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70)
아카데미가 망했다 170화
마족들의 잔당을 모두 해치우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우리는 지금까지 수백에 달하는 마족들을 몽땅 휩쓸어 버린 상황이다.
우리의 용맹무쌍한 무위에 놀라 바들바들 떨며 오줌을 지리는 마족 잔당 따위는 간에 기별조차 가지 않는 것이다!
“두렵다. 나의 엄청난 저력이.”
아다만티움 검을 어깨에 걸친 채 오만한 자태로 말하는 아몬의 모습에 라인벨트가 끌끌 혀를 찼다.
“또 주접질이군. 저것도 병이야, 병.”
“……사람이 분위기를 잔뜩 잡고 있는데 주접이라뇨?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됐으니까. 저것 좀 어떻게 해 봐라.”
라인벨트가 시커먼 기운이 꾸역꾸역 솟아나오고 있는 마왕의 부활 마법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아까보다 더 심해졌어. 발작이라도 하는 것 같은데?”
“음…… 그러게요.”
조아민트도 그것을 바라보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건 정확하게 말하면 ‘통로’다. 편의상 부활의 마법진이라고 부르는 거지.
“응? 통로?”
-그래. 마왕 정도의 강력한 마족이 지상에 현신하려면 수많은 제약을 돌파해야 한다. 이른바 세계의 규칙이라는 거지. 그 세계의 규칙은 천계, 중간계, 그리고 마계를 단절시키고 있다. 어느 정도 힘을 지녔다면 아주 많은 힘은 들이지 않고 드나들 수 있지만, 마왕 정도의 마족이 다른 계로 이동하려면 그야말로 엄청난 힘이 소요되지.
거기까지 듣고 나니 저것을 어째서 ‘통로’라고 부르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군. 그러니까 마왕은 이미 마계에서 배 두드리고 떵떵거리면서 잘살고 있는 거고, 중간계로 올라오기 위해서 통로에 힘을 쏟아붓고 있는 거구나?”
-정확하다. 저 통로는 마왕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충분한 힘이 쌓이면 저 알을 깨고 나올 거다.
“음…… 그렇군.”
아몬은 시커먼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내고 있는 알 형태의 통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저게 저렇게 발작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우리가 파수꾼인 마족들을 몽땅 잡아 죽인 걸 알아채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거로군.”
-그래. 여유 부릴 틈은 없다.
“……음. 알겠다.”
아몬은 작게 심호흡을 하며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지금까지 조아민트는 마나 방벽의 제약 같은 것 없이 두들겨 팰 수 있었지만, 다른 마왕이 전개하는 마나 방벽은 또 어떨지 모를 일이었다.
‘그 뭐냐, 질서의 여신인가? 바누민트 그 여신도 마나 방벽을 뚫고 때릴 수 있었지만, 그거야 바누민트는 조아민트의 자매니까 마나 방벽의 특성이 비슷해서 때릴 수 있었던 것일지도…….’
결국 우연히 조아민트, 바누민트와의 체질이 상극이라서 자신이 그들의 마나 방벽을 뚫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그런데 저 마왕의 통로를 둘러싼 마나 방벽은 그렇지 않다면?
있는 힘껏 후려쳤다가 자신의 주먹과 손목 관절이 오도독 부러진다면?
“휴…… 한다.”
-해라.
“휴! 한다! 진짜 한다!”
-하라고.
“진짜 한…… 에라, 모르겠다!”
애초에 이런 걸 가지고 망설여 본 경험이 없었던 아몬이었기에 두 번쯤 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마왕의 통로를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휘두른 주먹이 통로와 부딪힌 순간이었다.
꽈아아앙-!
아몬의 주먹에 맞은 알 형태의 통로가 공처럼 냅다 쏘아지더니 날아가 지면을 뒹굴며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차례 데굴데굴 구르다 멈춰 섰다.
“내 주먹은……?”
손도 쥐락펴락하고 손목도 돌려 본 아몬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것을 때린 감각도 커다란 고무공을 때린 것 같은 둔중한 충격밖에 없었다.
그리고 알 형태의 통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몬이 말했다.
“……이제 마왕의 부활은 저지한 거지?”
줄기차게 뿜어지던 시커먼 기운이 멈춘 걸 보면 성공한 것 같기는 했다.
쪼르르 달려가 알 형태의 통로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조아민트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음, 통로는 성공적으로 부서졌다. 마왕의 현신은 저지했다.
“오!”
금세 안도로 가슴을 쓸어내린 아몬이 쪼그라들었던 어깨를 힘껏 펴고 가슴도 당당하게 내밀었다.
“내가 누구? 마왕의 현신을 저지한 용사, 아몬 드레이크.”
아몬이 좀 더 당당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내가 누구? 마왕의 통로를 부순 역발산기개세의 용사, 아몬 드레이크.”
아몬이 포즈를 바꾸며 입을 열었다.
“내가 누…….”
“주접 좀 그만 떨면 안 되겠느냐?”
라인벨트의 타박에 아몬의 입술이 라인벨트의 오러 블레이드만큼 길쭉하게 튀어나왔다.
“아까는 아몬봉이라 명명하려던 것도 뭐라 그러고, 맨날 나한테만 뭐라고 하시네요.”
“시끄럽다. 오늘은 참 이래저래 간담이 서늘해지는 하루야.”
아닌 게 아니라 마족들과의 힘겨운 싸움을 마친 라인벨트는 예전보다 10년은 늙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라인벨트는 쑤시는 팔다리를 주무르며 한숨을 푹 내뱉었다.
‘휴, 조만간 미리 관 하나 짜 놔야 되려나.’
조아민트도 살펴보던 마왕의 통로에서 멀어져 아몬과 라인벨트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하여간 안타깝게 됐군. 새로운 마왕이라는 놈이 현신하기만 하면 내가 진짜 마왕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가르쳐 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조아민트가…… 허세를?”
-흥! 네놈이 괜한 짓을 했구나.
아무튼 일도 일단락됐겠다, 일행들은 다소 가볍게 풀린 분위기를 간직한 채 영지로 돌아가기로 했다.
“맞다, 라인벨트 어르신. 돌아가면 혹시라도 우리 부모님한테 여기서 있었던 일을 말하지 마세요.”
“엉? 왜냐? 자랑스러운 일인데?”
“지난번에 군터 군도 연합 때 말도 없이 전쟁에 참전했다가 등짝이 헐 정도로 맞았거든요. 전쟁에 참전했던 걸로도 그렇게 맞았는데 마왕의 부활을 저지하러 갔다는 소리를 들으시면…… 어휴.”
“…….”
“어르신?”
라인벨트는 잇몸이 보이도록 활짝 웃고 있었다.
“뭡니까. 그 약점 하나 잡았다는 표정은.”
“허허허.”
“아니, 어르신. 진짜 이러시깁니까?”
“허허허허!”
그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움직이려는 순간이었다.
-네놈들을 저주할 것이다!
순간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흠칫하며 뒤를 돌아본 그들은 망가진 마왕의 통로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곳에서 우렁우렁하고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중간계로 통하는 길을 열 것이다! 그리고 중간계를 모두 불태워 잿더미로 만들고 네놈들을 모조리 멸종시킬 것이다!
섬뜩한 저주를 퍼붓던 목소리가 갑자기 말했다.
-그리고 감히 나의 통로를 부순 용사, 아몬 드레이크! 네놈은 이 마왕 조나난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생살을 씹고 뼈를 짓이길 것이다! 그리고 드레이크의 이름을 달고 있는 모든 것들을 파멸시킬 것이니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목소리는 끊겼다.
그리고 라인벨트와 조아민트는 우두커니 서 있는 아몬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자칫하면 투명해 보일 정도로 창백했다.
‘X됐다!’
저 존나인지 존시나인지 하는 마왕은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 거지?
‘아! 내가 아까 내가 용사니 뭐니 이름을 울부짖으면서 주접을 떨었구나!’
깊은 깨달음을 얻은 아몬은 그대로 털썩 주저앉은 채 머리를 쥐어뜯었다.
주접을 떤 대가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컸다.
반쯤 패닉에 빠진 아몬을 본 라인벨트가 조아민트를 바라보며 슬쩍 물었다.
“음, 그…… 혹시 조나난이라는 놈을 알고 있나?”
조아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나 이전의 전대 마왕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마계에서 부활을 한 모양이군. 마족 중에서도, 역대 마왕 중에서도 가장 악랄하고 잔인한 성격을 지녔다고 들었지.
“아흐흐흑……!”
오열하는 아몬을 무시하고 라인벨트가 계속 물어봤다.
“놈이 정말로 다시 침공하려고 할까?”
-그만큼 악랄하고 잔인한 성격을 지닌 놈이 복수를 약속했는데 침공하지 않을 리가 있나.
“까흐흐흑!”
-게다가 내뱉은 말은 확실하게 지키는 마왕이라고 들었다. 그것도 자신에게 피해를 끼친 상대는 처절할 정도로 응징한다더군.
“어흐흐흐흐흑!”
머리를 감싼 채 오열하는 아몬을 힐끔 내려다본 라인벨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음, 드레이크 가문에 식객 신분으로 머무는 건 피하는 게 좋겠군.’
쯧 혀를 찬 라인벨트가 아몬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녀석아, 얼른 돌아가자. 울어도 영지로 돌아가서 울어라.”
“내가, 내가 안 했어…….”
“에잉.”
“카이가 그랬대요…….”
라인벨트는 축 늘어져 오열하는 아몬을 짊어지고 걸음을 옮겼다.
* * *
마왕의 2차 부활에 대한 극비 회의.
카셀라그와 저스티시엘, 그리고 이번 마왕 부활을 저지하러 갔던 이들은 둘러앉아 있었다.
그렇기에 총 다섯 명의 인원이 보여야 하건만, 아몬을 제외한 네 명만 탁자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 이유는 아몬이 탁자 밑에 몸을 웅크린 채 오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우리 가문이 망할 거야…….”
“…….”
“보인다, 우리 가문의 깃발이 불타는 모습이…….”
카셀라그가 발에 거치적거리는 아몬을 꾹꾹 밀어서 굴리며 말했다.
“마왕의 이름이…… 조나난이었다고?”
“예.”
“그리고 1차 부활은 저지했지만, 다시 돌아올 것이라 말했다라…….”
상대가 드래곤 중에서도 아주 긴 세월을 살아온 블랙 드래곤, 카셀라그라는 사실을 아는 라인벨트는 정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드레이크 가문과 아몬에게 있는 저주, 없는 저주 다 퍼 부었습니다.”
“아흐허허허헉!”
“흠…… 마왕 조나난이라. 그놈이 다시 돌아오는 건가.”
카셀라그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오랜 과거, 중간계로 올라온 그놈과의 전면전에서 나의 오랜 동료가 목숨을 잃었다. 레드 드래곤 일족 중에서 강력하기로 손에 꼽히던 녀석이었는데, 놈의 일격에 쓰러진 후 놈에게 산 채로…….”
“따흐아아앙!!”
카셀라그가 발로 꾹꾹 민 덕분에 자기 쪽으로 넘어온 아몬을 발로 꾹꾹 밀던 저스티시엘이 말했다.
“그런데 카셀라그 어르신, 한번 봉인됐던 마왕이 다시 침공한다는 건…….”
“음…….”
카셀라그가 말했다.
“그래. 이번에는 총력전이 되겠지.”
“예? 총력전이요?”
라인벨트의 물음에 카셀라그가 말했다.
“한번 중간계를 침공한 마족은 세계의 규칙에 의해 강력한 제약을 받게 된다. 다시 한번 타계를 침공할 경우, 그때는 봉인이 아니라 완전히 목숨을 제거한다는 규칙이지.”
“……!”
라인벨트가 조아민트를 바라봤다.
-뭘 보나.
“아니, 그럼 당신은…….”
-나는 애초에 천족이었다. 비록 타천해서 반절은 마족처럼 됐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반은 천족이야.
“음, 듣고 보니 그렇군요.”
저스티시엘이 조아민트를 힐끔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리고 조아민트는 비교적 온건한 마왕이었지. 뭔 돼도 않는 이상한 음식을 미개한 중간계에 전파하겠다고 날뛰다가 이름도 모를 인간에게 얻어맞고 봉인을 당했으니.”
-이 살찐 똥색 도마뱀이 드디어 선을 넘는구나.
“금색이다, 금색.”
티격태격하는 둘을 못마땅하게 흘겨보던 카셀라그가 말했다.
“그 말대로, 조나난은 과거에 한번 중간계를 침공했다가 패배해 마계에 봉인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2차 침공을 시도하는 거지. 그러니만큼 이번의 조나난은 총력전의 대상이다.”
“총력전이 무엇입니까?”
“중간계의 모든 종족과 드래곤이 힘을 합쳐 마왕의 척살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 말에 라인벨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것 참, 그것 참 듣기만 해도…….
“그렇군요. 듣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탁자 밑에서 울던 아몬은 어느새 자리에 앉아 흡족하게 웃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