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5
15
데뷔 쇼케이스. (2)
“많은 기자분들이 찾아 주셨습니다. 네, 이제 쇼케이스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가 힘 있게 말했다. 일곱 명의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카메라 셔터음이 쏟아졌다. 이주혁이 둘, 셋! 외치자 다 같이 인사한다.
“언제나 당신 곁에! 안녕하세요, 아위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리더를 맡은 이주혁이라고 합니다.”
우렁찬 인사가 끝나고, 이주혁을 시작으로 각자 소개 시간을 갖는다. 이안의 순서는 맨 마지막이었다.
‘너 나 찍는 카메라도 앞에 표시할 수 있냐.’
[글쎄… 한번 해 볼게.]진의 형태가 사라지고 객석에 붉은 십자 모양의 표식이 나타났다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마치 슈팅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안은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그 표식에 하나하나 눈을 맞추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기자들은 이안의 아이 컨택을 놓치지 않았다.
[이게 되네?]‘킹갓진 선생님 단체 사진 찍는 카메라도 표시해 주십쇼.’
[와 날먹 오져. 영체 상태라 술도 못 얻어먹고 맨입으로 이걸.]이안은 각도를 살짝 바꿔 가며 사진 찍히는 데 열중했다. 그러고 보니 진이 이안을 돕는 이유가 뭐지? 그것도 죽어서까지? 저승사자가 하라면 하는 시스템인가?
“네, 다음 마지막 멤버.”
상념에 잠기다가 제 앞으로 온 마이크를 잡은 이안이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순간 객석의 십자모양이 전부 밝게 빛났다. 이안은 꾸벅 숙이며 인삿말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아위의 비주얼, 최이안입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멤버 소개를 마쳤고요, 짧은 포토 타임 이후 수록곡과 데뷔곡 무대를 연속으로 진행하고, 인터뷰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진, 다시 띄워.’
[네네, 알겠습니다.]이안이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
[포토] AWY(아위) 최이안 ‘여심 홀리는 아이컨택’ [실시간 포토] 아위의 비주얼 최이안 남다른 분위기 ‘심쿵’사진은 거의 실시간으로 올라간다. 그나마 다른 멤버들이 머리 색으로 구분이 되어서 다행이지, 가끔은 이름이 바뀌어 올라가기도 했다.
포토타임이 끝나고, 이어서 무대가 시작됐다. 수록곡은 데뷔곡만큼의 난도 있는 안무가 들어가진 않았다.
“와, 쟤가 메보야?”
얼굴은 노래 못하게 생겼는데? 무대 사진을 찍는 기자가 낮게 중얼거렸다. 솔직히 기자들은 데뷔 그룹에 큰 관심이 없다.
그나마 아역 배우 조태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와 어느정도 팬덤이 생긴 김 현, 최근 드라마 단역으로 출연한 화제 인물 최이안이 껴 있기에 평소보다 많이 온 것이다.
그들은 괜찮은 사진과 제목 어그로를 잘 끌어서 조회수나 땡기려는 생각밖에 없었다.
“느낌 좋은데?”
“쟤는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네.”
한 기자가 이안을 보고 중얼거렸다. 얼굴은 영락없는 배우상에 단역 데뷔로 먼저 얼굴을 알렸으니, 그냥 그룹에 비주얼 하나 끼운 줄 알았는데 웬걸. 무대의 완성도가 높았다. 기자들은 바쁘게 셔터를 눌렀다.
데뷔곡까지 무대가 끝나고, 공연장이 어두워지며 데뷔곡의 뮤직비디오가 화면에 송출됐다. 그 사이 스태프들은 분주하게 테이블과 의자를 날랐다.
“와 다리 떨려, 형 저 실수한 거 없었죠?”
“잘했어. 서담이 또 풀 물들었다.”
멤버들은 그 사이 빠르게 땀을 닦고, 메이크업을 수정했다. 추웠던 공연장은 그새 난방으로 더워져 있었다.
아나운서의 진행 끝에, 멤버들이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 지정된 자리에 착석했다.
“자,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손을 많이 드셨네요. 앞쪽부터 순서대로 가겠습니다.”
스태프가 후다닥 마이크를 기자에게 가져갔다. 대다수의 기자들이 손을 들었어서, 빨리 진행해야 했다. 시간이 촉박했다.
“우선 데뷔 축하드립니다. 일단 데뷔 소감 듣고 싶고요, 데뷔 앨범에서 멤버들이 참여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처음은 무난한 질문이었다. 멤버들이 간단하게 메모하는 사이, 박진혁이 먼저 마이크를 들었다.
“일단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고요. 저랑 주혁이 형이랑 수록곡 작곡에 참여했습니다.”
그 뒤로 질문은 이어졌다. 데뷔할 때 무엇을 제일 신경 썼냐는 질문에는 춤에 관한 얘기로 김주영과 김 현이 답변을 했다.
“최종 데뷔조에 ‘아이원’ 김영준 씨가 있었던 거로 아는데, 아이원 김영준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질문 수준 보소.’
물론 마냥 호의적인 질문만 하지 않았다. 김영준 때문에 데뷔가 밀렸다는 사실은 이 바닥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잘 아는 얘기였다. 어떤 대답을 바라고 질문하는 걸까. 멤버들은 짐짓 표정 관리를 했다. 이주혁이 재빨리 마이크를 잡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전하고 싶네요.”
“자, 그룹에 대한 질문만 부탁드립니다.”
아나운서가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진이 일 잘하네. 라며 추임새를 넣었다.
“최이안 씨에게 질문할게요, 연기 시작했을 때 아역 출신인 조태웅 씨에게 도움을 많이 받으셨나요?”
조태웅이 턱받침을 하곤 바로 옆자리 이안을 쳐다보았다. 기대가 잔뜩 담긴 눈빛이었다. 그에 맞춰 카메라 셔터음이 빠르게 울린다.
“도움이라기보단, 촬영 전에 격려를 받은 적이 있어요 ‘너는 얼굴이 개연성이니 발연기를 해도 괜찮을 것이다.’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그 말씀은 마치 최이안 씨가 자기보다 연기를 못할 거란 걸 미리 생각해 두고 말하신 건가요?”
질문은 조태웅에게 넘어갔다. 조태웅은 역시 경력자답게 물 흐르듯 대답했다.
“저는 그런 복잡한 생각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이안이가 연습생 생활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연기 레슨도 얼마 받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이 얼굴이라면 하나쯤은 못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저희도 가끔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너무 잘생겨서.”
김주영이 추임새를 넣자, 멤버들이 하하 웃었다. 그 뒤 질문과 대답을 하며 시간이 흘렀다. 손목시계로 시간을 체크하던 아나운서가 상황을 정리했다.
“시간 관계상 질문은 이만 받고, 마지막 포토 타임 짧게 하고 끝내겠습니다.”
멤버들이 일어나 단상 앞으로 향했다. 이안은 붉은 십자모양들을 훑어보며 짙게 미소 지었다.
기자 쇼케이스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
“얘들아 잘했다!”
“대표님 오셨어요? 저희 괜찮았어요?”
“완벽했어!”
대표가 두 팔 벌려 멤버들을 반겼다. 그는 바로 대기실로 멤버들을 이끌었는데, 대기실에는 각자 부모님이 가져온 도시락이 탁상을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이게 다 뭐야?”
“와 집밥이다….”
“엄마!”
그리고 가족들이 있었다. 놀라웠던 건 이안의 부모도 함께 있었다. 이안은 솔직히 부모님이 오실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그의 부모님은 한창 일이 바쁠 때라 미리 오지 못 한다 전했기 때문이다.
“아들.”
“오셨어요? 못 온다더니.”
“아들 놀래켜 주려고 했지.”
하지만 막상 부모님의 얼굴을 보니 이안도 표정이 풀어져 그들에게 다가가 짧게 포옹했다.
이제 이 몸에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과거를 떠올려 보면 무조건 최이안의 기억부터 떠올랐다. 김용민 시절은 마치 꿈을 꾼 듯한 느낌으로 남아 있었다.
“급하게 와서 우린 아무것도 준비를 못 했는데 다른 분들은 이만큼 준비했지 뭐니.”
이안의 어머니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안은 와 주신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안의 아버지는 대신 멤버들 선물을 사 왔다고 쇼핑백을 내밀었다. 쇼핑백에는 한 번쯤 들어봤던 명품 브랜드의 로고가 박혀 있었다.
‘통도 크시네.’
[이 얼굴에 금수저라니. 밸런스 패치좀.]진이 작게 투덜댔다.
가족들은 대기실에 모여서 많은 얘기를 했는지 꽤나 화목한 분위기로 서로 인사하며 대화를 나눴다. 그 탓인지, 긴장은 빠르게 풀렸다.
음원 발표 후 1시간이 훌쩍 지난 7시. 드디어 음원 차트 순위가 집계된다.
‘넌 몇 위 예상 하냐?’
[난 120위 본다.]‘그것도 전생의 데이터냐?’
[아니 내가 빅데이터로 산정함.]아직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멤버들을 뒤로 한 채 이안이 대기실 밖으로 나왔다.
‘난 그거보다 더 높게 나올 것 같아.’
[괜히 기대했다간 기만 죽지 않겠냐?]이안이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기자들도 많이 왔고, 쇼케이스 티켓도 매진인데 이정도 희망은 품을 수 있잖아? 그리고 요새 커뮤니티에서도 소소하게 반응이 오고 있었다.
복도를 조금 걷다 보니 역시나 소속사 직원들이 핸드폰을 들고 순위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안이 그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저희 몇 위에요?”
“이안아,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서 쉬어. 곧 무대 하는데.”
“어?”
혹여나 낮은 순위에 실망할까 봐 하는 소리였다. 그러나 차트를 내리던 옆 직원이 낮게 소리쳤다.
“있어요! 탑 백!”
“뭐? 진짜?!”
“저도 보여 주세요.”
[실화냐?]TOP100차트 끄트머리에 아위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96위 진입. 하트 수 5,300. 컴백했던 아이돌들이 줄 세우는 차트에서 꽤나 선방한 순위였다.
이안이 스태프가 보여 준 폰 화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진짜 있었다!
“어떻게 됐어?”
언제 나왔는지 멤버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혹시 예상보다 더 낮은 순위일까 봐, 가족들이 신경 쓰여서 이안처럼 밖으로 나온 것이다.
“9… 96위!”
“대박!”
그래 봤자 한 시간 빼꼼하고 휩쓸려 내려갈 순위겠지만, 멤버들은 기뻐서 폴짝 뛰었다.
대중성 있는 여자 아이돌들에 비해 남자 아이돌은 팬덤이 강해야 음원 차트에 오르는 편이다. 그래서 여돌은 음반에, 남돌은 음원에 약했다.
그리고 대형 기획사를 제외한 중소 아이돌들은 데뷔곡이 차트인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거의 아위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과거에서 바뀐 건 최이안의 합류뿐이다.
듣기로는 이안이 잠깐 나왔던 고등학교2017도 화제가 되어서 시청률이 소폭 올랐다고 한다. 블랙 아웃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종영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즌2를 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는데 이젠 음원 차트까지.
‘나 진짜 뭐 행운의 토템인거 아니냐?’
[운빨ㅈ망겜.]***
들뜬 마음을 간신히 진정하고 8시, 팬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기자 쇼케이스와는 달리 발라드곡이 추가됐고, 뮤직비디오 비하인드와 데뷔 전 영상이 중간중간 송출됐다.
‘벌써부터 영상 찍덕도 있네.’
진의 능력이였다. 빨간 십자모양은 사진, 노란 삼각모양은 영상이었다. 이안은 삼각 모양을 응시하며 춤을 췄다.
직캠은 중요하다. 직캠으로 역주행 성공한 아이돌도 있었고, 프.아 이후로 다른 방송사에서도 직캠 바람이 분다.
원래 공연에서 개인이 찍는 사진이나 녹화는 금지되어 있는데, 지금 공연장 내 스태프들은 잡는둥 마는둥 건성으로 두리번거렸다.
아마 소속사에서 내린 지시일 것이다. 암묵적으로 찍으라고 허락하는 것이었다.
[찍덕들 많이 왔네. 너뿐만아니라 다른애들 찍는 사람도 많다.]소속사에서 사진과 영상을 풀어 봤자 얼마나 풀어 주겠는가. 개인의 현장감 넘치는 사진이나 영상물 등은 떡밥이 되고 콘텐츠가 된다. 물론 나중에 유명해지면 자체적으로 DVD팔아먹는다고 빡세게 잡기는 하겠지만 아직 신인은 모른 척 넘어가기도 한다.
이안은 가끔씩 자기를 찍는 카메라에 아는 척 손짓을 했다. 마치 ‘저 찍는거예요?’라는 컨셉을 잡으며 한껏 순수한 신인의 모습을 연출했다. 훗날 그의 별명 ‘매의 눈’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