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24)
아카데미가 망했다 24화
출세! 입신양명!
아몬이 좋아하는 단어다.
‘그걸 위해 애지중지 키워 온 동아줄을 싹둑 자르려 들어?’
무엇이든 첫걸음이 중요한 법.
면전에서 학생들이 모욕당했는데 선생 된 자로서 조용히 넘어간다?
이 일로 앙심을 품고 훗날 스승에게 줄 떡고물을 반 토막 낼지도 모를 일!
‘이제 삼시 세끼 감자는 질렸다! 제자 잘 키워서 신세 한번 펴 보자!’
투명한 사리사욕을 간직한 채 라인벨트를 향해 매섭게 휘두른 나뭇가지!
거의 기습에 가까운 행동이었지만, 상대가 누군가?
다름 아닌 제국 4대 기사 중 하나이자, 창천검왕이라 칭송받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아니던가!
‘덤비라고 도발도 했으니, 이쯤은 간단히 막아 내겠지!’
그런 생각을 품은 채 전력으로 휘두른 나뭇가지!
그 광경에 라인벨트 역시 싱긋 웃으며 나뭇가지를 마주 휘두른 순간이었다.
콰직-!
라인벨트가 휘두른 나뭇가지가 단숨에 박살 나고, 아몬의 나뭇가지가 라인벨트의 머리통을 정확히 가격했다.
“컥……!?”
그의 머리통을 때린 나뭇가지도 박살 나 산산조각 흩어지고, 단말마에 가까운 신음을 뱉으며 풀썩 쓰러지는 라인벨트!
대자로 뻗은 그를 본 아몬이 입을 쩍 벌렸다.
‘……아니, 이게 무슨.’
이걸 왜 맞지?
넋 나간 얼굴로 박살 난 나뭇가지와 쓰러진 라인벨트를 번갈아 보던 그가 깨달았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그렇군.’
가짜였구나.
‘이 괘씸한 사칭범 놈!’
그렇지 않고서야 창천검왕이라 불리는 자가 이까짓 나뭇가지에 쓰러질 리가 없지 않은가!
보리스가 외쳤다.
“주, 죽었어!”
“선생님, 어떡해요?”
아몬이 패닉에 빠져 짹짹거리는 학생들을 다독였다.
“얘들아, 괜찮아! 안 죽었어!”
“네? 정말요?”
“그럼! 게다가 이놈은 가짜란다!”
클로에가 사후경련을 일으키는 듯 오그라들어 경련하는 가짜 창천검왕을 가리켰다.
“선생님, 가짜가 죽으려고 해요.”
“음, 가짜라도 죽으면 곤란하지. 어서 옮겨야겠구나.”
“선생님, 가짜 입에서 뇌수가 줄줄 흘러요.”
“침이란다, 클로에.”
아몬은 기절한 가짜를 질질 끌고 걸음을 옮겼다.
‘후후, 다름 아닌 창천검왕을 사칭한 놈을 사로잡았으니 잘하면 포상금을 받을지도 모르겠군!’
아니, 어쩌면 창천검왕 본인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크게 기뻐하며 따로 보상을 해 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제자로 삼으려 할지도 모르지!’
아몬은 싱글벙글 웃으며 학교장실로 향했다.
* * *
아나르엘은 귀를 푸드덕거리며 격노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이에요!”
아몬은 머리를 박고 있었다.
“가, 가짜가 분명한데…….”
“무슨 가짜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요! 애초에 저와도 구면인 분이라고요!”
그걸 들으니 더더욱 신빙성이 떨어졌다.
“……학교장님은 자신의 안목을 믿으십니까?”
“캭! 시끄러워요!”
매섭게 아몬을 꾸짖은 아나르엘이 소파에 누워 있는 라인벨트를 향해 허둥지둥 달려갔다.
그리고 이 믿기지 않는 상황에 얼굴을 창백하게 물들인 채 라인벨트의 다리를 주무르는 레이몬드를 비키게 했다.
그리고 라인벨트를 회복시키기 위해 마법을 준비하는 찰나.
“크으윽! 머, 머리가…….”
라인벨트가 빠개질 것 같은 머리를 붙잡은 채 몸을 일으켰다.
“라인벨트님! 괜찮으세요?”
“하, 학교장님? 제, 제 머리는 제대로 붙어 있습니까? 안 부서졌습니까?”
“네! 붙어 있어요! 안 부서졌어요!”
“저, 정수리가 휑해진 것 같은데…….”
“원래 휑했어요!”
슬픈 얼굴로 정수리를 만지작거리던 라인벨트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그가 아몬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달은 아나르엘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라, 라인벨트님, 정말 죄송합니다.”
“…….”
“아몬 선생의 무례는 제가 호되게 혼낼 테니 부디 용서를…….”
“…….”
“아니, 이건 학교장인 저의 불찰입니다. 그러니…….”
감히 제국 4대 기사를 건드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아카데미가 공중분해 될지도 모를 일.
때문에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하는 아나르엘의 애걸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아몬을 바라보던 라인벨트가 입을 열었다.
“학교장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네?”
“제가 그의 실력을 보겠다고 자초한 일입니다.”
라인벨트가 말을 이었다.
“아몬 드레이크, 일어나 이리로 오게.”
다가온 아몬을 조용히 훑어보던 라인벨트가 눈을 감았다.
‘모르겠군.’
역시 그는 검술에 문외한이었다.
조금 전 휘두른 나뭇가지는 말 그대로 단순히 ‘휘두른’ 것뿐이었다.
‘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강하다.’
순수한 ‘완력’의 강함이었다.
육체의 단련? 깊은 마나? 무슨 바탕이 깔려 있는 건지는 차마 라인벨트도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게 있었다.
‘비록 내가 마나를 사용하지 않았고, 일부러 무방비 상태로 맞아 줬다지만 내 의식을 단숨에 끓어 낼 정도로 굴강한 완력을 지녔다. 이토록 뛰어난 신체를 지닌 자가 내 검술을 익힌다면…….’
필시 대륙의 역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길 정도의 기사가 될 것이다.
“……아몬 드레이크라 했었나?”
“그렇습니다.”
“자네는 강하군.”
느닷없는 칭찬에 아몬이 대충 대답했다.
“가, 감사합니다.”
“그러나…….”
손가락을 세운 라인벨트가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 순간 그의 손가락을 타고 솟구치는 오러 블레이드.
고오오오-!
작고 푸른 은하수처럼, 창연히 빛나는 그것을 보라는 듯 들어 보인 라인벨트가 말을 이었다.
“자네가 지닌 것은 순수한 육체의 강함일 뿐일세. 기사들의 무수한 단련으로 쌓아 올린 마나와 검술 앞에선 한 수 접어야 할 걸세.”
그런 대단한 분이 나한테 한 대 맞고 기절했냐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초인적인 자제력으로 다른 대답을 내뱉었다.
“물론입니다. 저는 몸이 좀 튼튼할 뿐, 기사님들의 검술 앞에선 보잘것없는 놈일 뿐입니다.”
“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라인벨트가 말했다.
“그런 이유로, 자네에게 제안하지.”
“……예? 제안이요?”
고개를 끄덕인 라인벨트가 말했다.
“내게 검술을 배워 보겠는가?”
“……!”
아몬이 입을 쩍 벌렸다.
“제, 제자로 삼아 주시겠다는 말입니까?”
“그렇다네. 이제 와서 검을 배우기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자네의 자질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터.”
손을 뻗은 라인벨트가 빙그레 웃었다.
“어떤가? 이 몸의 제자가 되겠는가?”
아몬이 몸을 벌벌 떨었다.
‘이, 이럴 수가…….’
조금 전에 창천검왕 사칭범을 사로잡았으니, 진짜 창천검왕의 제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농담에 가까운 허무맹랑한 희망을 품지 않았던가.
‘그런데 정말로 창천검왕의 제자가 될 수 있다니…….’
눈앞의 노인이 가짜라는 의심은 버린 지 오래였다.
아나르엘의 보증도 있었고, 그가 보여 준 은하수를 닮은 오러 블레이드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전유물이 아닌가!
‘이런 분의 제자가 된다면 출세는 따 놓은 거나 마찬가지야!’
창천검왕의 제자라는 간판! 게다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전장에 나가 승승장구한다면 옹졸해 빠진 황제라 해도 뭐라 할 수 없으리라!
“스승님!”
그 이름을 목 놓아 부르짖자 스승님이 껄껄 웃었다.
“크하하하! 그래, 그래. 하지만 아직은 스승이라 부르기에 이르다!”
“스승님을 스승님이라 부르지 않으면 무어라 부르겠습니까!”
아몬의 간사한 외침에 스승님은 한층 더 크게 웃었다.
“크하하! 녀석, 마음가짐 하나는 마음에 드는구나! 그러나 나의 제자가 되려면 단 하나의 맹세를 해야 하느니라!”
그깟 맹세?
여태 슬로스에게 몇 번이고 검술을 가르쳐 달라고 매달려 봤지만, 그럴 때마다 차가운 퇴짜만을 맞았었다!
때문에 아몬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이 제자는 이미 맹세할 준비가 됐습니다!”
“크하하! 좋아, 좋아. 그럼 맹세의 서약을 읊을 테니 따라 하거라!”
“예!”
“본인은 창천검왕의 제자가 되어 검에 정진할 것이며!”
“저는 스승님의 제자가 되어 검에 정진할 것이며!”
“본인의 물욕과 속세의 욕망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단련에만 몰두할 것을 맹세하겠다!”
“물욕과 속세의 욕…….”
문득 입을 멈춘 아몬이 라인벨트를 바라봤다.
내가 잘못 들었나?
“……뭐라고요?”
“응? 못 들었느냐? 물욕과 속세의 욕망에서 벗어나서 단련에만 몰두할 것을 맹세하겠다!”
제대로 들은 게 맞구나!
‘잠깐.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해.’
제자를 새로 들인다는 게 기쁜지, 싱글벙글 웃고 있는 라인벨트를 유심히 살펴보던 아몬은 깨달았다.
‘제국 4대 기사라는 양반이 옷이 왜 이렇게 꼬질꼬질해?’
애초에 레이몬드도 그랬다.
그러니 경진대회 때 ‘평민 출신’이라는 가짜 신분이 들통 나지 않았지.
“스승…… 라인벨트님.”
“응? 뭐냐?”
“저기, 혹시 해서 여쭤보는 겁니다만…… 작위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라인벨트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작위? 그깟 것은 허울뿐인 감투다. 일전에 황제가 후작위를 내리겠노라 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지.”
아몬이 한탄했다.
“그, 그럼 가지신 재산은……?”
“재산? 하! 검을 수련하는데 그깟 것이 무슨 쓸모가 있느냐! 검을 휘두를 한 뼘 땅에 이 한 몸 뉘일 조그만 초옥 한 채만 있으면 충분하거늘!”
“…….”
“내 제자가 되어 그깟 욕망을 품으려 들면, 내 단매에 쳐 죽여 버릴 테니 그 점 명심토록 해라!”
“……….”
실력을 감추는 라인벨트의 검!
검술도 그렇고, 본인의 성향 역시 그랬다.
세상을 등지고 오직 자기만족만을 위해 검술에 몰두하는 천생 무인!
그 순간 레이몬드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졌다.
꼴을 보아하니, 가진 돈도 없어 손자이자 제자인 레이몬드마저 굶고 사는 모양이었다.
‘그렇군.’
아몬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 양반도 적잖이 미쳤구나.’
아몬은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 * *
흡사 번개처럼 도망친 아몬은 그대로 종적을 감췄다.
라인벨트가 아카데미를 이 잡듯 살펴도 없는 걸 감안하면, 아예 아카데미 밖으로 도주한 모양이었다.
“녀석, 아직은 이 몸의 제자가 될 결심이 안 선 모양이지!”
아나르엘이 말했다.
“앞으로도 안 설 거라고 생각해요.”
“응? 그게 무슨 뜻입니까, 학교장님?”
“……아니에요. 그보다 이제 어떡하실 생각인가요?”
“흐음…… 원래는 돌아가려 했지만,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히죽 웃은 라인벨트가 말했다.
“이곳에 머물며 녀석이 결심을 굳힐 때까지 기다리고 싶군요.”
“네? 하지만 아무리 라인벨트님이라 해도 아카데미의 규정상 외부인을 체류시키는 것은 좀…….”
라인벨트가 껄껄 웃었다.
“크하하! 그쯤은 저도 압니다! 제가 이곳의 검술 교사로 일하겠습니다! 그럼 아몬을 설득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겠지요!”
그랜드 소드 마스터, 창천검왕을 교사로 영입!
다른 아카데미라면 게거품을 물고 승낙했겠지만, 아나르엘은 난처하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라인벨트님, 레이몬드 학생을 포함해도 학생이 셋이에요. 그리고 검술 교사는 이미 있어요.”
“……아.”
“게다가 규정상, 학생 수에 따라 과목마다 두는 교사의 수가 정해져 있어요. 지금 학생 수를 감안하면 과목마다 교사를 한 분씩 두는 것만 가능해요.”
확실히 쓸데없이 교사를 늘릴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나이 먹은 연장자로서 치졸하게 슬로스를 해고하라 할 수도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피드 후작 가문의 여식이니 무작정 그럴 수도 없다.
“……그, 그럼 아몬 그놈은 무슨 과목입니까?”
“그분은 일단 역사 교사 지망이에요. 슬슬 신입 교사 티도 벗었겠다, 조만간 정식으로 역사 교사직을 맡길 거예요.”
“…….”
“아니면 혹시 수학, 인문학 등 다른 학문에 조예가 있으신가요?”
여태 산나물 캐 먹고 검만 휘둘러 온 무인이 그런 것에 조예가 있을 리 없다.
결국 교사직은 날개 달고 날아간 상황!
눈을 꽉 감은 라인벨트가 말했다.
“……그럼 남는 일자리 없습니까?”
그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아나르엘이 손뼉을 쳤다.
“아, 마침 비는 업무가 있어요. 몇 개월 전 운영 중단 권고가 내려오면서 그만둔 분이 계시거든요.”
“오, 오오! 뭡니까?”
아나르엘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정문 경비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