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20)
아카데미가 망했다 20화
마리온이 몸을 일으켰다.
“카임 남작, 잠시 다녀오겠소.”
“예?”
아몬의 아버지, 카임 남작은 몬스터들이 나타났다는데 일어날 생각조차 않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금방 끝날 텐데, 그냥 쉬시지요?”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이오.”
“호기심이요?”
그건아몬이라는 인간의 강함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슬로스에게 듣기론, 심상치 않은 재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고 했지. 하지만 딱히 볼 기회가 없었다.’
사실 슬로스도 처음에는 몇 번씩 친선을 빌미로 대련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몬은 ‘소드 오러를 쓰는 기사랑 대련이요? 절 죽이시려고요?’라며 물러날 뿐이었다.
‘때문에 슬로스도 몇 번 부탁하다 시들해져선 그만뒀었지. 마법 쪽으론 본인이 이론만 안다니 더더욱 실력을 볼 기회가 없었고.’
침을 꿀꺽 삼킨 마리온이 슬로스에게 다가갔다.
“자, 가 보세.”
“……응.”
슬로스 역시 잠이 확 깬 모양인지 마리온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마을 어귀로 몰려온 수백에 달하는 몬스터 무리!
‘세, 세상에…….’
오크, 트롤은 애교 수준이었다.
용인족, 오거, 미노타우로스!
그런 쟁쟁한 몬스터들 속에서 아몬은 홀로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휩쓸고 있었다.
콰직, 쩌억-!
쾅, 콰지지직-!
도끼질 한 번에 하나는 우습고, 많을 땐 다섯까지!
몬스터들은 무슨 빗자루에 쓸리는 낙엽처럼 붕붕 날고 있었다.
“……내, 내 상식이 무너지는 기분이군.”
마리온의 말에 슬로스가 뺨을 파들파들 떨며 말했다.
“우, 우리 아버지라면 가능할지도요.”
“……그야 가능하시겠지.”
슬로스의 아버지, 검술 명가인 피드 후작가의 가주.
그는 제국 제일의 기사인 그랜드소드 마스터 중 하나였다.
‘물론 아버지보다 강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야.’
아버지에겐 고도로 연마된 검술과 아무리 거대한 도끼도 단숨에 박살 낼 수 있는 오러 블레이드가 있다.
소드 오러만 봐도 기겁을 하는 아몬이기에 둘의 싸움은 성립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몬이 그랜드소드 마스터인 아버지보다 뛰어난 것.
‘야성.’
몬스터 틈에서 날뛰는 저 난폭함은, 아몬이 몬스터인지 몬스터가 아몬인지를 모를 지경이었다.
‘제대로 된 검술도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가지고 있는 신체 능력과 본능 하나만으로 저렇게 싸울 수 있다고? 거기에 검술까지 배운다면…….’
슬로스가 재차 결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녀석이 검술을 배우는 걸 막아야 해.’
* * *
몬스터를 모두 물리친 후.
‘흠, 그러고 보니 몬스터를 잡는 건 오랜만이네.’
영지를 떠난 지도 무려 삼 개월 하고도 열흘!
감이 죽진 않았을지 걱정스러웠다.
그렇게 걱정스레 도끼를 만지작거리는 아몬은, 반으로 갈라져 죽은 오거 몇 마리를 깔고 앉은 채였다.
“하하하! 역시 도련님이시군요! 그 많은 몬스터를 혼자서 쳐 죽이시다니!”
“도련님이 돌아오시니 든든하군요!”
속도 모르고 칭찬하는 마을사람들을 본 아몬이 고개를 흔들었다.
“괜한 소리 마세요. 오랜만이라 많이 어설퍼졌어요.”
그 말에 마을사람들도 곧장 태도를 바꿨다.
“역시 도련님에겐 아부가 안 통하는군요. 교사 물을 좀 드셨으니 괜찮으실까 싶었는데.”
“확실히 절단면이 전보다 거칠어졌군요.”
아몬이 한숨을 푹 내뱉었다.
“이게 다 교사로서의 타성에 물든 결과죠.”
“허어, 타성이 무섭긴 하군요.”
“근데 타성이 뭐지?”
“몰라?”
재차 한숨을 내뱉은 순간이었다.
“수고했네, 아몬.”
“응? 선배님들도 왔어요?”
“그래. 구경하러 왔지.”
아몬이 깔고 앉은 오거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뭐 볼 것도 없죠?”
마리온과 슬로스의 뺨이 씰룩거렸다.
‘그 많은 몬스터를 단숨에 쳐 죽여 놓고, 뭐? 볼 게 없어?’
어이가 없는 나머지 둘은 아몬의 헛소리에 반응해 주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뭐, 그건 그렇고 이걸로 끝인가?”
“네. 지금 당장은 끝난 것 같은데…….”
쯧, 혀를 찬 아몬이 말했다.
“이놈들의 반응을 보면, 잠시 후에 뭐가 또 올 것 같은데요.”
“……응? 반응이라니?”
그때 마을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드레이크인가?”
“실버? 아니지, 요즘 날씨 감안하면 아이언?”
마리온과 슬로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레이크? 가문 이름 아닌가? 그럼 실버랑 아이언은 뭐지?
두 사람이 영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아몬이 설명했다.
“가문 이름이 아니라, 몬스터인 드레이크를 말하는 겁니다.”
그 말에 마리온이 기겁을 했다.
“드, 드레이크라면 드래곤의 아종을 말하는 건가?”
아몬이 질색을 했다.
“나중에 농담으로라도 말하지 마세요. 엄청 혼나요.”
혼나다니? 누구한테?
영문 모를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들을 본 아몬이 설명을 이었다.
“아무튼 이 몬스터들 반응이, 어디서 도망쳐 온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그, 그래?”
“네. 봐요. 오거, 트롤, 용인족 등등. 섞일 수가 없는 몬스터들이 갑자기 떼를 지어 몰려올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그, 그렇군.”
즉 특정한 뭔가를 피해 도망쳐 왔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몬은 그 ‘뭔가’가 드레이크라 추측했다.
오거, 용인족 등등의 몬스터들이 떼를 지어 도망치게 만드는 몬스터는 이 근방에서 드레이크가 유일했으니까.
“그나저나 드레이크라…….”
군에 속해 전장을 휩쓸던 그조차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소문으로는 성벽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몸뚱이에 철갑 같은 비늘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 게다가 흉포하기론 오거도 한 수 접는 수준이랬다. 게다가 드래곤의 아종답게…….’
아, 이런 말 하면 누가 혼낸다 했나?
적어도 아몬이 기겁을 하면서 충고하던 걸 감안하면, 어겨서 좋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크흠, 아무튼 기대되는군. 드레이크도 브레스와 포효를 다룬다던데…….”
마리온의 말에 아몬을 포함한 모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드레이크가 우리 마을로 쳐들어온다는데 기대된다고요?”
“엇……! 미, 미안하네. 말실수를 했군.”
황급히 사과한 마리온이 변명하듯 말했다.
“내가 마법사라 마법의 종착지라 불리는 브레스와 포효에 관심이 있어 그리 말한 것이네. 거듭 미안하군.”
“……쩝, 알겠습니다.”
“그런데 자네가 두려워할 정도라니…… 드레이크가 그렇게 위험한 몬스터인가?”
그 물음에 머리를 긁적거리며 답했다.
“위험하죠. 그놈이 한번 쳐들어오면…….”
“으음…….”
“마을의 감자밭이 전부 박살 난다고요.”
“그래…… 감자?”
“네.”
마리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사람이 위험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아몬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이야 도망치면 그만이죠 뭐.”
“……어, 음. 그렇군.”
“근데 그놈들이 감자를 워낙 좋아해서 원…….”
대체 이곳의 감자는 정체가 뭘까?
“그래도 엘더 드레이크만 아니라면 감자밭은 지킬 수 있을 텐데…….”
“……뭐? 엘더 드레이크?”
몬스터 도감에서도 ‘문헌에서나 가끔씩 등장하는 존재’라 서술되어 있던 몬스터 아니었나?
“……그, 그런 놈이 자주 나오나?”
“여태 두 번쯤 봤어요. 자주 나타났으면 감자밭이 다 털렸겠죠.
“……음.”
“뭐, 자주 나오는 놈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잠시 후.
아몬은 그날 엘더 드레이크 조우 횟수를 세 번으로 갱신할 수 있었다.
* * *
이른 아침.
드레이크 영지는 아비규환에 휩싸여 있었다.
“우와아악! 막아! 막아!”
“미, 밀린다아앗!”
성벽으로 착각할 만큼 거대한 체구의 도마뱀!
작은 건물쯤은 발짓만으로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엘더 드레이크’가 마침내 드레이크 영지로 침입한 것이다!
“으아아악! 우리 밭의 감자가!”
“이, 이 망할 자식이!”
마을사람들이 엘더 드레이크를 쫓아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때리고 밀어붙였지만, 녀석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감자밭에 얼굴을 처박을 뿐이었다.
-그아아악! 쩝쩝쩝!
마을 어귀에서부터 엘더 드레이크를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감자를 노리는 녀석의 돌진을 막는 것은 무리였다.
그리고 한편.
엘더 드레이크가 나타나자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하는 아몬을 본 마리온은 외쳤었다.
‘저게 엘더 드레이크인가! 아몬, 나는 6서클의 마법사! 내가 돕겠네!’
거대한 화염 마법을 준비하며 기세 좋게 나선 마리온!
‘크어억! 마, 마나 고갈이…….’
엘더 드레이크의 엄청난 마법 저항력 때문에 별 피해조차 주지 못하고 마나를 탕진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또 한편.
‘……저게 엘더 드레이크.’
슬로스도 검을 뽑으며 중얼거렸다.
‘아버지가 예전에 한 마리 쓰러트리셨다 했지.’
그녀가 불꽃같은 소드 오러를 뿜어내며 비장하게 외쳤다.
‘만약 저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다면, 나도……!’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흐윽! 마나가……!’
슬로스도 엘더 드레이크의 비늘에 별 피해를 주지 못하고 탈진!
아무튼 아몬을 제외한 아카데미발 전투원들은 모조리 탈락했고, 비전투원들은 그야말로 공포에 휩싸인 상태였다.
“에, 엘더 드레이크라니!”
감자를 먹어 치우는 엘더 드레이크의 포효가 공포스럽다는 듯, 아나르엘은 긴 귀를 접어서 틀어막은 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부학교장은 ‘자신의 감자’를 먹어 치우는 엘더 드레이크의 횡포에 눈이 돌아가 날뛰고 있었다.
“보리스! 클로에! 놓으세요! 저놈을 때려 죽여야 합니다!”
“부학교장님! 정신 차리세요!”
“가면 죽어요!”
그러한 아비규환 속에서 카임 드레이크 남작은 무릎 꿇은 채 울고 있었다.
“크흑…… 우, 우리 감자밭이…….”
엘더 드레이크라는 거대한 재앙 앞에서 인간의 힘이란 이토록 무력하단 말인가!
“어, 어머니! 뒷다리 좀 당겨 봐요!”
“크으으윽! 아, 안 당겨져!”
“젠장!”
엘더 드레이크의 비늘 때문에 아몬의 도끼, 마을사람의 장비는 몽땅 박살 난 지 오래!
때문에 모두들 감자를 흙째로 퍼먹는 엘더 드레이크를 붙잡고 끌어내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 노력의 무의미함을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이, 이렇게 끝나는 건가…….’
오랜 세월 열심히 가꿔 온 감자밭이 이렇게 털리는 건가?
그 사실을 깨달은 모두가 눈물을 글썽이는 와중이었다.
“간만에 찾아왔더니, 웬 소란이지?”
문득 머리 위에서 들려온 낯익은 목소리.
아몬이 황급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곳에는 검은 머리칼의 노인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어, 어르신!”
“역시 아몬이구나!”
빙그레 웃은 노인이 지면에 탁 내려섰다.
그리고 마을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밀고 당기는 엘더 드레이크의 콧잔등에 손을 얹은 순간이었다.
움찔-!
정신없이 감자를 퍼먹던 엘더 드레이크가 멈칫하고, 노인이 입을 열었다.
“이놈아, 이게 무슨 행패냐?”
-크, 구우우욱…….
“이만 물러가거라.”
-구르르…….
갑자기 순한 강아지처럼 고개를 조아린 엘더 드레이크가 꼬리를 아나르엘의 귀처럼 축 늘어뜨린 채 몸을 돌렸다.
그리고 힘없이 쿵쿵 멀어지는 게 아닌가!
그 광경에 쓰러진 채 헐떡거리던 마을사람들이 중얼거렸다.
“허억, 헉…… 에, 엘더 드레이크가 도망쳤다…….”
“감자밭이 절반이나 남았어…….”
상처뿐인 승리였지만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어쨌건 감자밭을 절반이나 지킬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헐떡거리던 아몬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노인에게 다가갔다.
“어, 어르신,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한데, 일은 잘하고 있고?”
“……그럭저럭이요.”
“허허허, 그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톱만 했던 녀석이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라니. 놀랍구나.”
“……어머니 배 속부터 절 보셨습니까?”
피식 웃은 아몬이 말을 이었다.
“아무튼 소개시켜 드릴게요. 저분들은 제 선배님입니다.”
마리온과 슬로스는 죽은 것처럼 흙바닥에 얼굴을 박고 있었다.
“지금은 상태가 썩 좋지 않구나.”
“평소에도 그래요.”
“……응?”
“그리고 저기 있는 분들은 학교장님과 부학교장님입니다.”
“호오, 엘프와 다크엘프가 아카데미의 요직을 맡고 있었던 건가?”
빙그레 웃은 노인이 아나르엘과 브레슬을 향해 다가갔다.
“우리 아몬의 상급자로군. 아몬을 잘 부탁하네. 나는 ‘카셀라그’라 하네.”
노인, 카셀라그의 정중한 인사에 아나르엘은 멍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드…….”
“응?”
“드드드…….”
곧이어 아나르엘은.
“드래, 곤…….”
그리 중얼거리며 눈을 까뒤집은 채 기절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