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36
136
Diamond.
아위는 임태우의 뒤에서 방청석을 등지고 섰다. 방청석에서는 거리를 두고 앉은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안이 슬쩍 방청석을 바라보니, 푸른색 점이 몇 개 빛나고 있었다. 아위의 음악 방송에서, 혹은 콘서트에서든 어딘가 마주친 사람들의 표식이었다.
‘우리 팬들도 있구나… 경쟁률이 엄청났다고 들었는데.’
일일 확진자가 서서히 낮아지면서 방송가에서는 점점 관객을 받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거리 두기를 해야 해서 방청석의 숫자가 매우 적었다.
‘세월을 돌리고’는 지나간 세월을 유쾌하게 후회하는 가사가 담긴 곡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경쾌한 비트의 신나는 곡이었다.
“따로 편곡을 하신 거죠?”
“벌써 좋다.”
이주혁이 편곡한 도입부의 애절한 피아노 음색에 패널들이 웅성거렸다.
임태우가 마이크를 들어 첫 소절을 부른다. 뒤에 서 있던 아위 멤버들이 한 명씩 뒤돌아 방청석을 바라본다.
“흘러가는 세월이 아쉬워
돌이킬 수 없지만”
임태우에 이어서 이주혁과 박진혁의 싱잉 랩 그리고 박서담과 조태웅이 서로 등을 맞대고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했다.
이안과 임태우의 듀엣 소절이 지나고, 음악이 점점 고조되더니 뚝 끊긴다. 레이저 조명이 무대를 비추고, 댄스 브레이크 시간이 왔다. 임태우도 아위와 같이 연습한 안무를 선보였다.
“와아!”
“한 그룹 같네!”
임태우는 다이아몬드 시절 배웠던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어색하지만 잘 따라왔다.
패널들이 입을 벌렸다. 댄스 브레이크가 끝날 즈음, 박서담의 할머니를 포함한 어르신 댄서들이 하나둘 무대 위로 올라와 흥겹게 춤을 췄다.
“뭐야? 뭐예요?”
“댄서분들이신가 본데?”
임태우가 패널들을 향해 손짓한다.
“오세요! 같이 춰요!”
“우리도 가자!”
패널들이 냉큼 무대 위로 올라가 신나는 막춤판에 합류했다. 임태우가 구수하게 노래를 부르고, 이안이 애드리브를 넣었다. 이 무대에서 순간 최고 시청률을 돌파했다.
트로트의 남자 임태우, 아위와 함께한 ‘세월을 돌리고’ 무대, 최고 시청률 경신
‘트로트를 당신에게’ 트로트 가수와 아이돌, 그리고 특별한 댄서들과의 조합 “화제”
임태우와 하는 첫 무대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첫 녹화가 끝났다. 박서담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를 향해 뛰어갔다.
“할머니!”
“우리 손주들 왔어?”
박서담이 할머니를 꼬옥 안는 사이, 어르신 댄서들이 순식간에 임태우 근처에 다가갔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우, 우리가 더 감사하지.”
임태우가 환하게 웃으며 어르신들을 반겼다. 박서담의 할머니, 천옥자의 손은 손자의 어깨를 토닥였지만, 시선은 그들을 뒤따라오는 임태우에게 향해 있었다.
“할머니, 저희들도 반겨 주세요. 아까 무대 어떠셨어요?”
“할머니는 우리보다 태우 형이 더 좋은 거 아니죠? 우리가 더 좋죠?”
조태웅과 이안이 박옥자의 양 옆에 서서 관심을 구걸했다. 박서담이 할머니와 동생들의 집을 숙소 근처로 마련해서, 박옥자는 가끔 아위 멤버들을 집으로 불러 밥을 먹였다.
“그걸 말이라고, 우리 강아지들도 좋지.”
“그럼 태우 형보다 저희들이 더 좋으신 거죠?”
그래서 박서담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도 이미 박옥자의 손주들이나 마찬가지였다. 박진혁이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박옥자는 기대와는 다른 대답을 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니, 당연히… 우리 임 왕자가 더 좋지.”
아위 멤버들의 사이를 쏙 빠져나간 박옥자가 임태우의 곁으로 향했다. 임태우가 환하게 웃으면서 박옥자를 반겼다.
“서담이 할머님이시죠?”
“아이고, 어떻게 알아봤어요?”
“서담이가 할머니 닮아서 잘생겼구나.”
“내가 많이 팬이에요.”
박옥자가 벙싯 웃으며 임태우와 셀카를 찍고 있었다.
‘임 왕자라니… 쟤는 부끄럽지도 않나.’
낯간지러운 호칭에도 여유롭게 팬 서비스를 하는 옛 동료의 비즈니스에 이안이 흐린 눈으로 시선을 돌렸다.
덩그러니 남겨진 아위 멤버들이 허탈하게 웃었다. 이주혁이 박서담의 등을 툭툭 두들겼다.
“서담이 태우 형한테 밀렸다.”
“너무해.”
나는 손자라고! 박서담이 어깨를 추욱 늘어뜨렸다.
* * *
첫 무대가 방송되고 아위는 실시간 검색어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룹 이름이 단독으로 올라가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실시간 검색어는 평소 검색량이 낮을수록 더 잘 올라가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올라가기 힘들었다. 아위의 검색량이 기존 검색량보다 더 높아졌다는 소리였다.
시간이 흘러 ‘트로트를 당신에게’의 마지막 방송 녹화가 있었다.
“아 떨린다.”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 트로트는 아니라서.”
“태우 형 팬분들은 다 좋아할걸? 보니까 완전 아이돌 팬덤이랑 다를 게 없던데.”
오늘은 바로 트로트 출연진들의 신곡 발표 무대가 있었다. 이주혁의 고민 끝에 편곡된 ‘Diamond’의 첫 무대였다.
“안녕하세요!”
대기실로 들어선 아위가 활기차게 인사했다. 분주히 무언가를 준비하던 스태프들이 아위 멤버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태우 형.”
“어? 아… 왔어?”
멍하니 서 있던 임태우가 화들짝 놀랐다. 이주혁이 임태우의 옆에 앉았다.
“긴장했어요?”
“약간? 이상하다…. 원래 긴장 잘 안 하거든.”
임태우가 마른 입술을 축였다.
버리지도 쓰지도 못할 곡을 계속 간직해 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주혁은 임태우의 속마음을 짐작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끝이 좋게 끝나지는 않았으니까. 이왕이면 이 곡은 옛날 멤버들이랑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드네.”
“그래요?”
가능하면 그때의 사람들과 적어도 김용민과는 함께 부르고 싶었던 무대였다. 그래서 그들이 연예계 활동에 뜻이 없음을 임태우 자신이 더 아쉬워했다.
“개트롤했던 몇 명 빼고…. 아, 너네랑 해서 안 좋다는 말은 아니야.”
“알아요.”
이주혁이 하하 웃었다. 임태우는 아위 멤버들과 게임을 몇 번 같이 하더니 요즘 세대 말투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상하지, 생각해 보면 별로 좋은 기억은 없는데 그래도 끝맺음은 확실하게 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거든.”
“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너네도 알게 될 때가 올 거야. 아니, 모르는 게 낫겠다.”
임태우가 고개를 저었다. 애들한테 벌써 해체를 알게 될 때가 온다고 말하는 건 조언이 아니라 저주였다.
“…저는 끝을 생각 안 해요. 상상도 안 되고요.”
다른 애들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주혁은 자신이 속한 그룹은 왠지 끝이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제 슬슬 녹화하러 가자.”
“네.”
임태우가 이주혁의 등을 두들겼다.
아위 멤버들과 같이 ‘Diamond’ 작업을 하면서 그들의 팀워크가 다른 그룹보다 뛰어나다 느꼈다. 임태우의 생각에도 아위는 해체 없이 오래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우리도 그때 소속사만 잘 만났어도….’
이제와서 후회해 봤자 달라질 것은 없다. 그는 이제 트로트로 인생 2막을 시작했으니 과거에 미련을 갖는 것도 좋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다른 트로트 출연자들의 신곡 무대가 끝나고, 드디어 임태우의 차례가 왔다.
“어떤 신곡을 들고 왔는지 살짝 말씀 좀 해 주세요.”
“음… 저는 과거의 향수를 꺼내 왔습니다.”
“과거의 향수라… 기대 되는데요? 자, 그럼 트로트 신성 임태우의 신곡 무대입니다. 함께 보시죠!”
무대가 암전되고 임태우가 깊은숨을 뱉으며 마이크를 든 손을 다잡았다. 무대 위의 불이 켜지고 임태우가 환하게 웃으면서 노래를 첫 소절을 불렀다.
“그냥 댄스곡 같네요?”
“김자연 선생님의 ‘케세라세라’ 같은 느낌도 나고.”
“맞아요.”
앞서 무대 했던 트로트 가수들은 가을에 들어서는 계절에 맞춰 잔잔하고 울림이 곡을 준비해 왔었다.
“얘들아 가자.”
시간이 되자 이주혁이 벌떡 일어나 멤버들을 이끌었다.
패널 자리에 앉아 있던 아위 멤버들이 의자 밑에 숨겨 놨던 마이크를 들고 무대 위로 난입했다.
“뭐야, 뭐예요?”
“아, 피처링 했나 보다!”
리허설을 진행했던 스태프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패널들은 모르고 있었다. 패널들은 돌발 상황에 입을 쩍 벌리며 임태우와 아위의 무대를 감상했다.
“너는 빛나는 보석
Shining Shining Shining”
후렴구에 반복된 가사로 중독성을 준 노래에 패널들과 방청객들이 손을 머리 위로 흔들고 환호했다. 임태우의 제안으로 완성된 포인트 안무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도록 쉬운 동작이었다.
‘재밌다.’
임태우는 자신의 양옆에서 같은 안무를 추고 있는 아위 멤버들을 흘끗 쳐다봤다. 예전 다이아몬드 멤버들과 하고 싶었던 마음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후련함이 채웠다.
‘이제 작별이야.’
임태우의 디지털 싱글 ‘Diamond’는 지금 이 무대를 끝으로 다시는 무대를 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셋이서 좁은 숙소 안에 모여 앉아 밤을 새 가며 만들었던 추억과 생애 첫 작곡이라는 특별함이 더해져서 쉽게 버릴 수 없었던 곡이었다.
‘이 노래로 무대를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임태우의 옆에서 포인트 안무를 추던 이안도 묘해지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기분 이상하네.’
이미 자신의 정체성은 김용민이 아니라 최이안이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이 잔상처럼 남아 있기 때문일까, 어딘가 벅차오르는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묻히지 않아서 다행이다.’
어쨌든 그때의 고생이 빛을 발할 날도 있다. 노래가 끝나고, 엔딩 포즈를 취하면서 이안이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의 입가에는 후련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무너진 헤어와 메이크업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무대 뒤로 들어온 임태우가 멤버들을 향해 양팔을 벌렸다. 임태우를 낀 멤버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둥그렇게 섰다.
“오늘 무대 너무 좋았다, 얘들아.”
“우리도 좋았어요, 형.”
“얘들아 정말 고마워.”
임태우는 양옆에 있는 이안과 이주혁의 등을 토닥였다.
“너희들이랑 같이해서 다행이야.”
‘나도 그래.’ 이안은 그 말은 하지 못하고 그냥 웃었다.
‘트로트를 당신에게’ 임태우 신곡 ‘Diamond’ 발매, 아위(AWY) 지원사격 나선다.
임태우 신곡, ‘Diamond’는 “아이돌 활동 시절 작업했었던 자작곡”
前 다이아몬드 민준, ‘트로트를 당신에게’ SNS 소감… “우리의 추억이 담긴 노래… 다시 들어서 기뻐”
└낄끼빠빠해라 ㅅㅂ
└아저씨 집에서 애나 보세요
└우리태우씨한테떨어지세요~~~~
└얘는 전부터 자꾸 숟가락 얹으려 하더라
* * *
“옛날 후크송도 명곡 많단 말이지.”
“우리도 다음 곡은 후크송 낼까?”
“재밌겠네.”
아위를 태운 차가 방송국을 빠져나와 숙소로 향했다.
“야, 주영아 넌 어때?”
“어? 어어….”
다른 멤버들이 신나게 떠들고 있을 때 김주영만 조용히 창밖을 바라봤다. 요새 김주영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던 멤버들이 일부러 말을 걸었다.
“있잖아….”
김주영이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 있는 이안을 바라봤다.
“마이튜브 개인 채널 만드는 거 어떻게 생각해?”
““뭐?””
김주영이 무슨 소리를 할까 숨을 죽이고 귀를 열고 있던 멤버들이 놀라서 되물었다. 앞 좌석에 앉아 있던 이주혁과 박진혁이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개인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