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63)
아카데미가 망했다 63화
느닷없는 아미의 아카데미 입학 요구!
그것 때문에 아몬의 기분이 나빠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우선 첫 번째 이유.
‘우리 아카데미가 얼마나 처참한 상황인지 알고 말하는 걸까?’
만약 조금이라도 건전하고 올바른 사상을 지닌 사람이라면, 자신의 하나뿐인 혈육을 그런 마굴로 걷어차 넣지는 않으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두 번째 이유가 가장 컸다.
‘아카데미에서도 이 깨물어 죽이고 싶은 동생을 봐야 한다고?’
그렇지 않아도 돼지우리 같은 곳인데, 그곳에 큼직한 돼지를 한 마리 더 들여보내 보살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푸근하게 웃은 아몬이 말했다.
“아미, 내가 다른 아카데미를 알아보마.”
“뭐? 하지만…… 왜? 오빠가 일하는 곳에 다니면 되잖아?”
“그럼 반대로 묻자. 왜 내가 일하는 곳에 다니고 싶어?”
아몬이 아미의 입학에 강한 생리적 거부감을 느끼듯, 반대의 입장인 아미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남매란 원래 그런 거니까!
그렇기에 던진 질문에 아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오빠가 교사라면 학점 같은 거 잘 줄 수 있을 거잖아.”
“음.”
역시 자신의 동생답게 현명했다.
만약 평범한 교사였다면,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분개했을 테지만 아몬이 어디 평범한 교사던가?
‘내 동생, 언제 이렇게 컸지? 많이 똑똑해졌구나.’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감격하는 아몬을 향해 아미가 연이어 말했다.
“그리고 오빠가 뭘 걱정하는지는 알아.”
“……무슨 걱정?”
“귀찮게 안 할게. 아카데미에서 행동도 처신도 잘할 거야. 집안만 같지 친하지도 않고 잘 모르는 사람인 척할게. 아니, 아예 모르는 사람인 척해도 상관없어!”
“……!”
곧이어 까치발을 선 아미가 귓가에 속삭였다.
“그냥 조용히 학점만 잘 주시면 됩니다요.”
“……으으음.”
이 정도 조건이라면 아몬도 아미의 입학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확실히 혹하는구나.”
“그렇지?”
“일단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해 보마. 우선 부모님께 여쭤봐야겠지만.”
“응. 알았어. 고맙, 고, 고마…… 오빠.”
피를 나눈 사이끼리 고맙다는 말은 불필요한 것!
이윽고 아미가 물러간 후, 홀로 앉은 아몬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음…… 저 녀석도 머리가 굵어지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겠구나.’
드레이크 가문의 차남, 아몬에게는 영지의 상속권이 없다.
제국법상 작위의 세습은 장자 상속으로 이뤄지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살길을 찾아 아모니스 아카데미에 교사로 취업했다. 하지만 아미는……?’
아몬은 살아생전 녀석이 이렇다 할 학문에 매진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
그렇다고 아몬이 그러하듯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운 것도 아니다.
게다가 귀족 영애는 흔히 정략결혼을 한다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집안과 교양이 받쳐 줘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녀석도 나름 고심해 내린 결정이겠지. 적어도 아카데미 졸업장이 있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건 사실이니까.’
뭐, 물론 당장은 살아났다 해도 몰락한 것에 가까운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졸업장은 어디 유용하게 쓸 곳이 없을 것이다.
불쏘시개론 그럭저럭 쓸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건 ‘당장’ 그렇다는 것뿐이지.”
아몬이 빙그레 웃었다.
“이제야 의욕이 좀 생기는군.”
처음 아모니스 아카데미에 도착했을 때 느꼈던 감정.
이곳을 발판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말리라.
그를 위해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영광을, 과거의 영예를 되찾고 말 것이다.
자신의 여동생도, 카셀라그 어르신의 혈족도 아카데미에 입학할 테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좋아. 아카데미 운영중단 권고도 철회됐고, 어느 정도 기반도 마련된 참이니 슬슬 본격적으로 아카데미 재건에 힘 써 볼까!”
* * *
휴가에서 복귀한 아몬이 마주한 것은, 철통처럼 잠겨 있는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정문이었다.
‘……이런 상황을 예전에 겪어 본 것 같은 기분인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던 아몬이 누군가를 발견했다.
웬 인부가 잠긴 정문 안에서 짐 같은 것을 나르고 있었다.
“저, 저기…….”
“응? 누구쇼?”
“이곳의 교사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습니까? 정문이 왜 잠겨 있죠?”
정문을 지키고 있어야 할 라인벨트는 대관절 어디 갔단 말인가?
아몬이 순수하게 던진 의문에 인부는 퉁명스레 대답했다.
“소식 못 들었소?”
이것도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 대답이었다.
‘잠깐……!’
순간 아몬의 등골을 타고 싸늘한 소름이 거칠게 내달리고, 그와 동시에 인부는 짐을 나르며 퉁명스레 말했다.
“이 아카데미, 학교장이 투자에 실패해서 돈을 몽땅 날리고 파산했소!”
아몬은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 * *
느낌이 불길하긴 했다.
아미의 입학을 부모님께 허락받고, 영지의 소일거리를 돕고, 곧 찾아온 휴가 복귀 날.
데리러 오기로 한 아나르엘은 나타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때문에 아몬은 카셀라그에게 부탁했다.
‘어르신, 죄송한데 워프 마법으로 아모니스 아카데미로 보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워프 마법 자체는 어렵지 않다만……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정확한 좌표를 알지 못하는구나.’
‘그럼 도시 아무르는요?’
‘음? 아아, 그곳은 어딘지 알지.’
때문에 아몬은 카셀라그를 통해 도시 아무르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모니스 아카데미를 예전의 영광된 모습으로 되돌리겠다는 원대한 야망을 품고서.
‘그런데 또다시 망한 아카데미와 마주한다고?’
이를 악문 아몬은 학교장실의 문짝을 부수다시피하며 걷어차고 들어갔다.
“이 망할 엘프가 또 무슨 미친 짓을 저지른 거야!”
아나르엘은 불 꺼진 집무실에 고개를 떨어트린 채 앉아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간 아몬이 으르렁거렸다.
“학교장…… 아니, 이젠 학교장도 아니지! 당신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아몬의 매서운 호통에 움찔 떤 아나르엘이 부스스 고개를 들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채 마르지 않은 눈물로 얼굴은 푹 젖어 있지, 귀는 땅에 닿을 것처럼 축 늘어져 있지, 빛나던 초록색 머리칼은 부석부석하게 메말라 있었다.
그런 아나르엘의 처량한 모습에도 아몬은 눈을 뒤집은 채 호통 쳤다.
“입이 있으면 말을 해 봐!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고!”
“……훌쩍!”
눈물을 삼킨 그녀가 도로 고개를 떨어트리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미안한 건 당연한 거고,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고!”
“흑! 미안, 미안해요…….”
금세라도 무너질 듯 흐느끼는 그녀의 모습에 아몬이 눈을 꽉 감았다.
그 모습이 가엾어서?
아니다. 화가 나서다.
“그르느끄…… 므슨 일이냐그…….”
“훌쩍.”
그녀가 손을 바들바들 떨며 웬 서류뭉치를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인부가 아나르엘이 사업을 또 대차게 말아먹었다 했었지.
‘이번엔 대체 무슨 개짓거리를 벌여 놨는지 어디 구경이나 해 보자.’
서류를 홱 낚아챈 아몬이 서류에 적힌 글귀를 훑어봤다.
[벨스라임 황무지 개척 사업]벨스라임 황무지?
‘거긴…… 주인 없는 변경의 땅 아닌가?’
아몬네 영지가 있는 아르마 산맥과 맞먹을 정도로 먼 곳이다.
그러나 그곳의 비옥함은 아르마 산맥 따위와는 비교를 불허했다.
‘작물을 심기만 해도 무럭무럭 자라고, 강물도 설탕 푼 것처럼 달고 시원하다는 곳이지. 문제는 몬스터가 많다는 거지만…….’
그렇기에 개척 사업의 대상이 된 것이리라.
‘자, 그럼 왜 말아먹었는지 한번 분석해 보자.’
사업의 주체가 누구일까?
어떤 멍청한 놈들이 준비도 제대로 안 하고 나섰다가 쫄딱 망한 거겠지?
때문에 사업을 벌인 놈들의 이름을 확인한 아몬의 몸이 흠칫 떨렸다.
‘……아모니스 제국 황실이 이 사업의 주체였어?’
서류를 읽는 아몬의 고개가 비스듬히 기울여졌다.
‘거기에 개척 사업에 나서는 이들이 제국 2군단, 제국 중장갑 기병대에 프라임 마탑 전원 동원, 그 이외에도 몇 개 대대 동원…….’
어지간한 왕국 하나는 깔끔하게 불태울 수 있는 최정예 인력들!
아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 학교장님?”
“……네.”
“이거, 왜, 대체 왜 망한 겁니까? 망할 수가 없는데? 보아하니 대전쟁이 끝나서 놀고 있는 병력으로 그동안 탐내던 벨스라임 황무지를 개척하려 한 것 같은데…… 인원 구성을 보니 실패할 수가 없는데요?”
그 물음에 아나르엘이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흐흑! 저도, 아니,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어요. 현 황제인 안토니오도요.”
“…….”
“그래서 안토니오가 좋은 사업이 있다고, 여기 투자해 보라 해서…….”
미간이 욱신욱신 쑤셔왔다.
‘그 망할 황제가!’
순박한 엘프를 꼬드긴 게 폭군 중의 폭군인 아모니스 18세였구나.
“아, 아무튼 왜 망했대요? 거기 뭐 드래곤이라도 나왔대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 아나르엘이 말했다.
“운석이 떨어졌어요.”
“예?”
귀 상태가 좀 안 좋나?
귀를 후비적거린 아몬이 재차 물었다.
“자, 다시 한번 말해 주세요.”
“운석이 떨어졌어요.”
“운석.”
잘못 들은 게 아니었군.
“처, 처음엔 제국 황실 분석반도 드래곤이 메테오를 소환한 게 아닌가 의심했어요. 그런데 조사 결과, 그런 게 아니었어요.”
“…….”
“그냥 진짜 운 나쁘게 제국 군단의 머리 위로 운석이 떨어져서 궤멸한 거였어요.”
“…….”
“그, 그 때문에 벨스라임 황무지도 초토화돼서 못 쓸 땅이 되어 버리고, 안토니오도 그 때문에 앓아누워 버리고, 안토니오가 무조건 성공하는 사업이라고 아카데미 운영금이랑 상회에서 빌린 돈 전부를 투자했는데…….”
아나르엘이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흐, 흐어어엉! 사업이 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상회에서 쳐들어와서 돈 될 것들을 전부 가지고 가 버렸다고요!”
오열하는 아나르엘을 본 아몬이 눈을 스르르 감았다.
까놓고 이건 아나르엘을 탓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천재지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아몬은 아나르엘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악! 자, 잘못했어요! 때리지 마세…….”
“진정하십시오.”
“……네?”
아몬이 달관한 얼굴로 말했다.
“아카데미의 기둥인 학교장님이 흔들려서 쓰겠습니까?”
“……?”
“우선 다른 분들은요? 보아하니 학교장님 혼자 남아 계신 것 같은데요.”
“마, 마리온 선생님은 마탑이 일정 수준 이상의 마법사를 전원 소집해서 마탑으로 떠났어요. 슬로스 선생님은 일단 학생들을 데리고 피드 가문으로 피신했고, 라인벨트님은 제국 4대 기사 비상소집 때문에 자리를 비웠어요. 카이 선생님은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자리를 비웠고요.”
카이 놈, 신입이 빠져 가지고, 근데 하나가 비는데?
“……그럼 부학교장은요?”
“주방장이 그만둬서 직접 밥을 해 먹어야 하니까 상황 수습되면 오겠대요.”
아몬은 브레슬을 위해 가져온 감자 세 포대를 내팽개치며 결심했다.
‘부학교장은 언젠가 내 손으로 꼭 죽이고 만다.’
아몬이 한숨을 푹 내뱉었다.
“그럼 학교장님은 그 소식을 제게 전하려고 남아 계셨던 거고요?”
“……네. 워프 마법으로 데리러 가려고 했는데, 워프 마법을 계속 실패해서 못 데리러 갔어요. 미안해요.”
하긴, 마법은 정신적인 영향을 크게 받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여간 아몬 선생님.”
“예?”
아나르엘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아몬 선생님이 휴가 가신 동안 제 나름대로 노력해 본 건데…… 결과가 이렇게 돼 버려서 정말 미안해요.”
“…….”
“그동안 아카데미를 위해 노력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하지만 이젠 틀린 것 같아요.”
아나르엘이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아몬의 교사 계약서였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그리 말한 아나르엘이 아몬의 교사 계약서를 북 찢으려던 순간.
아몬이 그녀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아몬 선생님?”
“기다리세요.”
“……네?”
“아카데미를 이대로 망하게 둘 수는 없습니다.”
아나르엘이 눈을 부릅떴다.
“아, 아몬 선생님…….”
감격으로 아나르엘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아카데미를 향한 지극한 헌신!
아몬은 자신을 얼마나 감동시킬 것인가!
물론 아몬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드래곤이랑 내 동생이 입학하기로 했는데 이대로 망하게 둘 순 없지.’
동생 앞길도 걱정이고, 카셀라그에게 받아먹은 게 두둑하다 보니 입 싹 닫고 모른 체할 수는 없는 일!
아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선 자세한 이야기를 좀 들어 보죠. 그 이후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