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44
144
안 받는 거 잘한 거 같아.
컴백 쇼케이스가 끝나고, 멤버들은 숙소로 돌아가 배달 음식으로 회식을 했다.
“뭐야, 또 뭐 시켰어?”
“나 나 나!”
“이거 다 먹을 수 있나?”
김주영이 현관으로 후다닥 뛰어가는 사이 멤버들이 분주하게 배달 음식의 포장을 풀고 있었다. 컴백 기념으로 이병헌 대표가 카드를 주고 가서 다들 욕심껏 주문했는데, 식탁 위에는 이미 배달 음식으로 가득 차서 더는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먹기 전에 짠 하자 짠.”
“잘 먹겠습니다.”
박진혁의 잔에 다들 잔을 부딪쳤다.
몇 개월 만에 팬들 앞에 서는 무대인가. 멤버들은 기분이 좋아져서 잔에 있는 술을 원샷 했다.
“팬들 있어서 진짜 좋았는데 쇼케 너무 짧았어.”
“그러게 두세 시간은 했어야 했는데.”
“그건 쇼케가 아니라 거의 콘서트급인데?”
이주혁이 박수를 한 번 치고서 분위기를 환기했다.
“얘들아 내일 하루 쉬고 모레는 컴백쇼니까 그때까지는 푹 쉬자.”
“맞아. 형들 고생했어요. 특히 주영이 형.”
“내가 뭘, 형들이 작업한 게 원래 좋아서 그래.”
멤버들이 김주영을 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김주영의 매시업 동영상은 생각보다 더 반응이 좋았다. 심지어 네덜란드 디제이가 매시업 동영상의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었다.
“언젠간 쟤가 큰일을 낼 줄 알았지.”
“나 매시업 계속 듣잖아.”
조태웅과 이안의 칭찬에 김주영이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멤버들이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는 사이, 이안은 아직까지 무대의 여운에 잠겨서 턱을 괴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연기도 재밌긴 했는데… 역시 무대가 제일 재밌어.’
이제는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컴백 날이었지만 항상 활동이 시작될 때마다 붕 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다음 앨범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기약 없던 망돌 생활을 겪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야, 뭐해. 밥상머리에서 턱 괴는 거 아냐. 내가 다 먹어 버리기 전에 빨리 먹어.”
“네 엄마.”
김주영이 그의 옆구리를 쳤다. 이안이 퍼뜩 젓가락을 들었다.
“주영이는 나중에 디제이 해도 되겠더라.”
“나중이라니. 한참 멀었어.”
“주영이 다음 활동 때도 매시업 한 번 더 하자.”
벌써부터 다음 활동을 생각하는 멤버들을 보며 이안이 피식 웃었다.
다들 한마디씩 하면서도 젓가락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박진혁이 먹던 것을 멈추고 나무젓가락을 잘근잘근 씹었다.
“내년에 우리 온콘 하고 활동 언제 하려나? 여름쯤?”
“아마 그렇게 되겠지? 근데 그건 왜?”
“내년 초에 연습생들 데뷔한다던데. 나랑 주혁이 형한테 곡 좀 달라고 하더라고.”
“하긴, 걔네 데뷔할 때 됐지. 우리 주혁이 형 과로사하면 안 되는데.”
“나는?”
김 현은 박진혁의 말을 무시하고 치킨을 집어 먹었다. 추욱 늘어진 박진혁을 박서담이 위로했다.
“아까 무대 하는데, 우리 데뷔 때 생각나더라.”
데뷔 쇼케이스를 했던 장소가 오늘 쇼케이스 했던 곳과 똑같아서 다들 상념에 잠겼다.
“우리도 데뷔할 때 세준이 형한테 곡 받았었잖아. 이젠 내가 애들 곡을 줘야 하니까…. 기분 이상하다.”
“그러게….”
정세준에게 곡을 받은 것도 어제의 일 같았다. 이제는 한 명도 빠짐없이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 작곡을 못 하면 작사로, 혹은 안무를 짜기도 했다.
멤버들이 생각에 잠겼다. 한 소속사에서 두 팀을 동시에 활동시키지는 않으니 다음 앨범 활동까지 공백기도 길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까 우리 데뷔한 지 3년밖에 안 된 거 알아? 시간 개빨리 지나갔어.”
“우리 아티스트 계약했을 때 생각난다. 김 현 어디서 울고 있었잖아.”
“닥쳐.”
“현이 형 울던 거는 인정해 줘야죠. 연습생 십 년 넘게 했었잖아요.”
그때는 김 현이 머쓱해할까 봐 다들 모른 척해 줬는데 지금은 서로 놀릴 만큼 친해졌다.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진 김 현을 보고 다들 웃었다.
“이안이랑 주영이 싸우고.”
“후… 그때는 참 어렸었지.”
컴백 버프를 받아서인지 김주영은 뻔뻔하게 웃었다. 그는 나무젓가락을 손가락에 끼워 담배를 피우는 듯한 시늉을 했다.
“그러고 보니까 연습생들 아직 데뷔조 확정 아니래.”
“아직도? 봄에 데뷔한다며?”
“어, 근데 그거 알아? 걔네들 중에 이안이 같은 애 있대.”
“나?”
“저번 주에 입사해서 단숨에 데뷔조 들어간 애 있다던데? 대충 내년 봄에 데뷔라고 치면 입사 3개월 만에 데뷔인 거지.”
멤버들이 오오, 소리를 내면서 감탄했다. 이안도 아위의 데뷔가 ‘프로젝트 아이돌’ 때문에 밀리지 않았더라면 데뷔까지 반년도 안 걸렸을 것이다.
[조태웅 쟤는 별걸 다 아네.]‘그러게.’
조태웅은 특유의 붙임성으로 회사 직원들과 연습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운이 좋네. 걔도 이안이처럼 얼굴 개쩌나?”
“그냥 깔끔하게 생겼대. 듣기로는 메보라는데.”
“메보면 인정. 근데 최이안 쟤는 얼굴도 개사기인데 메보야.”
“원래 세상은 불공평한 거야.”
메인 보컬감을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춤을 추면서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하고, 얼굴도 카메라에 멀끔하게 나와야 한다.
“내가 운이 좋긴 했지.”
망돌 생활 끝에 원래 몸으로 환생했더니 타고나길 잘생긴 얼굴과 몸에다가 성대까지 탄탄했다.
박동수에게 듣기로 소속사에서는 이번 앨범 판매량을 무려 100만 장이 넘게 팔릴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던데. 만 장도 못 넘었던 다이아몬드 시절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운도 좋고, 실력도 좋고.”
조태웅이 이안에게 잔을 내밀었다. 빈 잔에 술을 따라주던 이안은 그만 술을 흘리게 되었다.
“나 사실 너 질투한 적 있어.”
“나를? 니가?”
“데뷔 초에 잠시?”
조태웅이 후련하게 웃었다.
“진짜로?”
“왜, 놀랍냐?”
이안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입사 초기에 다른 멤버들과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던 건 조태웅의 역할이 꽤 컸었다. 그래서 질투했다는 그의 말이 더 놀라웠다.
“연습 기간은 우리 중 제일 짧은데 능력충이니까. 인기도 제일 많았고. 선물 들어오는 것도 클라쓰가 달랐잖아.”
“장난 아니었지.”
김주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뷔 초에나 격차가 있었지, 그룹 자체가 점점 상승세를 타게 되면서 선물에는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누가 많이 받았냐를 따질 수 없이 각자 많은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진짜 처음에 약간? 그러다가 나중엔 별생각 안 들게 되더라.”
“…하긴 내가 너무 잘나긴 했어.”
이안은 내심 자세한 얘기가 궁금했지만, 따로 묻지는 않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에이 진짜.”
“반박할 수 없어서 더 빡쳐.”
멤버들이 술안주로 집어 먹던 팝콘 따위를 이안에게 던졌다. 이안은 재주 좋게 팝콘을 받아내고는 자신의 입으로 털어 넣었다.
“일단 우린 그룹이잖아. 누구 하나 질투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고.”
“그래서 선물 안 받는 거 잘한 거 같아.”
“맞아.”
이주혁이 핸드폰의 화면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열두 시 다 돼 간다.”
“알지? 늦게 올린 사람이 내일 아침 쏘는 거?”
진지한 표정으로 팬 카페를 들어간 멤버들이 시계를 번갈아 보면서 열두 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심지어 박진혁은 태블릿 패드로 서버 시간 확인까지 하고 있었다.
“59… 땡!”
“됐다.”
멤버들이 등록 버튼을 연타했다. 이안이 다시 게시판을 들어가 보니, 그의 글이 제일 처음 올려져 있었다.
“아! 글 복사 안 해 놨어!”
“오케, 박서담 당첨.”
“아 형, 막내한테 밥 얻어먹고 싶어요?”
“당연한 거 아니야? 얻어먹는 밥이 얼마나 맛있게요?”
박진혁과 조태웅이 벌떡 일어나 꿀렁꿀렁 이상한 춤을 추며 깐족거렸다. 막내 놀리는 것에 진심인 형들을 보며 박서담이 입을 삐쭉 내밀었다.
“이번 활동도 잘해 보자.”
이주혁이 팬 카페에 올라온 멤버들의 게시글을 훑어보며 웃었다.
-뭐야 아위 내년부터 서폿 안받네 좋다
-먹을거 다 빼먹었다 이거지ㅋㅋㅋㅋㅋㅋ
└니돌은 아직도 거지처럼 받아먹나 봐?
└└응 내돌은 데뷔때부터 안 받았어~
-잘한거같음 아이돌들 서폿 받는 거 기괴하더라
-아위 지금 10만 장임? 유입 늘은거에 비해 화력은 별로인가보네ㅋ
└공구 아직 하나도 안터짐ㅇㅇ 오프판매도 오늘부터야
└앨범 출고한지 하루도 안됐는데????
└ㅂㅁㄱ해 먹이 주니까 자꾸 긁잖아 ㅅㅂ
-야 방금 케팝타운 터짐ㄷㄷ 27만 장
└27만 장???
└갑자기 뭐야? 어디 공구 터진거야?
└ㅁㅊ 지금 한음차트도 터짐
└사재기아니냐
└공구 영수증 뜰거니까 지랄ㄴㄴ
* * *
하루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아위는 N넷 컴백쇼를 녹화했다. 컴백 쇼케이스가 이례적이었던 것이지 방송국은 역시나 방청객 없이 녹화를 진행했다.
여전히 아위의 이름이 음원차트의 맨 위에서 버티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음악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이거 봐봐.”
이안이 벽면에 부착된 이름표를 가리켰다. 멤버들이 오오 감탄했다.
MC대기실 –박서담-
“서담이 혼자 쓰나 본데?”
“여긴 MC들 대기실도 따로따로래. 오졌다.”
“역시 대기실은 여기가 짱이야. 우리 신인 때도 파티션 아니라 단독 대기실 썼었잖아.”
멤버들이 대기실의 문을 두들겼다. 여섯 명 이서 문을 신나게 두들기니 노크가 아니라 문을 부수려는 듯한 큰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뭐야… 형들!”
“놀러 왔다.”
“심심하다고 빨리 오라고 내가 아까 전에 말했는데 왜 지금 와요.”
“미안 미안.”
멤버들이 비켜선 박서담을 지나쳐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소속사 스태프들이 이미 있었는데, 그들이 추가로 들어가도 널널한 공간에 멤버들이 입을 벌렸다.
“뭐야 MC 대기실 진짜 좋다.”
“세면대가 있네?”
“와 미친 저기 방도 있어.”
역시 대기실로는 방송국 1순위다웠다. 신나게 대기실을 둘러보는 형들을 보며 박서담이 으스댔다.
“형들도 좀 와서 써요.”
“와 저 여유 봐. 이게 MC 간지인가.”
“사실 너무 심심해요. 저 티비 보려면 목도 아프고.”
대기실 벽면에 높게 걸린 티브이에서는 심야 시간대 토크 예능 ‘스타 라디오’가 재방송되고 있었다.
화면에는 반고정 MC로 발탁된 마이킷의 박세온이 한껏 게스트를 비웃고 있었다.
“세온이는 아예 저런 컨셉으로 가려나 봐.”
“그러게.”
‘아이돌 게임 올림픽’에서 박세온의 인성질을 잘 포장해 줘서 그런지 아림픽 방송 이후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인성질 캐릭터로 다른 예능에 얼굴을 비출 수 있었다.
박세온이 게스트의 과거사를 후벼 파는 질문을 던지고 씨익 웃고 있었다.
“이거 참… 적성을 찾았다고 해야 할지.”
“와, 보는 내가 다 때리고 싶다. 그 멘탈 약한 박세온이 맞냐.”
조태웅과 김주영은 급격히 바뀐 박세온의 캐릭터 변신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순간, 김 현이 기습 공격을 했다.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보!”
멤버들이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다들 보자기를 낸 가운데 조태웅만 주먹을 쥔 상태였다.
“죠탱, 가서 커피 사 와.”
“미친. 왜 그랬어, 5초 전의 나야.”
조태웅이 주먹을 내민 자신의 손목을 부여잡고 덜덜 떨었다. 멤버들이 웃으며 마실 메뉴를 말했다.
“잠깐잠깐, 나만 가? 나 손 부족할 거 같은데.”
“어, 명진이 형이랑 다녀올 사람 뽑는 거야.”
이안이 조태웅의 등을 대기실 문 앞까지 밀었다.
“경호 형들이랑 같이 가는 거 잊지 말고.”
“씨… 금방 올게.”
조태웅은 울상을 지으면서도 착실히 받아 적은 메뉴 목록을 들고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이안은 문밖에 기대서서 김명진과 조태웅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아위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짐에 따라 이상한 사람들도 늘었는데. 비공개 스케줄을 오다가는 와중에도 어떻게 정보를 얻었는지 갑자기 돌진해 사진을 찍으려는 붙순이와 대리찍사도 눈에 띄었었다. 그 때문에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요 앞에 다녀오는 거니까 별일 없겠지?”
그리고 별일이 생기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