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83)
아카데미가 망했다 83화
아몬의 사퇴 선언!
거기에는 나름 그럴싸한 이유가 있었다.
‘아미 성격에 던전으로 실습을 간다는 걸 알면 사달이 난다. 이 던전을 탈탈 털어먹어 부와 명예를 움켜쥐겠다고 난리를 피우겠지. 게다가 난이도가 높은 던전으로 가겠다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떼를 쓸 게 분명해.’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아몬 본인이 학생이었다면 그랬을 테니까!
‘그래, 괜히 귀찮은 일에 휘말릴 필요는 없어. 안정, 평안! 부와 명예 다음으로 좋아하는 단어지.’
애초에 비전투 과목의 교사들은 실제 던전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고, 아몬이 역사학 교사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의욕 있는 카이나 진짜 전투 관련 과목 교사인 슬로스와 마리온에게 떠넘긴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었다.
“아몬 선생님, 정말로 인솔 교사로 안 가시려고요?”
“그렇습니다, 학교장님.”
“으응…….”
이럴 줄은 몰랐다는 듯 귀를 갸웃거리던 아나르엘이 말했다.
“던전 안에서 발견한 전리품은 교사와 학생이 나눠 갖는 건 알고 계시죠?”
“몰랐습니다, 학교장님. 저도 인솔 교사로 가겠습니다.”
번개와도 같은 인정과 태세 전환!
슬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럴 줄 알았지.”
“어휴…… 아몬 자네, 신념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긴 한 건가?”
마리온의 타박에 아몬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람이 자기 잘못을 인정할 줄 알아야죠.”
그 말에 카이가 탄성을 내질렀다.
“역시 아몬 선배님! 자신의 모자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시다니!”
진심 어린 감탄이었지만, 카이에 대한 내적 친밀감이 바닥을 찍은 아몬은 그것을 달리 받아들였다.
‘이 새끼, 지금 비꼬는 건가?’
그러나 안정, 평안을 스스로의 지침으로 삼는 아몬이었기에 이런 걸로 카이를 타박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한동안 카이랑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뿐!
아무튼 손사래를 쳐 교사들의 술렁거림을 진정시킨 아나르엘이 말했다.
“그럼 아몬 선생님이 아미 학생과 라스티아넬 학생을 맡으시면 되겠네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고난과 역경을 상상한 아몬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그러나 생각에 잠겨 있는 그의 얼굴은 차차 밝아지고 있었다.
‘그래, 던전의 전리품. 아미 몫은 내 꺼다. 내가 그 녀석 입학비로 쓴 돈이 얼마인데. 그리고 라스티아넬은 자기 동굴에 귀하디귀한 보물들을 잔뜩 쌓아 놨을 테니 자질구레한 전리품 따위에는 아무 관심 없을 테니까…….’
결국 아미와 라스티아넬의 고혈은 자신의 몫이 될 터!
아몬이 방긋 웃었다.
‘아미랑 라스티아넬이라면 하루에 던전 대여섯 개는 돌 수 있겠지!’
싱글벙글 웃던 아몬이 문득 아나르엘을 바라봤다.
“잠깐만요, 근데 학교장님.”
“네?”
“그러고 보니, 요즘 제대로 된 던전이랄 게 있긴 합니까?”
우려대로 제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이용해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위험지역 및 던전을 몽땅 소탕한 지 오래였다.
지난번 은장검 용병단이 킹 와이번의 토벌 의뢰를 받았던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었던 일이다.
‘설마 마법사 길드 자체 던전 같은 곳에 가려는 건 아니겠지?’
마법사 길드에는 초보 모험가들을 위해 마법사들이 자체 제작한 가짜 던전이 존재한다.
이곳 아무르에도 그런 던전이 몇 개 있었고, 용병들이 신입을 테스트하거나 육성할 때 애용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문제가 그곳은 돈이 안 된다는 거지. 마법사들이 환영 마법으로 만들어 내는 가짜 몬스터들이 있는 곳이니까.’
하지만 ‘어른 아몬’이 고개를 숙이고 ‘교육자 아몬’이 고개를 들었다.
‘……뭐, 그래. 학생들의 교육 차원에서 가는 던전 실습이잖아? 괜히 위험한 던전 같은 곳을 답파하느니 그런 곳에서 실습하는 게 옳은 일이지.’
모르긴 몰라도, 아나르엘이 전리품 운운하며 자신의 의욕을 끌어 올렸던 것은 자신을 인솔 교사로 나서게 하려는 의도였으리라.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 빡통 엘프도 가끔 똑똑한 것 같긴 하단 말이지.’
아몬이 쓰게 웃는 와중, 아나르엘이 귀를 파닥거리며 ‘우후후’하고 웃었다.
“걱정 마세요, 아몬 선생님.”
“좋은 생각이 있으신 모양이군요.”
“네, 맞아요! 바로…….”
“마법사 길드 던전이죠?”
다 알면서도 괜히 던진 질문에 아나르엘이 손가락과 귀를 흔들며 말했다.
“아뇨! 최상급의 고난이도 던전이에요!”
“……뭐라고요?”
아나르엘이 책상 위에 펼쳐 둔 서류를 팡팡 두드리며 말했다.
“최근 벨스라임 황무지 사업 실패 건으로 제국의 전력이 비게 됐잖아요!”
“잠깐, 설마.”
“그 때문에 생긴 공백 지역에 수많은 던전이 발생했어요! 그 때문에 각 길드에 수많은 의뢰가 절찬 폭주 중! 우리 아카데미도 몇 개나 따낼 수 있었죠!”
“…….”
홀린 듯 걸음을 옮긴 아몬이 책상 위에 있는 서류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보그 산맥 오거 군집] [난이도 상]아몬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조르가 영지 뒷산 언데드 마굴] [난이도 최상]아몬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바바란 마을을 덮친 리치의 군세] [난이도 불명]눈을 질끈 감은 아몬이 조용히 말했다.
“……선배님들.”
뒤에서 서류를 훔쳐보던 슬로스와 마리온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흠…… 그래, 아몬. 이만 나가 보지.”
슬로스와 마리온이 카이를 데리고 학교장실을 나서고, 갑자기 교사들이 나가자 아나르엘이 어딜 가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와중.
꽉 쥔 주먹을 높게 들어 올린 아몬이 아나르엘의 정수리를 후려치며 외쳤다.
“우리 학생 싹 다 죽이려는 겁니까!”
“아아악!”
* * *
“훌쩍…….”
뭘 잘했다고 훌쩍거리는 아나르엘을 흘겨보던 아몬이 나머지 서류들을 팔락팔락 넘기며 한숨을 쉬었다.
“학교장님, 진짜 제정신이십니까? 어떻게 가지고 온 임무가 죄다 이딴 거밖에 없습니까? 숙련된 용병단도 해치우려면 날 밤 까야 될 게 대부분이네.”
그나마 가장 쉬운 임무에 속하는 ‘오거 군집 토벌’도 심상치 않았다.
애초에 오거는 군집 생활을 하지 않는, 산의 한 마리 호랑이 같은 존재!
그런 오거가 군집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은 놈들이 ‘아, 우리 이렇게 살다가 한 방에 훅 가겠구나.’ 싶어 우글우글 뭉쳐 있다는 뜻이다.
즉 오거를 한 끼 간식으로 해치울 위험한 존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뜻.
‘그러니 차라리 난이도 최상인 언데드 마굴이 해결하기 쉬울걸.’
언데드 자체는 상대하기 어렵지 않다.
예전에 늙고 병들고 길 잃은 네크로맨서 하나가 드레이크 영지로 잘못 들어왔다가 영지민들에게 얻어맞고 인근 도시의 기사단에 인계당한 적도 있었다.
‘최상급 언데드인 데스나이트 같은 게 있으면 힘들겠지만, 스켈레톤이나 듀라한 정도라면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으니까. 물론 우리 영지민들이니 가능한 거지만 말이야.’
즉 소드 마스터인 레이몬드 정도면 몰라도, 클로에나 보리스를 언데드 마굴에다 집어넣기에는 한없이 걱정스럽다는 뜻이었다.
‘녀석들이 겪을 마굴은 우리 아카데미 정도면 족해. 아무튼 리치? 이건 엘더 드레이크도 한 수 접어 줘야 할 전설 속 괴물 같은 거잖아. 미쳤군, 미쳤어.’
보아하니 길드에서도 떠맡긴 했지만 해결할 방법이 없는, 골치 아픈 안건들을 아나르엘이 희희낙락하며 가져온 모양.
해결도 못할 의뢰를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아나르엘의 뒷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길드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훌쩍. 그치만…….”
“뭐요, 뭐. 뭐가 그치만이야.”
쭈뼛거리던 아나르엘이 귀를 배배 꼬며 말했다.
“우리 아카데미 교사진 실력은 대단하잖아요. 이 의뢰들, 해결만 하면 아카데미 사정도 엄청 나아질 텐데…….”
“…….”
“이걸 실적으로 보고하기만 하면, 신입생과 신규 교사들이 아카데미 앞에 구름처럼 몰려올 거라고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마리온은 전쟁영웅, 슬로스는 피드 가문의 소드 마스터, 카이는 검술과 마법 둘 다 섭렵한 실력자!
경비부장(부하 없음) 겸 정문 문지기는 그 유명한 그랜드소드 마스터!
학교장인 아나르엘도 마법 실력이 상당하고, 브레슬은 그믐밤인지 구운밤인지 뭔지 하는 흑마법의 달인!
‘나도 힘쓰는 건 자신 있고 말이지.’
그녀 말대로 이런 인재들이 나서면 몬스터들은 금세 생을 포기하고 목을 치라며 길게 목을 쭉 빼줄 것이다.
그렇기에 아나르엘의 의견에 공감하는 한편, 교무부장으로 내정됐던 인재로서 학교장에게 제대로 된 충언을 올려야 만했다.
“학교장님.”
“……훌쩍! 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이번에 할 것은 실습입니다. 학생의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뜻이죠. 그런데 위험한 일을 사서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이 아닙니다. 아카데미를 부흥시키려는 학교장님의 마음은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죠.”
서류를 내려놓은 아몬이 말했다.
“학생들을 위험에 빠트리면서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아몬 선생님.”
학생을 위하는 교육자로서의 올바른 마음가짐에 아나르엘의 귀가 파르르 떨렸다.
“그렇군요. 제가 눈이 멀었었나 봐요.”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휴, 죄송해요. 그럼 학생들의 실습은 마법사 길드의 환영 던전으로 가야겠네요. 이 의뢰들은 전부 없었던 이야기로…….”
주섬주섬 서류를 정리하는 아나르엘의 손목을 아몬이 탁 붙잡았다.
“하지만.”
“……네?”
아몬이 눈을 감은 채 굳건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했듯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죠. 그 말은 결국 위험하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나서도 된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아, 아몬 선생님. 설마!”
푸근하게 웃은 아몬이 자신을 가리켰다.
“제 동생 아미, 그리고 드래곤인 라스티아넬. 그리고 인솔 교사로 아몬!”
“아, 아아아……!”
“그 셋이라면 오거? 언데드? 리치? 뭐가 무섭겠습니까!”
“아아아! 아몬 선생님!”
“학교장님은 구름처럼 몰려올 신입생과 신입 교사를 맞을 준비만 하시면 됩니다!”
아나르엘이 감격으로 눈물을 글썽거리고, 아몬은 눈앞에 펼쳐질 부귀영화에 전율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됐다. 완벽하다.’
이 정도 수준의 던전이라면 아미가 ‘뭐야? 이게 던전? 시시해. 더 위험한 곳으로 가자!’며 데굴데굴 구르며 떼쓰는 꼴을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게다가 금 먹는 드래곤이 내게 끼친 손해를 메울 수도 있다!’
또한 오거 군집 토벌, 언데드 마굴 정리, 리치 토벌이라는 위업을 이룩한 아카데미의 명성 또한 드높아질 것이다!
그 결과로 위대한 아카데미에 혈족을 입학시킨 카셀라그에게 생색도 낼 수 있을 것이고, 여동생의 졸업장 역시 찬란하게 빛날 것이며, 영광스러운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교무부장, 아몬 드레이크’ 역시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터!
그야말로 모든 아쉬운 부분을 긁어 줄 수 있는 완벽한 삼박자였다.
‘게다가 잘하면 황제도 우리 가문을 달리 봐 줄지도 모르지.’
너무나도 완벽한 계획에 흐뭇하게 웃은 아몬이 말했다.
“자, 그럼 학교장님. 출발할 준비를 하러 가겠습니다.”
“네? 오늘 당장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의욕이 있을 때 나서야 하는 법이죠. 게다가 하루라도 빨리 아모니스 아카데미가 부흥하는 모습을 보고 싶군요.”
“아아! 아몬 선생님!”
또 주접을 떨기 시작하는 아나르엘을 두고 아몬이 학교장실을 나섰다.
카셀라그에게 받은 아다만티움 검을 챙기러 간 것이다.
* * *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듯 급하게 아카데미에서 출발한 아몬 일행!
아몬, 아미, 라스티아넬.
이 셋이라면 작은 도시 하나를 파멸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든든하기 그지없는 전력에 아나르엘은 곧 승전보가 들려오리란 생각에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후후, 아몬 선생님이 얼른 교원 자격증을 따셨으면 좋겠네. 역시 교무부장을 맡길 분은 그분밖에 없으시다니까.’
그리 생각하며 웃고 있던 그녀가 화들짝 놀랐다.
책상에 올려 둔 통신 마법용 수정구가 번쩍 빛난 것이다.
“토, 통신 받았습니다. 누구십니까?”
-아! 학교장님, 모험가 길드의 길드장입니다.
“아아, 네! 의뢰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일행이 막 출발했어요!”
-그, 그런……!
“응? 무,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길드장이 황급히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설명을 듣는 아나르엘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가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