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67)
아카데미가 망했다 67화
부학교장, 브레슬의 전광석화 같은 야생화!
아카데미를 떠난 지 몇 주도 안 된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아몬은 너무 놀란 나머지 브레슬을 만나면 한 대 후려치겠다는 염원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부, 부학교장! 잠깐 못 본 사이에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우아- 꺅! 우, 우우우!”
“이게 대체…….”
흡사 문명과 동떨어진 야만인처럼 펄쩍거리는 브레슬!
멧돼지를 손질한 것으로 보이는 돌칼을 본 아몬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보아하니 뗀석기에서 간석기로 넘어가는 시기 같군.’
아아! 대체 무엇이 브레슬을 저리 만들었단 말인가!
충격을 금치 못하던 아몬이 흠칫했다.
‘잠깐, 설마……?’
예전에 아나르엘이 브레슬에 대해 언급했던 것이 떠올랐다.
‘다크엘프는 한 가지 욕망에 집착하는 자들이 많아요. 부학교장은 식욕에 대한 집착이 심한 경우예요. 그런데 휴가 가서 굶고 왔나. 전보다 더 심해졌네요.’
설마 아카데미를 나온 것까진 좋았는데, 굶다 보니 미쳐 버린 것인가?
‘그래, 가진 돈도 없을 테니 어디서 뭘 사 먹을 수도 없었을 테지. 그러니 결국 수렵 생활에 가장 걸맞은 야만인 시절로 돌아가 버렸다는 말인가!’
결국 결과 하나만 보자면, 멧돼지 한 마리를 사로잡아 통째로 구워 먹고 있는 와중이었으니 그 선택 자체는 옳았다고 볼 수 있었다.
‘음, 혹시 몰라 가져오길 잘했군.’
아몬이 품속에 가지고 왔던 것을 꺼내서 바닥에 슬며시 놓으며 말했다.
“부학교장!”
“우, 악아- 악!”
“이것 좀 보십시오!”
아몬이 가지고 온 것을 가리키며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나는 무해하다. 너의 적이 아니다.
그리 말하는 것처럼 양손이 똑바로 보이도록 펼친 채 물러나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겁니다!”
“우…… 우우?”
아몬이 연신 말하며 물러나자 브레슬은 아몬이 놓아 둔 것에 관심을 보였다.
이윽고 그것을 본 브레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다.
“우리 영지의 감자입니다!”
“……우!”
브레슬을 꾀기 위한 최적의 미끼!
예상대로, 브레슬은 금세 다가와 감자에 관심을 보였다.
“우, 아! 캬캬꺅!”
감자를 진귀한 물건을 보듯 이리저리 훑어보던 브레슬!
그 순간이었다.
움찔-!
한 차례 몸을 펄떡인 브레슬이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우, 우우우…….”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아몬이 힘차게 외쳤다.
“예! 바로 감자입니다!”
“우우우…….”
“수렵 생활이 아닌 농경 생활의 산물입니다!”
“으으으으……!”
“어서 문명으로 돌아오십시오!”
우렁찬 일갈에 감자를 보며 부들부들 떨던 브레슬이 머리를 움켜쥐었다.
“크, 큭! 머, 머리가! 이, 이 기억은 대체……!”
“부학교장님! 정신이 드십니까!”
“다, 당신은……?”
부들부들 떨던 브레슬이 흠칫 떨더니 말했다.
“다, 당신은…… 아몬 선생?”
“기억이 돌아오셨군요!”
그 말에 브레슬이 흐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 덕분에…….”
브레슬이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아몬이 그녀의 뒤통수를 냅다 후려 갈겼다.
때리겠다는 염원을 이루기 위해서 일부러 기억을 되찾게 만든 것이다.
* * *
아몬은 기절한 브레슬을 끌고 아카데미에 복귀했다.
말 그대로 브레슬을 질질 끌고 돌아왔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들은 아나르엘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원래 다크엘프가 좀 그런 면이 있어요. 원점회귀라 하죠. 외부의 간섭이 없으면 과거로 돌아가는 현상. 그렇기에 그런 일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긴 했는데, 고작 몇 주 만에 뗀석기 시기까지 과거로 돌아가다니…….”
“간석기로 넘어가기 직전이긴 했습니다.”
“그게 그거잖아요.”
황당하다는 듯 한숨을 쉰 아나르엘이 기절해 있는 브레슬을 바라봤다.
“아무튼 지금은 원래대로 돌아온 건가요?”
“글쎄요. 질질 끌고 오는 동안 갸르륵 거리는 소리를 내긴 내던데요.”
“그건 질질 끌고 왔으니 아파서 그런 게 아닐까요?”
“흠.”
그럴지도 모른다는 듯 턱을 쓰다듬는 순간 기절한 브레슬이 또다시 ‘갸르르륵’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닌 것 같은데요?”
“감자를 입에 대 봐요.”
감자를 입에 대자 브레슬이 입맛을 다시며 ‘감자…….’라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아직 덜 돌아온 모양이군요.”
“상황이 심각하네요.”
골치가 아프다는 듯 귀를 축 늘어뜨리는 그녀를 본 아몬이 말했다.
“뭐, 당분간 감자를 천장에 붙여 두면 금세 돌아올 겁니다. 사다리랑, 막대기가 있으면 더 좋겠군요.”
브레슬의 진화를 꾀하려는 아몬!
“아무튼 탈주했던 부학교장은 잡아 왔으니 선배님들과 라인벨트 어르신, 카이만 돌아오면 우리 아카데미도 원래대로 돌아오겠군요. 혹시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답장이 왔습니까?”
아나르엘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아직요.”
“음…… 아무래도 바쁜가 보군요. 아니면 읽었지만 돌아올 생각이 없어서 답장을 안 보내거나.”
그 가정에 아나르엘이 무섭다는 듯 귀를 부르르 떨었다.
“우, 우리 선생님들이 그럴 리가 없잖아요.”
교사들을 철석같이 믿는 아나르엘이었지만, 그들에 대한 불신만 가득한 아몬은 후속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편지를 한 통 더 써야겠군요. 만약 읽었지만 답장을 안 하는 거라면, 이번엔 반응이 확실하게 오도록…….”
결심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에 아나르엘의 얼굴에 감격이 떠올랐다.
‘아아, 역시 아몬 선생님……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서 다른 선생님들의 복귀까지 신경 쓰시다니! 역시나 교무부장의 직책에 걸맞은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요!’
몇 번이고 말하지만, 아몬은 동생과 드래곤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그럼 얼른 편지를 써 볼까!’
아몬은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 * *
“이럴 리가 없는데.”
읽으면 답장을 안 할 수 없도록 편지를 보냈다.
근데 왜 이틀째 답장이 안 오는지 모를 일.
[마리온 선배님께] [늙고 병든 주정뱅이 선배님, 아카데미 복귀까지 열흘가량 남은 시점인데도 어찌 제 편지에 답장 한 번 안 하시는지요. 혹 받은 편지를 읽지 못하실 정도로 노쇠하셨는지요? 그렇다면 제가 좋은 관을 미리 짜 둘 터이니 안심하시고 돌아오십시오. 치수만 재면 됩니다.] [아몬 올림] [추신-방에 숨겨 둔 술은 제가 마셨습니다. 맛있더군요.]이걸 읽고도 안 돌아오거나 답장이 없다?
그럴 리가 없었다.
‘……그럼 설마 아예 안 읽은 건가?’
그만큼 바쁘거나, 아카데미와 관련된 건 쳐다도 보기 싫어 받자마자 찢어 버렸을지도 모를 일!
‘심각하군. 슬로스 선배님한테도 비슷한 내용으로 편지를 보냈는데…….’
그녀에겐 ‘조만간 클로에한테 추월당할 것 같은데 심경이 어떠신지?’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실력은 떨어져도 검술에 대한 집념만은 누구 못지않은 슬로스였기에 반응이 있으리라 예상했건만, 그녀도 아무런 답장과 반응이 없었다.
‘근데 슬로스 선배는 가문에서 바쁠 일이 있긴 한가?’
참으로 의문스러운 일이었다.
‘아무튼 라인벨트 어르신한테는 검술 좀 배우고 싶은데 누구 가르쳐 줄 사람 없을까? 하는 식으로 보냈는데, 이분도 아무런 반응이 없단 말이지.’
당혹스러움에 한숨을 쉰 순간이었다.
‘……응?’
마침 창문 밖으로 배달부가 우편함에 편지를 넣고 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왔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뭐가 오긴 왔다.
한달음에 우편함으로 달려간 아몬이 웬 편지를 가지고 숙소로 올라왔다.
‘이건……!’
이그니스 마탑에서 온 편지.
마리온이 과거 소속되어 있던 곳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마리온 선배가 보낸 답장!’
그리 생각한 아몬이 서둘러 편지를 열어 봤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글귀.
[돌아가면 넌 뒤졌다 이 개새ㄲ]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갠 게 보일 정도로 허겁지겁 쓴 글귀!
게다가 쓰는 도중 누구에게 끌려 간 모양인지 마지막 대목은 금세 날아갈 것처럼 흘려 써져 있었다.
그리고 편지를 읽은 아몬이 그것을 접으며 중얼거렸다.
“다행이군. 그냥 바빠서 답장을 못했던 모양이야.”
게다가 돌아오겠다고 예고까지 했으니 참으로 잘된 일이었다.
물론 자신이 쓴 편지의 잔망스러운 문구가 조금 불편했던 모양이지만, 곧 시간을 내서 좋은 술을 잔뜩 사 둘 생각이었다.
‘그럼 화가 좀 풀리겠지?’
스스로의 혜안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와중이었다.
“……응?”
창밖을 보니 다른 배달부가 우편함에 또 뭔가를 넣고 있었다.
또 편지가 온 모양인데, 아까 한 번에 안 넣고 따로 넣는 걸까?
‘길이 엇갈렸나?’
그보다 다른 사람이 답장을 보냈으리라는 생각에 아몬이 서둘러 우편함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편지의 겉면을 읽어 봤다.
“피드 후작가!”
그 말은 슬로스가 보낸 것이리라.
‘음, 보나마나 내 편지를 읽고 화가 잔뜩 났을 테지?’
하긴, 제자에게 추월당하는 스승의 심경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으리라!
‘그 점을 정확하게 지적당했으니 화가 날 만도 하지.’
그리 생각하며 조심스레 편지를 열어 본 아몬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쉽지만, 교사로서 보람찬 일이지. 그만큼 내가 훌륭하게 가르쳤다는 뜻이니까.]전혀 예상치 못한 서문에 아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미쳤구나. 슬로스 선배가 드디어 미쳤구나.’
제자에게 추월당하리라는 생각에 머리가 어떻게 된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슬로스가 이토록 겸허한 태도를 취할 리가 없었다.
아무튼 아몬이 서둘러 다음 글귀를 읽어 봤다.
[아무튼 아카데미에는 별일 없지? 없을 거라 믿고 부탁 하나만 할게. 우리 가문에서 아카데미로 보내는 후원금이랑 물건들이 있는데, 나 혼자 복귀하면서 가지고 가긴 힘들 것 같거든? 가문 내부사정 때문에 따로 인부를 고용하기도 힘들 것 같으니까 시간 나면 우리 가문에 좀 들러줘. 부탁할게.] [추신-최대한 빨리 와 줘.]* * *
그 시각, 피드 후작은 차가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놈이 편지를 가져갔나?”
“예, 후작 각하.”
“음.”
후작가로 들어오는 편지는 모두 사전에 확인을 마친 후 전해진다.
그리고 아몬이 슬로스에게 보낸 편지는 몽땅 불태워졌다.
어딜 사랑스러운 외동딸에게 시골 깡촌에서 온 놈이 편지를 보낸단 말인가!
그렇기에 안부를 묻는 첫 번째 편지는 깔끔하게 태워 버렸지만, 두 번째로 온 편지는 허투루 볼 수 없었다.
‘감히 내 사랑스러운 딸을 제자와 비교하며 비웃어?’
그렇기에 피드 후작은 직접 작성한 편지를 아몬에게 보냈다.
슬로스에게 듣기로는 아몬이라는 놈이 돈을 크게 밝힌다니 후원금과 물건을 미끼로 하면 금세 찾아올 터!
“가문의 다른 십이 검에게 알리거라! 슬로스를 욕보인 아몬이라는 놈이 이곳으로 올 것이니 놈의 멱을 딸 준비를 하라고!”
“예! 후작 각하!”
시종이 물러가자 피드 후작이 싸늘하게 웃었다.
‘놈, 내 딸을 욕보인 죄로 크게 혼쭐을 내줄 것이야!’
* * *
아몬이 편지를 구깃구깃 뭉쳐 휴지통에 집어 던졌다.
“함정이군.”
의도가 뻔히 보이는 편지!
슬로스가 자신을 피드 후작가로 불러내 죽이려는 게 분명했다.
그 증거로 아까 편지를 넣었던 배달부가 저만치 떨어진 골목에서 이쪽을 흘깃거리고 있었다.
‘슬로스 선배가 보냈나? 편지가 한 번에 오지 않았을 때 의심스럽긴 했지.’
쯧 혀를 찬 아몬이 중얼거렸다.
“뭐, 답장이 온 걸 보니 때 되면 알아서 돌아오겠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