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11
111
응원 없으니까 기분 이상하지 않아요?
BHL엔터는 음원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하나의 꼼수를 썼다.
바로 심의실에 들어가는 음원을 방송사마다 다르게 보내 줬는데, 한 방송국에는 음원 시작 부분에 짤막한 피아노 선율을 추가하고 다른 방송국에는 기타 선율을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는 유출 안 됐죠?”
“네.”
“우리 직원은 아니라는 거네….”
서수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이주혁과 박진혁에게 음원 프로듀싱을 맡긴 뒤로는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소속사 직원도 열 명이 채 안 됐다.
“눈치 까고 이번엔 유출 안 한 거 같아요.”
그리고 방송사마다 다른 선율을 추가하는 방법은, 사실 예전부터 있던 방법이었다. 그래서 유출한 사람도 이번에는 몸을 사리는 느낌이었다.
“쇼케이스는 어떻게 할까요?”
N넷을 통해 진행하는 컴백쇼는 이미 물 건너간 상태라서 아위는 쇼케이스뿐만 아니라 Y앱 생방송을 통해 자체 컴백쇼를 진행하기로 했다.
“팬쇼케는 못해도 기자 쇼케이스는 해야죠…. 소수만 받고 거리 두기 확실히 하고….”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떡밥 가뭄에 시달릴 팬들을 위해서 아위는 수록곡 2개의 뮤직비디오까지 촬영한 상태였다.
“생방 시스템은 어떻게 됐어요?”
“업체 계약했고, 내일부터 개편 예정이에요.”
“좋아요, 슬슬 쇼케 시간이죠? 모니터 하러 가야겠어요.”
이안은 영상통화 팬사인회 말고도 다른 것을 조언했는데, 바로 온라인 콘서트였다. 온라인 콘서트도 당연히 유료로 진행하기 때문에 유료 회원 전용 생방송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일이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된 까닭은 바로 대표의 입김이 있었다.
‘좋네! 진행시켜!’
이안의 의견을 전해 들은 이병헌 대표가 무릎을 탁 치고 한 말이었다.
* * *
NEW 1. AWY – Eternity
“1위다….”
“드디어!”
컴백 당일, 아위는 드디어 음원 차트 1위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도 한 사람의 핸드폰을 부여잡고 다 같이 순위를 확인하던 아위 멤버들이 펄쩍 뛰었다.
“투혁 그들은 신이야.”
“너네가 잘 불러 준 것도 있지.”
“이번에도 차트에 오래 붙어 있으려나?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 연간에도 들고.”
조태웅의 말에 이주혁이 곤란한 듯 웃었다.
“얘들아 너네가 그렇게 띄워 주면 우리가 부담스러워.”
“난 아닌데. 아야!”
이주혁의 박진혁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쑤셨다. 이주혁은 음원 1위가 당연한 일이 되어서 나중에 멤버들이 나태해지거나, 실망하게 될까 봐 걱정됐다.
“초 쳐서 미안한데 우리 곡도 잘 뽑혔지만, 팬들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야. 이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갖는 게 좋을 거 같아. 어때?”
“형은 너무 몸을 사려.”
조태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뚝, 멈췄다.
“근데 맞말이긴 해.”
자정을 하는 건 좋다. 멤버들은 군말 없이 이주혁의 말에 따랐다. 뒤에서 지켜보던 매니저들과 이주혁이 흐뭇하게 웃었다.
“그럼, 안방 팬들을 위해 쇼케 무대도 박살 내러 가 보자. We are who we are?”
“AWY!”
* * *
음악방송이 무관중으로 진행되어도 사전 녹화는 한다. 혹시 모를 돌발 상황 때문이었다.
보통 컴백 첫 주 혹은 둘째 주까지는 사전 녹화를 하고, 그 이후에는 사전 녹화 없이 본 생방송에서 무대를 한다.
“근데 어차피 무관중인데, 사녹 따면 본방은 안 들어가도 되는 거 아냐?”
마지막으로 밴에 탑승한 박진혁이 한 말이었다.
“그러게? 그 시간에 전체 직캠 따지 않을까? 요즘 페이스캠도 딴다던데.”
“그리고 어차피 우리 엔딩 때 뒤에 서 있어야 하잖아.”
“1위 발표 때? 그때 단체로 모여도 되나?”
의문이 들긴 했지만, 어차피 방송국에서 까라면 까야 했다. 컴백 첫 주인 아위는 새벽 녹화를 위해 선잠을 잔 상태에서 방송국으로 출발했다.
“사진 안 찍히니까 솔직히 좀 편하긴 하다.”
밴에서 나와 방송국으로 향하는 와중에 박진혁이 한 말이었다.
신종 코로나 때문에 출근길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덕분에 미리 숍을 들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생겼다.
이제는 익숙하게 단독 대기실로 향한 아위는 아침 전체 리허설을 위해 무대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팬이에요!”
“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아위를 지나치던 신인 그룹이 깍듯하게 인사했다. 이안과 멤버들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신인 그룹이 들뜬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 아위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저분들은 못 본 분들이지?”
“신인인가? 이 시국에도 컴백을 하는구나.”
이안과 김주영의 말을 듣고 있던 김 현이 아! 하고 소리쳤다.
“너네 그거 아냐? 박성훈 데뷔한대.”
“형한테 고구마 오지게 처먹인 바로 걔?”
“어.”
“그렇게 유난을 떨더니 결국 이제 서야 데뷔하는구나.”
김주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누가 들을까 봐 속삭이듯 말했는데, 가까이 있는 멤버들은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단 말이지?”
조태웅은 뭔가 생각났는지 음흉하게 웃고 있었다. 김 현은 그 모습을 보고 그에게서 한 걸음 뒤로 떨어져 걸었다.
“왜 그렇게 이상하게 웃어?”
“그럼 걔도 우리한테, 형한테 선배님이라고 인사하겠네?”
“어? 그러네?”
김 현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생각도 못 했는데?
이 형, 왜 이래? 아마추어도 아니고. 조태웅에 이어서 이안도 이상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 상반기 결산도 하잖아. 커버 무대도 하고, 걔네가 우리 곡 커버도 할 수 있는 거 아냐?”
“와씨, 이게 사이다지.”
“에이 그건 좀….”
이안의 말에 조태웅이 크으으 감탄을 내뱉었다. 김 현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임 대표의 후광을 얻고 으스대던 박성훈이 이미 데뷔한 자신들의 히트곡을 부른다?
“짜릿한데?”
“그렇지?”
“오늘부터 물 떠놓고 빌면 돼?”
“미친!”
셋은 키득키득 웃었다. 그리고 이안은 몰랐지만, 그가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은 나중에 현실이 된다.
“아위, 리허설 갈게요.”
스태프의 말에 아위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인기가 많아져서 그런지 본방 순서도 거의 마지막 순서였다. 아위는 일렬로 서서 단체 구호를 외쳤다.
메인 댄서인 김주영과 김 현은 발목을 돌리며 몸을 풀었고 이안은 익숙한 듯이 목을 풀었다.
“와, 대박.”
“오진다.”
AR이 재생되고 곡의 도입부를 시작한 이안의 목소리에 객석에 앉아 있던 다른 가수들이 오, 감탄사를 내뱉었다.
“무슨 아침인데 무대를 저렇게 해?”
“다른 선배님들한테 들었는데, 저분들 원래 저런대.”
“미쳤다.”
리허설도 본방처럼 하는 아위를 보며 신인 아이돌은 감탄을 내뱉었다.
“우리도 다음엔 저렇게 해 볼까?”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순간이었다.
* * *
“앞머리 만져 봐, 강철 앞머리.”
“쩔어.”
춤추는 도중에 앞머리가 이상하게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스프레이를 뿌린 김주영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렸다. 그의 앞머리가 뭉쳐져서 허공을 묵직하게 날았다.
“아 잠 못 자서 힘들어.”
“좀 앉아 있어.”
사녹에 온 팬들이 없어서 좋은 점은 팬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아위는 무대 위에 대기하는 동안 팬들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됐고, 피곤해서 혼자 앉아 있어도 ‘얘는 팬 서비스 안 하더라’라는 뒷말이 나오지 않아서 꽤 편했다.
“아위, 녹화할게요.”
마이크를 든 스태프가 어수선한 아위 멤버들을 정리했다. AR이 재생되고, 텅텅 빈자리에 스태프 몇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위는 한 번 무대를 하고 모니터를, 그리고 다시 무대 위에서 녹화를 하고 내려왔다.
대기실로 향하던 박서담이 옆에 걸어가던 이안에게 말을 걸었다.
“형, 응원 없으니까 기분 이상하지 않아요?”
“맞아, 뭔가… 힘이 안 나더라.”
“그죠? 앞에 텅 비어 있으니까 허전하기도 하고.”
[왜? 팬 서비스 안 해도 되고 편하지 않아?]신경 쓸 관중 없이 카메라만 보면 편할 것 같은 사녹은 의외로 편하지 않았다. 이안의 뒤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김주영과 박진혁이 말했다.
“너네도 그랬어? 나도 응원법 안 들리니까 재미가 없더라.”
“왜 이렇게 힘들지? 팬들 없어서 이러나?”
진은 이해가 안 가는 듯 셔터를 찰칵거렸지만, 이안과 멤버들은 기운 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월드 투어 때 느낀 것 중 하나는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은 가수에게 큰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콘서트가 아닌, 늘 해 왔던 사녹에서도 이런 허전함을 느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팬들 응원이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됐나 봐.”
이주혁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 * *
-오늘 누구 영통팬싸 있다고 하지 않았냐
└ㅇㅇ아위
└궁금하다 팬싸 하는 애들 후기 쪄주겠지?
└와 영통팬싸 결국 하는구나 돈 벌라고 작정했네ㅋ
기존 팬사인회 정원은 보통 100명이었다. 하지만 영상통화 팬사인회는 통화를 걸고 준비하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 같아서 한 회당 30명에서 50명 정도를 받기로 했다.
-이번 팬싸컷 돌았는데?
컷이 JONNA 미친수준인데? 뭐야 왜이래?
└지방수니들이랑 외퀴들도 응모 가능해서 그런가봐
└해외팬유입 개많아서 더 올랐나봐ㅠㅠ나 떨어짐
물론, 한 회당 소수의 팬들만 받기 때문에 대부분 랜덤이 아닌 줄 세우기였다.
이번 영통 팬싸는 멤버당 1분씩, 단체로 하는 형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 명당 2-3분 할당된 개인 팬사인회도 예정되어 있었다.
“오, 저희 여기서 해요?”
“우리가 전세 냈네.”
소속사 회의실에서 하기에는 분위기가 삭막해 보여서 카페를 대관했다.
“와 우리 팬싸 아이템 봐 봐.”
“할 말 떨어지면 이거 써도 되겠다.”
영통팬싸라는게 팬들도 생소하지만, 가수와 직원들도 생소했다. 소속사에서는 일단 팬들이 가져왔었던 비눗방울과 각종 동물 머리띠, 꽃 등등 다양한 팬사인회 아이템을 준비했다.
“이어폰 귀에다 꼽고 통화하듯이 하면 되는데, 스피커 연결도 되어 있으니까 걱정 말고.”
혹시 모를 이상한 팬들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이안의 옆자리에 앉은 이주혁이 어색하게 웃었다.
“근데 나 친구들이랑도 영통 잘 안 하는데. 잘할 수 있을까?”
“나도, 나는 부모님이랑만 하잖아. 팬을 우리 엄빠 대하듯 할 수도 없고.”
이안도 어색해서 머리를 긁적였다. 사인회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아위의 앞에 설치된 조명에서 불이 들어왔다.
“와 되게 밝아.”
“이게 마이튜브 할 때 쓰는 조명이래.”
팬매니저가 명단을 훑었다. 당첨자는 팬사인회 시간을 사전에 공지 받고, 그 시간에 맞춰 대기를 한다. 그러면 스태프가 팬의 연락처로 영상통화를 거는 것이다.
“시작할게요.”
“넵.”
첫 번째 순서인 김주영이 긴장된 얼굴로 삼각대에 고정된 핸드폰을 바라봤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왁!! 주영아 안녕! 이거 봐!)
“네? 뭘… 으악!”
시작부터 팬이 공포 필터를 장착했다. 안 그래도 공포에 약한 김주영이 비명을 질렀다.
뒤로 넘어갈 뻔한 김주영의 의자 등받이를 이안이 황급히 잡아 고정했다.
“아, 이걸 예상하지 못했네….”
“다음에는 필터 금지해야겠어요.”
지켜보고 있던 박동수가 이마를 짚었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영상통화 팬사인회라 이런 변수를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
“아 누나 그러지 마요!”
그의 반응에 팬이 까르륵 웃었고, 김주영은 울상을 지으며 팬에게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