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94)
아카데미가 망했다 194화
아몬과 호튼 경은 꽁꽁 묶인 채 골방에 감금되어 있었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어찌 된 영문인지를 모를 지경이었다.
‘어라? 신성왕국이 왜 나를 억류하는 거지?’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었기에 아몬의 이마와 손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러나 호튼 경의 안색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이 또한 드레이크 경의 계략이리라.’
지금까지 멋들어진 수완으로 여러 국가와 동맹을 성사시켰기에 아몬에 대한 호튼 경의 신뢰는 하늘을 뚫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호튼 경의 믿음과는 반대로 아몬은 자신이 X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거 적대감이 보통이 아닌데? 지금 우리를 묶고 있는 쇠사슬은 신성왕국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다는 신성금속으로 만든 거잖아?’
재련할 때 성수에 담금질해 퇴마의 기운을 깃들게 한 신성금속!
어지간한 언데드는 신성금속에 닿는 것만으로도 정화되어 사라진다는데, 그런 신성금속으로 아몬과 호튼 경을 꽁꽁 묶어 놓은 것을 감안하면 신성왕국이 아몬을 어찌 취급하는지를 쉽사리 유추할 수 있었다.
‘나를 무슨 사악한 마귀 정도로 취급하고 있구나.’
물론 선량한 인간에 불과한 아몬에게 신성금속은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몸이 왜 이렇게 가렵지?’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아몬이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그렇게 한참 몸을 비트는 와중, 호튼 경은 아몬이 든든하다는 듯 신뢰가 듬뿍 어려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드레이크 경.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번에도 저쪽이 드레이크 경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호튼 경을 짠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아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때로는 모르는 게 신상에 이로울 때도 있는 법이다.
호튼 경은 근위기사이므로, 신성왕국의 부당한 처사에 근위기사의 이름을 팔아먹으며 강경하게 항의할지도 몰랐다.
‘저쪽은 신성금속까지 써서 우리를 포박할 정도로 심기가 불편할 텐데 괜히 강경하게 나갔다간, 우리를 성수에 푹 담가서 익사시킬지도 모른다.’
때문에 아몬은 흡족하게 웃으며 말했다.
“후후, 그러게요. 역시 저쪽은 제 의도대로 움직여 주는군요.”
“아! 역시 드레이크 경이십니다.”
“하지만 아직 제 복안에 대해서는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저는 드레이크 경만 믿고 있겠습니다.”
호튼 경이 싱글벙글 웃다가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관리했다.
자신이 실없이 웃다가 위대하신 드레이크 경의 철두철미한 계획을 그르칠까 우려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건 사실이지.’
이대로 있다간 자신의 모가지를 신성왕국에 헌금으로 내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외국의 사절을 이렇게 억압하는 행동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다. 신성왕국처럼 신을 섬기는 종교적인 국가가 취할 행동은 절대로 아니란 말이지.’
게다가 제국은 대륙에서 으뜸가는 강대국이다.
그런 제국을 상대로 이렇게 심각한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말은, 한번 작정하고 싸워 보자는 것과 다름없었다.
‘무슨 그럴싸한 이유가 있을 텐데…… 의문이로군.’
생각에 잠겨 있던 아몬이 고개를 흔들었다.
의문은 의문이고, 이 상황이 짜증 나는 건 짜증 나는 거였다.
쇠사슬에 포박당한 채 꿈틀꿈틀 바닥을 기어간 아몬이 이마로 문을 쾅쾅 두들겼다.
“어이, 밖에 누구 없어!?”
아몬의 외침을 들은 문밖의 보초가 대답했다.
“무슨 일이냐?”
“이렇게 외국의 사절을 억류해도 되는 거야?”
“…….”
“우리 제국이랑 한번 해보자 이거지? 안 되겠다, 오늘이 느그 신전이 싹 다 불타는 날이다.”
“…….”
문밖의 보초는 아몬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웅성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동요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보초에 불과한 문밖의 경비에게는 아몬의 물음에 대답할 만한 지식도, 권한도 없었다.
하지만 제국과 전쟁이 일어나면 신성왕국의 위풍당당한 신전이 잿더미가 될 거라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신은 멀리 있지만 제국의 창칼은 그리 멀지 않았다.
“어어? 대답 안 하지? 그래, 내 목을 베라! 내 목을 베서 너희 신전에 장식품으로 달아 놔라. 우리 제국의 병사들이 내 복수를 해 주리라!”
“……으, 으으음.”
문밖에서 경비의 침음성이 들려오자 아몬이 틈도 주지 않고 덧붙였다.
“책임자 불러와! 왜 나를 이렇게 포박하고 억류했는지 이유나 들어 보자!”
“하, 하지만…….”
“전쟁! 결코 전쟁! 제국이여, 영원하라!”
아몬이 미치광이 전쟁광의 음성으로 부르짖자 경비병이 다급히 대답했다.
“아, 알겠소! 사절이 뵙자고 했다는 사실을 윗선에 보고하겠소.”
“나는 오래 기다리지 못한다! 전쟁이 나를 부른다!”
아몬의 발광에 경비병이 복도를 달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그리고 여태 침묵을 지키고 있던 호튼 경이 몸을 비틀었다.
묶여 있는지라 박수도 못 치니 몸을 비트는 것으로 아몬의 수완에 대한 감탄을 보내는 것이리라.
“캬! 역시 드레이크 경! 이 또한 드레이크 경의 복안이겠지요!”
“흠흠. 잘 보셨습니다.”
“이번에도 드레이크 경의 생각대로 일이 술술 풀리는군요!”
이렇게 붙잡혀 있는 시점에서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무슨 일이 잘 풀린다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아몬은 내색하지 않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과찬이십니다. 부끄럽군요.”
“겸손하시기까지! 휴, 예전에 드레이크 경에게 무례하게 행동했던 제가 부끄럽군요.”
“하하하. 저는 이미 다 잊었습니다.”
사실 안 잊었다.
아무튼 자신의 자비에 몸을 버르적대는 호튼 경을 짠한 얼굴로 바라보던 아몬이 문득 고개를 돌렸다.
복도에서 누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문을 열고 들어온 인물은 낯익은 얼굴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아몬 선생.”
“응? 이 목소리는…… 레이즌 일등사제님?”
그는 예전에 성검의 주인을 찾기 위한 원정대에 속해 있었고, 대제전 때도 얼굴을 비췄던 인물이었다.
그나마 안면이 있는 사람이 찾아오자 아몬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레이즌 일등사제님! 이게 대관절 어찌 된 일입니까? 제국의 사절인 저를 이렇게 박대하시다니요!”
“…….”
“이 결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어째서 이런 행동을 했는지부터 듣고 싶습니다.”
이유가 합당하다면 이 일은 없던 일로 하겠다!
은근슬쩍 그런 의사를 내비치자 침음성을 흘린 레이즌이 말했다.
“음, 그것은 내부 사정입니다만…… 지금 우리 신성왕국의 고위층도 이에 대해 논의하는 와중입니다.”
“고위층이요?”
“예. 최고 사제님과 국왕 전하께서 논의 중이십니다.”
최고 사제와 국왕이라면 보통 고위층이 아니라 신성왕국의 정점이었다.
‘알 만한 양반들이 나를 이렇게 억류해? 대체 얼마나 심각한 일이길래?’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심이었다.
‘그렇게 심각한 일이라면 나와는 별로 관계가 없겠군. 아마도 우리 제국과 무슨 문제가 생긴 모양이야. 그러니 일단 보여 주기식으로 사절인 나를 이렇게 감금한 거겠지. 하지만 우리 제국과 정말로 전쟁을 할 리는 없을 테니까, 우리 제국의 수뇌부와 협상을 하겠다는 식으로 일이 흘러가겠군.’
결국 자신은 인질인 셈이었다.
그리고 소중한 인질은 터럭 하나 건드리지 않는 법이다.
‘나를 억류한 건 그냥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한 미끼인 거겠지. 그럼 이 일은 내 손은 떠난 상황이니까, 나는 그냥 구경만 하면 되겠다.’
내심 마음을 편하게 먹은 아몬이 푸근하게 미소 지었다.
“그렇군요. 아무쪼록 논의가 온건한 방향으로 끝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논의의 주제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시는 겁니까?”
아몬이 너그럽고 인자한 얼굴로 껄껄 웃었다.
“허허! 신성왕국의 내부 사정에 대해서 깊게 알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괜히 내부 사정을 캐려고 했다가 코를 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튼 경은 호튼 경대로 발작을 일으켰다.
“캬! 드레이크 경의 자비에 그저 감탄만이 나오는군요!”
‘왜 저럴까, 진짜.’
아몬이 짠한 얼굴로 호튼 경을 바라보던 와중, 레이즌 일등사제가 다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음…… 제 생각에는 아몬 선생님도 알아 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엥?”
느닷없이 자신을 내부 사정에 깊숙이 끌어들이려는 레이즌의 행동에 아몬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사정을 알려고 안달복달하고, 저쪽이 찬바람이 불도록 냉정하게 ‘외부인은 빠지시오!’라며 꾸짖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근데 왜 정반대의 상황인 거지?’
별안간 아몬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듯하다.’
이런 예감이 들 때마다 일이 잘 풀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아몬의 눈동자가 불안함으로 세차게 흔들리는 와중, 레이즌 일등사제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에게 말했다.
“호튼 경을 다른 곳으로 모시도록.”
“예! 일등사제님!”
호튼 경은 끌려가는 와중에도 게거품을 물고 아몬을 찬양했다.
“캬! 드레이크 경! 이 또한 드레이크 경의 안배겠지요!”
‘아니야, 미친놈아.’
“일이 술술 풀립니다. 술술!”
‘아니라고.’
이윽고 호튼 경의 광기에 젖은 목소리가 멀어지고, 자신과 단둘이 남은 레이즌 일등사제의 눈치를 살피던 아몬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레이즌 일등사제님. 그래서 제가 왜 신성왕국의 내부 사정을 알아야 하는 겁니까?”
“으음, 그게 말이지요…….”
레이즌 일등사제의 시선이 스르르 아래로 향했다.
그의 시선이 자신의 아랫도리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아몬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웅크렸다.
‘서, 설마! 지금까지 나를 그런 눈으로 보고 있었던…….’
“무슨 오해를 하고 계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것 아닙니다.”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치고는 잘 아시는 모양입니다?”
아몬의 섣부른 오해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찬 레이즌 일등사제가 아몬의 허리 어림을 가리켰다.
“그게 문제입니다.”
“예? 제 허리요?”
“아몬 선생님의 허리에 있는 ‘그것’ 말입니다.”
“……?”
아몬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의 허리춤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드레이크 가문’을 상징하는 시계가 덜그러니 매달려 있었다.
“이게 왜요?”
“……정녕 모르시는 겁니까?”
“모르니까 묻겠죠?”
물론 이 시계에 관한 내막은 알고 있다.
제국의 황제가 될 뻔했던 드레이크 대공의 눈물 젖은 시계가 아닌가.
‘그런데 신성왕국은 그 내막에 대해 모를 텐데……?’
의문만 깊어지는 와중, 묵직한 한숨을 내뱉은 레이즌 일등사제가 말했다.
“그 시계는 신성왕국의 초대 법왕이자 용사인 그레고리의 시계입니다.”
아몬이 입을 쩍 벌렸다.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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