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65)
아카데미가 망했다 65화
“허어…….”
킹오브망고 농장주는 놀랍다는 듯 탄성을 흘리고 있었다.
여태 농사일에 모든 걸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였기에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대규모의 마법은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게다가 이런 기발한 방법으로 땅을 되돌리다니…… 마법이라는 것은 대단하군. 게다가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낸 이 젊은이도 보통이 아니야.’
놀라운 계책을 낸 아몬을 감탄 어린 얼굴로 바라보는 농장주!
아몬 역시 내심 놀라고 있었다.
‘이게 진짜 되네.’
하긴, 이론상으론 불가능할 게 없었다.
물난리 때문에 진흙탕이 된 토지에서 농사가 가능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미지수다.
하지만 아몬은 마법으로 그 기간을 최대한 당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학교장님께서 조금 고생해 주셔야겠습니다.’
‘……네, 아카데미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제 한 몸 불사르겠어요.’
‘참으로 훌륭한 마음가짐이십니다.’
‘학교장으로서 당연한 일이에요. 그럼 제가 뭘 하면 되죠?’
‘저어기 땅 보이시죠? 진흙탕이 된 곳이요.’
‘네? 아, 네. 보여요.’
‘그럼 저 땅을 위아래로 마구 뒤집으면서 말려 주시면 됩니다.’
그 말에 아나르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라고요?’
‘땅 파는 마법 중에 디그라고 있죠? 그걸로 땅을 뒤집어서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 흙을 부유시키고, 드라이 마법으로 젖은 흙을 적당히 말려 주는 일을 반복하면 될 겁니다. 그렇다고 너무 바싹 말리면 안 되니 아주 약간 촉촉할 정도로 말려야 합니다.’
말 그대로 ‘이론상’으론 안 될 것 없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하고 중얼거린 아나르엘이 땅을 슬며시 둘러봤다.
드넓은 땅은 지평선만이 보일 정도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저렇게 넓은 곳을요? 지평선밖에 안 보이는데요?’
‘한 몸 불사르시겠다면서요?’
‘불사르는 게 아니라 말라 죽을 텐데요.’
‘불살라 죽으나 말라 죽으나 죽는 건 매한가지 아니겠습니까.’
푸근하게 웃은 아몬이 아나르엘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니 잘 부탁드립니다.’
‘……훌쩍!’
그리고 현재.
아나르엘은 필사적으로 마나를 쥐어짜며 일련의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끼이이잇!”
낮은 수준의 마법 몇 가지를 병행하는 것뿐이지만, 범위가 너무 넓은 나머지 워프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아나르엘에게도 힘에 부치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아나르엘이 혹사당하는 와중 아몬은 근처에 앉아 농장주가 아껴 뒀던 킹오브망고를 석둑석둑 자르고 있었다.
“잘하고 계십니다! 어어, 거기 물기 너무 심하게 말렸어요!”
“으기기기긱!”
“아이고! 이거 봐요! 지렁이 다 말라 죽었네!”
“헥, 헤엑!”
축 늘어져 헐떡이는 아나르엘의 입에 킹오브망고 조각을 쏙 넣어 준 아몬이 작업이 끝난 땅의 흙을 만져 봤다.
‘음, 잘됐군. 토질이 아주 좋아.’
농사일에 인생을 바친 농장주가 심혈을 기울여 고른 땅다웠다.
‘그렇지 않아도 좋은 땅이었는데, 한바탕 물난리가 나서 땅이 제대로 섞였을 테니 이전보다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지진 않았겠지.’
만족스레 웃은 아몬이 아나르엘을 힐끔 바라봤다.
그녀는 자리에 벌렁 드러누운 채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학교장님, 아직 쉴 시간 안 됐습니다.”
“흐흐흑…… 살려 주세요.”
“살려 달라 말하시는 걸 보니 아직 죽진 않은 모양입니다.”
“아흐흐흑…….”
아나르엘이 오열하자 입에 킹오브망고 조각을 하나 더 넣어 줬다.
그러자 아나르엘이 훌쩍거리며 울음을 그쳤다.
“자, 그럼 조금만 쉬었다고 계속하시죠.”
“훌쩍! 네에…… 오물우물.”
대자로 뻗어 휴식을 취하는 아나르엘에게서 몸을 돌린 아몬이 작업을 지켜보던 농장주에게 다가갔다.
“작업 추세를 보니 한 주 정도만 바짝 집중하면 대충 끝나겠군요. 그럼 우선 작업이 끝난 땅부터 묘목을 심겠습니다.”
“아, 알겠네. 그럼 당장 인부를 고용해야겠군.”
“인부는 딱히 필요 없습니다.”
“엉?”
농장주가 뒤편을 힐끗 바라봤다.
당장 수레에 실어 날라 둔 묘목만 수십 그루였다.
‘아무리 묘목이라도 킹오브망고 나무 자체가 다른 것들보다 큰 편이라 묘목 무게도 상당한 편인데……?’
게다가 거의 다 큰 나무를 옮겨심기 위해 보존 마법을 걸어 둔 이식용 나무도 몇 그루는 있었다.
“이보게.”
“예?”
“땅도 꽤 깊이 파야 할 거고, 저걸 모두 옮겨 심으려면 일손이 꽤 필요할 텐데 인부가 필요 없다니?”
농장주의 물음에 아몬은 말없이 삽을 움켜쥔 채 아나르엘의 작업이 끝난 땅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이, 이보게!”
“옮기기 쉽게 묘목만 수레에서 내려 주십쇼.”
그리 말한 아몬이 삽질을 시작했다.
퍽, 퍽퍽퍽퍽-!
힘차게 삽질을 하는 아몬을 빤히 바라보던 농장주가 한숨을 푹 쉬었다.
‘휴우, 내 저럴 줄 알았지. 요령도 없이 그냥 힘으로만 삽질을 하는군.’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흔든 그가 삽질에 훈수를 둘 셈으로 삽을 가지고 아몬에게 향하려던 와중이었다.
퍽퍽퍽퍽퍽-!
“……응?”
퍼벅, 퍼버버버벅-!
“……!”
한참 삽질을 하고 있는데 지치지도 않는 것인지 아몬의 삽질 속도는 조금도 늦춰지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게, 게다가 묘목 심을 구덩이를 벌써 다섯 개나 팠다고? 이 짧은 시간에?’
드레이크 영지의 척박한 땅에 감자를 심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땅을 파왔던 아몬!
지식 쪽은 몰라도 단순 노가다 쪽에서는 농장주보다 몇 수는 위였다.
즉 삽질 요령 따위가 필요 없는 상황!
그리고 얼마가 흘렀을까.
“휴, 대충 다 팠나. 당장 심을 묘목이 열다섯 그루 맞죠?”
“마, 맞네.”
“옮겨 심을 나무가 두 그루면…… 구덩이 두 개는 좀 더 크게 파야 했구나.”
다시 ‘퍽퍽퍽퍽’ 소리가 들려오더니 큼직한 구덩이 두 개가 만들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난 결과물에 농장주가 입을 쩍 벌린 채로 굳어 있는 와중, 아몬이 큼직한 묘목을 각기 양손에 쥐고 왕복하기 시작했다.
‘묘목 하나 무게가 수십 킬로는 될 텐데, 저걸 양손에 하나씩 들고서 저렇게 심는다고……?’
그 무거운 킹오브망고 묘목을 열다섯 그루 몽땅 심어 버린 아몬은 흙을 덮어 주고 있었다.
“흠, 그럼 이쯤하면 됐고…….”
아몬이 옮겨 심을 나무로 향하자 농장주가 이번에야말로 말렸다.
저 큰 나무는 아무리 힘이 좋아도 혼자 옮길 수 없으리라.
“내 얼른 인부들을 불러 모을 테니 잠깐 기다…….”
커다란 킹오브망고 나무를 척 어깨에 짊어진 아몬이 농장주를 바라봤다.
“방금 뭐라 말하셨습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네. 허허.”
“아, 예.”
이윽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깊숙한 구덩이에 쑥 들어간 킹오브망고 나무.
손을 탁탁 턴 아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 심은 것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고…….”
아몬이 슬쩍 아나르엘을 바라봤다.
그녀는 어느새 몸을 새우처럼 웅크린 채 쪽잠을 자고 있었고, 얼른 그녀에게 다가가 흔들어 깨웠다.
“응앗!?”
“자면 안 돼요. 계속 일하셔야죠.”
“흐, 어흐흐흑…….”
* * *
골드로드 상회 아무르 지부의 지부장, 델몬스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습뿐, 마음속으론 투덜거리고 있었다.
‘젠장, 바빠 죽겠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아몬이 금덩어리를 맡기고 간지 일주일쯤 되었을까?
대뜸 찾아온 아몬이 진행 중인 사업의 진척을 보여 주고 싶단다.
결국 빌린 돈 갚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니 겉으로야 웃고 있지만, 솔직히 의혹이 앞서는 게 사실이었다.
‘고작 일주일 사이에 진척이 되면 뭐 얼마나 됐겠어?’
델몬스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아몬의 안내에 따라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학교장실로 향했다.
“……아카데미 내부에서 사업을 하시는 겁니까?”
“아, 그건 아니죠. 우선은…….”
학교장실의 책상을 뒤적거리던 아몬이 웬 두루마리 하나를 꺼냈다.
아나르엘이 손수 만든 공간이동 마법이 부여돼 있는 스크롤이었다.
“그럼 가시죠.”
“예? 어, 어딜 간단 말입니까?”
“그야 사업장이죠. 그럼…….”
“자, 잠깐…….”
델몬스가 다급히 아몬을 말리려 했지만, 아몬은 듣지도 않고 스크롤을 확 찢어 버렸다.
그와 동시에 푸른빛이 뿜어지고, 팔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델몬스가 굳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이런 젠장! 무례하게 이게 대체 무슨…….’
이것을 단단히 따지고 말리라 다짐하던 델몬스가 눈을 부릅떴다.
“어, 어라?”
경악에 휩싸인 채 주변을 둘러보는 델몬스는 조금 전의 다짐을, 아몬에게 이 무례를 사과받으리란 생각을 깨끗이 잊고 말았다.
“이, 이게 대체 무슨…….”
“다시금 소개해 드리죠.”
빙그레 웃은 아몬이 널찍하게 펼쳐진 농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새로 재건된 킹오브망고 농장입니다.”
“키, 킹오브망고 농장!”
델몬스가 입을 쩍 벌렸다.
그 역시 킹오브망고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고가의 사치스러운 작물로서 골드로드 상회가 적극적으로 유통하던 품목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륙 내에서 가장 커다란 규모를 자랑하던 킹오브망고 농장은 수해에 직격해 파산하고 말았다. 그럼 이 농장은…… 어엇!?’
델몬스가 저만치 보이는 농장주를 향해 달려갔다.
“파, 팜어즈 농장주 아니십니까!?”
“응? 누구시오?”
“앗, 죄송합니다. 소개가 늦었군요. 골드로드 상회 아무르 지부의 델몬스라고 합니다. 팜어즈 농장주님을 멀리서 몇 번 뵌 적이 있습니다.”
“아아, 골드로드 상회.”
농장주, 팜어즈의 표정은 차가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수해에 직격당해 파산하자마자 골드로드 상회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등을 돌린 것이다.
물론 상회의 목적을 생각하면 그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순박한 농부인 팜어즈에겐 크건 작건 상처가 됐던 게 사실이다.
“한창 사업이 잘될 땐 뻔질나게 보러 오더니만, 이제 와서 웬일이요?”
“하, 하하하. 그, 뭐,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할 말이 없었기에 델몬스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그,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뭐가 말인가?”
팜어즈의 되물음에 델몬스가 주변을 가리켰다.
“예전에 버금갈 정도로 훌륭한 농장이 아닙니까? 헛간, 창고, 울타리…… 건물도 그렇거니와 과수원도 제대로 복구하신 것 같군요!”
“흥!”
“대체 어디서 자금을 융통하신…… 설마!?”
델몬스가 아몬을 홱 바라봤다.
‘설마 아모니스 아카데미에서 자금을 따로 융통한 것인가?’
아니다. 몸으로 때웠다.
헛간, 창고, 울타리 전부 아몬이 직접 짓고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델몬스는 치를 떨었다.
‘자금을 대체 얼마나 숨겨 둔 거야?’
내심 투덜거리던 델몬스가 팜어즈를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헤, 헤헤헤. 참 잘된 일 아닙니까? 팜어즈 농장주께서 직접 개량하신 킹오브망고는 대륙에서 최고라 자부할 수 있죠.”
“…….”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수확하시면 추후 저희 상회와 꼭 거래를…….”
델몬스가 퉁명스레 말했다.
“본격적인 수확은 묘목이 전부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할 거요. 뭐, 묘목이 굉장히 빨리 자라고 있으니 머지않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나르엘의 풍작을 기원하는 춤 덕분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딱 한 번’만 추기로 약속했으니 다시 수해가 날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아무튼 아직까진 옮겨 심은 성목 몇 그루에서 나오는 게 전부일 테니, 상회와 거래하기엔 턱없이 모자라지.”
“헤, 헤헤. 시간이 다 해결해 줄 일 아닙니까?”
“……흥.”
골드로드 상회에 단단히 삐쳐 있는 팜어즈!
그런 팜어즈를 훔쳐 보던 델몬스가 발을 동동 굴렀다.
‘젠장, 농장을 이렇게 단기간에 훌륭하게 복구할 줄 누가 알았겠어? 이럴 줄 알았다면 다른 농장과 거래를 트는 걸 조금 보류하자고 건의해 볼 걸…….’
하지만 그땐 팜어즈로 인해 킹오브망고 열풍이 대륙 전역에 돌고 있을 때였으므로 상회 입장에선 최대한 빨리 다른 농장과 거래를 시작해서 손해를 메워야 만했다.
‘……휴, 일단 한동안 계속 설득해 봐야겠군.’
물론 삐쳐서 턱까지 내려갈 듯한 입꼬리를 생각하면 쉽지 않으리라.
델몬스가 내심 한숨을 쉬는 순간이었다.
톡톡-!
돌연 어깨를 두드리는 손가락에 고개를 돌리자 아몬을 볼 수 있었다.
“응? 무슨 일이십니까?”
“잠깐만 이리로…….”
델몬스는 아몬에게 이끌려 다소 한적한 장소에 도착했다.
“뭐, 대충 예상하시겠지만 농장 복구를 도운 건 저희, 아모니스 아카데미입니다.”
“……그, 그야 그렇겠지요.”
“그래서 말인데…….”
아몬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팜어즈 농장주께서, 농장이 복구되면 저희에게 2할의 지분을 주기로 약속하셨습니다.”
델몬스가 입을 쩍 벌렸다.
킹오브망고 농장 지분의 2할?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드넓은 농장의 2할 지분?
충격에 굳어 있는 델몬스를 본 아몬이 말했다.
“그중 1할을 양도해 드릴 테니, 아카데미가 진 빚을 모두 지워 주시죠.”
“……!”
“어떡하시겠습니까?”
물론 2할의 지분을 가지고 꾸준히 대출을 상환하는 게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이다.
‘하지만 농장은 또 하루아침에 망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카데미 자금줄이지, 내 돈도 아니니까.’
그런 이유로 1할을 대가로 상환 기간 등을 깡그리 무시하고 단숨에 빚을 없애 버릴 작정이었다.
또한 골드로드 상회 입장에서도 충분히 구미가 당길 제안이었다.
1할의 지분을 토대로 킹오브망고를 원가로 가져올 수 있을 테니까!
‘아무튼 잘만 풀리면, 지분 1할로 빚 전부를 없애고, 남은 지분 1할로 아카데미에 정기적인 수입처를 얻을 수 있다.
그런 계산하에 던진 제안.
그리고 훌륭한 장사치, 델몬스는 그 내용을 순식간에 이해한 후 아몬의 손을 공손히 맞잡으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몬 선생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