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71)
아카데미가 망했다 71화
근엄하게 말하는 아몬을 본 라인벨트가 황급히 외쳤다.
“제자야! 그게 무슨 헛소리…….”
또 튀어나오는 제자 소리에 아몬이 반발하기도 전에 다른 이들이 벼락처럼 말을 가로막았다.
“누가 라인벨트 영감 제자야!”
“아직 정식으로 제자로 들이지도 않았잖나!”
자신이 나서기도 전에 먼저 앞장서 무뢰한을 응징하는 충복들!
아몬이라는 이름의 왕은 전율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게 권력의 맛인가.’
권력의 맛이 주는 희열을 느끼던 아몬이 아우성대는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어르신들, 진정하십시오.”
“…….”
“자, 그럼 다시 조건을 들어 볼까요? 저를 제자로 들이고 싶으시다면, 제가 혹할 만한 조건이 있어야겠지요?”
부드러운 아몬의 목소리에 라인벨트가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내가 기가 막힌 산나물 군생지를…….”
“탈락.”
라인벨트는 아몬과 함께할 수 없었다!
다음으로 데모닉하트가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으하하하! 우리 마검류로 말할 것 같으면, 역대 최강의 검사인 ‘레드메인’을 배출해 낸 최강의 검술이지! 다들 알고 있겠지? 그렇지 않나!?”
얼마나 절박했는지 용케 틀니를 한 번도 뱉지 않고 기나긴 말을 쏟아 낸 데모닉하트!
게다가 ‘역대 최강의 검사’라는 오만한 이름이 나왔음에도, 다들 한 가닥 하는 기사들인 그들은 분하다는 듯 침음만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레드메인’이라는 이름에 아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레드메인? 레드메인 전설의 주인공?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었어?’
제국 4대 황제의 충복으로, 군웅할거 시대의 대륙을 검 한 자루로 평정했다는 전설 속의 검사!
‘게다가 전설에서는 드래곤도 쓰러트렸다던데…….’
그 생각을 읽었다는 듯 데모닉하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으하하하! 게다가 다들 알겠지만, 레드메인 당신께선 홀로 드래곤을 사냥하시는 쾌거를 이룩하셨지! 그게 바로 최강의 검술이라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그렇지 않나? 응? 응?”
승기를 잡았다는 듯 떠벌이는 데모닉하트의 말에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갓 성체가 된 드래곤이면서…….”
“갈! 드래곤이 X으로 보이나!”
호통치는 데모닉하트를 바라보던 아몬이 눈을 꾹 감았다.
눈에 선했다.
위대한 검사가 되어 대륙을 호령하는 자신의 모습이.
또한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어 가문의 영지를 쫄딱 망하게 할지도 몰랐던 카셀라그에게 통쾌한 복수를 선사하는 자신의 모습마저!
그리 대단한 실력을 지닌 검사가 된다면 아무리 황제라도 자신의 출셋길을 감히 막지 못하리라.
“합……!”
격, 이라 외치려던 아몬이 문득 눈살을 찌푸렸다.
‘근데 잠깐만.’
레드메인 전설이 어떻게 끝났더라?
“저, 어르신?”
“으하하하! 뭐냐, 제자야?”
“근데 레드메인 전설에서 그분은 광증으로, 즉 미쳐 버려서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나요?”
그 말에 혼자 죽을 수 없었던 라인벨트가 데모닉하트를 삿대질하며 외쳤다.
“말 한번 잘했다! 마검류는 깊게 익힐수록 골수 깊숙이 광기가 배는 악독한 마검술! 데모닉하트 저 영감도 반쯤 미쳐서 생니를 제 손으로 죄 뽑고 틀니를 끼는 신세지!”
아몬이 즉시 선언했다.
“탈락!”
출세하면 뭐 하나! 미치는데!
그때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피드 후작이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크흠, 우리 피드 가문에 대해서는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 테지?”
“오, 오오……!”
가문 구성원 모두가 소드 마스터에 도달한 실력자!
즉 검술의 훌륭함은 두 말할 필요 없었다.
게다가 출세 쪽으론 또 어떤가?
‘초콜릿을 쌓아 두고 먹을 정도로 돈이 흘러넘치지!’
즉 검술, 출세, 돈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몽땅 잡을 수 있는 탁월한 선택!
그렇기에 아몬이 ‘합격’이라 외치려던 순간이었다.
‘잠깐, 또 난데없는 함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아몬은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굉장히 혹하는군요.”
“하하, 그래. 내 제자가 되게. 내 자네가 크게 되도록 힘껏 키워 주지.”
“하지만 마지막 한 분의 이야기도 들어 보고 싶습니다.”
“……뭣!?”
아몬이 한걸음 물러나자 피드 후작이 황급히 말을 이었다.
“지, 지금 당장 선택하는 게 좋을 텐데?”
“예? 어째서죠?”
“크윽…….”
어째선지 조급한 기색으로 망설이던 피드 후작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것 같은 얼굴로 외쳤다.
“좋다! 그렇다면 내 외동딸인 슬로스와의 혼인을 허락하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외동딸인 슬로스와의 혼인 허락!
피드 후작의 비장의 한 수에 아몬이 고함을 질렀다.
“탈락! 탈라아아악!”
“뭣!?”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피드 후작을 뒤로하고, 분을 참지 못해 씩씩거리던 아몬이 마지막으로 남은 디아나를 바라봤다.
여유로운 얼굴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던 그녀가 아몬을 힐끔 보며 말했다.
“응? 내 차례인가?”
“그, 그렇습니다.”
“흐음.”
아까 굴러 떨어진 탓에 고양이는 ‘옹옹옹’거리며 입질과 손톱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지만, 그랜드소드 마스터답게 그것을 간단히 피하며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디아나!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까 자네가 했던 말, 기억하나?”
“……예? 제가 했던 말이요?”
“그래. 권력, 돈, 등등을 좋아한다지?”
“……!”
디아나가 말을 이었다.
“내 가문은 자네도 익히 들어 봤을 터이네.”
“……예?”
“펜도리안 가문 말이야.”
“페, 펜……!”
아몬이 경악으로 두 눈을 찢을 것처럼 부릅떴다.
펜도리안 공작 가문!
제국 7대 황제의 심복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황실을 섬겨 오고 있는 명문 중의 명문 아니던가!
‘게다가 그 노력과 헌신을 인정받아 조만간 대공가로 승격돼 공국 하나를 다스릴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가문……!’
디아나 펜도리안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뭐, 물론 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일선에서 물러나 아들놈에게 영지를 물려준 신세지만…… 후후, 굳이 내 제자가 되었을 때의 이점을 말할 필요는 없겠지?”
아몬은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권력의 중심에서 물러났다고 하나 가문의 큰 어른인 디아나 펜도리안은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녀의 아들인 현 가주는 가문의 대소사를 디아나와 의논할 정도로 어머니를 존중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가? 내 제자가 되겠나?”
“…….”
“뭐,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자네가 판단하게나.”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한 발자국 물러나는 여유까지!
그 관록에 라인벨트는 연신 ‘산나물’을 부르짖었고, 피드 후작은 ‘슬로스와의 혼인’을 연신 외치고 있었으며, 데모닉하트는 틀니가 빠져 허둥거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다 못한 디아나는 여유라는 가면을 벗고 쐐기를 박았다.
“좋아, 좋아. 내 제자가 된다면 산 하나를 주지. 산나물? 양껏 캐먹게.”
라인벨트를 저격하는 압도적인 재력 과시!
라인벨트가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혼인? 옳지, 그러고 보니 손녀딸 하나가 마침 혼기가 찼다는데 자네만 괜찮다면 그 아이와의 혼례를 한번 주선해 보지.”
피드 후작을 노린 한 방!
피드 후작이 뒷목을 잡았다.
“그리고…… 음, 자네 혹시 미치고 싶나?”
“아뇨.”
“그럼 됐네.”
데모닉하트는 경쟁 후보에 끼지도 못했다!
이로써 경쟁자들을 순서대로 침몰시킨 디아나가 손을 내밀었다.
“자, 그럼 어떡하겠나? 내 제자가 되겠나?”
마치 어머니와 같은 자애롭고도 부드러운 음성에 아몬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손을 마주 내밀었다.
“제겐 둘도 없을 영광입니다, 스승님.”
“후후후. 나 역시 너를 제자로 들이게 되어 하늘에 감사드리고 있단다.”
부드럽게 웃은 디아나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자, 그럼 무릎을 꿇…….”
아몬은 진즉 무릎을 꿇고 있었다.
“조, 좋아. 그럼 사제지간의 서약을 치르자꾸나.”
“예! 스승님!”
“호호호! 아직 스승이라 불리기엔 이르단다.”
“스승님을 스승님이라 부르지 않으면 무어라 부르겠습니까!”
어디서 본 것 같은 광경이었기에 라인벨트는 뒷목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디아나가 검을 뽑더니 아몬에게 겨눈 채 말했다.
“나, 디아나 펜도리안의 제자가 되어 검에 정진할 것을 맹세하겠느냐?”
“물론입니다!”
“또한 펜도리안 가문의 적을 배제하며, 제국의 충실한 신하가 될 것을 다짐하겠느냐?”
“가문의 적은 곧 제 적이요, 제국의 짐을 받드는 노새가 되겠나이다!”
만족스레 웃은 디아나 펜도리안이 쥐고 있던 검을 빙글 뒤집었다.
그리고 손잡이를 아몬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로써 너는 나의 제자가 되었다. 또한 펜도리안 가문의 이름 아래 있게 된 것이다.”
“아, 아아아……!”
“그에 대한 증표로, 이 검을 너에게 주마.”
아몬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공손히 검을 받았다.
“감사드리옵니다! 스승님!”
“후후후, 그래. 제법 괜찮은 검이니 요긴하게 쓰도록 하여라.”
디아나가 아몬의 어깨를 자상하게 툭툭 두드려 준 순간이었다.
“어이, 디아나 할멈.”
“……할멈?”
“아, 아니, 디아나. 사제지간의 서약에서 하나가 빠졌잖나? 펜도리안 가문의 서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말이야.”
라인벨트가 최후의 최후까지 딴죽을 걸자 디아나가 코웃음을 쳤다.
“흥, 제국의 적을 베라는 것 말인가?”
“그래.”
“낡고 오래된 관습이지. 서약의 그 항목을 이행하지 않은 지 꽤 됐다.”
“뭐, 뭐라고……?”
“하물며 제국의 적을 베라? 지금 대체 제국의 적이 어디 있단 말이냐? 대전쟁이 끝난 후 대륙 전체가 제국의 뜻 아래 백 년간의 엄중한 평화 조약을 맺지 않았나?”
“……크윽!”
마지막 방해마저 실패한 라인벨트가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북북 긁었다.
그런 라인벨트를 향해 콧방귀를 뀐 디아나가 아몬에게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제자야. 가자꾸나. 네게 가르칠 것이 많고도 많단다.”
“예! 스승님!”
“그러고 보니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교사라 했지? 계속 일할 작정이니? 네가 좋다면 얼마든 그리해도 좋단다.”
“때려치우겠습니다! 아, 근데 가르치던 제자들을 데려오고 싶습니다만…….”
“호호호, 그래. 때를 봐서 그리하자. 아무튼 얼른 가자꾸나. 손녀딸도 얼른 소개해 주고 싶으니.”
“예! 스승님!”
화기애애하고 위풍당당하게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 그리고 그들이 별실의 문을 연 순간이었다.
“……음!?”
막 별실로 들어오려던 중년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디아나 어르신?”
“……폐, 폐하!?”
현 아모니스 제국의 황제, 아모니스 18세를 본 디아나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무릎을 꿇었다.
펜도리안 가문은 제국의 으뜸가는 충신 가문!
황급히 무릎을 꿇은 디아나가 말했다.
“폐, 폐하께서 어찌 이곳까지…….”
“허허허. 제국 4대 기사의 회합이 있다는데, 제가 어찌 얼굴 한번 비추지 못하겠습니까?”
“와병 중이시라 들었습니다만…… 옥체에 누가 될까 심히 염려됩니다.”
그 말대로 황제는 벨스라임 황무지 사업 실패 때문에 앓아누운 상태였다.
그러나 황제는 얼른 디아나를 부축해 일으키며 말했다.
“허허허. 이렇게 낮추시면 제가 더 송구합니다. 어서 일어나시지요.”
“예, 옛! 폐하.”
빙그레 웃은 황제가 문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런데…….”
황제가 웃음기를 싹 지웠다.
그리고 디아나를 따라 무릎 꿇은 채 바짝 굳어 있는 아몬을 힐끔 내려다보더니 말했다.
“어째서…… 이 망할 놈과 함께 계시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망할 놈? 그 부정적인 표현에 디아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얼른 말을 이었다.
“소개가 늦어 황송하옵니다. 이번에 새로 제자로 들인 아몬 드레이크…….”
그때 황제가 중얼거렸다.
“제자.”
“……예? 그, 그렇습니다. 폐하.”
“드레이크 가문의 망할 놈이, 디아나 공의 제자란 말입니까?”
“예? 그렇…… 드레이크 가문의 망할 놈?”
고개를 갸웃거리며 황제를 바라본 디아나가 눈을 부릅떴다.
황제는 어느새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뒷목을 잡고 휘청대고 있었다.
“폐, 폐하!?”
“제자, 저, 저 망할 드레이크 가문 놈이, 디아나 공의 제자로르륵…….”
“폐하!? 게, 게 밖에 누구 없느냐! 폐하께서……!”
황제가 풀썩 쓰러지고, 그 광경에 제국 4대 기사 전원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난리법석을 피우기 시작했다.
한편.
“…….”
아몬은 무릎 꿇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현실.
‘또 망했구나.’
아몬의 뺨을 타고 투명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