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67)
아카데미가 망했다 167화
과거, 파천광룡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으로 불렸던 카셀라그조차 조아민트를 뒤덮고 있는 ‘마나 방벽’을 부술 수 없었다.
아니, 진심으로 부술 생각이라면 부술 수는 있을 것이다.
한 사흘 밤낮을 앓아누울 각오를 하고 전력을 다한다면 조아민트의 마나 방벽을 두어 장은 부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조아민트 정도 되는 마왕이라면 마나 방벽을 수십 장은 두르고 있다는 거지. 얇고 농밀한 마나 방벽 수십 장을 두르고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이 마왕이다.’
그렇기에 ‘마왕’이 한번 떴다 하면 전 세계의 드래곤들이 유서를 쓰고 총집결해서 총력전에 대비하는 게 보통이다.
카셀라그도 어린 드래곤 시절부터 해서 몇 번이고 그러한 경험을 해 왔다.
그런 ‘파천광룡’ 카셀라그는 침음을 흘리며 아몬을 바라봤다.
‘정말 이해가 안 가는군. 아몬 저놈은 어째서 조아민트의 마나 방벽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거지?’
지금도 아몬은 자신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조아민트의 머리를 콩콩 쥐어박으며 응징하고 있었다.
카셀라그의 눈에 보이는 조아민트의 마나 방벽들은 여전히 건재했고, 아몬의 주먹은 그 마나 방벽을 ‘없는 것’처럼 투과해 조아민트의 머리를 두들겨 대고 있었다.
“흠, 흠흠. 아몬, 잠깐 이리 오거라.”
“흐즈믈르…… 예?”
조아민트를 약 올리고 있던 아몬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이십니까, 카셀라그흐어억!”
갑자기 팔에 꽂히는 카셀라그의 주먹에 아몬이 팔을 붙잡고 주저앉았다.
파천광룡이 휘두른 주먹은 아몬에게도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으, 악, 내 팔 부러졌…….”
“뭐지? 아무리 봐도 그냥 평범한 인간의 팔인데?”
그런데 어째서 조아민트의 마나 방벽을 투과하는 것이지?
아무리 궁리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큭, 어르신, 갑자기 왜 저를 때리시는 겁니까?”
“……미안하구나, 아몬. 나로선 도통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서 그런다. 조금 전에 마나 방벽에 대해 설명했었지?”
카셀라그는 마법으로 아몬의 팔을 치료해 주며 연이어 질문했다.
“너는 뭔가 짐작 가는 게 없느냐? 너만 마나 방벽을 무시하는 이유 말이다.”
“……이유요? 글쎄요.”
“작은 단서라도 좋아. 뭐 하면 출생의 비밀이라던가.”
“……출생의 비밀 같은 게 있겠습니까? 어르신도 가끔씩 제 기저귀를 갈아 주셨다면서요? 그런데 출생의 비밀은 무슨.”
투덜거리던 아몬이 문득 흠칫하며 탄성을 질렀다.
“……설마 감자!?”
* * *
아무래도 감자가 원인은 아닌 모양이었다.
번뜩이는 발상으로 ‘감자’가 조아민트의 마나 방벽을 뚫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아몬의 추리력에 대한 의심만 가중시킬 뿐이었다.
‘음, 우리 영지의 감자를 먹은 사람들을 몽땅 불러 모아서 조아민트를 두들겨 패 보게 했는데 아무도 마나 방벽을 뚫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조아민트가 ‘내가 무슨 훈련용 과녁인 줄 아느냐’며 분기탱천해 날뛰었지만, 어르고 달래 가까스로 그녀의 화를 잠재울 수 있었다.
‘하여간 결국 나만 조아민트의 마나 방벽을 뚫을 수 있다는 이야긴데…… 어째서?’
아몬도 그 이유는 전혀 알지 못했다.
오죽하면 하다 하다 감자를 조아민트에게 집어 던져 보기까지 했겠는가.
머리를 맞대고 이유를 고민하던 카셀라그도 결국 포기했는지, 무거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 도무지 알 수가 없군.”
“……그러게요.”
“네가 용사나 그런 대단한 인물의 혈통이라면, 그런 힘이 있는 것도 당연하겠구나 싶은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니잖느냐?”
용사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인 보리스가 이쪽을 바라봤다.
“보리스, 너 안 불렀어.”
“힝.”
사실 보리스도 감자를 꽤 먹었는데 조아민트의 마나 방벽을 전혀 뚫지 못했다.
보리스가 가진 신검 누카엘은 조아민트의 마나 방벽에 꽤 피해를 주긴 했는데, 그것도 ‘피해를 준다’라는 것이지, 아몬의 주먹처럼 통과하다시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조아민트는 ‘내가 살다살다 어린 꼬맹이한테 신검으로 공격까지 당해 보는구나’라며 분개했지만, 어르고 달랜 덕분에 그녀의 화를 잠재울 수 있었다.
“흠…… 아무튼 저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어르신 말대로 혈통이 아주 특별한 것도 아니고요.”
물론 어찌 보면 특별한 혈통이긴 했다.
아모니스 제국을 건립한 초대 황제, 아모니스 대제의 친척이 설립한 가문이니 말이다.
그러나 아모니스 대제는 아주 오래전의 인물이다.
그의 혈통과 관계가 있는 사람을 작정하고 찾는다면,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훈련장을 수십 바퀴는 둘러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막말로 그런 논리면, 내 옆에 있는 카이는 아모니스 대제의 직계잖아. 내가 마나 방벽을 뚫고 들어가는 수준이면, 얘는 조아민트에게 손가락 하나 가져다 대면 조아민트가 살살 녹아내리는 수준이겠지.’
그 점을 감안한다면 아몬이 드레이크 가문의 혈통이라는 것조차 조아민트의 마나 방벽을 뚫는 것과는 큰 관계가 없어 보였다.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한 카셀라그가 무거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튼 나도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보마. 너도 혹시나 생각나는 게 있다면 언제든 나에게 말해 다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순간 카셀라그가 진지한 얼굴로 아몬을 바라봤다.
드래곤인지라 늘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카셀라그였지만, 이번에는 심각하게 느껴질 정도로 무거운 표정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한참 그렇게 아몬을 바라보던 카셀라그가 쓰게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신경 쓰지 마라.”
“말을 하다 마는 게 가장 신경 쓰이는 것 모르십니까?”
“시끄럽다.”
아몬을 쥐어박은 카셀라그가 혀를 차며 걸음을 옮겼다.
멀어지는 카셀라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몬이 머리를 문지르며 괜히 투덜거렸다.
* * *
늦은 밤.
모두들 ‘마왕의 부활’을 주제로 한바탕 토론이 벌어졌다.
덕분에 축하연이라는 걸 즐길 여력도 없이 자리는 무거운 분위기로 이어졌지만, 결국 그들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당장 마왕이 부활했다고 해서 우리만으로는 뭘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그 사실을 깨달은 그들은 결국 무거운 분위기로 술이나 마셨다.
카이는 무거운 안색으로 ‘이 사실을 폐하에게 알려야…….’라면서 중얼거리고 있었고 말이다.
하여간 시간이 흘러 늦은 밤이 된 지금은 모두들 잠에 빠져들었다.
드레이크 영지가 정숙에 잠겨 있는 와중, 그림자 하나가 저택에서 슬며시 빠져나왔다.
“……음, 슬슬 가 볼까.”
저택에서 빠져나온 인물은 다름 아닌 아몬이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마나 방벽이라는 것으로 보호받는 마왕 부활의 마법진, 그리고 마나 방벽을 없는 것처럼 투과할 수 있는 자신의 신체.
‘그렇다는 말은, 마왕의 부활을 막을 수 있는 건 내가 유일하다는 말이지.’
카셀라그가 무어라 말하려다가 만 것이 바로 그것이리라.
하지만 카셀라그는 그것을 아몬에게 말할 수 없었다.
‘아몬아, 너 혼자 가서 마왕 부활을 저지하고 오너라. 할 수 있지?’
비록 드래곤과 인간이라는 타종족이지만, 카셀라그는 오랜 세월 알고 지내며 손자처럼 느껴지는 아몬에게 감히 그런 말을 내뱉을 수는 없었다.
마왕의 부활이 이뤄지는 마법진에 어디 그것만 달랑 있겠는가?
그것을 지키고 있는 마족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카셀라그는 아몬에게 ‘지금 당장 다녀와라.’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황실에 이 사실을 보고해서 병력을 모아서 쳐들어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
이곳은 다름 아닌 대륙의 끝인 아르마 산맥이다.
제국에서 끌어모은 병력이 이곳까지 진군하는 것만 한 세월이 걸린다.
게다가 마왕의 부활은 아르마 산맥을 넘어,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침묵의 정원에서 이뤄진다.
그 말은 아르마 산맥을 넘어야 한다는 뜻인데, 아르마 산맥은 험하고 몬스터로 들끓는 마경이다.
‘그런 곳을 넘어서 침묵의 정원에 도착해 마왕의 부활을 저지해라?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결국 작전은 ‘부활한 마족이 아르마 산맥을 넘어오는 것을 저지하라’라는 방향으로 될 수밖에 없다.
아버지인 카임이 괜히 마왕이 부활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절한 게 아니다.
드레이크 영지는 아르마 산맥에 있으니 전장의 한복판이 될 게 분명하니 말이다.
“……쩝, 그래서 결국 나 혼자 가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지.”
마나 방벽을 뚫을 수 있는 건 자신이 유일하다.
그렇기에 어두운 분위기의 축하연에서 마왕의 부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 누구 한 명이든 아몬을 언급할 만도 했다.
아몬이 유일하게 마나 방벽을 뚫을 수 있으니, 마왕의 부활을 저지해 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
그들도 아몬을 홀로 보내기 싫은 것이다.
동료에 대한 배려였다.
그들도 아몬이 혼자 짐을 짊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아몬은 청개구리였다.
‘까짓것, 내가 혼자 다녀와 주지. 뭐!’
원래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법!
동료들의 배려는 감사했지만, 아몬은 그들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몬은 홀로 저택에서 빠져나왔다.
그의 허리춤에는 카셀라그가 선물해 준 아다만티움 검이 덜렁덜렁 매달려 있었다.
‘흠, 그러고 보니 마족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가장 약한 마족도 오거를 축구공처럼 뻥뻥 차면서 가지고 논다고 하던데…….’
하지만 그것은 자신도 가능한 일!
그렇기에 아몬은 털레털레 영지 밖으로 걸어 나갔다.
홀로 마왕의 부활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휴, 그럼 슬슬 가 볼까?”
영지의 어귀에서 몸을 날리려던 순간이었다.
“험, 험험.”
“……어?”
라인벨트가 뒷짐을 진 채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다.
“어르신? 안 자고 뭐하십니까?”
“커험, 뭐. 늙으면 잠이 없어지는 법이지.”
“……눈곱이나 좀 떼고 말하시죠?”
아몬의 인기척을 느끼고 자다가 벌렁 일어나 쫓아 나온 모양이었다.
“그보다 혼자 가려는 것이냐?”
“그러려고요.”
“흠. 혼자 가서 되겠느냐?”
“해 봐야죠.”
“험험.”
라인벨트가 뒷짐을 진 채 헛기침만 하며 아몬의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몬이 결국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같이 가실래요?”
“커허허험! 네놈이 그렇게 부탁을 하니 어쩔 수 없구나.”
‘부탁은 안 했는데.’
“크흠, 하지만 대가가 있다.”
“제자 안 됩니다.”
“……네놈 고집도 참 한결같구나.”
“어르신만 하겠습니까?”
아몬이 투덜거리며 라인벨트와 함께 영지를 완전히 나온 순간이었다.
“……엉? 저거 뭐야.”
눈을 가늘게 뜬 아몬이 저만치 보이는 뭔가를 바라봤다.
이렇게 늦은 한밤중, 웬 시커먼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맨발로 타박타박 아르마 산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자살 희망자인가 싶어 빤히 노려보던 아몬은 여인의 머리 위에 솟아 있는 시커먼 뿔을 발견했다.
“조아민트구나…….”
조아민트도 자기네 마족 군단을 찾아 아르마 산맥을 넘어 침묵의 정원으로 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음, 근데 아까 자기네 군단을 찾으면 나를 찢어 죽일 거라 했지?’
결정을 내린 아몬은 라인벨트에게 눈짓했다.
‘저것을 미행합시다.’
‘그래.’
두 사람은 은밀하고 위대하게 조아민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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