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76)
아카데미가 망했다 176화
아몬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온 가족들과 모여서(아미 없음) 배부르게 저녁 식사를 마친 이후, 신축 저택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잠을 청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아카데미에 있는 침대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영 잠이 오지 않자 아몬은 급한 업무가 생각나 아카데미로 돌아가겠다고 부모님에게 말한 후 귀로에 올랐다.
그리고 아카데미로 돌아온 직후 마주한 것이 황실의 근위 기사단에게 붙잡혀 꽁꽁 묶여 있는 아미였으니, 어찌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 아미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대경실색한 아몬의 외침에 아미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외쳤다.
“오빠! 구하러 왔구나!”
잠시 후, 아몬은 꽁꽁 묶여 아미와 나란히 꿇어앉게 되었다.
아미는 참담한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오빠도 잡혔구나…….”
그 공허한 중얼거림에 진땀을 흘리던 아몬이 다급히 근위 기사단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니, 기사님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뭘 잘못 알고 우리를 붙잡으신 모양인데, 우리는 아무런 죄도 없는 청렴결백한 제국의 국민일 뿐입니다. 이렇게 붙잡으신 이유라도 좀 설명해 주십시오!”
아몬은 그들에게 최대한 공손히 말했다.
황실의 근위 기사들은 어지간한 고위 귀족들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자체적인 권력이 대단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황실의 명령을 직접적으로 받드는 이들이었기에 임무를 집행하는 그들은 황실의 대리인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때문에 공손히 말했건만, 돌아오는 답변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그 입 다물어라, 더러운 역적놈아.”
“여, 역적!?”
아몬은 억울했다.
오랜만에 집에 가서 가족들과 단란하게 식사를 하고 왔을 뿐인데, 무슨 팔자에도 없는 역적이냐며 머리통을 들이밀고 대들고 싶었다.
때문에 포박당한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이었다.
잘각-!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회중시계를 느낀 아몬은 도로 얌전해졌다.
‘아! 이 시계가 반역이랑 관련된 물건이구나!’
어쩐지 아버지가 평소답지 않게 진지한 태도로 당부하시더라!
신속하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한 아몬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은 내가 뭐라고 말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근위 기사는 명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일 뿐이야.’
눈치를 보아하니 근위 기사들이 자신을 즉결 처분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즉 내가 상황을 설명할 순간이 온다는 뜻이다. 아마도 근위 기사들에게 나를 끌고 오라고 명령한 사람은…….’
순간 아몬이 멈칫했다.
‘황제? 그러면 내 말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을 텐데?’
눈만 마주치면 게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키는 황제의 못난 인성을 생각하면, 상황을 설명할 틈도 없이 판결이 내려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몬은 스스로의 말재간을 믿었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혓바닥 하나로 헤쳐 나왔다. 그러니 이번에도 가능할 거야. 그러니 차근차근 계획을 짜 보…….’
“그럼 당장 황궁으로 복귀한다! 아아, 그 소녀는 풀어 줘라. 아몬 드레이크를 포획했으니 그 소녀는 더 이상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다.”
‘뭣!?’
자신을 콕 집어서 붙잡으라는 명령을 내린 걸 보아하니 근위 기사에게 명령을 내린 말종은 황제임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아직 제대로 된 계획조차 짜지 못했는데…….
“……빛으로 인도하소서! 워프!”
“자, 잠깐……!?”
아몬과 근위 기사들이 푸른빛에 휘감기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워프 마법의 어지럼증 때문에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아몬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리고 목격한 것은, 시뻘건 얼굴로 자신의 눈앞에서 으르렁거리고 있는 황제의 낯짝이었다.
“허억!”
화들짝 놀라 뒤로 엉덩방아를 찧은 아몬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곳은 예전에도 한 번 와 본 적 있는 황실의 별궁이었다.
‘젠장, 이곳에 또 올 줄이야…… 황궁 방향으로는 오줌도 싸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참담한 심정에 내심 중얼거리던 아몬은 서둘러 황제의 안색을 살폈다.
눈이 여러 방향으로 뱅뱅 돌아가고 있고,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 채 성난 황소처럼 콧김을 쉭쉭 뿜는 걸 보아하니 미쳐도 보통 미친 상태가 아니었다.
아몬은 묶인 채 얼른 무릎을 꿇고 예를 취했다.
“화, 황제 폐하를 배알하옵니다.”
“크르르르…….”
“하온데 폐하, 저에게 반역죄라는 터무니없는 혐의가 씌워졌다는 말을 들었사온데 어찌 된 연유인지를 알고 싶사옵니다. 또한 그 황당한 혐의를 해명할 기회를 윤허해 주실 수 있는지를 여쭙고 싶사옵니다.”
“커르르륵…… 커륵, 크르륵……!”
애석하게도 지금의 황제는 인간의 언어를 구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망했군.’
이대로 자신의 목이 똑 떨어지는 것을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포박을 끊고 황제를 냅다 메쳐서 황권을 찬탈해야 하나? 조금만 힘을 주면 끊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근위 기사들이 아몬의 완력을 알았더라면 이깟 밧줄이 아니라 맹수용 쇠사슬로 포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개 밧줄일 뿐이니, 아몬이 힘을 조금만 강하게 주면 순식간에 끊어 버릴 수 있었다.
‘좋아, 기왕 역적이 된 김에 진짜로 황권 찬탈 한번 해 보자. 아몬 특제 업어치기로 황제의 정수리를 땅에 심어 주겠…….’
“네놈, 그 시계를, 도대체 어떻게 훔친 것이냐……!”
‘엥?’
다소 어눌하지만, 떠듬떠듬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하는 황제를 본 아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드디어 이 짐승이 사람 말을 하기 시작하는군. 진화를 시작한 거야.’
아무튼 대화의 물꼬가 트이자 아몬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삼일천하겠지만, 이참에 황제 노릇 한번 해 보는가 싶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아몬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폐하, 저는 이 시계를 훔치지 않았습니다.”
“……훔치지 않았다고?”
황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황태자인 카이야스에게 다음 대 황제의 자격을 부여한 후 아모니스 가문의 진짜 비화가 적혀 있는 서고로 안내해 줬다.
이후 진실과 큰 관계가 있는 회중시계가 잘 보관되고 있으려나 싶은 마음에 황실 기념관의 창고로 향했다.
그리고 시계 대신 정교한 모조품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황제는 그대로 눈이 돌아갔다.
‘결국 드레이크 가문이 더러운 본성을 드러냈구나!’
회중시계에 얽힌 비화를 아는 사람은 대륙에 고작 둘뿐이다.
아모니스 가문의 현 가주, 그리고 드레이크 가문의 현 가주로 대륙을 통틀어 고작 두 사람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모니스 가문의 현 가주이자 황제인 아모니스 18세는 시계를 도둑맞은 피해자일 뿐이니, 결국 범인은 드레이크 가문의 현 가주일 것이다.
‘하지만 카임 드레이크, 그자는 성격도 유약하고 물욕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그럴 만한 담력이 없어. 애초에 그는 황궁에 방문한 적이 없다. 사교 대회 당시 수도에 온 적은 있지만, 사교 대회는 황궁 외곽의 대사교장에서 열렸다. 황실 기념관의 창고가 있는 본궁(本宮)에는 온 적이 없다는 뜻이지.’
카임을 신뢰하는 황제의 생각의 흐름은 곧바로 다음 타깃으로 넘어갔다.
‘그렇다면 드레이크 가문의 불한당, 아몬 드레이크 그놈이라면!?’
황제의 머릿속에서 굴러가던 바퀴가 척척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망나니 놈이 카임 몰래 가문의 비화를 알아챘다면? 그리고 반역을 저지르기 위해 시계를 훔쳤다면? 그래, 그놈은 황궁에도 몇 번 방문했다. 그놈의 성격을 감안하면 쥐새끼처럼 살금살금 숨어서 창고에서 물건 하나 쓱싹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황제는 시계를 훔친 후 ‘케케케! 이것이 나를 황제로 만들어 줄 물건인가!’라고 비열한 웃음을 터뜨리며 시계를 날름날름 핥는 아몬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황제가 삿대질을 하며 아몬의 허리춤에 매달린 시계를 노려봤다.
“어디서 거짓부렁을 지껄이느냐! 네놈이 시계를 훔친 증거가 이토록 명확한데 어디서 발뺌을 하려 들어?”
“증거? 무슨 증거 말씀이십니까? 그럼 증거를 보여 주십시오!”
“크하하하! 잡았다, 요놈! 증거를 내놓으라는 놈들이 범인이라지!”
아몬도 슬슬 혈압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몬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았다.
“그르느끄, 즈는, 시계를, 훔치지, 않았드그요…….”
“네놈의 허리에 매달린 시계가 증거인데 어림도 없는 발뺌을 하려 드느냐!”
되지도 않은 논리를 밀어붙이는 황제의 모습에 아몬은 깨달았다.
‘아! 애초에 나를 잡아 죽이려고 하사품으로 시계를 준 거였구나!’
황제의 교활함과 야비함에 아몬은 치를 떨었다.
어릴 때부터 황실에서 암투에만 시달리고 살았나, 이런 식으로 비열한 행동을 일삼는 황제의 행태에 아몬은 결국 꽥 고함을 질렀다.
“이럴 생각으로 저에게 시계를 하사한 겁니까!? 차라리 그냥 냅다 목을 잘라서 죽일 것이지, 이게 무슨 야비한 짓입니까! 그냥 죽이십쇼! 죽여!”
베기 쉽도록 목을 길게 늘어뜨린 아몬이 정수리로 황제의 배를 쿡쿡 찔렀다.
최근에 야참을 많이 잡쉈는지 황제의 배는 의외로 푹신했다.
“아, 죽이라고오! 죽이십쇼, 그냥!”
더럽고 치사한 나머지 자포자기한 아몬이 머리를 자꾸 들이밀자 황제가 낄낄 웃으며 검을 뽑았다.
“케케케! 죽이라면 못 죽일 줄 아느냐? 오라! 네놈 잘 걸렸다!”
비열하게 웃으며 검을 날름날름 핥던 황제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시계를 하사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아, 지난번에 교사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저한테 이 시계를 부상으로 줬잖습니까!”
그 말에 황제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교사 평가? 아모니스 아카데미에?”
“예! 한 지 몇 개월도 안 됐는데 벌써 그걸 까먹었습니까!?”
황제는 뭔가 슬슬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모니스 아카데미는 교육부에서 교사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데……?”
“……예? 뭐라고요?”
“아모니스 아카데미는 아나르엘 공주의 인망을 믿고 교사 평가를 별도로 시행하지 않는다만…….”
아몬도 뭔가 슬슬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 하지만 그때 분명히 평가 공지가 왔습니다만? 그때 황실의 날인이 찍힌 것도 분명히 확인했는데…….”
“황실의 날인까지 찍혀 있었다고?”
“예. 혹시 몰라서 기념으로 그 평가서도 보관해 두고 있습니다만.”
그때 동료들과 보상을 나눌 것을 우려해 찢어서 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것도 기념이다 싶은 마음에 도로 붙여서 한곳에 고이 모셔 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황제의 머릿속은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황실의 날인이 찍혀 있어? 황실의 날인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황실에 소속된 자들 중에서도 얼마 되지 않는다. 황제인 나, 황후, 황태자, 그리고 황자들과 황녀들…… 이외에도 날인의 사용을 허용받은 몇몇뿐인데…….’
설마 누가 날인을 위조했나?
아니, 회중시계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날인을 위조할 정도로 엄청난 계략을 꾸밀 만한 사람이 현 제국에 몇 명이나 있을까?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황제가 어금니를 갈며 중얼거렸다.
“황태자 이 새끼가 진짜 돌았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