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60)
아카데미가 망했다 60화
[제국 중앙 교육부에서 아모니스 아카데미에 재직 중인 교사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극비리에 진행 중인 교사 평가 시스템에 의거하여,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교사 여러분의 평가를 공지합니다.]아몬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극비리에 진행 중인 교사 평가 시스템?
‘대체 언제 그런 걸 한 거지?’
하지만 금세 짐작할 수 있었다.
‘맞아. 얼마 전에 아카데미끼리 교류전을 했었지? 그때 황실에서 파견 온 감독관들이 동석했었고.’
아마 그때 교사들을 평가한 것이리라. 그리 짐작한 아몬은 계속해서 편지를 읽어 나갔다.
[아나르엘 학교장] [우수-현 체재 유지 장려]이 구절을 읽은 아몬의 눈에서 불똥이 튀어 올랐다.
‘아니,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평가야?’
아나르엘이 우수하다고? 그럴 리가 없다.
자신을 빡통이라 모욕하고 조롱한 학교장의 어디가 우수하단 말인가!
‘이래서 높은 분들이란, 다 저들끼리 형님 누님 하면서 해 먹고 사는 거겠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아모니스 아카데미라는 명문 교육 기관의 장(長)인 아나르엘은 제국 전체에서 보자면 상당한 고위 인사라 할 수 있다.
말했듯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백작, 후작쯤 되는 귀족들과도 맞먹겠지. 게다가 듣자 하니 지금 망나니 황제와 오래 알고 지내는 사이랬으니…….’
때문에 아나르엘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리라.
제국의 뿌리 깊이 스며들어 있는 부정과 비리에 통탄을 금치 못한 아몬이 다음 글귀를 읽어 봤다.
[브레슬 부학교장] [우수-현 체재 유지 장려]아몬이 입을 쩍 벌렸다.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야!’
못 먹고 죽은 귀신이 붙은 브레슬이 우수라니!
‘킹 와이번 기름 얻겠다고 아카데미 재정을 위태롭게 만든 다크엘프인데!’
학교장이야 앞서 말한 이유로 부정과 비리의 중심에 있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부학교장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다니!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감독관들의 눈은 옹이구멍인가?’
설마 부학교장에게도 든든한 뒷배가 있는 것일까?
제국의 어두운 미래에 탄식한 아몬이 다음 글귀를 읽어 봤다.
[마리온 럼덤] [심히 우려-평상시 금주 및 자기 절제 필요] [조치 권고-감봉 및 시말서 작성]아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처음으로 제대로 된 평가가 나왔군.’
옹이구멍 같은 감독관의 눈도 이제 보니 예리한 면이 있었다.
물론 아카데미는 독립적인 단체에 가깝기에 학교장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권고는 아무 짝에 쓸모없다.
‘하지만 황실 내부에서 도는 나쁜 평가가 장기적으로 본다면 좋은 영향을 줄 리도 없지.’
당장 조치는 취해지지 않을지언정 천릿길도 한걸음부터!
‘후후후, 마리온 선배. 나를 그렇게 놀려 대더니 꼴좋습니다.’
다음 평가는 슬로스였다.
[슬로스 피드] [심히 우려-나태한 성향으로 인해 교사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따름] [조치 권고-감봉 및 자숙]아몬이 무릎을 철썩 때렸다.
“그럼 그렇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아몬이 중얼거렸다.
“보아하니 학교장, 부학교장 두 엘프는 눈이 삔 놈들이 평가했고 마리온 선배부터는 올바르게 깨어 있는 분께서 평가하셨나 보군. 이게 제국이지.”
애국심이 무럭무럭 피어오른 아몬이 서둘러 다음 글귀로 눈을 돌렸다.
‘……그럼 마지막은 내 평가로군.’
침을 꿀꺽 삼킨 아몬이 작게 심호흡을 한 후 자신에 대한 평가를 읽어 봤다.
[아몬 드레이크] [우수-바른 교육관을 지니고 성실히 학생들의 지도에 임함. 미래가 크게 기대되는 젊은 교육자임. 현 상태 유지 바람]아몬의 뺨을 타고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역시 정의는 승리하는 법인가.”
진실 그 자체, 공명정대하기 그지없는 평가에 아몬이 중얼거렸다.
“이게 제국이다.”
황제는 마음에 안 들지만 제국 그 자체에 대한 애국심으로 가슴이 벅차오른 아몬이 문득 편지를 재차 읽어 봤다.
자신의 평가 아래로 뭐가 더 적혀 있었다.
[해당 교사, 아몬 드레이크에게 제국 교육부의 포상과 부상을 하사한다.] [포상-금화 300개.] [부상-제국의 상징을 새긴 회중시계.]포상이 금화 300개!
어쩐지 주머니가 무겁다 했더니 주머니 안에 부상인 회중시계가 함께 들어 있었다.
‘제국의 상징을 새긴 시계라…….’
제국의 상징인 드래곤을 문양화하여 음각시킨 검은빛의 회중시계.
‘굉장히 비싸 보이는군.’
당장이라도 팔아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명색이 제국의 상징이 새겨진 물건이다.
게다가 황실에서 하사한 물건을 팔았다간 목이 몇 개라도 남아나지 않을 터.
‘시계 그 자체로 만족해야겠군. 딱히 쓸 덴 없겠지만…… 훌륭한 교사로 인정받은 기념품으로 남겨 둬야겠어.’
흡족한 얼굴로 회중시계를 허리춤에 매단 아몬이 눈살을 찌푸렸다.
‘……엥?’
뒷장에 뭐가 또 적혀 있었다.
‘아니, 뭘 이렇게 많이 적어 둔…….’
뒷장에 적힌 글귀를 읽던 아몬이 흠칫하며 눈을 부릅떴다.
[포상인 금화 300개는 명단의 모든 교사에게 수여되는 것이며, 대표인 우수 교사에게 우선 지급된 후 명단에 기재된 교사들과 공평하게 분배할 것.] [이로써 우수한 교사에게는 부상과 명예를, 평가 미흡 교사에게는 격려와 함께 추후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함.] [제국 교육부.]그 글귀의 의미를 이해한 아몬이 냅다 편지를 찢으려 했다.
‘증거! 증거를 없애자!’
자신의 대쪽 같은 교육 철학으로 피 같은 300골드를 하사받았는데 그걸 다른 이들과 나눌 수는 없다!
그러나 편지를 찢으려던 아몬이 뺨이 파르르 떨렸다.
‘근데 이걸 찢으면…….’
편지, 즉 증거를 찢어 버리면 자신을 모욕했던 마리온, 슬로스에게 통쾌한 조롱을 선사할 수 없다.
‘하지만 300골드를 혼자 꿀꺽하는 것과 복수인가…….’
독식과 복수를 저울에 올린 채 고민하던 아몬이 한숨을 쉬었다.
부우욱-!
편지를 찢은 아몬이 빙그레 웃었다.
‘그래, 모욕은 언젠간 잊힌다. 하지만 300골드는 남지.’
금은 영원을 상징하는 불변의 금속!
그렇기에 동료에게 복수하는 것에 대한 미련을 깔끔하게 접은 아몬이 찢은 편지를 쓰레기통에 툭 던져 넣은 순간이었다.
덜컹-!
문을 힘껏 열며 들어온 마리온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외쳤다.
“아몬! 편지 봤나?”
마리온의 손에는 아몬이 읽은 편지와 똑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썅! 나한테만 온 게 아니었어!?’
내심 경악하는 아몬이었지만, 금화가 든 주머니를 뒤로 감추며 잡아뗐다.
“예? 무슨 편지요?”
“껄껄껄! 주머니 감추지 말게! 보아하니 편지는 이미 봤나 보군.”
마리온이 손을 쑥 내밀었다.
“자, 그럼 잔말 말고 내놓게. 300골드지? 삼등분하면 100골드가 되겠군.”
“…….”
그때 슬로스도 달려왔다.
“아몬! 내 금화 내놔!”
“…….”
“야아, 이번에 새로 나온 검을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공돈이 생기네. 집에 손 벌리기 조금 그랬는데.”
“…….”
아몬의 뺨이 부들부들 떨렸다.
제국 교육부에게 영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전혀 아랑곳 않고 금화만 탐내는 돈에 미친 망자 같은 동료들!
꼴을 보아하니 평가를 빌미로 놀려도 아무 의미 없었을 것이다.
아몬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망자들과 함께 금화를 나눴다.
“어허, 아몬. 금화 세 개 모자라잖나. 더 주게.”
“……어차피 술만 마실 거잖아요.”
“내 돈으로 마시겠다는데 자네가 무슨 상관인가?”
“야, 왜 슬그머니 내 꺼 다섯 개 가져가?”
“……슬로스 선배님은 집에 돈 많으시잖아요.”
“집에 많지, 내가 많은 게 아니거든?”
잠시 후.
아몬은 도적 떼에게 마차를 털린 상인 같은 얼굴로 주저앉아 있었다.
실제로 털리기도 털렸지만 말이다.
‘200골드를 눈 뜨고 뺏기다니…….’
부들부들 떨던 아몬이 삼분의 일로 줄어든 주머니를 품에 넣었다.
‘그래도 100골드는 남았으니 다행…….’
그리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아몬 선배님!”
“으악!”
갑자기 카이가 쑥 들어오자 아몬이 질겁하며 품속의 주머니를 감싸 안았다.
“이, 이 자식아! 노크 좀 하고 들어와!”
“무, 문 열려 있었는데요.”
“그래도!”
“어…… 예, 죄송합니다. 조심하겠습니다, 선배님.”
사과하는 카이를 흘겨본 아몬이 말했다.
“너도 금화 받으러 왔냐?”
“네? 아, 아뇨.”
“……쯧.”
한숨을 쉰 아몬이 말했다.
“뭐,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교육부에서 포상으로 금화가 나왔거든?”
그 말에 카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저런 일이라뇨?”
“그런저런 일이 있어. 아무튼 그걸 교사끼리 나눠야 하는데, 명단에 있는 교사끼리만 나눠야 하는 것 같더라고.”
“그, 그래요?”
혀를 찬 아몬이 말했다.
“극비리에 교사 평가가 있었다는데, 그땐 네가 없었던 모양이야.”
“……그렇군요.”
교류전 때는 카이가 교사로 부임하기 전이었다. 그렇기에 평가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리라.
“아무튼 그렇긴 한데…….”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한숨을 내쉰 아몬이 주머니를 꺼냈다.
“뭐, 혼자 아무것도 못 받는 건 좀 그러니까…….”
“……예?”
아몬이 손을 부들부들 떨며 주머니를 열었다. 그리고 금화를 꺼내 카이에게 내밀었다.
“너, 너도 좀 가져라.”
“…….”
3골드.
카이가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금화를 빤히 바라봤다.
그 반응에 아몬의 턱이 부들부들 떨렸다.
“모, 모자라냐?”
“…….”
“더 줘……?”
아몬이 통 크게 금화 하나를 더 꺼내 카이의 손에 올려 줬다.
그럼에도 아무 반응이 없는 카이!
‘이놈도 돈에 미친 망자였구나…….’
결국 아몬은 피눈물을 흘리며 금화 하나를 더 꺼내 카이에게 건넸다.
그제야 5골드를 꾹 움켜쥔 카이가 빙그레 웃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선배님.”
“그, 그래…….”
“그럼 이만 가 보겠습…… 아!”
뒤돌아 나가려던 카이가 아몬을 슥 돌아보더니 빙그레 웃었다.
“기운 차리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리고 그 회중시계, 잘 어울리시네요.”
그 말을 남긴 카이가 방에서 나가고.
홀로 남은 채 우두커니 서 있던 아몬이 주머니를 꼭꼭 묶어 품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자기가 준 회중시계도 아니면서 웬 유세야?”
투덜거리던 아몬이 침대에 벌렁 누웠다.
‘아무튼 95골드는 무사히 지켜 냈군. 그동안 모은 봉급을 합치면 대충 100골드는 되겠는데.’
수중에 있는 100골드에 달하는 거액을 생각하며, 아몬이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여름 방학이지?’
예전에 영지에 들렀을 땐 고작 1골드 남짓한 돈을 들고 돌아갔었지만, 이번엔 100배에 달하는 금화를 가지고 돌아간다.
“이게 금의환향이지 뭐겠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