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69)
아카데미가 망했다 169화
라인벨트는 당혹감에 젖어 있었다.
‘이런 젠장! 마족 놈들이 이렇게 강한 괴물일 줄은……!’
라인벨트는 그랜드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력한 기사다.
그에게 경외를 담아 사람들이 ‘창천검왕’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그에 대한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랜드소드마스터답게 거대한 오러블레이드를 휘두르는 그의 공격은 마족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새끼들, 마나 자체에 내성이 있잖아! 내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미묘하게 반탄력이 돌아온다.’
그 바람에 라인벨트는 오랜 세월 검을 휘둘러 왔기에 굳은살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손아귀가 점점 아파 오고 있었다.
‘이런 마족 수백 마리는 고작 일부일 게 분명하다. 아무리 못해도 수천, 수만, 혹은 그 이상이 있겠지. 그런 마족들이 우리 제국을 침공한다면……?’
라인벨트는 오싹함을 느꼈다.
제국 4대 기사, 제국의 모든 명문, 정예 기사단, 마탑, 수많은 전투를 통해 단련된 군단을 동원하더라도 마족의 군단에게 낙엽처럼 휩쓸리고 말리라.
그리고 제국이 무너진다면 대륙 전체가 멸망하고 말 것이다.
‘젠장…… 카셀라그라는 머리 시커먼 드래곤 노인네가 말한 게 진짜였어. 인간의 힘으로는 마족을 막을 수 없다. 지금까지 대륙의 역사가 수도 없이 새로 써졌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어.’
마족들과 힘겨운 전투를 이어 가던 라인벨트가 힐끔 고개를 돌렸다.
콰아아앙-!
아몬이 풀스윙으로 아다만티움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공기가 이지러지고, 그 검에 얻어맞은 마족은 일개 고깃덩어리가 되어 날아가 땅을 구른다.
그것은 검술이 아니라 그저 단순한 몽둥이질에 가까웠다.
이렇다 할 기술도, 묘리도 없는 단순히 휘두르는 것뿐이었지만, 그렇기에 그의 공격은 마족에게 훨씬 위협적이었다.
라인벨트는 그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마족은 마나 저항력이 높은 놈들이다. 물론 육체적인 강도도 대단하지만, 마나에 대한 저항력과 비교할 수준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아몬 녀석이 저렇게 엄청난 힘으로, 그 무거운 아다만티움 검을 저렇게 휘둘러 댄다면…….’
그리 생각하기가 무섭게 고깃덩어리가 된 마족이 저 멀리 날아가 지면에 처박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옆에서 달려든 마족이 라인벨트를 향해 공격했다.
‘컥! 이런 젠장!?’
아몬에 대한 감탄으로 한눈을 팔다가 마족의 공격을 허용한 라인벨트가 황급히 방어하려 한 순간이었다.
쩌엉-!
마족은 갑자기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듯, 라인벨트의 눈앞에서 손을 뻗은 채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이, 이건……?”
-늙은 인간. 벌써 지친 것이냐?
“……!”
고개를 돌린 라인벨트는 어느새 조아민트가 자신의 뒤로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마나 방벽을 사용해 마족의 공격을 막아 준 것이다.
-지쳤다면 썩 물러가라. 걸리적거리기만 하니까.
“……도와준 건 고맙게 생각하겠다. 하지만 나는 자랑스러운 제국의 4대 기사. 한 번 임한 전투에는 목숨을 잃더라도 달아나지 않는다.”
조아민트가 피식 웃었다.
-흐흐, 정녕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그리하거라.
비웃음 섞인 웃음을 흘린 조아민트가 손을 한 차례 휘두른 순간, 라인벨트는 자신도 모르게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
조아민트의 손짓을 따라서 일어난 압도적인 마나의 해일이 자신을 공격했던 마족을 ‘지워 버리는’ 광경을 보았으니 아무리 그랜드소드마스터라도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았다.
‘미, 미친…….’
그랜드소드마스터인 자신의 오러 블레이드에 얻어맞으면서도 꾸역꾸역 달려드는 마족이다.
마나에 대한 내성이 극도로 높은 마족인데, 조아민트가 휘두른 마나의 해일에 의해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고?
‘대체 얼마나 고밀도의 마나인 거야……?’
비현실적인 상황에 허탈한 웃음을 터뜨린 라인벨트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런 고밀도의 마나로 휩쓸어야 쓰러트릴 수 있는 마족을 장작 패는 것처럼 쪼개고 있는 아몬을 보니 제아무리 라인벨트라도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산나물을 캐 먹으며 검만 휘두르고 살았는데 말이다.
“……허허허, 내가 인생을 헛살았군. 조만간 은퇴해야겠어.”
* * *
아몬은 슬슬 아다만티움 검을 움켜쥐고 있는 오른팔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다만티움 검은 너무 무거웠기에 오래 들고 휘두를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아! 그럼 왼손으로 휘두르면 되겠구나!’
아다만티움을 왼손으로 바꿔 잡은 아몬이 다시 그것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호쾌하게 휘둘러진 몽둥이질…… 아니, 아몬의 너무나도 현란한 검술에 마족들은 뻥뻥 터지며 날아가고 있었다.
그 광경에 조아민트는 공포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도 아다만티움이라는 금속이 얼마나 견고하며, 그 대가로 얼마나 육중한 무게를 가지고 있는지를 안다.
‘그런 아다만티움을 통째로 써서 만든 검을 저렇게 쉽게 휘둘러 댄다고?’
그리고 저런 완력으로 자신을 두들겨 팼다고?
조아민트는 자신이 지금 어떻게 살아 있는지가 궁금할 지경이었다.
아무튼, 수백 마리에 달하던 마족은 어느새 그 수가 상당히 줄어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고작해야 수십에 불과했다.
아몬이 슬슬 뻐근해지기 시작하는 왼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검을 오른손으로 바꿔 잡았다.
마족들도 눈앞의 상대들이 만만치 않은 괴물들이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경계심 가득한 기색으로 공격을 주저하고 있었기에 한숨을 돌릴 시간이 생겼다.
“휴, 이제 얼마 안 남았군요. 조금만 더 힘내면 되겠어요.”
“…….”
“엥? 어르신, 벌써 지치셨습니까?”
“…….”
“왜 말이 없으세요? 불안하게.”
그리 말하는 아몬보다 라인벨트가 더 불안했다.
은퇴하면 뭘 하고 먹고살아야 할지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제국 4대 기사의 명예직을 은퇴하면 그나마 황실에서 내려 주던 소정의 하사금도 끊기고 마는 것이다.
‘그래도 정말로 다른 것 안 먹고 산나물만 캐 먹고 살면…….’
“아니, 어르신! 왜 사람 말에 대답도 안 하시고…….”
‘하지만 아무리 나라도 가끔은 고기도, 빵도 먹고 싶을 텐데…….’
“어르신……?”
‘결국 나는 검을 휘두르는 재주밖에 없는데, 그걸로 먹고 살려면…….’
순간 한숨을 푹 내뱉은 라인벨트가 말했다.
“네놈 영지에 빈자리 있느냐?”
“예? 무슨 빈자리요?”
“노인네 하나 먹고살 만한 빈방 하나 있냐는 말이다.”
느닷없는 라인벨트의 물음에 아몬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뭐,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그래. 알았다.”
워낙 느닷없는 질문이었기에 아몬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만약 라인벨트가 은퇴한 이후 ‘드레이크 가문’의 식객 신분으로 몸을 의탁하려 한다는 속내를 알았다면, 지금 당장 대경실색하며 라인벨트의 궁둥이를 차서 쫓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아몬에게는 불행히도, 라인벨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아몬은 그의 속내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도 내색하진 않았지만 연이은 전투로 제법 지쳤기에 머리가 조금 안 돌아가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휴…… 이렇게 힘들게 운동하는 건 오랜만이네.”
-흐흐. 네놈도 지치는 걸 보니 인간이긴 한가 보군. 지금이라면 네놈을 어렵지 않게 제거할 수 있겠어.
조아민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아몬이 그녀를 힐끔 돌아봤다.
그녀는 분명 모든 마나에게 사랑받는 강력한 존재였지만, 사랑은 무한한 게 아니다.
그녀도 슬슬 마나가 바닥나고 있다는 뜻이었다.
“야, 네가 더 지쳐 보여.”
-…….
“코에서 흐르는 피나 좀 닦고 말해라.”
슬슬 바닥을 보이는 마나 때문에 마나 방벽이 얇아져 마족에게 코를 얻어맞았던 그녀가 손등으로 코피를 훔치며 중얼거렸다.
-흥…… 이 몸이 이렇게 지치는 건 처음이군.
“거짓말하지 마. 너 옛날에 용사 그레모리한테 털려서 봉인된 사실이 역사서에 똑똑히 적혀 있어. 내가 역사 교사야.”
아몬의 면박에 갑자기 눈살을 찌푸린 조아민트가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레고리? 그게 누구냐?
“어? 너를 쓰러트린 용사 이름이잖아.”
-응? 나를 쓰러트린 용사의 이름이 그레고리였나?
그렇군, 하고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아몬이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를 쓰러트린 용사 이름도 모르는 거냐?”
-……흥. 내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나는 용사의 이름조차 묻지 못했다.
아몬이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아니, 뭔 소리야? 너 용사랑 뜻이 안 맞네, 뭐네 하면서 싸웠다며?”
-그렇다. 그는 나의 맛에 대한 철학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한 자였지. 하지만 그는 짧은 대화 후 갑자기 나를 기습했다. 그렇기에 나는 단숨에 봉인당했지. 뭐 어떻게 된 건지도 정확하게 몰라.
“……뭐?”
아몬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역사서에 대한 기록을 주르륵 더듬었다.
역사서에는 그런 내용은 일절 없었다.
한창 공부할 때 코피를 쏟아 가며 역사서를 외웠기에 기억하지 못할 리도 없었다.
‘하긴, 애초에 수천 년 전의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다. 용사와 마왕의 싸움에 대한 내용은 몇 줄 달랑 적어 둔 게 전부니까…….’
전설은 현실과 늘 다른 법이다.
‘용사 그레고리…… 그는 조아민트를 단숨에 제압해서 봉인할 정도로 강력한 용사였구나. 대단한 인물이었군.’
애초에 용사 그레고리는 망국의 왕족 신분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마왕을 토벌한 업적으로 ‘신성왕국 그레고리안’을 건국한 것이다.
그 이후로 몇 번 쿠데타가 일어나는 등등, 왕권이 몇 번씩 바뀌곤 했는데 지금은 초대 용사의 혈통이 이어진 사람이 통치 중이라나 뭐라나.
“그렇군.”
-기억나는 건 놈이 가지고 있던 신검 누카엘과 웬 이상한 시커먼 회중시계를 덜렁덜렁 허리춤에 매고 있었던…….
아몬이 손을 휘저어 조아민트의 말을 끊었다.
“그만, 이제 쉴 만큼 쉬었다.”
아몬이 지팡이처럼 지면에 쿡 꽂아 넣고 있던 아다만티움 검을 스르르 뽑으며 말했다.
이제 남은 건 수십 마리의 마족뿐이었다.
“어서 해치우자.”
-……음.
라인벨트도 슬슬 자신의 노후 대비에 대한 결론을 내렸는지 한결 홀가분한 얼굴로 검을 뽑았다.
‘그리고 저놈들을 다 쓰러트리고 나면…….’
아몬은 마족들이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는 무언가를 바라봤다.
시커먼 기운을 거꾸로 솟는 폭포수처럼 격렬하게 뿜어내고 있는 거대한 무언가.
‘마왕의 부활 마법진. 부활하려는 마왕을 감싸고 있는 알.’
그것은 마법진이라기보단 정말로 ‘알’처럼 생긴 외견이었다.
마나 방벽에 감싸진 채 보호받고 있는 그것은, 마나 방벽을 통과하는 아몬의 신체라면 어렵지 않게 그것을 깨트릴 수 있으리라!
“자! 우리들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라인벨트가 뒤통수를 딱 때렸다.
“악! 왜 때립니까!”
“뭔가 이상하게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때렸다.”
“뭐가요?”
“몰라. 그냥 불길했어.”
“뭔…… 에휴.”
한숨을 쉰 아몬이 아다만티움 검을 들고 마족의 잔당들을 향해 다가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