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03
103
오늘 무슨 날인지 알지?
오늘, 12월 12일은 아위의 데뷔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대뜸 동생들의 방에 들어온 삼인방이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네 명의 멤버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얘들아 오늘 무슨 날인지 알지?”
“에이 설마, 다 알겠지.”
“모르면 둘기 새끼로 간주한다.”
이안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김주영과 조태웅이 항의하듯 소리를 쳤다.
“아 당연히 알지.”
“우릴 뭐로 보고!”
박서담이 벌떡 일어났다.
“팬들 서폿 광고 보러 가요!”
팬들은 데뷔 기념 며칠 전부터 데뷔 2주년 축하 광고와 카페 등등의 이벤트를 준비했다.
“좋다. 우리 리허설 끝나고 시간 좀 있나?”
“리허설 끝나고 데뷔 2주년 라방 해야 하니까 중간에 시간 남을걸?”
데뷔 기념일이지만, 쌓인 일정은 잠시간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다음 날 있을 수박차트 어워즈의 리허설 때문에 고척돔으로 향한 아위는 잠시간의 대기 끝에 무대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리프트 어떻게 되어 있어요?”
“여기서 이쪽으로 나오면 되겠다.”
무대 연출 담당자와 상의 끝에 리허설을 진행한 아위는 총 세 번을 가볍게 춤을 추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무대 밑으로 내려가려던 이안이 바닥을 발로 찍찍 긁으며 고개를 기우뚱했다.
“무대 좀 미끄러운 것 같지 않아?”
“약간. 아까 넘어질 뻔했어.”
“진짜?”
김주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본방 때는 괜찮겠지?”
“글쎄… 바닥 재질 자체가 미끄러운 재질 같던데….”
“우리 신발에 스프레이 뿌려야겠다.”
무대 바닥을 뜯어고칠 수 없으니 다른 방법이라도 써서 미리 사고를 예방해야 했다.
* * *
압구정, 아위의 소속사 근처에 있던 개인 카페. ‘카페 로즈’.
‘마감까지… 30분!’
카페의 직원은 계속 핸드폰을 껐다 켜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이런 아이돌 이벤트가 들어가는 카페는, 보통 카페 측에서는 평소대로 영업을 하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사람이 미리 와서 사진 액자와 내부를 꾸밀 장식, 주문 제작한 컵 홀더까지 온통 내 가수를 위한 느낌으로 공간을 꾸민다.
‘28분… 빨리 시간 가라….’
카페는 옅은 붉은색 인테리어로 꾸민 요즘 감성의 카페였는데, 여기에 이벤트를 진행한 홈마들이 찍은 아위의 고화질 사진 액자가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카운터에는 나눔용 포토 카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25분, 좋아 필터 닦아야지.’
그리고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는 ‘AWY 데뷔 2주년 축하해!’라고 쓰인 가랜드 장식과 큼지막한 풍선이 붙어 있었다.
“주작이 날아간다….”
카페 직원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설거지를 시작했다. 카페 내부의 음악도 물론, 아위의 곡만 흘러나온다.
오늘은 데뷔 기념일 당일이라 팬들이 많이 몰려왔다. 멀리 지방에서 데뷔 기념 투어를 하러 온 팬들, 해외 팬들까지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이 카페를 방문했다.
‘괜히 아이돌 이벤트 힘들다는 게 아니네.’
설거지를 끝마친 직원이 어깨를 두들겼다. 그 순간, 카페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우르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죄송하지만 마감 시간 전이라 커피는 주문 못 하시는데 괜찮… 헉!”
직원은 자동 반사로 나오던 인사를 끝맺지 못하고 숨을 삼켰다. 모자로 얼굴을 가린 멤버도 있었지만, 하루 종일 컵 홀더에서 봐 오던 바로 그 얼굴들이었다.
“마감 시간이에요? 헐! 우리가 너무 늦게 왔나?!”
“근데 우리 일찍 왔으면 팬분들 몰리잖아. 동수 형이 그래서 마감 전에 가라고 했는데!”
“어떡하죠, 형들? 퇴근 붙잡는 거 민폐인데… 그냥 나갈까요?”
등을 돌리는 아위 멤버들을 보던 직원이 황급히 그들을 붙잡았다.
“아뇨! 괜찮아요! 주문하세요!”
딱히 아이돌 팬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 대세 아이돌을 가까이서 볼 기회였다. 주변에 아위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게다가 다들 훤칠하니 얼굴도 잘생겨서 도저히 붙잡지 않을 수 없었다.
“괜히 저희 때문에 퇴근 못 하시는 거 아니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안이 불쑥 나타나 직원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뇨 저야말로 감사….”
얼굴이 압도적 감사인데요?! 직원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미 샷 필터까지 다 씻은 후였지만, 주문받은 커피 음료까지 기분 좋게 건넨 직원은 핸드폰을 들어 카페를 구경하는 아위를 도촬했다.
“헉… 근데 이거 찍으면 안 되나?”
하도 연예인만 보면 사진부터 찍는 습관이 있었던 직원이 뒤늦게 당황했다.
“맘껏 찍으셔도 돼요!”
카운터 근처에서 그 말을 듣던 김 현이 말하자, 직원은 맘 편히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와 이 사진 봐 쩔어.”
“타이밍 오졌다.”
“우리 이렇게 높이 뛰었나?”
안무 중간에 제자리에서 높이 뛰는 동작이 있었는데, 그 순간을 보기 좋게 포착한 단체 사진이었다. 그 액자 앞에 멈춘 멤버들이 우와 감탄했다.
“옆에도 오지는데?”
“우리 엔딩 칼각이다 칼각.”
“주혁이 형 턱선 봐!”
직원이 뭔가 생각난 듯 그들에게 다가가 대뜸 멤버들에게 매직 펜을 건넸다.
“이거 걸어 준 사람들이 혹시 멤버들 오면 액자에 사인 부탁해도 되냐고 했어서요….”
“아!”
“그리고 저도 사인 좀….”
“당연히 해 드려야죠. 같이 사진, 사진도 찍을까요?”
“네!”
그렇게 카페 직원까지 아위덤으로 만든 멤버들은 각자 손에 음료를 들고 회사로 향했다.
* * *
짧은 이벤트 카페 탐방을 마치고 다음 날, 수박차트 뮤직어워즈가 있는 날이었다.
공연 시작 전에 레드카펫 행사가 있던 터라 숍에 다녀온 아위는 새로 맞춘 슈트를 입고 밴에서 내렸다.
“얘들아!”
“여기! 여기도!”
레드카펫 행사장은 이미 팬들과 기자들로 북적였다. 작년에는 사진만 찍고 들어갔었지만, 오늘은 레드카펫 인터뷰도 있었다.
“우리 아위! 무대 맛집이라고 그렇게 소문이 났잖아요! 무대 스포일러 한번 해 주시죠.”
“에이~ 미리 스포 하면 재미없죠, 비밀입니다.”
“짧게! 한 마디 키워드라도 말씀해 주세요!”
“음… 고대 문명? 이라고 해야 할까요?”
김 현이 박진혁을 툭 쳤다. 레드카펫 진행자가 하하 웃었다. 한겨울 야외 행사라 진행자의 코와 귀가 빨개져 있었다.
“지금 현이 씨가 진혁 씨를 툭 치던데, 진혁 씨가 너무 대형 스포를 해 주신 걸까요?”
“궁금하시다면 무대 꼭 지켜봐 주세요.”
“네! 좋습니다. 아위 무대 꼭 본방사수 해 주시길 바라며!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침, 다른 가수가 레드카펫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저, 추운데 고생 많으십니다.”
이안은 단상에서 내려가기 전에 진행자에게 핫팩을 나눠 주고 후다닥 멤버들의 뒤를 따랐다. 멍하니 손에 든 핫팩을 바라보던 그가 중얼거렸다.
“…인성 좋다더니 진짜였네.”
진행자는 따뜻한 핫팩을 손에 꼭 쥐고 다음 가수를 맞이했다.
아위는 레드카펫을 벗어나 공연장 안에 마련된 가수석으로 향했다. 그들의 얼굴이 보이자, 미리 입장한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누구야? 누구야?”
“애들 왔어요, 언니!”
장민희가 황급히 망원경을 들었다.
“애들 빨간 슈트 미쳤다. 튀는데 잘 어울리네요?”
“파란 계열만 잘 받는 줄 알았는데 저런 색도 나쁘지 않네.”
망원경에 얼굴을 처박고 가수석을 훑은 이다솔이 끙 앓으면서 손목을 돌렸다.
“아 무거워.”
“셀카봉 안 가져왔어?”
“셀카봉이요?”
“그거 무거워서 셀카봉에 끼워서 쓰거든. 공연 내내 들고 있으면 팔 저릴걸?”
“으… 검색 좀 해 보고 올걸.”
나이 차가 무색하게 절친이 된 아위덤 이다솔과 장민희는 2층에 앉았다. 장민희의 인맥으로 얻은 연석 티켓이었다.
“그래도 4층 하느님석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언니 덕분이에요.”
“뭘, 나도 우연히 얻은 건데.”
장민희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녀의 손에는 이다솔이 준비한 간식 봉투가 쥐어져 있었다.
“그나저나, 같이 온다던 친구는 어디 있어?”
“저 앞에요.”
이다솔이 스탠딩 구역을 가리켰다. 김은하는 결국 몇십만 원으로 뛴 암표 가격을 주고 무대 근처 스탠딩 구역 티켓을 구매했다.
“결국 사진 찍겠대요.”
“그거 힘든데….”
예전 덕질할 때가 생각난 장민희가 한숨을 쉬었다. 스탠딩에서 남들에게 치이면서 씨큐, 경비원을 피해 몰래 사진을 찍어야 한다. 가끔 주변 팬들이 사진 찍는 거 알고 몸으로 가려 주기는 하지만….
“그나저나 애들 오늘 무대 뭐 할까요?”
“방금 레카 인터뷰 보니까 고대 문명이라고 하던데?”
“…이집트네.”
“그치?”
이다솔과 장민희가 실없이 웃었다.
“스포 누가 했는지 알겠다. 또진혁이죠?”
“맞아.”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스포요정이라 불리는 박진혁은, 하도 대형 스포를 날려서 멤버들 사이에서는 진혁이 형이 또? 또진혁? 이라고 불렸다. 멤버들이 부르니 자연스레 팬들 사이에서도 그를 또진혁이라 불렀다.
“이집트면 뭐 할까요? 이집트 신화?”
“거기까진 안 갈 거 같은데. 파라오 이런 거 하지 않을까?”
“아니면 둘 다 섞지 않을까요?”
물론 그녀들의 예상이 맞았다.
아위는 가수석에서 다른 가수들의 무대를 지켜봤고, 그들이 무대를 하기 전, 대기실로 들어왔다.
“우리 코디 누나 잠은 잤대요?”
아위는 스타일리스트가 밤새 만든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이집트 의상을 입었다. 흰옷 바탕에 금색 장식, 아이라인도 길게 빼고 눈두덩이도 짙게 칠했다.
“우리 이거랑 마이크랑 헷갈리면 안 되겠다.”
“헐 맞아, 노래해야 하는데 이거 잡고 부르면 개쪽인데?”
핸드 마이크를 들 래퍼 라인과 메인 보컬, 이안이 금색 봉과 마이크를 번갈아 쳐다봤다.
“아 뭔가 불안한데….”
“이안이 저러는 거 보니까 실수각인데?”
“아냐. 두께가 다르잖아? 형들이나 조심해.”
말은 그렇게 해도 이안의 동공이 떨리고 있었다. 고척돔 수용인원 약 2만 명, 선후배 가수들과 마이튜브 생중계에서도 지켜볼 수많은 사람들…. 그 앞에서 흑역사를 제조할 순 없다.
김주영과 조태웅은 봉으로 신나게 칼싸움을 하고 있었다.
“얘들아, 그거 약해. 부러뜨리지 말고 가만히 있어.”
“넵!”
스타일리스트에게 제지당한 두 초딩들이 시무룩하게 봉을 떨궜다.
“안녕하세요!”
미라처럼 분장한 연습생들이 백스테이지로 들어섰다. 연습생들은 기대하는 눈으로 아위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이주혁이 작게 웃었다.
“얘들아 이리와.”
“네!”
연습생들이 아위의 근처로 다가갔다. 워낙 인원이 많다 보니, 손이 모여지지 않았다. 결국 두 줄로 둥글게 서서 손을 모은 그들은 이주혁의 신호만을 기다렸다.
“우리 구호 알지? 셋에 조져.”
박진혁이 연습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뒤이어 이주혁이 신호했다.
“둘, 셋!”
““조져!””
이번엔 손 방향도 전부 일치했다.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박동수는 이미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우리 무대 백업 와 줘서 미리 고마워.”
이안은 임노을의 어깨를 툭 쳤다.
“긴장하지 말고.”
“가… 감사합니다.”
무대에 들어온 불빛이 임노을의 얼굴을 비췄다. 어두워서 몰랐는데, 임노을의 안색이 꽤 좋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