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66)
아카데미가 망했다 66화
아카데미의 지분 1할을 골드로드 상회에 넘긴다는 말에 농장주는 다소 탐탁지 않은 기색이었다.
그러나 아몬의 열렬한 설득에 결국 납득하고 말았다.
‘아카데미에게 지분을 준다고 뭐 이득 볼 게 있겠습니까? 차라리 상회와 협력 관계를 맺어 두면 든든-하니 좋지 않겠습니까?’
‘으음, 하지만…….’
‘먹물만 먹은 아카데미 놈들이랑 협력 관계를 맺느니 유통망 확보를 위해 상회와 친하게 지내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목적을 위해서라면 아몬은 소속 집단까지 얼마든 깎아내릴 수 있었다.
아몬의 열렬한 설득에 결국 농장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 아무튼 당장 급한 불은 껐구나.’
아카데미를 뒤덮고 있던 빨간 딱지는 어느새 사라진지 오래!
각종 물건을 쓸어 담던 인부들도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그래도 바글바글하니 사람 냄새는 났었는데, 그놈들이 전부 싹 물러가니 아카데미가 휑하게 느껴지는군. 아니, 실제로 휑하긴 하지…….’
당장 이 넓은 아카데미 부지에 남아 있는 사람은 아몬과 아나르엘, 달랑 둘뿐이었다.
‘남은 여름방학은 고작 2주. 곧 있으면 동생이랑 드래곤님께서 입학하실 테니, 구색은 그럭저럭 맞춰 둬야 할 텐데…….’
물론 모두가 이곳에 모인다 해도 휑하다는 건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둘보단 셋, 셋보단 넷이 나은 법이다.
“뭐, 그럼 당장 급한 불도 껐으니 다른 사람들을 불러 볼까.”
아몬은 가진 종이들 중 질 나쁜 것들을 먼저 꺼냈다.
‘다들 쟁쟁한 곳에 있으니 편지는 금방 도착할 거고, 곧 돌아오겠지?’
아몬은 뿔뿔이 흩어진 아카데미의 동료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했다.
* * *
이틀 후.
‘뭐지? 왜 답장이 없지?’
특급 우편으로 보냈음에도 여태 답장이 없었다.
모두들 외딴 오지 같은 곳에 있는 것도 아니다.
슬로스는 그 위세 높은 피드 후작가에 있을 것이고, 마리온은 전에 소속되어 있던 유명 마탑으로 돌아갔다고 들었다.
‘또 라인벨트 영감님은 제국 4기사 소집 때문에 수도에 있을 텐데?’
즉 특급 우편으로 편지를 보냈다면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아 도착할 것이다.
그러니 이틀이면 넉넉하다 못해 차고 넘치는 시간일 텐데 답장조차 없다니.
‘설마 다들 많이 바쁜 상황인가?’
뭐, 까짓것 마리온과 라인벨트라면 답장할 시간이 없다 할 수 있으리라.
‘……그럼 슬로스 이 인간은 왜 답장이 없어?’
후작가에서 늘어져라 뒹굴고 있을 텐데 편지에 답장할 의지조차 없단 말인가!
땀을 뻘뻘 흘리며 킹오브망고 농장을 복구해 아카데미의 위기를 타개했건만, 선배 교사라는 것들은 타지에서 유유자적 놀고 있다니!
“참으로 괘씸하군요. 안 그렇습니까, 학교장님?”
아몬의 물음에 아나르엘은 축 늘어진 채 힘없는 신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녀는 일주일 가까이 킹오브망고 농장을 복구하느라 마나 결핍에 걸려 말린 건어물 같은 상태가 된 것이다.
“뭐,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에 돌아오라고 해 뒀으니 알아서 어련히 잘 돌아올 것 같지만 말이죠.”
“그으으…….”
“뭐, 그때까지도 안 돌아오면 잡으러 가면 될 일이고요.”
“흐으으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의미심장한 아몬의 말에 아나르엘이 흠칫했다.
마른 건어물과 다를 게 없어진 상황인데 또 뭘 시키려고?
“가장 먼저 찾아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누, 누구를요……?”
“다른 사람들이야 소재가 확실해 편지를 보내 놨으니, 여름방학이 끝날 때면 알아서 돌아올 테지만, 한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죠.”
“……설마?”
“예, 브레슬 부학교장입니다.”
아나르엘이 눈을 번쩍 떴다.
얼마 전, 골드로드 상회의 빚쟁이들이 들이닥쳐 아카데미의 물건을 들고 나가는 상황에서 브레슬은 태평하기 짝이 없었다.
‘아, 배고파. 학교장, 뭐 먹을 거 없습니까?’
‘아악! 그건 가져가지 마세요! 그건 우리 아카데미의 역사가 담긴…….’
‘어휴, 정신없어.’
‘브레슬! 막으세요! 부학교장실에 있는 흉상은 2대 학교장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아, 네. 지나가십시오.’
‘아아아아악!’
그런 혼란 속에서 브레슬은 배나 문지르며 먹을 것 없나 기웃거리고 있었고, 결국에는 아카데미를 뛰쳐나갔으니 학교장의 분노가 얼마나 극심하겠는가!
게다가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잠적하고 있는 상태!
아나르엘이 이를 박박 갈며 말했다.
“으드득, 내가 뭘 하면 되죠? 위치를 찾아내면 되나요?”
“예. 그 정도만 해 주시면 충분합니다.”
위치만 알아내면 당장 쫓아가서 머리끄덩이를 잡은 채로 끌고 와 준엄한 심판을 받게 하리라.
말린 건어물처럼 초췌해진 아나르엘이 힘겹게 병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콜록! 후, 후우…….”
“학교장님! 무리하지 마십시오!”
“괘, 괜찮아요.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하지만…….”
아나르엘이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브레슬 부학교장을 족치기 위해서라면…… 아니, 아카데미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제 한 몸 따윈 얼마든지 불사를 수 있어요.”
결연한 얼굴로 중얼거린 아나르엘이 눈을 꾹 감았다.
그리고 브레슬의 기척을 쫓아 추적 마법을 발동시켰다.
“큭!? 콜록, 쿨럭!”
거센 기침과 함께 입을 틀어막는 그녀의 모습에 아몬이 눈을 부릅떴다.
설마 피를 토할 정도로 무리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아나르엘이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아몬 선생님, 닦을 것 좀…….”
“괘, 괜찮으십니까? 피까지 토하시다니…….”
“아뇨, 사레가 들려서 침을 좀…….”
“…….”
내친 김에 코까지 푼 아나르엘이 훌쩍거리며 마법을 재차 사용했다.
그리고 얼마가 흘렀을까.
“……찾았어요.”
“아!”
“이곳 아무르에서 남동쪽…… 그곳에 있어요. 말로 하루쯤 거리예요.”
아무르에서 남동쪽.
그곳으로 쭉 가면 마을 몇 개가 나오긴 한다.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면 제법 큰 도시도 하나 있고.
‘하지만 거긴 말로 며칠은 달려야 할 거리인데? 그런데 말로 하루쯤 거리라니? 그 정도 거리의 위치에 뭐가 있긴 한가?’
생각에 잠겨 있던 아몬은 그 방향에 뭐가 있는지 떠올리고선 흠칫했다.
“……아무르 숲?”
* * *
말을 달려 하루쯤 걸린다는 말은, 아몬이 전력으로 달리면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아 도착한다는 뜻이었다.
‘여기가 아무르 숲. 매번 빙 돌아서 가기만 했었지 안으로 들어와 보는 것은 처음인데…….’
아무르 숲은 생각보다 울창한 숲이었다.
영지가 있는 아르마 산맥을 제집처럼 뛰놀던 아몬이 ‘생각보다 크다’라고 느낄 정도면 얼마나 큰 숲인지 대략적으로 감이 올 것이다.
‘여기서 브레슬을 찾는 것도 마냥 쉽지만은 않겠군. 이럴 줄 알았다면 아나르엘 학교장을 데리고 올 걸 그랬나?’
아몬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아카데미에 남은 말린 엘프 건어물은 갑자기 귀가 가려워졌다.
그러나 몸에 힘이 없어 귀를 긁을 수 없었기에 훌쩍훌쩍 울고 말았다.
아무튼 현재.
아몬은 아무르 숲을 둘러보며 한숨을 쉬었다.
“휴…… 잘못하면 이 숲에서 한참 시간 버리게 생겼…… 응?”
중얼거리던 그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평범한 숲이라면 날 리가 없는 냄새가 코를 찔렀던 것이다.
‘고기 굽는 냄새!’
아몬이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그럼 그렇지! 여기까지 와서도 뭐 먹을 거 없나 어슬렁대고 있었구나!’
몸을 날린 아몬은 냄새가 점점 가까워지자 주먹을 빼 들었다.
‘일단 한 대 때리자!’
이윽고 풀숲에서 확 뛰쳐나온 아몬이 주먹을 휘두를 준비를 하며 고함을 질렀다.
“브레……!”
“으아악!”
“……슬이 아니네?”
아몬의 고함에 놀라 나자빠진 것은 웬 중년인이었다.
“누구세요?”
“그, 그러는 당신은 누구요!”
당황한 아몬은 서둘러 자신을 설명했다.
아카데미의 교사이며, 동료 하나를 찾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말.
아몬의 설명에 가슴을 쓸어내린 중년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 간 떨어지는 줄 알았군.”
“죄송합니다. 그 망할 놈을 찾아 먼 길을 왔더니…….”
“……휴, 알겠소.”
중년인은 자신을 짐승을 잡아 생계를 꾸리는 사냥꾼이라 소개했다.
“마침 식사 때가 됐기에 식사나 하려 했는데 깜짝 놀랐군.”
“거듭 죄송합니다.”
사냥꾼이 토끼 뒷다리를 죽 뜯어내며 말했다.
“그런데 누굴 찾는 거요?”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토끼 뒷다리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아몬이 말했다.
“아, 다크엘프입니다. 혹시 보신 적 있으십니까?”
아몬의 말에 멈칫한 사냥꾼이 눈살을 찌푸렸다.
“다크엘프? 그게 당신 일행이요?”
“일행이라뇨. 그냥 직장 동료일 뿐입니다.”
“흠. 그렇군. 당신이 찾던 다크엘프인지는 모르겠지만, 근방에서 못 보던 다크엘프 하나가 최근 이 숲에 어슬렁거리고 있는 걸 보긴 했지.”
“저, 정말입니까!?”
고개를 끄덕인 사냥꾼이 살을 싹 발라 먹은 토끼 뒷다리 뼈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나올 걸세.”
“가, 감사합니다.”
“그래, 살펴 가게.”
“…….”
“……안 가나?”
머뭇거리던 아몬이 조심스레 말했다.
“저, 죄송하지만 저도 식사 좀 같이 해도 되겠습니까?”
“……앉게.”
아몬은 앉은 자리에서 사냥꾼이 잡은 토끼 네 마리를 몽땅 해치웠다.
* * *
오늘의 지출, 은화 한 개.
‘음, 망할 사냥꾼 같으니라고. 토끼값으로 은화를 달라고 할 줄은…….’
자연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거늘, 돈을 받다니.
투덜거리던 아몬이 풀숲을 헤치며 중얼거렸다.
“아무튼 이 방향이 맞을 텐데…… 다크엘프는커녕 토끼 한 마리 안 보이네.”
투덜거리며 길을 나아가던 아몬은 문득 사냥꾼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뭐, 아무튼 조심하게. 아주 난폭한 놈이니.’
원래 브레슬이 조금 난폭한 면이 있긴 한데, 사냥꾼이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경고할 정도로 난폭했던가?
그러고 보니 아나르엘도 비슷한 충고를 했었다.
‘브레슬 부학교장을 찾으면 조심하세요.’
‘예? 뭘 조심해요?’
‘이유는 보면 바로 아실 거예요.’
두루뭉술한 경고에 아몬이 혀를 찼다.
‘뭐, 그래. 보면 알겠지. 근데 길이 왜 이렇게 험해?’
투덜거리며 길을 나아가던 아몬이 돌연 걸음을 멈췄다.
다시 한번 코를 찌르는 고기 굽는 냄새.
‘……설마 또 사냥꾼인가?’
눈살을 찌푸린 채 슬금슬금 걸음을 옮기던 아몬이 눈을 부릅떴다.
‘차, 찾았다!’
브레슬이 모닥불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게다가 사냥으로 잡은 것인지, 옆에는 큼직한 멧돼지 한 마리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이 망할 다크엘프가 아카데미를 버리고 도망치더니 팔자 좋게 돼지나 구워 먹고 있어!?’
크게 분노한 아몬이 냅다 풀숲에서 뛰쳐나오며 외쳤다.
“브레슬! 이 망할 다크엘…….”
고함을 터뜨리며 브레슬을 향해 달려든 순간, 뒤로 펄쩍 물러난 브레슬이 아몬을 노려보며 외쳤다.
“우!”
“……응? 우?”
“우! 우우우! 우, 악!”
손바닥으로 땅을 팡팡 치고 돌을 던지며 위협하는 브레슬!
“뭐.”
“우우! 우! 아악!”
“…….”
이를 드러낸 채 으르렁거리며 위협하는 브레슬의 모습에 아몬은 사냥꾼의 경고를 떠올렸다.
‘뭐, 아무튼 조심하게. 아주 난폭한 놈이니.’
아나르엘의 충고도 떠올랐다.
‘브레슬 부학교장을 찾으면 조심하세요. 이유는 보면 바로 아실 거예요.’
사냥꾼의 경고, 아나르엘의 충고.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깨달은 아몬은 충격에 휩싸여 주저앉고 말았다.
“다크엘프가 이렇게 빨리 야생화되는 종족이라고……?”
“우, 우! 우, 악악악!”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