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70)
아카데미가 망했다 70화
제국 4대 기사!
거대한 제국의 힘을 상징하는 기둥 같은 존재들로, 하나하나가 한 개 군단의 군사력을 능가한다고 알려진 괴물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넓은 대륙 전역에 존재하는 그랜드소드 마스터는 고작 열 명뿐이다.
그런데 그중 네 명이 ‘제국 4대 기사’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고 넷으로 끝이냐?
아니! 제국의 황제와 황후 또한 그랜드소드 마스터이기에 합쳐서 여섯 명이나 제국에 존재하는 것이다!
제국이 이 광활한 대륙에 제국으로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런 제국의 기둥과도 같은 존재들의 부름을 거절해?’
그 길로 아몬의 머리는 몸통과 작별 인사를 나누게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을 제자로 들이겠다고 벼르고 있는 라인벨트는 어떤 인물인가?
그 대단한 실력, 위상을 가지고도 거지로 살고 있는 희대의 미친 영감!
부귀영화를 바라고 사는 아몬과는 상극인 것이다!
“어흐흐흑!”
아몬의 눈물!
너무나도 원통했고, 투명하고 진정성 있는 눈물이었기에 함께 마차로 동행하고 있던 피드 후작마저 놀랄 정도였다.
‘저 쓰레기가 저토록 서럽게 눈물을 흘리다니!’
얼마나 서러워 보였는지 피드 후작이 조심스레 초콜릿을 건넸다.
“먹겠나?”
그 초콜릿을 본 아몬은 한층 더 서럽게 오열하기 시작했다.
‘라인벨트 그 미친 영감 제자로 들어가면 앞으론 평생 이런 걸 입에도 못 대겠지! 평생 산나물만 먹고살 테니까!’
이것이 인생의 마지막 초콜릿이라 생각한 그가 넙죽 받아먹었다.
“가, 감사합니다.”
“그래, 아무튼 곧 도착하니 슬슬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눈물 젖은 초콜릿을 삼킨 아몬이 마차 밖으로 보이는 거리를 내다봤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수도의 길거리.
그것을 본 아몬이 또다시 왈칵 눈물을 쏟았다.
‘평생 이런 곳에선 살아 보지도 못하겠지!’
잠시 후, 마차는 황궁의 별채 앞에 멈춰 섰다.
제국의 기둥들이 회합을 가진다니 특별히 별채를 내준 것이다.
“흠, 그럼 어서 들어가 볼까.”
옷매무새를 정리한 피드 후작이 앞장섰다.
이윽고 별채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반겨 주는 얼굴!
“크하하하! 왔느냐, 제자야!”
일찌감치 제자가 되었다 말하는 듯한 라인벨트의 발언!
아몬이 창백해진 얼굴로 황급히 말했다.
“라인벨트 어르신! 오랜만에 뵙습니다!”
“크하핫! 녀석, 어서 스승님이라 불러 보려무나!”
“라인벨트 어르신! 못 뵌 동안 살이 좀 빠지신 것 같습니다!”
“제자야!”
“라인벨트 어르신!”
서로 어금니 악물고 ‘제자’와 ‘어르신’을 연발하는 두 사람!
이대로 있다가는 별실 안쪽으론 들어가지도 못할 것 같았기에 피드 후작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흠, 라인벨트 어르신. 간만에 뵙습니다.”
“제자……! 오, 그래. 바티스타, 오랜만에 보는구먼.”
“그러게 말입니다. 한데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상당히 오랜만인 것 같군요.”
평소에 늘 ‘피드 후작’이라는 경칭으로 불렸기에 ‘바티스타 링슬레이 피드’라는 본명이 조금은 낯설게 들렸다.
그 반응에 라인벨트가 피식 웃었다.
“하긴, 자네를 이름으로 부를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그렇지요. 어르신들이나 황제 폐하가 아닌 이상에야 말입니다.”
라인벨트가 킬킬 웃었다.
“크크, 어떠냐? 제자야, 저게 작위의 무서운 점이란다! 작위가 제 이름을 대신해 버리거든!”
아몬이 즉각 대답했다.
“캬! 그거 참 멋진 일이군요!”
“제자야!”
“라인벨트 어르신!”
두 사람의 바보놀음을 지켜보던 피드 후작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우, 얼른 들어가시지요. 다른 분들께서 기다릴 듯합니다.”
“아, 그렇지. 어서 들어가세나.”
결국 라인벨트와 피드 후작이 앞장서고, 아몬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 같은 기분으로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다른 제국 4대 기사라.’
얼마나 대단한 위인들일까?
이윽고 별실의 안쪽으로 따라 들어간 아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눈에 들어온 풍경이 다소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홀홀홀, 바티스타 우리 막내 왔는감?”
“예, 디아나 누님.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헐헐헐헐, 망내 얼귤 보능게 엉마망이여?”
“데모닉하트 어르신, 틀니는 무릎 위에 있습니다.”
“합! 찾아도 찾아도 없더라니…….”
영락없는 노인정!
영지의 노인들이 모이는 회관에서 본 것 같은 풍경!
디아나 누님이라 불린 할머니는 무릎에 웬 고양이를 앉혀 두고 뜨개질을 하고 있지, 데모닉하트라 불린 할아버지는 연신 쩝쩝대며 입안의 틀니를 제자리에 맞추고 있었다!
곧이어 라인벨트가 비어 있는 자리에 앉으니, 정정한 노인 회장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노인 회장, 아니, 라인벨트가 아몬을 가리키며 말했다.
“크하핫! 노친네들, 내 소개하지. 저 녀석이 바로 새로 들인 제자인 아몬 드레이크라네!”
일순 시선이 집중되자 아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저, 저저저 미친 영감이 진짜!’
아몬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역사학’ 교사로 일하고 있는 아몬 드레이크입니다! 제 꿈은 언젠가 작위를 받아 가문을 부흥시키는 것이며, 좋아하는 것은 돈과 황금과 권력입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어르신들!”
라인벨트의 철학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아몬!
아몬이 목청껏 외치자 라인벨트의 얼굴은 단숨에 썩어 들었지만, 다른 노인들은 깔깔 웃으며 좋아했다.
“홀홀홀, 그 총각 목소리 참 우렁차다.”
“헐헐, 저 패기를 보닝 나 젊응 때가 생강나능구멍.”
“데모닉하트 어르신, 틀니가 빠졌습니다.”
“합! 자꾸 빠지는구먼.”
아몬이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씩 웃었다.
어느새 라인벨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다.
“……제자야.”
“옙! 라인벨트 어르신!”
“검에 뜻을 두었다는 편지는 거짓부렁이었느냐?”
그 염병할 놈의 편지!
아몬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내가 편지를 뭐라고 써 보냈더라?’
생각에 잠겨 있던 아몬의 눈이 번쩍 빛났다.
편지의 내용이 기억난 것이다.
[라인벨트 어르신께] [어르신, 저는 높은 벽에 가로막힌 듯한 심정입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은 체력! 학자 나부랭이인 저라지만, 책과 씨름하는 것 역시 체력이 중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여 체력 단련을 위해서라도 검술을 익혀 보고 싶은데, 혹여 좋은 고견이 있으신지요?]자신이 쓴 편지 내용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기억해 낸 아몬이 외쳤다.
“어르신, 저는 체력 단련을 위해 검술을 익혀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뭣……!”
“아직 누군가의 제자로 들어가겠다곤 하지 않았단 말입니다!”
라인벨트가 황급히 아몬이 보낸 편지를 꺼내 읽어 봤다.
아몬 말대로, 사실이었다.
다만 아몬을 제자로 들이겠다는 생각에 눈이 돈 나머지 섣불리 판단하고 만 것이다.
“이, 이놈이 토끼마냥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았구나!”
“하하핫!”
이를 빠득 간 라인벨트가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검술을 익히겠다는 마음가짐은 여전하렷다?”
“그, 그건…….”
아몬이 입을 오물거렸다.
‘배울 생각 없는데.’
그저 라인벨트에게서 답장을 받기 위한 미끼였을 뿐!
그렇기에 아몬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딱히 검술 같은 걸 배울 생각은 없…….”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돌연 닥쳐 온 전신을 찢어발기는 것 같은 압도적인 살기!
‘커, 커헉!?’
뜨개질을 하던 디아나 할머니, 틀니를 연신 오물거리던 데모닉하트 할아버지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노인정에서 햇볕이나 쬐는 노인들 같았지만, 그들은 다름 아닌 제국 4대 기사들!
그런 두 사람이 아몬을 향해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방금 ‘검술 같은 것’이라고 했느냐?”
“우리가 한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것을 그리 가볍게 여긴단 말이냐?”
“호호호! 영감, 미안해요. 내 다시는 살계를 열지 않겠노라 다짐했는데…….”
“크크크! 내 오른손의 마검이 살심이 동한다는구나…….”
살기를 줄줄 내뿜는 그들의 모습에 아몬이 꽥 외쳤다.
“아! 검술 배우고 싶다!”
“……!”
“검술만큼 훌륭하고 위대한 학문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어르신들! 아! 검술 너무 좋아!”
아몬의 예사롭지 않은 태세 전환!
디아나 할머니가 빵긋 웃으며 뜨개질을 다시 시작하고, 데모닉하트 할아버지가 다시 틀니를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홀홀홀, 역시 그렇지?”
“헐헐, 나 절믈 때가 생강나능구먼.”
“어르신, 틀니가…….”
아몬은 어느새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정답! 아모니스 아카데미에 임용한 순간부터!
그리고 아몬의 태세 전환에 라인벨트가 잇몸이 보이도록 웃으며 말했다.
“검술…… 배워야겠지? 나한테?”
“훌쩍!”
아몬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려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라인벨트 영감.”
“응? 뭔가, 디아나.”
“저 총각이 자네 검술을 배울 수준이 되나?”
그 말에 라인벨트가 킬킬 웃었다.
“크크크크, 수준 말인가?”
이미 밀가루가 익어 빵이 되었다는 생각에 라인벨트는 제대로 제자 자랑을 해 보기로 했다.
“흠, 어디 그럴싸한 게…… 이게 좋겠군.”
웬 찻잔을 집어 든 라인벨트가 그것과 검 한 자루를 내밀며 말했다.
“자, 제자야. 검을 쥐거라.”
“흐흐흑.”
“그리고 이 찻잔을 베어 보거라.”
“훌쩍?”
아몬이 무슨 헛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라인벨트가 엄한 얼굴로 말했다.
“어허, 베라면 벨 것이지!”
“어흐흐흑!”
그 한마디에 제자로 들어가면 겪을 고충이 눈에 선해진 아몬이 눈물을 흘리며,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순간이었다.
마치 도끼질을 하는 듯한 투박한 자세에 라인벨트가 덧붙였다.
“전력을 다해서 베어라.”
“예?”
“젖 먹던 힘까지 다 해서,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야.”
영문을 모를 소리였지만, 아몬은 절망에 휩싸인 채 검을 내리그었다.
라인벨트의 말대로 전력을 다해서.
그리고 그 순간.
츳-!
아몬의 오른손이 흐릿해지고.
그 광경을 본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인 제국 4대 기사 전원이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몇 초의 정적이 별실을 맴돌고, 그 소리를 깨트린 것은.
쨍그랑-!
한 박자 느리게 수직으로 반 토막 나 떨어져 깨지는 찻잔.
홀린 것처럼 그 광경을 본 모두의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은 정확히 일치했다.
‘휘두르는 동작을 못 봤다.’
그 사실을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도끼질을 하는 듯한 자세를 감안하면, 아몬은 검술을 배운 적 없다.
그럼에도 조금 전 보였던 일격.
그런 바탕을 지닌 자에게 ‘자신의 검술’을 익히게 한다면……?
벌떡-!
디아나가 뜨개질 하던 모자를 내팽개치며 몸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무릎 위에서 골골대던 고양이가 바닥을 굴렀지만, 디아나는 아랑곳 않고 외쳤다.
“라인벨트 영감! 그 청년, 내게 넘기게!”
그 말에 라인벨트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 뭣!?”
“아직 누구의 제자가 될지 정해지지도 않았잖나!”
그 말에 라인벨트의 얼굴에 당혹이 떠올랐다.
‘이런 망할! 제자 자랑한답시고 깝치지 말걸!’
그때 데모닉하트도 벌떡 일어났다.
“아닝! 내겡 검슈를 배…….”
“어르신, 틀니.”
“합! 내게 검술을 배우게나! 나의 마검류라면 자네를 능히 대륙 역사에 남을 기사로 만들어 줄 것이야!”
라인벨트가 이를 악물었다.
“이, 이 미친 노친네들이 갑자기 왜 지랄을…….”
그때 잠자코 있던 피드 후작도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아몬에 대한 악감정이 크다지만, 그는 검에 미친 검귀.
아름드리 거목과도 같은 ‘묘목’을 본 그로선 참을 수 없었다.
“뭐, 우리가 모르는 사이도 아니지? 피드 후작가로 오게. 내 그대를 크게 키워 주지.”
피드 후작의 말에 노인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막내! 넌 빠져!”
“어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아니, 어르신들! 뒷방에서 손주나 돌보시지, 늘그막에 무슨 제자입니까!”
“막내! 이 새끼, 내가 네놈 똥 기저귀 갈아 주던 게 엊그제 같은데!”
못된 말을 주고받는 그들을 본 아몬이 헛기침을 했다.
“크흐흐흠!”
그 순간 찾아온 정적.
자신에게 쏠린 이목.
비로소 아몬은 현재 자신의 위치를 깨달았다.
그리고 느긋하게 상석으로, 아니, 이 별실의 ‘왕좌’에 앉은 아몬이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어르신들.”
“…….”
침묵 속에서, 아몬이 그들을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우선, 조건부터 들어 볼까요?”
아몬이 그들의 ‘갑’으로 군림하는 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