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93)
아카데미가 망했다 193화
야마닌 연합이 전쟁을 선포했다는 서신을 받은 직후.
야마닌 연합이 전쟁 선포를 철회하고 전면적인 동맹을 요청했다는 전갈을 받은 카이는 기쁨에 겨워 방방 뛰고 있었다.
“젠장! 믿고 있었습니다, 아몬 선배님!”
아메라 왕국과의 향후 50년 동안의 전격적인 동맹 체결!
거기에 제국에게 반기를 들 기회만 엿보고 있던 부르스타, 뷰테인, 가스레인 도시연합, 세 국가와의 극적인 협정!
거기에 야만인들의 연합이라 알게 모르게 눈엣가시였던 야마닌 연합과도 동맹을 맺다니!
‘대체 아몬 선배님의 수완은 어디까지인 걸까? 애초에 야마닌 연합은 동맹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통제가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동맹을 체결하다니…….’
동맹의 조건 중에는 제국이 야마닌 연합의 문명, 지적인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가 명시되어 있었다.
그 말은 저쪽도 ‘문명’의 품 안으로 들어오려는 의욕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통제가 불확실한 집단에서 법규라는 수단으로 통제가 가능한 지성인으로 변모할 기회가 생겼다는 의미다.
‘훌륭하군. 야마닌 연합의 부족민들은 예전의 군터 군도 연합의 전사단에 버금갈 정도로 굴강한 전사들이다. 험준한 산맥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그들이니만큼 군터 군도 연합의 해상 민족의 전사들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그런 이들을 동맹으로 끌어들였으니 아몬의 수완이 얼마나 대단한가!
싱글벙글 웃으며 아몬의 공에 크게 기뻐하던 카이는 문득 들려온 황제의 목소리를 들었다.
마침 황제 폐하를 알현하던 와중 서신을 받은 참이었다.
“그으어억, 드레이크 가문의 놈이 다시 활개를 치는구나…….”
“폐하, 제국의 신하가 공을 세웠으면 응당 기뻐하는 게 옳은 일 아니겠습니까.”
“거어어억! 너는 모른다!”
황제가 치를 떨었다.
“지금 그 젊은 놈의 할애비 되는 벨리알 드레이크 놈이 얼마나 악독한 망나니 놈이었는지……! 아직도 나는 그놈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이니……!”
“……하지만 아몬 선배님은 악독한 망나니가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그 능력도 출중하고요. 이렇게 수많은 협정을 단기간에 맺은 수완을 보십시오.”
황제가 게거품을 물었다.
“그 부분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벨리알 그놈은 능력이라도 없는 망나니였지, 아몬이라는 놈은 능력도 좋은 망나니가 아니더냐!”
황제의 발작에 카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폐하, 누누이 아뢰지만, 아몬 선배는 망나니가 아닙니다.”
“…….”
“제 황태자로서의 명예를 걸고 보증하겠습니다.”
카이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아몬 선배님은 제국에 충성을 다하는 제국의 진정한 충신입니다!”
* * *
“나는 기필코 황태자를 죽일 것이다.”
결의에 찬 아몬의 중얼거림에 호튼 경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드레이크 경! 어찌 그리 불충스러운 말씀을 하십니까!”
어느새 호튼 경의 아몬을 향한 호칭은 ‘드레이크 공자’에서 ‘드레이크 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단순한 귀족 자제인 ‘공자’가 아니라 자립하고 있는 당당한 귀족인 ‘경’으로 호칭을 바꾼 것이다.
그 정도로 호튼 경이 보아 온 아몬의 수완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런 호튼 경도 아몬이 방금 내뱉은 ‘황태자를 죽이겠다.’라는 불충스러운 말은 간과할 수 없었다.
“어찌 제국의 녹을 먹는 신하로서 그런 말씀을…….”
“투덜거리지 않게 생겼습니까?”
아몬이 자신이 앉아 있는 마차의 바닥을 탁탁 두들겼다.
“지금까지 벌써 나라를 다섯 개나 순회하면서 동맹 협정을 맺었다고요. 그럼, 이제 슬슬 복귀해라, 그간 고생 많았지, 여기 금은보화를 줄 테니 당분간 집구석에서 나오지 말고 탱자탱자 놀고 있거라~ 라고 말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게 뭡니까?”
아몬이 마차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느라 굳은살이 박힐 것 같은 궁둥이를 짝짝 두들기며 말했다.
“세상에? 다음 행선지를 알려 주네? 그것도 한두 개도 아니고 10개 국가와 동맹을 성사시키라고요? 혼자서 다섯 개 국가랑 협정을 맺은 걸로는 모자랐나 봅니다? 이참에 아주 대륙 통일이라도 할 셈인가 본데요?”
불만과 심술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얼굴을 축 늘어뜨린 아몬이 투덜거렸다.
“쳇, 이래서 사람이 착하게만 살면 이용만 당하고 산다는 말이 있는 거지.”
“…….”
호튼 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착한 사람이 몽땅 얼어 뒈졌나?’
야마닌 연합의 군장과 2인자의 죽탱이를 후드려 까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말이다.
하여간 헛기침을 한 호튼 경이 말했다.
“흠흠, 그만 고정하시지요. 이 또한 제국을 위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휴, 그렇습니다. 암, 그러믄요.”
마음 같아서는 ‘망할 놈의 제국이 나를 부려 먹고 있는데 위하고 싶겠냐.’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호튼 경과의 말싸움만 길어질 뿐이다.
애써 투덜거림을 주워 삼킨 아몬이 퉁명스레 말했다.
“호튼 경은 아~주 충성스러운 근위 기사십니다. 뭇 제국민들에게 귀감이 될 겁니다. 그렇고 말고요.”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뭇 제국민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비꼬는 것도 먹히지 않자 아몬은 최후의 징징거림을 포기했다.
“……멋지십니다. 그래서 지금 어디까지 왔습니까?”
“음, 다음 목적지는 볼타르 왕국입니다. 그리고 볼타르 왕국의 영토에 속하는 도시를 경유해 볼타르 왕국의 수도로 향할 예정입니다.”
지도를 살펴보는 호튼 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아몬이 입을 열었다.
“볼타르 왕국이라면, 친제국 성향의 왕국이잖아요?”
“예? 그렇습니다.”
“그럼 어차피 우리가 사절로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음…… 그야 그렇겠지만, 만일을 위해서…….”
아몬은 권력이라는 것은 휘두르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을 믿는다.
때문에 거리낌 없이 권력을 휘둘렀다.
“사절단의 책임자로서 판단하건대, 곧바로 다음 목적지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괜히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권력에 얻어맞은 호튼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레이크 경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목적지로 마차를 몰겠습니다.”
“좋아요.”
“그런데 지금 향하려던 도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여정을 계속하려 했는데, 드레이크 경께서는 휴식이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긴 시간 마차를 타는 여행은 엉덩이의 피로를 유발한다.
그렇기에 호튼 경이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아몬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아직 식량은 충분하니 굳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음.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사실 호튼 경 본인이 쉬고 싶었지만, 사절단의 책임자인 아몬이 휴식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이상 더 이상 의견을 말할 수는 없었다.
호튼 경은 조용히 말을 몰았다.
* * *
볼타르 왕국에 속한 도시.
그곳의 우편물 담당자는 빠릿빠릿하게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세상에…… 제국 황실의 날인이 찍힌 우편이라니!’
볼타르 왕국은 친제국 성향의 국가다.
그러니만큼 제국 황실의 문양이 찍힌 우편물을 경외할 수밖에 없었다.
‘이 우편물을 우리 도시에 들르는 제국의 사절단에게 반드시 전달하라니…… 필시 중대한 기밀이 담겨 있는 우편이 틀림없겠지?’
제국을 선망하는 우편물 담당자는 결연한 얼굴로 우편물을 꼭 끌어안았다.
‘반드시 이 우편물을 제국의 사절단에게 전하고 말리라!’
그 시각, 아몬과 호튼 경이 타고 있는 마차는 볼타르 왕국의 도시를 완전히 지나쳐 다음 행선지로 가고 있었다.
* * *
‘이상하다. 왜 아몬 선배님이 복귀하지 않으시지?’
제국을 향한 아몬의 충성을 단단히 믿고 있는 카이!
반면 드레이크 가문을 철저하게 불신하고 있는 황제!
두 사람의 대립은 파국으로 치달아, 황제는 아몬의 충성을 증명하려거든 연이어 10개 국가와의 동맹 협정을 성공시키라는 막중한 임무를 하달했다.
‘그 임무를 성공한다면 나도 드레이크 가문의 젊은 놈이 우리 제국에게 충성한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하겠다!’
그리 다짐하는 황제를 본 카이도 무릎을 철썩 때리며 외쳤다.
‘황제 폐하의 혜안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결국 카이는 아몬에게 연이어 10개국과의 동맹을 성공시키라는 서신과 함께 행선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막 서신을 전달한 직후, 무슨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나게 하나 싶어서 별궁에 들른 빅토리아 황후가 내막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황후는 즉각 그들을 진압했다.
‘둘 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요!’
‘크아아악! 여, 여보!’
‘아아악! 어머니! 뼈, 뼈!’
‘그 젊은 아이가 그토록 일을 열심히 해 주고 있는데,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말라 죽으라고 일을 더 얹어 줘요?’
그들을 간곡하게 설득(물리)한 황후가 한숨을 쉬었다.
‘휴, 산드리오는 그렇다 치고 카이야스 너까지 갑자기 왜 그러니? 갑자기 왜 드레이크 가문의 젊은 청년을 그렇게 부려 먹으려고 들어?’
황후의 지적에 카이는 굳은 얼굴로 쭈뼛거렸다.
‘그, 어, 음…… 제가 뭐에 씌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카이는 자신도 모르게 아몬을 막 부려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황제의 의견에 동조했었다.
‘……설마 아모니스 가문과 드레이크 가문의 피가 그렇게 만든 것인가?’
묘한 불안감이 들었지만 카이는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털었다.
‘그나저나 이미 보내 버린 서신은 어떡한담? 이미 전령이 출발했을 텐데.’
그렇다고 지금 와서 정정 서신을 보낼 수도 없었다.
이미 아몬은 제국과 꽤 멀리 떨어진 곳까지 도착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우리 제국은 각국과 활발하게 서신을 주고받고 있다. 그래서 특급 전령을 정정 서신을 보내는 일에 동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침음을 흘린 카이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몬 선배님의 행선지로 지나칠 도시에 우편물을 맡겨 두면 되겠구나. 사절단이 도시에 출입하면 즉각 소식이 알려질 테니 우편물도 곧바로 전달되겠지!’
판단을 마친 카이는 즉각 정정 서신과 함께 막대한 포상을 동봉하여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아몬이 경유할 도시로 배송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났다.
“……아몬 선배님이 왜 복귀하지 않으시지?”
* * *
마을에 들러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인해 결정된 다음 행선지는 아몬에게도 익숙한 나라였다.
‘신성왕국 그레고리안.’
그곳의 수도인 ‘그레고스’의 거대한 교회의 첨탑이 눈에 들어오자 아몬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저곳과의 동맹은 아주 간단하겠지.’
아몬은 마음을 편히 먹었다.
‘아무래도 신성왕국과는 관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으니 말이야. 내가 전대의 마왕 조아민트도 무찔러 줬고, 결정적으로 얼마 전의 대제전에서 시드권도 몰래 찔러 줬잖아?’
신성왕국과는 이른바 오고 가는 ‘정’에 의해 이뤄진 관계!
‘그러니만큼 종교 때문에 중립을 표방하는 신성왕국이라지만, 우리 제국이랑 흔쾌히 동맹을 맺어 줄 거야.’
게다가 마왕 조나난의 대대적인 침공이 있을 테니 신성왕국도 당연히 강대국인 제국과 적극적으로 동맹을 맺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만큼 볼타르 왕국처럼 지나쳐도 될 테지만, 상대가 마왕이니 신성왕국은 필사적으로 선봉에 서려 할 게 분명해. 그렇게 적극적으로 싸우려는 국가를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지.’
이른바 그쪽의 체면을 적극적으로 살려 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니까 저쪽에서도 우리를 홀대하진 않겠지! 일부러 휴식도 하지 않고 배도 텅 비워 왔으니 신성왕국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으면서 며칠 푹 쉬다가 가 볼까!’
* * *
카이는 전달된 급보를 받고 피를 토했다.
“컥!”
아몬이 신성왕국 그레고리안에 감금됐다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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