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49)
아카데미가 망했다 49화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서로 한 대씩 때리자고요?”
“제대로 들었네.”
“하, 하하하…… 무슨 그런 재미없는 농담을 하십니까?”
“농담처럼 들려?”
진지하기 그지없는 아몬의 얼굴에 카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설마 자신을 ‘일반인’으로 보고 힘으로 억누르려 하는 생각일까?
정말 그렇다면 아몬에 대한 평가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참된 교육자에서 힘을 내세워 다른 사람의 의견을 꺾으려는 무뢰배로.
그러나 이어진 아몬의 말.
“왜? 자신 없어? 너도 네 실력에 꽤 자신 있는 편 같은데?”
“……뭐라고요?”
“검술도, 마법도 네 정도 실력이라면 어딜 가더라도 떵떵거릴 수 있는 실력이잖아?”
“……!”
카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내 실력이 간파당했다고?’
소드 마스터 최상급, 8서클 마법사.
그냥 넘겨짚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구체적인 언급이었다.
‘설마 내 신분을 눈치챈 건가? 하지만 그럴 리가 없는데?’
황태자 때 아몬과 대면해 본 적은커녕 그의 존재 자체도 최근에 알았다.
게다가 지금은 자신의 얼굴을 마법으로 감추고 있는 상황 아닌가?
‘라인벨트 어르신 같은 실력자라면 마법을 꿰뚫어 볼 수 있다지만…… 이 사람은 아무리 봐도 일반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검술도, 마법도.’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카이가 헛웃음을 흘렸다.
‘도리어 내가 묻고 싶군. 내 실력을 눈치챘으면서 무슨 자신감으로 덤빌 작정이지?’
문득 그런 호기심이 치밀어 올랐다.
아몬에 대한 호감은 차치하고, 소드 마스터 최상급이자 8서클 경지의 마법사에 올라선 ‘제국의 실력자’로서의 호기심이었다.
‘설마 숨겨 둔 한 수가 있는 건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카이가 말했다.
“아몬 선배님, 진심이십니까?”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아직도 장난 같아?”
“하하하…….”
못 말리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 카이가 목검을 집어 들더니 아몬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좋습니다. 서로 한 대씩 주고받자고 하셨죠? 누가 먼저 시작하죠?”
“흠…….”
목검을 만지작거리던 아몬이 말했다.
“먼저 시작해.”
“하, 하하하하…….”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 카이가 목검을 들어 올렸다.
“알겠습니다, 선배님. 설마 이렇게까지 말씀하셨는데, 피하시진 않겠죠?”
“그래, 그래. 얼른 때리기나 해.”
“……알겠습니다.”
미소를 지운 카이가 아몬의 어깨를 향해 목검을 휘둘렀다.
물론 진심은 아니었다.
소드 마스터 최상급의 실력자인 자신이 진심으로 휘두른다면, 아무리 목검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몸뚱이는 가뿐하게 반 토막 낼 수 있었다.
‘진심은 아니지만, 스스로의 만용에 반성은 되도록.’
카이는 ‘적당한 힘으로’ 아몬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가 휘두른 검이 아몬의 어깨를 때린 순간.
아몬이 그대로 어깨를 붙잡고 나동그라지자 카이가 입을 쩍 벌렸다.
“헉! 서,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아이고! 내 어깨야!”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힘을 좀 세게 줬나봅니다!”
“크윽! 내 어깨…….”
낑낑거리며 몸을 일으킨 아몬이 카이를 흘겨보며 으르렁거렸다.
“너, 너 이 자식…… 이렇게 세게 때려?”
“죄, 죄송합니다.”
미안하다는 듯 한껏 고개를 꾸벅거리던 카이가 생각했다.
‘으음…… 숨겨 둔 한 수가 있는 것처럼 굴더니 아무것도 없었잖아?’
뭐, 그렇다고 실망한 것까진 아니었다.
어차피 카이의 눈에 비춰진 아몬은 검술, 마법에 조예가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결국 당연한 결과였을 뿐이다.
아무튼 어깨를 문지르며 투덜거리던 아몬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그럼 이번엔 내 차례지?”
“……계, 계속하시려고요?”
“그럼? 나도 한 대 맞았는데, 너도 공평하게 한 대 맞아야지 않겠어?”
“음…….”
머리를 긁적거리던 카이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 말씀이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어깨를 문지르며 아프다는 듯 오만상을 쓰고 있던 아몬이 순식간에 표정을 지우더니 말했다.
“너도 공평하게 한 대 맞아라.”
그 순간 목검을 쥔 아몬의 오른손이 흐릿해졌다.
그와 동시에 터져 나오는 사납게 공기를 찢어발기는 파공음.
곧이어 벼락처럼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목검을 본 카이가 뒤늦게 눈을 부릅뜬 찰나였다.
쩌어어어억-!
순간 카이는 목검에 맞은 어깨가 뭉개졌다고 생각했다.
“크아아아악!”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붕 날아간 카이가 지면에 곤두박질치고, 몇 차례나 땅을 구르다 멈춰 선 그가 기침을 토하며 자신의 어깨를 붙잡았다.
“쿨럭! 내, 내 어깨……! 나, 날아갔……?”
“아냐. 잘 붙어 있어.”
어느새 눈앞까지 다가와 자신을 내려다보는 아몬의 모습에 카이가 대경실색하며 몸을 일으켰다.
“허, 헉……!?”
“괜찮냐? 많이 아파?”
“…….”
부서졌다고 착각할 정도로 욱신거리는 어깨를 문지르던 카이의 눈에 한 줄기 호승심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감정을 억누른 카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예, 제법 아프군요.”
“그래? 나도 아직 너한테 맞은 곳이 아파.”
“그러십니까? 그럼 계속할까요?”
“응? 더 하게?”
카이가 목검을 움켜쥐며 씩 웃었다.
“뭐, 아직 서로 한 대씩 주고받았을 뿐이잖습니까? 생각보다 재밌는데 계속해 보죠.”
“흐음, 그럴까.”
아몬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카이가 자세를 잡았다.
“그럼 갑니다.”
“응. 그래.”
카이는 작게 심호흡을 하며 생각했다.
‘검술에 조예가 없는 게 아니었나?’
하지만 방금 자신이 느낀 충격은 평범한 사람이 휘둘렀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맹렬한 것이었다.
‘……역시 숨겨 둔 한 수가 있나 보군. 좋아, 그렇다면 이번엔 조금 더 세게 공격해 볼까?’
결심한 카이가 힘껏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검이 아몬의 어깨에 부딪치려는 순간.
휙-!
몸을 비튼 아몬이 카이의 검을 피했다!
“……뭐, 뭣!?”
피하기 없다면서!?
당황한 나머지 카이가 눈을 부릅뜬 채 입만 뻐끔거리는 와중, 아몬이 자기도 놀랐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미안, 미안. 나도 모르게 피해 버렸네.”
“…….”
“이야, 피할 생각 없었는데 아까 맞은 게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피했나 보다. 진짜 미안하다, 카이.”
“…….”
이를 빠득 악문 카이가 검을 고쳐 쥐며 말했다.
“……그럼 한 번 더 가겠습니다.”
그 말에 아몬이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이번엔 내 차례잖아?”
“……예?”
“방금 한번 공격했잖아? 그럼 내 차례지.”
“……하, 하지만 피하셨잖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다시 공격해야죠?”
그 말에 아몬이 한심한 소리 말라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녀석아, 공평하게 해야지. 네가 공격했으면 이번엔 공평하게 내가 공격해야지? 내가 피했으면 너도 공평하게 피하면 되는 거잖아?”
“……뭐, 뭐라고요?”
“자, 피해라?”
아몬이 검을 휘둘렀다.
뻐어어어엉-!
걷어차인 공이 날아가는 것처럼 쏘아진 카이가 지면을 굴렀다.
“컥, 커헉……!”
갑작스러운 공격이었지만, 카이는 전력을 다해 아몬의 검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피하지 못했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이, 이 자식…… 강하다!’
분명 느껴지는 기세로는 검술도, 마법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이다.
그러나 어깨에서 느껴지는 격통이 아몬의 강함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즉 전력을 다해야 할 상대.
제국의 실력자인 카이를 휘감는 감정은 단연 ‘호승심’이었다.
소드 마스터 최상급.
8서클 마법사.
그런 카이가 전력으로 마나를 운용하자 그의 목검을 타고 오색 창연한 오러 블레이드가 휘감겨 오르고, 대기 중의 마나가 격렬하게 소용돌이친다.
쿠오오오오-!
그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아몬을 향해 카이가 말했다.
“……이제부터 전력으로 가겠습니다.”
투쟁심이 철철 흐르는 그 말에 아몬이 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말했다.
“잠깐만, 잠깐만.”
“……뭡니까?”
“전력을 다하는 건 좋은데…….”
아몬이 카이의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러 블레이드는 쓰지 말지?”
“……예?”
아몬이 목검을 슬슬 휘두르며 말했다.
“나는 오러 블레이드 못 쓰거든?”
“…….”
“근데 너는 오러 블레이드를 쓰면, 그건 공평하지 않은 거잖아? 안 그래?”
“뭐…….”
“마법도 쓰지 마. 나는 마법 못 써. 그런데 네가 마법을 쓰면 그것도 공평하지 않은 거 아니냐?”
“그, 그게 무슨…….”
웬 궤변이냐며 말을 이으려던 카이가 흠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모든 학생을 ‘공평하게’ 교육한다.
아몬은 그런 자신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웃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왜 말이 안 되는데?”
어느새 목검을 늘어뜨린 아몬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한 말이 네 말과 뭐가 달라? 보리스는 클로에, 레이몬드가 수련하는 검술을 따라가기엔 벅차. 그런데 넌 보리스에게 두 사람을 따라가길 강요했잖아? 네 말마따나 공평하게. 그래서 나도 너한테 공평하게 오러 블레이드와 마법을 쓰지 말자는 건데, 뭐가 달라?”
“개, 개소리를……!”
개소리라고?
아몬이 카이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며 생각했다.
‘들켰다!’
카이의 말대로 자신의 주장은 빛 좋은 개살구 같은 헛소리다!
‘……하지만 완전히 틀렸다곤 할 수 없는 말이지. 그 때문인지 저 자식, 지금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
상대의 의견에 동조해 주는 것!
“물론 네 주장대로 공평하게 교육하는 것도 중요해.”
“……뭐?”
“모든 학생을 차별하지 않고 교육한다? 분명 네 말도 옳아.”
느닷없는 긍정에 카이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하지만.”
힘 있게 말한 아몬이 말을 이었다.
“학생들 각각은 절대 똑같지 않아.”
“……!”
카이가 눈을 부릅뜨고, 아몬이 말을 이었다.
“클로에는 피드 가문의 검술을 깊게 익히고 있어. 레이몬드는 따로 독자적인 검술을 깊게 익히고 있지. 보리스는 알다시피 마법을 익히고 있고.”
“…….”
“말했듯, 학생들 각각이 달라. 그런데 네 방식대로 똑같은 교육을 한다?”
아몬이 카이의 어깨에 손을 턱 얹으며 말했다.
“그게 정말 공평한 걸까?”
“……!”
어느새 카이를 중심으로 휘몰아치던 마나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 역시 모습을 감추고 있었고, 전의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꺾이고 말았다.
아몬이 빙그레 웃었다.
‘음, 이 정도면 반쯤 푹 구워삶아졌군.’
아몬이 박차를 가했다.
“말했듯, 공평도 중요해. 하지만 그건 ‘학생을 대할 때 공평’해야 해.”
“……학생을 대할 때 공평.”
“그래. 그러니까 ‘공평하게 각자 원하고 꿈꾸는 바를 교육’해 주는 거지. 무작정 모든 학생들을 똑같이 교육해서 똑같은 학생을 만드는 게 아니라.”
“…….”
“그래서 내가 말했던 거야. 교육은 공평이 아니라 ‘공정’해야 한다고.”
“공평과 공정…….”
스스르 감기는 카이의 눈을 보며 아몬은 생각했다.
‘……이게 맞나?’
모른다!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을 뿐이다!
한편, 카이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공평과 공정.’
언뜻 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둘은 명백히 다르다.
공평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반면 공정은.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 관여하는 공평. 그것이 공정한 것.’
카이가 보리스를 바라봤다.
‘마법사를 꿈꾸는 학생.’
그런 소년에게 ‘공평하게 다른 학생과 같은 교육’을 받을 것을 강요했다.
하지만 마법사를 꿈꾸는 학생이 검술을 수련한다 한들, 검술에 뜻을 둔 다른 두 학생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공정하지 못하다.’
카이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기에 아몬 선배는 말한 것인가. 공평과 공정을 구분하라고.’
아니다! 그냥 나온 대로 말한 거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카이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주르륵-!
자신의 무지함에 뺨을 타고 흐르는 한 줄기 눈물!
“……아몬 선배님.”
“어, 어?”
갑자기 왜 울지?
아무튼 깨달음을 얻은 카이가 그대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제게 이런 가르침을 내려 주시다니…… 역시 젊은 나이에 교무부장에 내정되실 정도로 훌륭하시군요…….”
반응을 보니 일단 제대로 먹힌 모양이었다.
게다가 교무부장이라는 단어! 감투를 쓴 아몬이 힘차게 헛기침을 했다.
“크허험! 카이야, 내 깊은 뜻을 이제야 깨달았구나.”
“흐흑, 그렇습니다…… 역시 아몬 선배님이십니다.”
“하하하, 그래. 그래.”
“앞으로도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아몬 교무부장님!”
“하하하! 그래, 아몬 교무부장만 믿고 따라…….”
“교무부장?”
순간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뒤를 돌아본 아몬이 눈을 부릅떴다.
그곳에는 슬로스가 젖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탈탈 털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네가 교무부장? 그게 무슨 소리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