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72)
아카데미가 망했다 172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아몬이 곧 고개를 흔들었다.
“음, 지금 당장은 더 생각나는 게 없네요. 솔직히 이 정도로 밑천을 탈탈 털었으면 더 이상 나올 게 없겠죠?”
아몬의 너스레에 카셀라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우선 네 종족의 연합이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봤다. 거기에 질서의 여신 바누민트의 신검을 가진 용사까지 확보한 마당이다. 현시점에서 이 정도로 많은 자원을 찾았으면 만족하는 게 좋겠지.”
“그렇죠.”
그런데 잠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정보가 하나 있지 않은가?
“근데 카셀라그 어르신, 그 존나나인지 조나난인지 하는 마왕이 대충 언제쯤 부활하는 겁니까?”
마왕의 부활을 경고하는 것이 의무인 아마란스 혈족의 골드 드래곤, 저스티시엘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허, 그것은 어느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마왕 본인도 중간계로 넘어오는 길을 뚫으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정확히 알지 못할 것이다.”
“음…… 그렇군요. 하지만 대충 얼마나 걸릴 것이다.라고 예상하는 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위대하신 골드 드래곤님. 저는 위대하신 골드 드래곤님의 번뜩이는 지혜를 여쭙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금색의 드래곤인 골드 드래곤인 그의 얼굴에 금칠을 잔뜩 해 주자 그는 헛기침을 하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험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내 한번 지금까지 출현한 마왕들의 사례를 고려해서 한번 유추해 보지.”
“아! 역시 위대하신 골드 드래곤님이십니다! 괜히 고귀한 금의 색을 닮은 드래곤이 아니군요!”
“껄껄껄! 이 친구 아부는.”
“아부가 아닙니다! 저는 금을 무엇보다 좋아하기에 금색의드래곤님을처음봤을때부터아주그냥호감도가수직으로.”
“껄꺼르르륵!”
저스티시엘의 가려운 부분을 날름날름 핥으며 아부를 떨던 아몬이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그래서 대충! 간략하게! 마왕이 재침공을 할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아몬의 채근에 잠시 고민하던 저스티시엘이 말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으음, 그럼 가능한 서두르는 것이 좋겠군요. 황제 으드득 폐흐아에게도 이 사실을 최대한 빨리 알리는 게 좋겠습니다.”
황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기에 ‘황제 폐하’라고 시원스럽게 말하지 못한 아몬의 말에 저스티시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간의 국가들을 규합하는 게 가장 급선무니까 말이야.”
“맞습니다.”
“비록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300년쯤이면 마왕의 재침공에 대비해서 대충은 규합시키는 게 가능하려나? 인간인 네 생각은 어떠냐?”
“아유! 300년이면아주떡을치고도남을,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잘못 들었나 싶어 아몬이 귀를 후비적거리는 와중, 라인벨트도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사, 삼백 년이요? 마왕의 재침공까지 그 정도로 긴 시간이 걸립니까?”
라인벨트의 물음에 카셀라그, 저스티시엘, 조아민트가 동시에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300년이 어째서 긴 시간이냐?”
“유희 네댓 번 하면 지나갈 시간인데?”
-내가 부활하는 데까지만 대략 3천 년쯤 걸렸다.
라인벨트가 멍청한 얼굴로 입만 뻐끔거렸다.
그리고 아몬은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역시 엄청나게 장수하는 종족들이라 그런지 시간관념이…….’
아카데미의 운영금을 불리겠답시고 수확까지 15년은 걸리는 드래곤바나나라는 작물에 투자로 돈을 때려 박았던 아나르엘보다 심각한 시간관념이었다.
그나마 아나르엘의 경우에는 아몬이 늙어 죽기 전까지 회수한 투자금의 냄새라도 맡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왕의 재침공? 나는 재침공한 마왕의 발가락조차 못 보고 죽어 있을 거다. 그리고 그놈은 내가 묻혀 있는 무덤에 절이나 하고 돌아가겠지.’
총력적이라는 무지막지한 단어에 무거웠던 가슴이 뻥 뚫리자 아몬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300년이면 인간들을 규합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 * *
아몬의 당당한 확답을 받은 카셀라그와 저스티시엘은 안심하고 돌아갔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마왕의 재침공에 대해 대비할 필요가 있었기에 서둘러 돌아간 것이다.
잠시 후, 라인벨트는 아몬을 보며 질문했다.
“아몬, 너한테 좋은 생각이라도 있는 거냐?”
라인벨트의 물음에 아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좋은 생각이요?”
“……응?”
라인벨트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네가 300년의 시간이 있으면 인간들을 규합하는 건 어렵지 않다며? 너한테 무슨 좋은 생각이 있으니까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한 것 아니냐?”
“아, 그거요?”
아몬이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말했다.
“300년이면 저나 어르신이나 같이 무덤에 드러누워 있을 텐데요? 그거야 우리 후손들이 알아서 하겠죠.”
“……뭐, 뭐라고?”
“후손들은 제가 이번에 침공한 마왕을 쫓아낸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죠. 제가 안 그랬으면 제들은 태어나지도 못했을 텐데요.”
아몬의 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300년 후의 일을 걱정해서 미리 인간들을 규합해 놓으라는 건 물에 떠내려가던 놈을 건져 놨더니 내 보따리도 건져오고 물도 떠 오라는 격 아니겠는가?
아몬은 오늘 일로 자신의 의무를 충분히 다했다.
“하, 하지만 무슨 대처를 하지 않으면 네 후손들이 고통받을 텐데?”
“후손들이 고통받지, 제가 고통받습니까?”
“드레이크 가문도 지워질 텐데?”
“우리 가문이 300년 뒤에도 남아 있다면 해 먹을 만큼 해 먹었을 테니 큰 여한은 없겠네요. 변경백이 된 이후로 얼마나 많이 해 먹을 수 있으려나?”
“…….”
솔직히 300년 뒤면 아몬이 아는 사람들은 모두 무덤에 있을 것이다.
아몬 본인도 물론이고, 눈앞에 있는 라인벨트도 그랜드소드 마스터의 기사기에 수명 하나는 아주 길겠지만 앞으로 300년은 절대 못 버틴다.
“아나르엘 학교장님이나 브레슬 부학교장, 그 엘프들이라면 충분히 우리들의 숭고한 유지를 이어 주지 않겠습니까? 그녀들이라면 300년 뒤에도 살아 있을 테니까요. 우리들은 저승에서 그녀들을 열심히 응원해 주죠.”
“으, 어, 음……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그냥 우리는 언질이나 주면 된다니까요? 솔직히 한번 생각해 보십쇼.”
아몬은 영 납득하지 못하는 라인벨트를 붙잡고 뱀의 혀를 날름거렸다.
“300년이 드래곤에게나 짧은 시간이지, 우리 인간에게는 아주 긴 시간이 아닙니까? 만약 당장 우리에게 탁월한 재주가 있어서 당장 내일 모든 국가들을 규합시켰다 쳐요. 300년 뒤에도 그들이 화목하게 잘살고 있겠어요?”
“……아니, 아니겠지.”
“예. 그러니까 우리는 그냥 ‘야, 이때쯤 마왕이 온다더라. 알아서 잘 대비하고 있어.’라고 언질이나 주면 됩니다.”
“으음…… 하지만…….”
“아직도제말을이해를못하시는모양인데내말은옳고항상틀리지않으며.”
“으아아아아…….”
결국 라인벨트는 아몬에게 설득당하고 말았다.
“휴우, 그럼 조아민트. 너는 어떡할 거냐? 300년 뒤에 존나좋군인지 뭔지가 오면 어떡할래?”
아몬의 물음에 조아민트는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스산하게 웃었다.
-그놈을 죽일 것이다.
“아주 좋군.”
-그리고 만천하에 나의 숭고한 대의를 전파할 것이니라.
“나는 네가 만든 음식을 아주 좋아하지만, 네 계획이 쉽지 않을 거라는 사실 하나만은 장담할 수 있어…….”
결국 조아민트라는 든든한 전대의 마왕이 인류 측에 버티고 있는 이상, 종간나인지 뭔지 하는 마왕은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 하리라!
“좋아! 오늘도 이렇게 한 건 해결했군!”
* * *
그 시각, 마왕 조나난은 증오로 두 눈을 불태우고 있었다.
-크르르르! 더럽고 가증스러운 인간 놈.
감히 자신의 대업을 한낱 인간 따위가 훼방을 놓았단 말인가?
천족도 아니고, 드래곤도 아니고, 고작 미물에 불과한 인간 따위가?
격렬한 분노를 참지 못한 조나난이 괴성을 질렀다.
-당장 중간계로 통하는 통로를 열 준비를 해라! 제물을 준비해라! 전력을 온존하기 위해 제물은 사용하지 않으려 했건만, 그 가증스러운 인간 놈을 찢어 죽이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조나난의 호령에 수많은 마족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끊어 제물로 바치기 위해 준비했다.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 마왕이 명령한다면 스스로의 목을 자를 마족은 많고도 많다.
-크크크, 좋다. 제물은 충분하군.
마왕 조나난이 눈을 살심으로 빛내며 광소를 터뜨렸다.
-1년! 1년만 기다려라! 그 찰나와도 같은 시간이 지나면, 이 마왕 조나난이 가증스러운 용사 아몬 드레이크의 생살을 저며내 씹어먹으리라!
* * *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아몬은 방구석에 누워 초콜릿을 먹고 있었다.
‘음,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자서전이나 낼까? 마왕 조롱박의 재침공을 훌륭하고 멋지게 격퇴한 용사 아몬 드레이크라는 제목으로? 아냐, 제목이 너무 길어. 짧게 용사 아몬 드레이크의 일대기라는 제목으로 하자.’
아몬은 낄낄거리며 자신의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 * *
늦은 밤, 라인벨트는 카이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 줬다.
아몬은 라인벨트를 설득(세뇌)했지만 그랜드소드 마스터답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이지를 되찾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해서, 아몬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같더군. 황태자인 자네라면 알아 둬야 할 것 같아서 말해 줌세.”
“음…… 그렇군요.”
카이. 아니, 황태자 카이야스는 심각한 얼굴로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아몬 선배님의 말씀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제국의 황태자라는 제 입장으로선 이 사안을 가볍게 여기기 힘들겠군요. 황태자의 입장상, 저는 우리 제국이 300년 후에도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건재했으면 합니다.”
“그야 그렇겠지.”
“……휴, 알겠습니다. 저도 폐하께 이 사실을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300년 후의 이야기이니만큼 아주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안배는 해 둘 수 있겠지요.”
라인벨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휴, 내 자네만 믿음세.”
“하하. 저만 믿으십시오. 그나저나 말입니다…….”
카이가 눈을 희번덕 빛냈다.
“분명 아몬 선배님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지만, 황태자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조금 고까운 게 사실이군요. 그러니만큼 조금이나마 복수하고 싶은데 라인벨트 어르신께서는 좋은 생각이 없으십니까?”
카이의 음흉한 물음에 라인벨트는 잇몸을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허허허! 나만 믿게.”
* * *
“으아아아악!”
“이놈 시끼! 지난번에는 전쟁에 참전하더니, 이번에는 뭐? 마왕의 재침공을 막겠다고 밤중에 집을 나가?”
“아악! 어머니! 아들 등짝에서 피 나는 것 같아요!”
“아직 안 난다! 걱정하지 말고 맞아!”
“아닌데, 피 나는 것 같은데…….”
“안 난다고! 이놈이 정말 부모를 말려 죽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위험한 일을 못 저질러서 안달인 거야!”
아몬은 부모님에게 등짝이 없어질 때까지 맞고 있었다.
카이의 사주를 받은 라인벨트가 아몬의 부모님에게 밤에 있었던 장렬한 전투를 낱낱이 고해바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