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45
145
해명해.
컴백 첫 주차 음악방송과 영상통화 팬사인회를 무탈히 끝내고 2주 차가 되었다.
아위는 월요일에 있는 케이블 음악방송을 이번부터 출연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안…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 오랜만이다. 영통 팬싸는 처음이죠? 이름이 어떻게 되더라…. 이씨였는데.”
(넷네! 저… 이다솔이요!)
물론 그만큼 팬사인회의 횟수도 많아졌다. 대면 팬사인회 딱 한 번 갔을 뿐인데 여전히 자신을 기억해 줬다는 사실이 기뻐서 이다솔은 혀를 씹을 뻔했다.
“너무 긴장 안 해도 돼요. 그동안 저한테 뭐 궁금한 거 없었어요?”
(어… 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너무 오랜만이라… 질문을 까먹었어요.)
간신히 대답한 이다솔이 울상을 지었다. 미리 준비한 질문은 많았는데 막상 이안의 얼굴을 마주하니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팬들이 꽤 많아서 당황하지는 않았다. 문득 섬광처럼 떠오른 생각에 이안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음… 그러면 제가 노래 불러 드릴까요?”
(어… 네…!)
이안이 목을 큼큼 가다듬고서 노래 한 소절을 불렀다. 이다솔이 몽롱한 얼굴로 이안의 얼굴과 노래를 감상했다.
“자, 노래는 끝.”
(우와….)
긴장이 좀 풀린 이다솔이 박수를 쳤다.
(너무 짧은 거 아니에요? 더 들려주면 안 돼요?)
“이유가 있어서 짧게만 불렀어요.”
(근데 무슨 노래예요? 처음 듣는데….)
“맞아요. 이거 누나가 제일 먼저 듣는 거예요. 새벽에 녹음 끝난 ‘희빈 장씨’ OST인데 어때요? 슬슬 OST 라인업 기사 뜰 텐데….”
(진짜요?!)
이다솔이 큰 소리를 내며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밀착했다. 그녀가 질문을 하려는 찰나, 이안의 앞에 있던 핸드폰은 다음 순서인 박서담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너무 시간을 끌어서 팬매니저가 이안이 들고 있는 셀카봉을 뺏었기 때문이다.
(꺄아아악!)
“서담아 이어폰 좀 이따 껴라.”
“괜찮아요, 지금 이분 핸드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요.”
박서담에게 이어폰을 넘겨주던 이안이 그녀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씨익 웃었다.
새벽에 OST 녹음을 마친 이안은 드라마 제작진에게 홍보 차원에서 팬들에게 짤막하게 불러도 되냐고 허락을 맡은 상태였다.
“근데 미리 불러도 돼?”
“이 정도는 괜찮대요.”
“노래 좋네. 잠깐, 네! 23번 장민희 님 맞으시죠? 뒷번호… 네, 확인했구요, 화면에 다른 사람 나오면 안 됩니다. 네네….”
영통 팬사인회는 팬매니저가 당첨자에게 먼저 통화를 걸어 팬의 정보를 확인한 뒤 멤버들에게 넘기는 시스템이었다.
당첨자가 참여하지 않고 당첨권을 팔아 대리인을 세우는 문제 때문에 얼굴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영상통화도 대면 팬사인회 못지않게 오래 걸렸다.
“누나!”
(안녕하세요. 제 팬사인회에 응모 당첨이 되셨어요. 이름은 뭐로 적어 줄까요?)
긴장해서 준비한 질문도 못 한 이다솔과는 다르게 케이팝 고인물 장민희는 역팬싸를 시도했다. 물론 아이돌 2회 차 이안도 당황하지 않았다.
“누나가 너무 보고 싶었던 이안이라고 적어 주세요.”
(아 진짜? 아니, 이게 아니지.)
장민희의 표정이 단번에 풀어졌다가, 큼큼 헛기침을 하며 주체 없이 치솟는 광대를 억눌렀다.
(그렇게 제 팬싸를 오고 싶었어요?)
“네, 누나 저 기억나죠? 전에도 왔었는데.”
(아 그래요?)
“그게 뭐예요 누나. 누나 지금 금기어 쓰는데?”
(안 되겠다. 이게 쉬운 게 아니구나. 잘 지냈어?)
장민희는 빠르게 역팬싸 컨셉을 버렸다. 이안과 한마디라도 더하고 싶어서였다. 그녀와 몇 번 대화를 주고받던 이안은 팬 매니저의 신호에 아쉬운 얼굴을 했다.
“저 이제 넘겨야 한대요.”
(이번 활동도 너무 좋더라. 드라마 꼭 본방사수 할게! 다음에 또 봐!)
“네 고마워요.”
장민희에게 능숙한 팬 서비스를 한 이안이 셀카봉을 박서담에게 넘기고 기지개를 쭉 켰다.
‘맞다 또 사인 까먹을 뻔했네.’
이안은 황급히 앨범에 사인을 했다. 저번처럼 나중에 다시 보내는 실수를 할 수 없었다.
* * *
컴백 활동 중에 아위의 데뷔 3주년 당일, 12월 12일이 껴 있었다. 1위 발표를 위해 무대 위로 올라온 가수들은 그룹끼리 서로 멀찍이 떨어져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네! 1위는… 아위입니다! 축하합니다! 소감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오늘 데뷔 3주년이 되는데, 그래서 오늘 1위 한 게 더 의미 있고 기분이 좋습니다. 아위덤 사랑해요!”
“우리 아위덤! 3주년 선물 감사합니다!”
이주혁과 조태웅이 1위 소감을 말하고, 팬 없는 앵콜 무대가 시작됐다. 관객이 없어도 무대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요즘은 앵콜 무대 가지고도 라이브 별로다 성의가 없다 트집 잡는 사람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본 방송이 끝나도 멈출 수 없다. 앵콜 직캠을 녹화하고 있어서 한 곡을 다 끝마쳐야 했다. 멤버들은 제작진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빠르게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팬들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건데.’
이안이 아쉬워서 무대를 흘끔 쳐다봤다. 내심 앵콜 무대에서 팬들과 함께 데뷔 기념일을 축하하고 싶었다.
‘그래도, 내년이 있으니까.’
* * *
현장에서 같이 축하를 할 수 없었지만, 온라인으로는 할 수 있었다.
간단하게 저녁을 때운 그들이 데뷔 3주년 기념 Y앱 생방송을 하기 위해 회사 연습실로 향했다. 벽면에는 소속사 직원들이 꾸민 풍선 장식과 조명, 삼각대에 방송용 핸드폰이 고정되어 있었다.
“얘들아 3주년 축하해!”
“우와.”
“이거 다 꾸며 주신 거예요?”
아위가 들어오자, 직원들이 박수를 치면서 멤버들을 반겼다.
방송 시간이 되고, 카메라 앞에 앉은 멤버들이 손을 흔들었다.
“아위덤 안녕하세요!”
-와
-Say hello to indonesia
-3주년축하해!!!!
-해명해.
-hi from Brazil
방송이 시작하자마자 시청자 수와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원래는 저녁 시간을 고려해서 8시쯤에 시작했지만, 오늘은 두 시간 일찍 시작했다.
“우리 단체로는 오랜만이죠? 다들 밥 드시고 계신가?”
“너무 일찍 왔다고요? 그죠? 원래는 저녁 다 먹고 시작하는데…. 저희 이따가 ‘희빈 장씨’ 본방사수 하러 가야 해서 일찍 왔어요.”
“맞아요. 오늘은 이안이 나온대요. 여러분도 꼭 본방사수 해 주세요.”
오늘은 ‘희빈 장씨’ 2회가 방영되는 날이고 2회는 이안의 첫 등장 장면이 있었다.
“역시 우리 멤버들밖에 없어요. 그죠?”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멤버들이 먼저 나서서 그의 드라마를 홍보했다. 이안이 멤버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3주년 기념 소감을 말하고, 데뷔 전 일화를 풀었다. 마피아 게임까지 알차게 하고 보니 아까보다 시청자가 더욱 늘었고, 1억 하트를 돌파했다.
-오빠들 제 아이디 읽어 주세요
-당신의 어머니는 벌인가. 그녀는 꿀을 낳은 것 같다.
-태도 논란 해명하세요
-아직도 마이킷이랑 친해요?
-조태웅 태도 논란 해명하세요
‘뭐야 이거? 태도 논란?’
스케줄 하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궁금해졌지만 이런 것일수록 반응하지 않고 조용히 묻어 버리는 게 낫다. 이안은 다른 멤버들이 눈치챌까 봐 다른 화제로 돌렸다.
“소속사 직원분들이 저희 3주년 기념이라고 이렇게 케이크 준비해 주셨어요.”
“와 3단 케이크!”
김명진이 케이크 위에 꽂힌 초에다가 불을 붙였다. 이안이 화면 밖으로 나가 케이크를 들고 책상 중앙에 놓았다.
“방송 종료하기 전에, 케이크에 불 끄고 종료하자.”
“좋다.”
“하나 둘 셋 넷! 3주년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 노래 가사를 바꿔서 부른 멤버들이 초에 불을 후 불고는 괴성에 가까운 환호성을 질렀다.
박서담이 습관처럼 케이크 판에 붙은 빵칼을 들고 케이크를 잘랐다.
“잠깐, 그거 자르면…!”
화면 구석에서 박동수의 다급한 손이 튀어나왔다.
“네? 이미 잘랐는데….”
“왜 무슨 일이에요?”
하지만 이미 늦었다. 멤버들이 갈라진 케이크를 보며 허무한 웃음을 흘렸다.
“이거 뭐야? 스티로폼이네?”
“아 뭐야, 이거 케이크 아니었어요?”
박동수가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었다. 먹을 것에 진심인 멤버들을 고려해 미리 모형이라 말해 줬어야 했었다. 멤버들은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모형인데 왜 빵칼까지 있어?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거야?”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숙소에 두면 딱인데 아깝다. 본드로 붙이면 괜찮지 않을까?”
“위에 코딩 다 잘려져 있는데?”
멤버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Y앱 채팅창에서는 ㅋㅋㅋ로 도배가 되었다.
“살다 보면 헷갈릴 수도 있죠. 안 그래요, 여러분?”
“솔직히 이거 너무 진짜 같았어.”
“그럼 지금까지… 멍청하게 모형 케이크를 잘라 버린 아위였습니다!”
“팬 카페에서 봐요! 안녕!”
-오빠 왜 내댓글 안읽어줘요?
-안돼ㅠㅠㅠ가지마ㅠㅜㅜㅜ
-해명하세요
-잘가!! 3주년 축하해!
멤버들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박동수는 방송 종료 버튼을 누르고 혹시 모를 오류를 위해 핸드폰을 아예 껐다.
“방송 종료됐다. 얘들아.”
“고생하셨습니다!”
“케이크 준비해 주셨는데 어떡해요?”
“이런 해프닝도 있는 거지 뭐. 숙소 가자.”
멤버들이 김명진의 뒤를 따라 주차장으로 향했다. 앞서 걷던 박진혁이 뒤로 홱 돌았다.
“근데 아까 채팅창에서 논란 해명하라는 글 도배된 거 본 사람?”
“나 봤어. 태웅이 저격하던데?”
“얘가 무슨 논란이 있어?”
“그러니까, 나는 클린하게 살았는데.”
조태웅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역 시절부터 다져진 눈치와 이미지 관리 덕분에 구설수 하나 없는 조태웅이었다. 요즘 흔한 억지 학폭 논란도 없었다.
“검색해 봐.”
“뭐지?”
밴에 탄 멤버들이 저마다 핸드폰을 켜 조태웅을 검색했다.
-조태웅 태도 이거 뭐냐?
논란의 시작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조태웅이 저번 주 가위바위보에서 져 음료 셔틀을 하던 날이었다. 카페 아르바이트에게 카드를 건네는 흔한 목격담 사진이었는데, 사진이 찍힌 각도가 묘하게 이상했다.
-태도 ㅈ되네
-아씨 나 알바하면서 저런 새끼들 개싫었는데ㅋㅋㅋ기분나빠ㅋㅋㅋ
-카드 손가락으로 끼운 거 같은데?
└그건 아닌거 같음 자세히 보니까
-내가 알바였으면 아이돌이고 나발이고 표정 썩었다ㅋㅋ
사진을 이리저리 확대해 본 조태웅이 표정을 찌푸렸다.
“뭐야, 나 이렇게 건방지지 않았는데? 각도가 이상하네.”
“너 어떻게 건넸는데?”
“나? 이렇게.”
조태웅이 한 손을 앞으로 내밀고 한쪽 손은 가슴에 손을 올렸다. 멤버들이 다시 사진을 바라보면서 조태웅의 자세를 대조했다.
“아 뭐야, 별거 아니네. 이렇게 예의 있기도 쉽지 않다.”
“근데 찍힌 각도가 이상하긴 하다. 어떻게 이렇게 절묘하게 건방져질 수가 있냐.”
한쪽 다리에 힘을 풀어 전체적으로 비스듬하게 서 있었는데, 아마 자세를 바로잡기 전에 찍힌 것 같았다.
심지어 꽤 멀리서 줌을 당겨 찍어서 화질도 좋지 않아서 제대로 판별하기도 쉽지 않았다.
“솔직히 얘가 저럴 리가 없지. 어디서 주작하는 거 아냐?”
“그런 거 같은데…. 이런 거 가져와서 논란 만드는 게 한둘이냐.”
“맞지, 이 스케줄 저번 주에 한 건데 오늘 올라온 거 봐.”
“대응할 가치도 없다. 금방 사라지겠지.”
“이런 거는 금방 CCTV 뜨더라.”
멤버들이 코웃음쳤다. 이런 억지 논란까지 만들어지는 걸 보니 그룹이 승승장구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조태웅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