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75)
아카데미가 망했다 75화
파이스는 쭈뼛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때 아몬은 파이스를 빤히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음, 웬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들어왔군.’
지금껏 동료 교사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뒤통수 전담 주정뱅이, 게으름의 대명사 슬로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거슬리는 신입인 카이까지.
거기에 간부진인 아나르엘과 브레슬에 이르러선 굳이 지적할 필요조차 없는, 그야말로 최악의 인선이 아닌가!
‘하지만 이분은 달라. 첫 대면부터 술을 대접해 준다잖아?’
술값 한번 내준다는 걸로 마음의 빗장을 완전히 풀어 버린 아몬!
물론 술값만 내준다고 그런 건 아니고, 특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파이스가 멋쩍게 웃었다.
“저, 선배님? 왜 그러시는지……?”
“하하하, 아닙니다. 아니에요.”
아몬이 빙그레 웃었다.
‘이거 봐! 나보다 훨씬 연상인데 태도도 깍듯하고, 오늘 처음 봤는데 술까지 사 줄 정도로 선배를 공경하는 마음씨도 훌륭한 사람이야. 게다가 인상도 선한 게, 딱 봐도 믿을 만한 사람이란 말이지!’
특히 인상 쪽으론 아몬이 다른 교사들에게 할 말이 많았다.
마리온은 두말할 필요 없이 음흉한 주정뱅이 그 자체였고, 슬로스는 나쁘지 않은 본판을 스스로 깎아 먹는 게으름뱅이의 대표 주자였다.
그리고 카이는 그냥 마음에 안 든다.
‘아나르엘, 브레슬은 입만 다물고 있으면 훌륭한 엘프와 다크엘프인데 그 입을 다물 생각을 전혀 않는단 말이지.’
하지만 보라!
파이스는 인상도 선하고, 태도도 깍듯하며 술값까지 내준다!
즉 당장 느낀 첫인상 점수는 수석 합격 수준이었다.
‘게다가 교사 경력도 길잖아? 드디어 동료로 믿을 만한 사람이 들어왔군.’
비록 상대는 ‘선배’라 부르며 대접해 준다지만, 실제론 자신보다 훨씬 연상이니 믿고 의지할 어른으로 여길 수 있으리라!
때문에 아몬이 흡족하게 웃는 한편, 뚫어져라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아몬의 시선에 파이스는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이 자식…… 왜 자꾸 날 저런 눈으로 쳐다보는 거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던 그가 흠칫했다.
‘서, 설마 내가 마른델 왕국에서 보낸 첩자라는 사실을 눈치챈 건가?’
아나르엘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힐 땐 오스란 왕국에서 오랫동안 교사로 일했다고 말했지만, 그의 정체는 너무너무 놀랍게도! 마른델 왕국의 첩자!
즉 실제로 교사로 일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아몬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후후후, 교사 경력이 십수 년이나 됐다니. 학생들 다루는 방법도 잘 아실 테지? 그렇지 않아도 요즘 학생들이 게을러졌는데 말이야…….’
‘젠장, 눈빛을 보아하니 이 자식 정말 내 정체를 눈치챈 건 같은데?’
‘앞으로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겠군.’
‘제거할까? 아냐, 첫날부터 사고를 일으킬 순 없다.’
서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두 사람!
가느다랗게 한숨을 쉰 파이스가 주변을 둘러봤다.
당장 지금만 해도 술집의 중앙에서 험상궂은 사내들이 서로를 패 죽이고 있는 위압적인 광경.
오랜 기간 첩자로 일해 온 파이스조차 간담이 서늘해지는 풍경이었다.
‘보아하니 나를 압박해 정체를 캐내려는 모양인데, 하는 수 없군.’
작게 심호흡을 한 파이스가 눈을 반짝 빛냈다.
상대가 먼저 공격하기 전에 선수를 쳐 우위를 점할 생각이었다.
“휴, 요즘 이래저래 정신이 없지요?”
기본 안주로 나온 과자를 우물우물 씹고 있던 아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아, 뭐. 그렇긴 하죠.”
“최근에는 대륙의 정세도 시끌시끌하고요.”
그 말에 과자를 꿀꺽 삼킨 아몬이 눈을 가늘게 뜬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그렇죠.”
그런 아몬의 반응을 본 파이스가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후후, 어때? 흔들리지?’
원래 범죄자는 나 범죄자요 하고 말하지 않는다.
아니, 괜히 의심받을까 봐 범죄의 ‘범’자도 언급하지 않는다.
때로는 관심받고 싶은 미친놈들이 ‘나 범죄자요’하고 떠벌리곤 하지만 첩자로서 오래 살아온 파이스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 범죄자요’라고 말하는 것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관심받고 싶은 범죄자거나, 아니면 범죄와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이거나.
‘자, 내가 어느 쪽인지 헷갈리지?’
파이스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아몬은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나이 든 어른이라 정치 얘기 같은 거 하시려는 건가? 에이, 귀찮은데. 술 사 준다고 넙죽 따라오지 말 걸 그랬나.’
‘후후후, 어린놈. 표정 좀 보게.’
‘저 눈빛…… 슬슬 왕국의 정책에 대해 논하려는 표정 같군.’
생각이 많은 얼굴로 앉아 있는 아몬을 향해 의자를 당겨 앉은 파이스가 몸을 기울인 채 속닥거렸다.
“맞아, 요즘 흉흉한 소문이 도는데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예? 뭐가 말입니까?”
“제가 오스란 왕국 출신이란 걸 말했던가요?”
“학교장님께 듣긴 했습니다만.”
“휴, 그렇군요. 사실 제가 얼마 전 아모니스 제국으로 망명을 왔거든요.”
“예? 망명?”
아몬이 과자를 꼴깍 삼키고, 파이스가 말을 이었다.
“예에. 이렇게 된 마당이니 하는 말인데, 오스란 왕국도 내부적으로 꽤 심각한 상황이라…….”
심각한 상황이라는 말에 아몬의 얼굴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그 표정을 읽은 파이스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어떠냐, 이 자식아? 미치겠지? 오스란 왕국도 들썩인다니까 좋은 정보다 싶어 궁둥이가 막 들썩거리지?’
‘아, 진짜 정치 이야기 하려나 보네.’
‘근데 난 사실 마른델 왕국 출신이다! 오스란 왕국이랑 완전 떨어진 다른 나라지!’
이로써 파이스는 아몬의 머릿속이 복잡하리라 추측했다.
오스란의 정세를 말하는 이유는 뭘까? 뭐가 심각하다는 걸까? 아니, 정말로 오스란 왕국 출신이 맞긴 한 걸까? 그보다, 당신 정체가 도대체 뭐야?
‘……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지!’
하지만 아몬은 굳은 얼굴로 애꿎은 과자만 야금야금 깨물어 먹고 있었다.
‘망했군. 정치 얘기나 들을 줄 알았다면 오지 말걸 그랬어.’
그리 생각한 아몬이 문득 눈을 가늘게 뜬 채 파이스를 바라봤다.
‘근데 이 양반, 갑자기 이런 이야기 꺼내는 걸 보니 수상한데…… 설마 다른 왕국에서 보낸 첩자 같은 거 아냐? 이렇게 별것 아니라는 것처럼 슬그머니 화제를 언급하는 걸 보니, 괜히 아닌 척하려는 것 같기도 한데.’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는 아몬!
‘음, 이렇게 된 마당에 가볍게 한두 잔만 마시고 일어나야겠다. 슬슬 방학도 끝나가니까 준비해야 할 게 생각났다고 둘러대면 되겠지?’
그리 생각한 순간 종업원이 주문한 술을 테이블에 올려놨다.
“주문하신 아무르 피플입니다.”
“억……!”
아무르 피플!
상업도시 아무르에서 네 번째 가는 명주 아닌가!
맛은 차치하고 가격 하나만은 최고인, 그야말로 사치를 위한 술이기에 효율을 우선시하는 아몬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던 술!
아몬이 허겁지겁 술병을 따며 말했다.
“아이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으면 망명까지…… 자자, 제가 한잔 따라드릴 테니 시원하게 한잔하시죠!”
급변한 아몬의 태도에 파이스는 내심 당황했지만, 이내 알겠다는 듯 빙긋 웃었다.
‘후후후, 어린놈. 어느 쪽인지는 몰라도 일단 정보를 캐내 보겠다, 그렇게 결단을 내린 모양이지?’
‘비싼 술! 비싼 술!’
‘하지만 난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다. 거짓, 진실을 교묘하게 넘겨줘 한층 더 큰 혼란만을 일으켜 주마.’
‘맛있겠다! 맛있겠다!’
아몬과 파이스는 활짝 웃으며 술이 넘치도록 강하게 건배를 했다.
서로 완전히 다른 생각을 품은 채.
* * *
“딸꾹! 어윽, 그러니까 요즘 젊은 것들은 말이여…….”
“……음, 벌써 다 마셨네.”
“여기요! 아무르 피플 한 병 더 주세요.”
“푸르르르! 나 때는 말이야…….”
아몬이 손을 들기 무섭게 종업원이 나는 듯 달려와 아무르 피플 한 병을 대령하며 말했다.
“빈 병은 치워드리겠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종업원이 테이블 위에 굴러다니는 빈 병들을 우르르 안고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치우는 병만 하더라도 벌써 여섯 병.
새로 대령한 병을 감안하면, 벌써 일곱 병째 퍼마시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술을 퍼마셨기에 고도로 단련된 파이스라고 하더라도 제정신을 유지할 순 없었다.
“그르륵! 자, 자네 술 더럽게 세구먼……?”
“그래요? 술이 맛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 말대로 아무르 피플은 비싼 값을 톡톡히 했다.
게다가 비싼 술을 남에게 얻어먹고 있으니 얼마나 맛있겠는가!
흐뭇하게 웃은 아몬이 술을 꿀꺽꿀꺽 마신 후 말했다.
“휴우. 그럼 이것도 다 비웠겠다, 슬슬 장소를 옮길까요?”
“고로록…… 다, 다음 자리라니?”
“2차 가야죠? 1차는 파이스 선생님이 사신다 하셨으니 2차는 제가 사죠.”
그 말에 파이스는 순간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기에 입을 틀어막았다.
‘수, 술을 더 마신다고? 이 자식, 진심인가?’
위험했다.
아몬과 술자리를 가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는데, 술에 점점 취할수록 뇌의 거름망을 거치지 않고 막 주절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슬슬 첫사랑 이야기도 나올 뻔했으니 오죽하겠는가!
‘서, 설마 이것도 날 떠보기 위한 작전인가?’
‘술이 좀 모자라네…….’
‘나를 만취하게 해서 정보를 캐내려 하는 거로군.’
‘비싼 술도 맛있긴 한데, 역시 나는 싼 술이 입에 더 맞는 것 같아.’
파이스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여기서 물러날 순 없지. 놈도 조금만 더 있으면 취할 게 분명하다. 그때 정보를 캐내건, 거짓 정보를 흘려 넣건 하는 게 좋겠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파이스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좋지! 자, 가세나!”
“오오오! 좋습니다, 오늘 한번 시원하게 달려 보자고요!”
그리 말한 아몬이 나는 듯 술집을 박차고 나갔다.
그리고 뒤따라 가게를 나서려던 파이스는 계산서를 받아 들고 놀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술값이 가지고 온 공작비의 절반 가까이 나온 것이다.
* * *
장소를 옮겨, 다른 허름하고 한적한 술집.
1차로 비싼 술을 얻어먹은 아몬은 자신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2차로는 상당히 저렴한 술집을 선택했다.
‘절대 돈이 아까워서 그런 건 아니야!’
카셀라그에게 받은 금덩어리 세 개가 있지만, 하나는 영지에 두고 왔고 하나는 드래곤님과 여동생의 입학비!
나머지 하나는 ‘비상금’이니 허투루 돈을 낭비할 수 없는 입장!
‘절대 내 돈이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고!’
조금 양심이 찔리긴 했지만, 뭐 어떤가!
아무튼 아몬은 그곳에서 마주친 웬 중년 주정뱅이와 어깨동무를 한 채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푸하하! 어쩐지 안 보이시더라니, 그래서 여기 계셨던 거군요?”
“말도 말게! 갑자기 들어오지 말라면서 등을 떠미는데, 왜 그러는지 원!”
“또 술 먹고 가게를 난장판으로 만든 거 아니십니까?”
“어허! 내가 술버릇 하나는 깔끔한 거 알잖아!”
“그렇긴 하죠!”
그리 말하는 두 사람은 테이블 위에서 탭댄스를 추고 있었기에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발언이었다.
그리고 파이스를 그런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1차에서 나온 술값 때문에 술이 확 깼기에 상당히 냉정해질 수 있었다.
‘한심한 꼬락서니로군. 하지만 나야 좋지.’
아몬도 주정뱅이와 함께 주거니 받거니 연거푸 술을 퍼마시다 보니 멀쩡했던 아까의 모습이 거짓말이라는 것처럼 어느새 만취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이니, 은근슬쩍 정보를 캐묻기에는 금상첨화군.’
파이스가 그런 그들에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흐흠! 아무튼 두 분,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궁둥이를 흔들던 주정뱅이가 그 말을 받았다.
“제가 더 잘 부탁드려얍죠! 교단에 십수 년을 계셨으면 교사론 저보다도 선배신데!”
주정뱅이의 말에 파이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주정뱅이도 교사였어?’
단순히 아몬과 알고 지내는 술꾼인 줄 알았더니 그도 교사였나 보다.
‘흠…… 그렇군.’
회심의 미소를 지은 파이스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한데, 두 분. 그거 알고 계십니까?”
“부얼라 마셜, 엥? 뭐를요?”
“이거 사실 꽤 중요한 이야긴데…….”
파이스가 분위기를 잡자 두 명의 주정뱅이가 술 취한 사람들 특유의 과장된 표정으로 자리를 잡고 앉고, 파이스가 말을 이었다.
“제가 오스란 왕국 출신인데, 제국에 망명을 왔거든요.”
“우우, 아까 했던 말! 우우!”
아몬의 야유에 파이스가 이를 빠득 악물었지만 억지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망명을 온 이유가, 오스란 왕국이 한바탕 난리가 났기 때문이거든요.”
“우우, 아까 했던 말! 우우!”
“……으드득, 그 난리가 뭐냐면.”
파이스가 목소리를 낮춘 채 말했다.
“첩자 때문입니다, 첩자.”
“첩……!”
“예, 그러니 두 분도 알고 조심하시라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혹시 그에 관해 알고 계시는 게 있으십니까?”
이로써 두 명의 주정뱅이는 ‘나라 간의 탐색전’에 대해 자신이 아는 것을 털어놓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던진 질문이었…….
쾅-!
갑자기 테이블을 두드린 아몬이 외쳤다.
“첩자! 나 누군지 알겠슴다!”
“뭐, 뭐요!?”
“전부터 수상햇써어!”
“예?”
설마 벌써 숨어든 첩자가 있는 것인가? 그런 정보는 없었는데?
갑작스러운 발언에 파이스가 당황한 와중, 아몬이 테이블을 철썩 때리며 외쳤다.
“카이! 그 새끼가 첩자였던 거이야!”
느닷없는 범인 지목! 그러나 만취한 아몬의 이론은 단순하기 짝이 없었다.
첩자가 있다? 첩자는 수상한 놈? 최근 연락도 없고 뭘 했는지도 모를 놈?
그럼 카이잖아?
술 냄새가 풀풀 풍기는 추리에 중년 주정뱅이도 테이블을 펑 내려치며 외쳤다.
“카이 첩자 놈! 나 술 못 먹게 할 때부터 아라봐쓰어!”
“올쏘! 올쏘!”
느닷없는 범인 색출에 파이스는 어리둥절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훗, 내분인가?’
그리 생각하는 와중 중년 주정뱅이가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제국을 위협하는 첩자 놈! 용서할 수 없드아!”
“진짜 므싯따! 썬배 진짜 상남자다!”
“내가 놈을 태워 죽이마앗! 이 마리온 럼덤이 말이야앗!”
그 말이 들려온 순간.
“……에?”
파이스가 눈을 깜빡거렸다.
‘마리온 럼덤?’
대전쟁의 전쟁영웅.
여러 국가의 첩자들이 필히 알아 둬야 할 경계인물 중 하나인, 제국의 적들을 불태워 죽인 배틀메이지.
“홍염의 마귀……?”
파이스가 무심코 그 이름을 중얼거린 순간.
“자네, 방금 뭐라고 했나?”
중년 주정뱅이, 마리온은 어느새 파이스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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