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40)
아카데미가 망했다 40화
아몬이 올리버의 목과 손목을 움켜쥔 채 제압하고 있는 광경에 베스트릭 측이 거센 고함을 내질렀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감히 학생 간의 교류전에 교사가 난입하다니!”
그들의 고함에 아몬은 올리버를 한층 더 강하게 찍어 누르며 으르렁거렸다.
“방금 이 녀석이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려는 꼴을 못 봤습니까?”
오러 블레이드는 서로의 기량을 확인하기 위한 대련 따위에서 사용할 기술이 결코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대련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스스로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경진대회에서 클로에와 맞붙은 레이몬드조차 자신이 밀리는 와중에도 오러 블레이드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었지 않은가.
“감독관님께선 똑똑히 보셨을 겁니다.”
“……음.”
아몬의 말대로 올리버가 오러 블레이드를 끌어 올리는 것과 동시에 감독관도 대련 종료를 알리려 했다.
그저 아몬이 한발 빨랐기에 흐름이 끊겼을 뿐이었다.
“자네 말이 맞네.”
감독관이 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모두들 잘 들으시오!”
단숨에 이목을 집중시킨 감독관이 올리버를 가리키며 외쳤다.
“조금 전 베스트릭 측의 학생은 신성한 교류전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려 했소! 오러 블레이드가 무엇이오? 세상을 풍성하게 해 주는 마나, 그 감사한 존재를 오로지 ‘파괴’만을 위해서 벼려 낸 칼날! 살육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흉기요!”
감독관이 분노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런 흉기를 친목을 도모하는 교류전에서 사용하는 것은 언어도단. 베스트릭 측의 학생인 올리버의 실격을 선언하겠소!”
그 말에 베스트릭 측의 교사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했다고?”
“나는 전혀 못 봤는데…….”
웅성거림이 증폭되자 벤자민이 어렵사리 나서 입을 열었다.
“오, 올리버 학생이 정말로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했습니까?”
“…….”
“저희 누구도 보지 못했습니다. 혹여 저 교사가 무작정 달려들어 무고한 학생을 핍박하려는 것은 아닌지…….”
감독관이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더니 검을 확 뽑아 들었다.
그 광경에 벤자민이 화들짝 놀라며 물러나고, 감독관이 들어 올린 검을 휘감고 오르는 오색창연 검광.
하늘을 수놓는 별무리처럼 솟구친 ‘오러 블레이드’를 선보인 감독관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 말은 내 안목을, 황실 검술 지도관 볼베르의 눈조차 의심하겠다는 뜻인가? 벤자민 학교장?”
“아, 아…….”
감독관 역시 중견급 소드 마스터의 실력자.
그가 서슬 퍼런 얼굴로 말하자 벤자민을 포함한 베스트릭의 모두가 꼬리를 말고 물러났다.
그 모습을 빤히 노려보던 감독관이 선언했다.
“네 번째 경기, 검술 시합은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승리일세.”
그 말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아몬이 올리버를 내던지듯 놓아 주며 말했다.
“실전도 아닌 대련에서 오러 블레이드는 금기 중의 금기다. 그건 오직 상대의 목숨만을 앗기 위한 수단. 대련에서 절대 사용할 게 아니야.”
“큭…….”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떨어트린 올리버가 베스트릭 측으로 돌아가고, 감독관이 아몬을 향해 다가왔다.
“자네 덕분에 혹시 모를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군. 고맙네.”
“별 말씀을. 과찬이십니다.”
피식 웃은 감독관 볼베르가 아몬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이윽고 아몬 역시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며 뒤를 힐끔 바라봤다.
다섯 경기 중 벌써 세 경기를 아모니스 아카데미가 승리했다.
이미 교류전은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승리로 종료됐다고 봐도 좋은 상황.
‘다들 표정이 좋지 않군.’
정확히 말하자면 금세라도 달려들어 깽판을 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긴, 왜 그렇지 않겠는가?
‘보리스의 시합은 그렇다 쳐도 두 번째 시합부터는 애매모호한 상황의 연속이었으니까 말이지.’
레이몬드의 역사학 시합?
감독관의 느닷없는 레이몬드의 승리 선언으로 끝나 버렸다.
세 번째 시합은 기권으로 끝났고, 네 번째 검술 시합은 자신이 내보낸 학생의 부정으로 실격에 가깝게 패배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시원하게 다섯 번째 시합까지 마저 치르자니, 어차피 아몬은 기권할 거라고 공언한 상황.
‘속이 꽉 막힌 기분이겠지.’
차라리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하게 패배했다면 저토록 분한 표정을 짓고 있지도 않으리라.
그러나.
‘뭐 어쩔 건데? 꼬우면 이기던가?’
황실에서 직접 파견한 감독관들이 두 눈 부라리며 우뚝 서 있는데 뭐 어쩌겠는가?
내심 킬킬 비웃으면서도 아몬은 엄격, 근엄,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팔짱을 끼고 베스트릭 쪽을 마주 바라봤다.
그리고 한편.
아나르엘도 베스트릭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아몬이 그들의 속내를 짐작하듯, 아나르엘 역시 그들의 속내를 쉬이 알아차릴 수 있었나 보다.
“벤자민.”
“…….”
“이번 교류전은 우리가 이겼군요. 아니, 이번에도 우리가 이겼다고 하는 게 좋으려나요?”
그 말에 빠득 어금니를 악문 벤자민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그렇군. 흥, 다 망해 가는 아카데미에 이런 수모를 당할 줄은…….”
“수모? 우리 아모니스 아카데미에게 패배했다면 수모가 아닌 영광이겠죠?”
“이익……!”
벤자민을 비웃는 아나르엘의 모습에 아몬은 펄펄 뛰고 싶었다.
‘잘한다! 우리 학교장!’
아나르엘이 이런 통쾌한 면모를 갖추고 있었을 줄은!
‘더 비웃어 줘! 아주 질질 짜게 만들어 줘!’
그리고 교류전도 끝났으니 얼른 꺼지라고 한마디 시원하게 해 줘! 라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뭐, 이대로 교류전을 끝나면 그쪽도 쉽사리 납득하기 힘들겠죠. 뭐, 어떻게 추가 경기라도 치러 드릴까요?”
그 말에 아몬이 입을 쩍 벌렸다.
잘나가다가 웬 논두렁이란 말인가.
“하, 학교장님……?”
질겁한 아몬이 아나르엘의 손목을 붙잡았지만, 기세를 탄 아나르엘은 아몬의 손을 뿌리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우리 아모니스 아카데미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대단하답니다! 이렇게 됐으니 교류전의 목적에 걸맞게 교사들도 친선을 한번 도모해 볼까요?”
‘뭐, 뭣!?’
“그 편이 그쪽도 납득하기 쉽겠죠? 어때요?”
‘갑자기 이게 뭔 엘프 소리야!’
보는 눈만 없었다면 당장 아나르엘의 귀를 붙잡고 꺾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는 눈이 많았기에, 그러지 못하는 아몬은 기세를 타고 힘차게 펄럭거리는 아나르엘의 귀를 슬픈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나르엘의 제안을 들은 벤자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크, 크하하하! 진심인가? 아나르엘 학교장!?”
“그럼요! 자, 그렇다면…….”
순풍에 돛을 단 배를 탄 듯, 아나르엘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믿음직한 교사들을 쭉 훑어봤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슬로스, 아몬, 브레슬, 마리온 모두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의욕이 앞서서 그런 건 아니었다.
분노. 살기. 증오.
그 모든 부의 감정이 가득 담겨 있는 시선!
‘앗…….’
그러나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다는 말이 있다.
아나르엘은 그 말의 의미를 비로소 깨달았다.
“크하하하! 아나르엘 학교장! 그럼 무슨 종목부터 치르겠소?”
“…….”
아나르엘이 벤자민을 바라봤다.
“미…….”
“응?”
“미이…….”
미안해요, 농담이었어요.
그러니 교사 교류전은 취소하죠.
그리 말하려던 아나르엘은 벤자민의 얼굴에 가득 떠올라 있는 비웃음을 보고 득달같이 외쳤다.
“그쪽이 정하세요!”
“하! 으하하하! 좋소!”
기세 좋게 외친 아나르엘이 씩씩대며 든든한 교사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세상 공손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여러분.”
“…….”
“하지만 저렇게 비웃는데 어떡하겠어요? 당하고만 있을 순 없잖아요!”
아몬이 입을 열었다.
“누가 먼저 비웃었죠?”
마리온도 말했다.
“애초에 거기서 왜 교사 교류전이 나옵니까?”
슬로스가 한탄했다.
“퇴직할까…….”
브레슬은 조용히 아나르엘의 귀에 속삭였다.
“끝나고 보죠.”
“히, 히익!”
아무튼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순 없는 법.
한숨을 내뱉은 아몬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렇게 감정이 격해진 상황이라면 대뜸 역사학 시합을 하자며 불러내진 않겠지?’
서로 검을 부딪치며 땀을 뻘뻘 흘려 대는 야만적인 검술 시합이나, 감사하기 그지없는 세상의 근원인 마나를 살상 마법으로 변화시킨 추악한 마법 시합이나 치를 게 분명했다.
‘다행이다. 나처럼 지적이고 고상한 학자는 나설 자리가 없겠군.’
그렇기에 아몬이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
베스트릭의 벤자민 학교장이 손가락을 뻗었다.
“거기, 조금 전의 교사! 앞으로 나오게!”
아몬이 쯧쯧 혀를 찼다.
‘누가 이딴 쓸데없는 교사 교류전에 참가할까?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군.’
“조금 전에 시합에서 나섰던 놈 나오라고!”
‘그나저나 누가 지목될까? 일단 난 절대 아닐 거고…….’
이 악물고 모른 척하는 아몬을 본 벤자민이 씩씩대며 말했다.
“아나르엘 학교장! 거기 그 젊은 남자 교사 이름이 뭔가!”
아나르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아몬 드레이크에요!”
“아몬 드레이크! 어서 나오게!”
가차 없이 자신의 이름을 팔아넘긴 아나르엘을 원망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던 아몬이 한숨을 쉬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휴…… 정말 하기 싫은데…….”
머리를 긁적거리던 아몬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럼 시합 종목은 뭡니까? 역사학? 아니면 수사학?”
그 말에 앞으로 나온 상대방이 목검 한 자루를 툭 던져 주며 으르렁거렸다.
“검술이다. 이 건방진 자식아.”
“……예?”
아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는 역사학 교산데요……?”
“웃기지 마라! 조금 전에 보인 움직임은 학자 나부랭이의 것이 아니었다!”
“학자 나부랭이 맞는데…….”
그 말에 상대 교사가 남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흥! 비열한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족속답게 입만 열면 거짓부렁을 지껄이는군.”
오직 진실만을 말해 온 아몬으로선 황당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아몬은 하늘 우러러 부끄럼 한 점 없는 결백함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비열하다느니, 입만 열면 거짓부렁이라느니 하는 말에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진 상대의 말.
“당신네 비열한 학교장과 전혀 다를 게 없군. 더러운 놈 같으니라고.”
“뭣……!”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설마 저 썩어 문드러질 엘프와 자신을 동일 선상에 둔 건가?
탁-!
땅에 떨어진 목검을 번개처럼 낚아챈 아몬이 그것을 상대에게 겨눴다.
“그 말, 취소해라.”
“흥!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사나운 얼굴로 으르렁거리는 아몬의 모습에 아나르엘이 감격한 듯이 양손을 맞잡은 채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아, 아몬 선생님! 저를 향한 모욕을 듣고 저렇게 분노하실 줄은…….’
귀 좋은 엘프인 아나르엘은 앞선 대화를 모두 들었다!
그렇기에 ‘비열한 학교장’이라는 말에 아몬이 분노한 것이라 짐작한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그 말 취소해라.”
‘아아, 아몬 선생님……!’
“취소 안 하겠다 이거지? 좋아.”
아몬이 목검을 양손으로 움켜쥔 채 으르렁거렸다.
“좋다. 강제로라도 취소하게 만들어 주지.”
이윽고 두 사람이 목검을 서로에게 겨눈 채 대치하고, 상대가 먼저 아몬에게 달려든 순간.
“아몬 선생님! 힘내세요!”
자신을 응원하는 아나르엘의 힘찬 외침에 아몬의 관자놀이에 혈관 한 줄기가 불뚝 솟아올랐다.
지금 이 상황이 누구 때문에 벌어진 건지 알기나 하는 걸까?
‘……좋아, 이 일이 모두 수습되면 저 엘프부터 죽이자.’
그리 생각하며 아몬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상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