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93)
아카데미가 망했다 93화
피오라의 얼굴에는 절망이 떠올라 있었다.
‘러, 럼덤 자작까지 나를 망나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니…….’
어제 자신을 대할 때는 신입 교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마리온이 피오라에게 건넨 말은 ‘견학은 잘 하고 있나?’와 ‘앞으로 열심히 하게!’뿐이었다.
신입 앞이라고 술을 조금 자제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게겔겔겔! 자, 자. 이리로 와서 앉게!”
“에, 예? 네?”
“갈! 얼른 앉지 못할까!”
술에 떡이 돼서 앉을 것을 강요하는 마리온!
피오라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또한 검술 수업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는 마법 수업도 편치 않을 거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말았다.
“이야, 펜도리안 가문 출신이었다지? 반갑네! 가주께선 잘 지내시고?”
“자, 잘 지내시죠.”
피오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 설마 아버지와 아는 사이신가?’
“끌끌끌, 대전쟁 시절 멀리서나마 몇 번 뵌 적이 있다네!”
‘응? 아닌가 본데? 갑자기 나한테 엄청 친한 척하길래 아버지와 친분이라도 있나 싶었는데……?’
그럼 왜 갑자기 친한 척하는 거지?
혹시라도 자신에게 잘 보여서 출세라도 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리 생각하는 와중이었다.
“자, 그럼 자네도 시원하게 한잔 쭉 들이켜게나!”
갑자기 들이민 술잔에 피오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네? 수, 술이요?”
“그래! 좋은 술이니 자네 입에도 맞을 게야!”
“술을 갑자기 왜…….”
피오라는 명문가의 여식답게 품행 방정하게 살아왔다.
술이라곤 예전에 가문의 연회 때 아버지께서 한잔 주신 걸 입에 댄 게 전부였다.
그렇기에 피오라는 어색하게 웃으며 잔을 밀었다.
“죄송하지만 술은 잘 못해서요.”
그 말에 마리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술을 못 마신다고? 망나니가?”
“에?”
마리온은 무슨 천지가 뒤집혀지는 광경을 목도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술을 안 마시는 망나니?
망나니짓을 하지 않는 주정뱅이는 있을지언정, 주정뱅이가 아닌 망나니가 세상에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그것은 마리온의 편견일 뿐이었지만, 그 중대한 지적에 피오라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마, 맞아! 내가 본 책에서도 망나니들은 하나같이 주정뱅이였어!’
그녀가 익힌 망나니상은 오롯이 책에서 비롯된 것!
그렇기에 홀린 것처럼 술잔으로 손을 뻗던 피오라가 멈칫했다.
‘아니, 잠깐. 이걸 왜 마셔야 해?’
그저 망나니 흉내일 뿐, 그녀는 진짜 망나니가 아니다.
더군다나 다른 교사들에게 밉보이면 밉보일수록 이 지옥과 다름없는 아카데미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다.
‘그, 그럼 밉보이려면 술을 안 마셔야 하는 거 아닌가?’
피오라가 정중하게 웃으며 술잔을 재차 밀었다.
“죄송합니다. 술을 못 마셔요.”
“술을 못 마신다고? 허어,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마리온이 놀랐다는 듯 입맛을 쩍쩍 다시자 피오라의 눈이 반짝거렸다.
‘역시 실망하는…….’
“겔겔겔! 술 안 마시는 망나니라, 참 귀하군!”
‘에?’
“그래, 그래. 진부하기 그지없는 캐릭터상을 타파할 때도 됐지. 이거 참 반가운 얼굴이 들어왔구먼! 암, 그렇고말고!”
오히려 기뻐하는 게 아닌가!
그 사실에 피오라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이, 이 미친 주정뱅이가…….’
피오라가 다급히 술잔을 뺏어 들었다.
술 안 마시는 망나니에 대한 마리온의 환상을 깰 생각이었다.
꿀꺽-!
싸구려 술의 독한 맛!
‘뭐, 뭐가 이렇게 독해?’
그녀의 아버지가 준 술은 순한 와인 정도였지만, 마리온이 마시는 술은 거의 주정을 희석시킨 독주 중의 독주!
때문에 목이 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피오라는 억지로 웃었다.
“키야아아! 맛 좋다!”
어때? 환상이 막 깨지지?
피오라가 기대하며 마리온을 바라봤지만, 그는 물개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었다.
“캬! 그럼 그렇지! 이게 망나니지!”
“딸꾹?”
“시원시원하게도 마시는구먼! 자, 자. 술은 많으니 쭉쭉 마시게! 쭉쭉!”
“웁…….”
가짜 망나니가 울상을 지었다.
‘저,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대체?’
무슨 속셈이라도 있는 건가 싶은 마음에 피오라가 마리온을 노려봤다.
하지만 속셈? 그런 건 없다!
‘허허허! 좋은 술친구가 새로 들어왔군.’
‘설마 우리 가문에 원한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아몬도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주정뱅이라곤 할 수 없지. 하지만 망나니와 주정뱅이는 떼 놓으려야 떼 놓을 수 없는 관계지! 앞으로 같이 마시자고!’
마리온이 낄낄 웃으며 술을 따라줬다.
“자, 자! 마시고 죽자! 죽고 마시자!”
“딸꾹…….”
“일과 끝나고 밖에 나가서 제대로 한잔하세나!”
피오라는 고작 한 잔 마시고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한편, 지나가는 길에 혹시나 싶어 강의실 안을 들여다본 아몬은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저저저, 저거 얼굴 시뻘건 것 좀 보게. 저렇게 술이나 퍼마시는 걸 보니 역시 개망나니가 따로 없군.’
오해는 깊어지고 있었다.
* * *
자신의 수업에 들어가기 직전, 카이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피오라 펜도리안. 그녀가 망나니라고? 그럴 리가 없는데.’
아까 아몬이 찾아와 말했었다.
‘카이, 네 후배로 들어온 걔 진짜 미친 거 아니냐?’
‘예? 선배님, 갑자기 그게 무슨……?’
‘허, 참, 내. 어이가 없어서. 마리온 선배 수업 시간에 같이 술 먹고, 역사학 수업까지 술에 취해선 들어왔더라!’
‘저, 정말입니까?’
‘그래! 내가 어제 말했지? 천하에 둘도 없을 망나니라고!’
하지만 카이는 그녀와 면식이 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펜도리안 가문과 황실 간에 왕래가 많으니 몇 번이나 만난 적 있기에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안다.
물론 본인이 황태자라는 것은 비밀이기에 대충 돌려서 부정했다.
‘그, 그럴 리가 없는데요. 펜도리안 가문 사람이 어찌…….’
‘세상에! 벌써 후배라고 감싸고도는군!’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선배님.’
이 시점에서 카이를 향한 내적 친밀감은 또다시 반 토막 나고 말았다!
아무튼, 카이가 머리를 북북 긁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한번 잘 지켜봐야겠네.”
잠시 후, 수업 시간에 피오라가 견학을 위해 찾아왔다.
‘흑…… 머리 아파.’
술이 덜 깬 피오라는 오만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때문에 울렁거리는 배를 움켜쥔 그녀가 낑낑거리는 와중,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집요한 시선을 깨달았다.
그 시선의 주인은 카이었다.
‘왜 저렇게 빤히 쳐다보는 거지?’
피오라 역시 마찬가지로 황태자를 몇 번 만나 봤다.
하지만 현재의 카이는 스스로에게 변화 마법을 걸고 있는 상태!
때문에 피오라는 그가 황태자 카이야스라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어제는 그냥 힐끔힐끔 바라보더니, 오늘은 아예 대놓고 바라보네?’
그에 대한 불만도 있었고.
‘아, 토할 것 같아.’
숙취도 남아 있는 상황이고.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분노로, 피오라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게다가 속이 불편한 나머지 삐딱하게 선 채 벽에 기대 서 있었다.
그런 피오라를 빤히 바라보던 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아몬 선배 말이 정말이었어.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망나니로군.’
‘아아, 토할 것 같아…….’
‘가문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뭐, 솔직히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는 아니니 굳이 물어볼 필요 없겠지. 황태자라는 걸 밝힐 수도 없는 상황이고.’
머리를 긁적거린 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아몬 선배님이 그리 말씀하신 이유가 있겠지.’
아몬을 존경하는 카이는 피오라를 망나니라 확신했다.
* * *
“흐흑…… 이렇게는 못 살아.”
결국 피오라는 큰 결심을 했다.
‘그냥 모든 걸 속 시원하게 밝히자.’
자신이 망나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힐 작정이었다.
‘게다가 이런 곳에서 계속 일할 순 없어. 계약 위반으로 위약금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얼마든지 낼 수 있어.’
물론 당장 가지고 있는 돈은 없으니 가문에 따로 연락을 하면 된다.
‘아버지도, 할머니도 이해하시겠지. 사정을 밝히면…….’
잠깐만. 자신이 처한 사정?
그걸 고스란히 밝히면 엄청 혼날 것 같았다.
‘피오라야! 내가 너를 잘못 가르쳤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망나니 행세를 해? 그렇게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싶었던 것이냐!’
‘아이고! 아이고! 우리 손녀가 미쳤구나!’
아버지와 할머니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그, 그냥 대충 순화해서 말씀드리자. 교사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다고.’
결국 마음을 굳힌 피오라는 한달음에 학교장실로 달려갔다.
“오, 오셨어요?”
“학교장님.”
“네, 네?”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망나니의 모습에 아나르엘은 침을 꼴깍 삼키며 상체를 한껏 젖혔다.
심리적 거리만큼 물리적 거리도 벌린 것이다.
“무, 무슨 일이세요?”
“사실 고백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고백이라면…….”
아나르엘이 귀를 흠칫 떨었다.
“아, 안 돼요. 저는 마음속에 정해 둔 사람이…….”
“네? 무슨 말이세요?”
“네? 아.”
피오라의 벙찐 반응에 아나르엘이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최근 재미를 붙인 책상 위의 로맨스 소설을 슬며시 옆으로 밀었다.
“흠흠, 농담이에요.”
“…….”
“아무튼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요?”
결국 피오라는 아나르엘에게 모든 것을 밝혔다.
나는 망나니가 아니다! 취직하라고 가문에서 보내긴 했지만, 딱히 취직할 생각이 없었기에 채용 거절을 노리고 망나니 흉내를 낸 것뿐이다!
상상도 못한 정체에 아나르엘은 귀를 펄쩍 뛰고 말았다.
“그, 그 말이 사실인가요?”
“네. 그래요.”
“정말 다행이네요!”
“에?”
“그렇다면 더더욱 저희 아카데미에 모시고 싶어요!”
벌떡 일어난 아나르엘이 공손히 배꼽인사를 했다.
“부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피오라 펜도리아 님.”
“자, 잠깐! 잠깐만요.”
“네?”
헛기침을 한 피오라가 본론을 꺼냈다.
“말씀드렸듯, 저는 사정이 있어 면접만 보러 온 것뿐입니다. 그러니 교사 계약을 파기하려 합니다.”
“그, 그런…….”
아나르엘의 긴 귀가 땅에 닿을 것처럼 축 늘어졌다.
“하, 하지만 펜도리안 님, 다시 한번 생각을…….”
“제 생각은 변하지 않습니다.”
디아나를 상대로도 보였던 단호함!
우물쭈물 입술을 달싹이던 아나르엘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맞아! 계약 위반! 계약 위반이에요. 그러니 위약금을…….”
“낼게요.”
“아흐흐흑…….”
아나르엘이 눈물을 흘리며 손을 뻗었다.
“흐흑, 알겠어요. 위약금은…….”
위약금 액수를 들은 피오라가 생긋 웃었다.
‘뭐, 얼마 안 되네.’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피오라가 말했다.
“잠시 통신용 수정을 써도 될까요?”
“네…….”
피오라는 가문에 연락을 넣었다. 그리고 곧장 아버지가 받았다.
“아, 아버지!?”
-음? 피오라냐? 무슨 일이더냐.
“어, 어쩐 일로 아버지께서 통신 연락을 받으세요?”
-허허허, 최근에 제국이 이리저리 시끄럽지 않으냐. 그래서 어지간한 연락은 내가 직접 받고 있단다. 한시가 급한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 그렇군요.”
-한데 일은 잘 하고 있느냐? 아모니스 아카데미에 취직했다더니.
피오라가 울상을 지었다.
“대, 대충요.”
-허허허, 그러냐? 열심히 하거라. 아모니스 아카데미는 명문 아카데미. 그곳에서 교육자로서 경험을 쌓아 두면 훗날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단다.
“……아, 아버님.”
-그래. 듣고 있으니 말하거라.
숨을 크게 몰아쉰 피오라가 입을 열었다.
“저, 그만두려고요.”
-……뭐?
“이, 일이 힘들어서요.”
-취직한 지 고작 이틀 만에?
“……죄송해요.”
긴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잠시 후, 펜도리안 공작이 애써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다. 그렇게 알고 있으마.
“죄, 죄송해요. 그래서 계약 해지 위약금을 좀 보내 주셨으면…….”
-뭐? 이미 계약을 했어?
“네…….”
다시 한번 긴 정적이 찾아왔다.
그 정적 동안 피오라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고, 한참 후 펜도리안 공작이 입을 열었다.
-……옆에 혹시 누구 있느냐? 아카데미 관계자라던가.
“하, 학교장님께서 계세요.”
-아나르엘 학교장님,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아나르엘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바짝 세웠다.
펜도리안 공작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니!
“네, 네! 안녕합니다! 공작 전하!”
-이렇게 경우 없이 대화를 나누게 되어 송구합니다. 하여간 제 딸아이에 관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네? 무슨…….”
펜도리안 공작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송구스럽게도, 제가 딸아이를 잘못 가르친 모양입니다. 귀족에게 있어 약속과 계약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 한 마디의 말, 한 음절의 글자가 제 명예를 좌지우지할지도 모르는 게 귀족. 그렇기에 제가 그 사실을 단단히 가르쳤다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아닌 모양입니다.
“네……?”
-부족한 딸아이입니다만, 부디 아모니스 아카데미에서 지와 덕을 갖출 수 있도록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그럼 일이 바빠 이만 줄이겠습니다.
“아, 네! 넵!”
연락이 끊기고, 아나르엘이 피오라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은 새카맣게 물들어 있었다.
“어, 피, 피오라님?”
“…….”
“공작 전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피오라는 옆으로 스르르 쓰러졌다.
정신적 충격으로 혼절한 것이다.
* * *
피오라의 기절로 인해 교사진 모두가 모였다.
대명문 귀족, 펜도리안 공작가의 영애께서 기절하셨는데 귀족 된 자로서 자리를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아나르엘의 채근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나르엘은 모인 교사들(브레슬은 밥 먹으러 간다면서 오지 않았다!)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해서, 피오라 님은 망나니가 아니었답니다!”
마리온이 실망했다.
“쩝, 좋은 술친구가 생긴 줄 알았는데.”
슬로스는 별 반응이 없었다.
“뭐, 아무렴 어때요.”
펜도리안 가문 사람과 인맥을 쌓을 기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그녀가 망나니이건 말건 알 바가 아니었다.
그리고 카이는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이었다.
“하긴, 펜도리안 가문 사람이 그럴 리가 없긴 하죠.”
카이의 나는 진작 알고 있었다, 그런 겸허한 반응에 아몬이 투덜거렸다.
“자식이 자기 후배라고 또 감싸네.”
“그, 그런 게 아니라, 선배님.”
“됐어.”
한숨을 푹 내뱉은 아몬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뭐, 정확히 무슨 상황인진 모르겠지만 망나니가 아니라니 다행이네.’
그리 생각하니 바닥을 찍고 있던 피오라의 호감도가 조금은 올라갔다.
게다가 피오라가 망나니가 아니라는 사실은 고무적이었다.
‘교사 다섯. 이제 준비는 완벽해.’
아카데미의 부흥을 위한 첫 단추를 꿸 수 있으리라.
그리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아아악! 당신 때문에!”
“헉!?”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난 피오라의 모습에 모두가 흠칫했다.
그리고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눈을 깜빡거리던 피오라가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둘러봤다.
“여, 여긴 아모니스 아카데미?”
“네! 아모니스 아카데미예요!”
“꾸, 꿈이 아니었어……?”
홀린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의 시선이 아몬의 얼굴에서 멈췄다.
‘아몬 드레이크?’
아몬. 아몬? 아몬!
디아나 할머니가 예뻐하시는 아몬!
저놈과 친해져 보라고 할머니가 자신을 이곳으로 보냈으니, 결국 그는 이 모든 일의 원인이자 원흉!
벼락처럼 몸을 날린 피오라가 아몬을 걷어찼다.
“당신 때문에에에!”
“크아아아악!”
걷어차여 붕 날아간 아몬이 땅을 구르고, 그런 아몬의 위에 올라탄 피오라가 그의 멱살을 쥔 채 붕붕 흔들기 시작했다.
“당신 때문에! 너 때문에! 이 나쁜 자식 때문에에에!”
“켁! 케켁, 켁! 가, 갑자기 왜……!”
속절없이 흔들리던 아몬이 깨달음을 얻은 얼굴로 고함을 꽥 질렀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 망나니 맞구만!”
“닥쳐어어어!”
“학교자아앙! 망나니 흉내가 아니라 개망나니 맞잖아요!”
아나르엘은 어느새 구석으로 들어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히, 히익! 역시 망나니 맞잖아…….”
마리온은 기뻐하고 있었다.
“내 술친구가 다시 돌아왔구만!”
슬로스는 여전히 별 관심이 없었다.
“뭐, 아무렴 어때.”
카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펜도리안 가문이 많이 힘든가…….’
그 시각, 브레슬은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냠냠! 필라프 맛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