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6)
아카데미가 망했다 6화
슬로스의 검술 수업이 끝난 후, 약간의 쉬는 시간을 가진 보리스와 클로에는 제1 강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주친 광경.
“거어억! 술맛 좋다!”
“…….”
“술 더 없나? 어어억!”
술주정을 부리는 마법 교사 마리온과 그를 바라보며 체념한 듯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신입 교사 아몬.
보리스와 클로에가 아몬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왔구나, 얘들아.”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늘 이래요.”
자신보다 한층 더 체념한 듯한 학생들의 격려에 아몬이 중얼거렸다.
“너희들이 고생이 많구나.”
“아니에요. 그래도 마리온 선생님은 수업을 잘하세요.”
“……뭐? 정말?”
믿을 수 없다.
그 순간 마리온이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거으윽, 학생 여러분! 어서 오렴!”
‘저 꼴로 수업을 잘한다고?’
“핫하하! 지난 시간엔 어디까지 했더라?”
“마법학 21페이지까지 했어요.”
“그렇구나, 보리스! 자, 교재를 펴렴!”
‘아니, 왜 정상적이지?’
술기운에 얼굴이 달아오른 마리온이 싱글벙글 웃으며 교재를 펴고.
뒤따라 교재를 펴니 마법진 그림과 간략한 설명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교재를 본 마리온은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웁, 마법진이 빙빙 도네.”
“…….”
“이게 다 술이 부족해서 그러…… 내 술 어디 갔지?”
뒤로 감춘 술병을 꽉 잡으며 말했다.
“조금 전에 다 마셨잖습니까?”
“어, 어어? 그랬나?”
“그럼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 마리온이 교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아무튼 학생들! 마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주는 이 마법진의 핵심이 뭐라고 했었지?”
“마법진의 중심인 오망성의 각 꼭짓점이라고 하셨습니다!”
“훌륭하다, 보리스!”
탁 손가락을 튕긴 마리온이 칠판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다시피 이 마법진을 개발한 대마법사, 아무고토 몰란 여사의 분석에 의하면 이 마법진의 마나 궤도는…….”
강의를 지켜보던 아몬이 혀를 내둘렀다.
‘정말이네? 멀쩡하게 수업을 잘하잖아?’
하긴, 생각해 보면 마리온은 유명 마탑 출신이었다.
어느 집단에 속한 채 유명세를 떨치려면, 능력도 능력이지만 사회성 역시 필요하리라.
‘게다가 군대에 소속돼서 종군까지 한 사람이지.’
즉 교사로서의 책임감 또한 있을 것이다.
‘……술만 아니라면 완벽할 텐데.’
문득 궁금해졌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저렇게 강의에 열정적인데, 멀쩡한 상태라면?
아몬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마리온 선생님.”
“쩝쩝, 응? 뭔가?”
“여쭤볼 게 있는데, 잠시 괜찮으십니까?”
마리온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침 학생들도 필기 중이니.”
“여기서 드릴 말씀은 아니니, 잠시 밖으로…….”
“허헛! 그래, 그래.”
그들이 밖으로 나가고.
필기하던 보리스와 클로에는 ‘쿠웩! 갑자기 왜 배를 때리, 우웩!’하는 괴성을 들을 수 있었다.
이윽고 다시 돌아온 두 사람.
마리온은 잔뜩 화가 나 있었고, 아몬은 연신 사과하고 있었다.
“술 깨는 방법? 그게 방법인가?”
“죄, 죄송합니다! 저희 영지에선 다들 이렇게 해서…….”
“대체 그딴 걸 누구한테 배운 건가!”
“죄송합니다. 아버지께 배웠…….”
“가만 생각해 보니 꽤 합리적인 방법이군. 술이 확 깼으니 말이야.”
아몬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흥, 됐네. 수업이나 계속 해야겠군.”
다시 마리온이 칠판 앞에 서자 아몬이 눈을 반짝였다.
‘술 취했을 때도 강의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하던데, 술이 깬 지금이라면?’
그리고 마리온이 입을 열었다.
“에, 그러니까…….”
‘당신의 능력을 보여 줘!’
“으음, 아무고토 몰란 여사는…… 아, 그렇지. 인간의 마법 기초는, 아니. 이건 다른 사람이지.”
‘……어라?’
머리를 긁적거리며 허둥거리는 마리온을 바라보던 아몬이 경악으로 입을 쩍 벌렸다.
‘서, 설마 술 취한 상태에서만 수업을 멀쩡하게 할 수 있는 건가?’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란 말인가.
“끄응, 학생들. 잠시만 기다리게.”
그 말을 남기고 사라진 마리온이 돌아왔을 때, 그는 아니나 다를까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웃고 있었다.
술에 취한 것이다.
“핫하하! 클로에, 보리스! 미안하구나! 자, 그럼 다시 수업을 시작해 볼까! 아, 필기는 다 끝냈니?”
“네, 선생님.”
“좋아! 인간의 마법은 아무고토 몰란 여사가 개발하신 마법진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리고 이 마법진을 보강한 분이 또 계시지!”
마리온이 칠판에 탁탁 소리를 내며 힘차게 적은 글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 읽어 보거라! 조토 몰란!”
“조토 몰란!”
“그래! 조토 몰란! 아무고토 여사의 남편이며, 그분 역시 대마법사셨다! 그리고 그분이 보강한 마법진의 구성을 한번 짚어 보자면…….”
유창하기 짝이 없는 강의.
아몬은 체념한 듯 미소 지었다.
‘그래, 교사가 수업만 잘하면 되지.’
생각하기가 무섭게 입을 틀어막은 마리온이 헛구역질을 했다.
“우욱, 잠깐만. 술을 어중간하게 마셔서 그런지 속이 뒤집히는군. 이럴 때는 해장술로 속을 달래야 하는데…….”
진짜 돌아 버리겠네.
“다들 잠깐만 기다려라. 얼른 다녀올…….”
아까 감췄던 술병을 내밀었다.
“제가 챙겨 왔습니다.”
“오! 고맙네, 아몬 선생! 이걸로 아까의 무례는 없던 걸로 하겠네!”
꿀꺽꿀꺽 술을 마신 마리온이 탄성을 질렀다.
“캬! 맛 좋다! 근데 이거 아까 마시던 술 아닌가?”
“아닐걸요?”
“꺼억! 그래? 아닌가 보다!”
마리온이 껄껄 웃으며 수업을 재개했다.
* * *
수업이 끝난 후.
아몬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오늘 수업을 보니, 클로에와 보리스는 마법도 생 초보 수준이던데?’
그리고 황제폐하 배 경진대회까지는 고작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아무래도 운영중단 권고 철회는 물 건너간 것 같은데.’
세상에 천재는 많다.
지금부터 클로에와 보리스가 죽어라 노력한들, 경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만큼의 성취는 보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검술, 마법이 물 건너간 이상 일반 학문이 그나마 가능성이 높을 텐데…… 그쪽은 천재들이 더 많을 거라고.’
역사서, 이론서를 혹시 씹어 먹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똑똑한 학생이 많을 것이다.
‘휴, 눈앞이 막막하군.’
한숨을 쉰 아몬이 고개를 돌렸다.
학생들도 돌아갔겠다, 마리온은 강의실에 자리를 깔고 술판을 벌이는 중이었다.
“술이 입에 짝짝 달라붙는구만!”
“에휴…….”
“웬 한숨? 자네도 한잔하겠나?”
“안 줄 거잖아요.”
“어뜩케 알았지!”
낄낄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그를 빤히 바라보던 아몬이 입을 열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얻어 갈 수 있는 건 얻어가자.
“그런데 선배님. 수업을 견학하던 중에 궁금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호오? 자네, 마법에 관심이 있나?”
“제 아버지께서 마법사시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이론을 조금 배우긴 했습니다.”
“그렇군. 뭐가 궁금한가?”
아몬이 페이지를 짚으며 말했다.
“아무고토 여사가 개발한 마나 보강 마법진 말입니다.”
“음, 음.”
“오망성의 꼭짓점이 핵심인데, 조토 경의 개선안은 그 핵심을 배제하고 따로 놀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아서요.”
“……음?”
마리온이 교재를 들여다보고.
아몬이 마법진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짚으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되면, 마나가 흐르는 궤도가 어긋날 텐데 효율이 반감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개선 효과 자체는 있겠지만요.”
“…….”
“결국 이 부분이 문제니…… 듣고 계십니까?”
얼굴을 처박을 것처럼 교재를 들여다보던 마리온이 스르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얼굴에선 어느새 술기운이 싹 날아가 있었다.
“듣고 있네. 그래서?”
“아, 예. 그러니까, 꼭짓점을 수정해서 사각 형태로 만들면 마법진을 간소화시킬 수 있을뿐더러 개선안과도 맞아떨어지지 않을까요?”
“으음…….”
“하지만 대마법사 두 분께서 만든 마법진이니, 이렇게 만든 이유가 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마리온이 생각에 잠겼다.
‘그들이 마법진을 이렇게 만든 이유?’
따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 게 분명했다.
‘이거 단순한 실수 같은데? 선 긋는 축을 잘못 정했잖아?’
하지만 마리온을 포함한 마법사들은 여태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기초 마법진이라지만, 역겨울 정도로 정교한 데다 고밀도의 마법진이니까.’
즉 ‘대마법’의 기본 바탕으로나 쓰이는 마법진이다.
때문에 마법진에 오류가 있다는 걸 알아챌 엄두도 내지 못했다.
까놓고 ‘깔창’이 굉장히 복잡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면, 그 깔창에 설계 오류가 있는지 없는지 알게 뭐란 말인가?
키만 잘 높여 주면 그만이지.
‘하지만 이건 확실히 획기적인 개선안이야.’
마리온이 아몬을 바라봤다.
‘그런데 이 녀석, 아버지한테 이론을 조금 배웠다면서 한눈에 오류를 찾아내고 개선안까지 내놓았다고?’
헛웃음이 나왔다.
이 발견을 마탑에 보고하면 못해도 1급 훈장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녀석이 마법을 제대로 배우면 어떻게 될까?’
한번 자신이 가르쳐 볼까?
잘만 가르치면 대단한 게 튀어나올지도 모르겠는데?
그리 생각하던 마리온이 문득 욱신거리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제 아몬이 술병으로 자신의 머리를 후려 갈겼던 것이 생각났다.
아까 주먹으로 배를 때린 것도.
“떽! 자네가 뭘 아는가!”
느닷없는 호통에 아몬이 눈을 깜빡거렸다.
“……예?”
“으디 새파란 젊은 놈이 대마법사께서 만든 마법진에 딴죽을 걸어!”
“아니, 그냥 궁금해서…….”
“어허! 다~ 이유가 있으니 그렇다 치고 넘어가게! 에이잉! 하여간 요새 젊은 것들은 이래서 문제…….”
순간 마리온이 입을 다물었다.
아몬이 빈 술병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크흠! 난 이만 가 보겠네.”
“예, 선배님. 살펴 가십쇼.”
몸을 일으킨 마리온은 부리나케 교직원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신이 소속되어 있던 마탑으로 통신 마법을 걸었다.
“오랜만입니다, 마탑주.”
-럼덤 아닌가? 무슨 일이지?
“그게 말입니다…….”
마리온은 설명했다.
“……해서, 획기적인 개선안이 될 것 같습니다.”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탑주가 말했다.
-대단하군.
“역시 그렇지요?”
-자네가 대단하다는 뜻이야.
“하하, 별말씀을…….”
-마탑 때려치울 때부터 알아봤는데, 마법 논문 읽는 것도 때려치웠나 보군.
“……예?”
마탑주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그거, 이미 작년에 나온 이론이야.
“……뭐, 뭐라고요?”
-1급 훈장감 이론이었지. 사정이 있어 훈장은 못 줬지만 말이지.
“…….”
-더 할 말은 없나? 끊겠네.
툭, 소리와 함께 통신 마법이 끊기고, 허망한 얼굴로 앉아 있던 마리온이 문득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아몬이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 왔나, 아몬 선생?”
“획기적인 개선안이 될 것 같다,부터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
스르르 눈을 감은 마리온이 입을 열었다.
“아몬 선생.”
“예, 말씀하십시오.”
“술을 좀 깨고 싶군.”
아몬이 빙그레 웃었다.
“예, 선배님. 제가 아까 그 방법으로 모시겠습니다.”
마리온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한 얼굴로 터덜터덜 아몬의 뒤를 따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