?] [A-기실 황실에서 온 감찰단을 통해 어렴풋한 암시는 들은지라 그렇게 놀랄 만한 사실은 아니었다. 물론 부인과 큰아들, 작은아들에게만 귀띔해 줬다. 딸에게만 학업에 지장이 있을까 싶어 애써 말해 주지 않았다.]“…….”
“어…… 누나? 왜 그래요?”
“…….”
“어? 누나? 검은 왜…… 아니, 그거 들고 어디 가요!?”
잠시 후, 아몬의 비명이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전역을 쩌렁쩌렁 울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