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27
127
아이돌 게임 올림픽. (3)
다음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출연진들은 다른 경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개막식을 했던 경기장이었는데, 어느새 무대에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번에 할 게임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무대입니다!”
“일명 ‘사회적 거리 두기’ 좌석입니다!”
컴퓨터 책상은 일렬로 주욱 늘어져 있었는데, 옆 사람과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출연진들은 관객석에 앉았다.
“컨트롤도 중요하지만, 토크가 거의 절반 이상인 게임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신청해 주셨는데요!”
“그래서 여러분이 보는 앞에서 참가자를 랜덤으로 뽑을 거에요! 룰렛 돌려 주시죠!”
무대 뒤, LED 화면에서 ‘스페이스 마피아’를 신청했던 출연진들의 이름이 룰렛을 돌리듯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첫 번째는… 플루토의 박휘찬!”
‘전설과 함께’에 같이 나왔었던 그 플루토였다.
“플루토도 나왔었네? 몰랐어.”
“음방에서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우리는 안 뽑히려나? 뽑혔으면 좋겠다.”
이안과 조태웅이 수군거렸다. 플루토는 핑키레이디와의 집단 열애설 이후 활동이 뜸했기 때문이다.
[열애설 뜨고 일본으로 날라서 잠잠해 질 때까지 기다린 거지. 눈에 훤히 보인다.]이어서 샤이걸즈의 문주솔, 마이킷의 박재형, 에오스의 임유이가 뽑혔다.
“다섯 번째, 아위의 박진혁!”
“오, 나다.”
“아, 망했네.”
김 현의 말에 박진혁이 발끈했다.
“왜? 나도 잘할 수 있어!”
“여섯 번째, 같은 팀에서 또 걸렸어요! 아위의 이주혁!”
“주혁이 형이라면 안심이지.”
김 현의 빠른 태세전환에 박진혁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형 못해도 돼. 형은 예능을 하면 되잖아.”
“맞아요. 형은 재밌으니까 괜찮아요.”
“너네들 마음속에 난 이미 게임을 못 하는 이미지구나.”
이안과 김주영이 박진혁을 격려했다.
나머지 인원으로는 미라클의 김승현, 에이원스의 민창조와 연준서, 제스퍼의 민규진이 걸렸다.
“잘하고 와요, 형들.”
“이기고 와!”
참가자들이 하나둘 무대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관객석에 있는 출연진들은 좌석에 마련된 이어폰을 꼈다. 진행자들의 진행을 듣기 위해서였는데, 그들은 따로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자, ‘스페이스 마피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마피아로든 시민으로든 많은 승점을 가진 사람이 최종 우승입니다!”
‘스페이스 마피아’는 우주 마피아 게임으로 10명 중 마피아는 2명이다. 시민들은 마피아에게 다 죽기 전에 미션을 완료해야 하고 죽어서도 영혼 상태로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출연진들은 헤드셋으로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데요! 토론 시간과 죽어서 영혼 상태가 된다면 마이크를 끄셔야 합니다.”
“대신, 영혼 상태이신 분들은 채팅이 가능합니다.”
마피아는 시민을 죽이는 것 외에 미션 수행에 방해될 다른 장치를 가동시킬 수 있다. 전등을 끄거나, 문을 갑자기 닫는 등등 다양한 방해 공작이 가능했다.
시민은 마피아가 죽인 시체를 발견해야 신고를 할 수 있고, 신고를 한 즉시 토론의 장이 열린다. 이때, 마피아를 추론하고 투표를 통해 몰아내야 한다.
“아직 마피아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다들 미션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우주복을 입은 캐릭터들이 분주히 뛰어다녔다.
샤이걸즈의 문주솔이 복도를 지나가는 순간, 제스퍼의 민규진이 그녀의 캐릭터를 찔렀다. 문주솔이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개구멍을 통해 그 장소를 빠져나온 민규진은 킬 쿨타임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마주쳐도 바로 죽이지 못했다.
순간, 플루토의 박휘찬이 문주솔의 시체를 발견하고 신고 버튼을 눌렀다.
“누가 신고하셨죠? 휘찬 님이시죠?”
“네.”
“어디서 발견하셨어요?”
이주혁이 특유의 나긋나긋한 어조로 진행을 맡았다.
-진행 스무스하네
-역시 마피아 처돌이 그룹 리더 답다ㅋㅋㅋㅋ
-목소리 완전 유치원선생재질인데ㅋㅋㅋㅋㅋㅋㅋ
“의무실 가는 복도 아시죠? 오른쪽에 거기서 발견했어요.”
“다들 어디쯤 계셨어요? 일단 저부터 말할게요. 저는 창조 님이랑 유이 님이랑 식당에 같이 있었어요, 그렇죠?”
“네. 저희 셋은 거기서 미션 하고 있었어요.”
다른 참가자들이 자신의 알리바이를 말했다. 살인 현장을 눈앞에서 본 것도, 개구멍을 이용한 것도 보지 못한 상황. 아직은 아무것도 특정된 게 없었다.
“지금 토론 시간 다 끝나 가는데, 일단 투표는 스킵 할까요?”
“그래요.”
“아직 뭐 나온 게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마이크를 끌 때쯤, 박진혁이 돌발적으로 말했다.
“나는 왠지 제스퍼의 규진 님 이실 거 같아요.”
민규진이 소리 없이 입을 벌렸다. 다들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 있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칸막이가 쳐져 있어서 그의 표정을 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관중석에 앉은 다른 가수들이었다.
“오, 진혁이 형. 오늘 웬일로 똥촉이 아니지?”
“오늘 쟤 감 좋은데?”
“근데 무슨 근거로 저분을 의심한 거야?”
“글쎄?”
이안과 김 현도 의외라는 표정으로 경기의 방향을 흥미진진하게 쳐다봤다.
“와, 저분 감 되게 좋다. 어디 계시지?”
미라클의 김승현이 바쁘게 누군가를 찾아다녔다.
“여기 있다.”
김승현이 씨익 웃었다. 그는 회로를 고치는 미션을 하고 있는 박진혁의 캐릭터를 찔렀다. 김승현이 그 장소를 빠르게 벗어났다.
시체가 최대한 늦게 발견되는 것이 마피아에게 유리했다. 하지만 박진혁의 시체는 죽자마자 거의 바로 발견이 되었다.
“여기 연구실 안쪽에 발견했거든요? 근데 도망가는 누굴 본 것 같아요!”
토론이 시작하자마자 에이원스의 연준서가 빠르게 말했다.
“잠시만요 각자 위치 브리핑하기 전에, 아까 진혁이가 규진 님 의심하지 않았어요? 근데 진혁이가 죽었네요?”
“어? 그러게요?”
에오스의 임유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켜보고 있던 아나운서와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 주혁 군 아주 좋아요! 토론부터 휘어잡는 모습! 주혁 군이 또 리더지 않습니까? 여기서 리더십이 발휘되는군요!”
“게다가 처음에 이렇게 신뢰를 주게 되면 나중에 마피아가 되어도 잘 피해 갈 수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토론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이번 턴에서 또 스킵하면 나중에 시민이 불리해지는 상황이 온다. 이주혁이 결단을 내렸다.
“그럼 일단 규진 님 투표할까요?”
“잠시만요! 주혁 님 너무 빨리 결정하시는 거 아니에요? 저 아니에요. 오히려 이렇게 몰아가는 주혁 님이 더 수상하지 않아요?”
“그럼 규진 님 투표하고, 마피아 아니면 긴급 호출 버튼 눌러서 저 투표하세요.”
이주혁의 유치원 선생 화법이 잘 먹혀들어서인지 출연진들은 의심 않고 민규진을 투표했다.
“아! 안 돼!”
민규진의 캐릭터가 우주선 밖으로 방출된다.
“역시 우리 주혁이 형.”
“너무 잘하고?”
박서담과 김주영이 웃었다. 민규진이 그렇게 허무하게 가 버리고, 다시 마피아가 활개 치는 시간이 왔다.
“너무 나섰다. 저는 다른 사람들 피해 다닐게요.”
이주혁이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아, 왜 그랬지? 저 너무 티 나게 죽였죠?”
미라클의 김승현도 조심스레 움직였다. 괜히 찔려서 성급히 박진혁을 없애 버린 탓이었다.
“주혁 님이 제일 위험해요. 먼저 죽여야 하는데… 안 보이죠?”
김승현이 방해 공작을 걸었다. 우주선 내 중력 장치를 꺼 버린 것이다. 캐릭터가 둥둥 떠다니며 움직임 제어가 힘들어졌다.
“여기서… 승현 군, 창조 군을 찌릅니다!”
“찌르고 바로 신고를 했어요!”
“아예 신고를 해서 알리바이를 확보하는 동시에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 같은데요!”
마이크가 켜지자마자 김승현이 위치를 브리핑했다.
“여기, 전기실 앞 복도요.”
“그래요? 다른 분들 동선은 어떻게 돼요? 저는 중력 장치 고치러 의무실 쪽에서 제어실로 가고 있었어요.”
“저도 식당에서 의무실로 가던 중이었어요. 뒤에 누구 따라오시던데?”
“그거 저요.”
지도를 열어 동선을 수집하던 이주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
“창조 님과 가까이 있었던 분은… 승현 님이랑 재형이인데….”
“자기가 죽이고 자기가 신고한 걸 수도 있지 않아요?”
“그럴 수도 있죠? 맞다. 그걸 생각 못 했네요.”
이주혁의 대답에 임유이가 헤헤 웃었다. 김승현이 표정을 굳혔다.
-마피아 졌네
-승현아!! 걍 자수해!!!
김승현이 일단 상황을 지켜봤다. 여기서 괜히 말이 많아지면 의심을 살 것 같았다. 다른 의심 인물로 뽑힌 박재형이 억울한 듯 소리를 높였다.
“형, 여러분 저는 아니에요! 저 투표하면 다들 후회하실걸요!”
“음… 재형이는 아닐 거 같아요.”
“형! 역시 형밖에 없어!”
이주혁의 말에 박재형이 환호성을 질렀다. 플루토의 박휘찬이 물었다.
“왜요?”
“재형이는 마피아 하면 말이 없어져서 티가 나거든요? 시민이면 저렇게 목소리가 커져요.”
“아… 두 분 마피아 많이 하셨죠?”
박휘찬의 말 속에서 많은 게 느껴졌다. 마치, ‘아 너네, 밥 먹고 맨날 마피아만 했지?’ 같은 의미가 담긴 것 같았다.
-갬-성 추리 가나요
-왜? 쟤네가 왜? 둘이 친해?
아니나 다를까 아나운서와 캐스터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에 들어갔다.
“아, 여기서 친분 추리 가는군요! 마이킷과 아위 멤버들이 서로 친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이분들은 아림픽 중간 마피아 게임의 시초라고 할 수 있죠!”
“그렇죠. 무려 마피아 게임으로 친해진 인연! 연예계 소문난 ‘마피아 게임 처돌이들’로 유명한데요!”
이안이 금시초문인 얼굴로 멤버들을 훑어봤다. 다른 멤버들도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우리가 그랬어?”
“그랬나 봐.”
“얼마나 시도 때도 없이 마피아를 했으면….”
김 현이 탄식하는 사이, 카메라가 관중석에 앉은 아위 멤버들을 비췄다. 그들은 멋쩍게 웃었다.
“그럼 승현 님 투표할까요? 승현 님, 반론하실래요?”
“여러분, 저를 투표하시면 후회하게 될 겁니다.”
김승현이 울먹이는 목소리를 연출했다. 하지만 다른 참여자들은 자비가 없었다. 모두 김승현을 찍었기 때문이다.
“네! 이렇게 첫 라운드는 시민의 승리입니다! 시민이었던 분들 일단 1점을 챙겨 가고요!”
“주혁 군의 부드러운 진행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다음 마피아는 조심해야겠습니다!”
이주혁이 카메라를 쳐다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화면 가득 그의 얼굴이 보이자, 아위 멤버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다음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첫 라운드가 끝나자마자 이주혁이 마이크를 켰다.
“야 진혁아, 너 규진 님이 마피아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
“맞아요! 진짜 어떻게 알았어요? 나 진짜 은밀하게 다녔는데!”
민규진도 궁금했는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박진혁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냥 마피아 같아서 마피아 같다고 한 것뿐인데. 그는 웃음 섞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수상했다고 하면 이상해요?”
“네 완전 이상해요.”
“규진 님 무빙이 마피아 무빙 같았어요.”
-어?
-마피아 무빙이 뭐야?
-감 좋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진혁을 제외한 참가자들이 의문스러운 소리를 내는 것을 끝으로 마이크가 꺼졌다. 곧바로 두 번째 라운드가 시작됐다.
각자 미션을 하러 흩어지는 가운데, 네 명은 뭉쳐서 관리실로 들어갔다.
“재형아… 가자.”
이주혁이 박재형 근처를 왔다 갔다 하면서 신호를 보냈다. 박재형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 지금이야.”
박재형이 플루토의 박휘찬을 찌르자마자 이주혁이 에이원스의 민창조를 찔렀다.
이주혁과 박재형은 개구멍을 통해 그 장소를 빠져나갔다.
“더블킬! 더블킬이 나왔습니다!”
“아주 깔끔했어요!”
-?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오오오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