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51
151
나 진짜 괜찮아.
각종 사건 사고가 많았던 2020년이 지나고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아침에 다 같이 떡국을 끓여 먹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린 멤버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상을 차렸다.
“얘들아 새해 복 많이 받아.”
“형도, 세뱃돈은 없어 형?”
“응 개소리 그만~”
이주혁이 세뱃돈을 달라며 달라붙는 동생들을 웃으며 떼어 냈다.
“왜 형, 저작권 부자잖아요.”
“에이, 부자 아니야. 유통사가 거의 다 가져가는데…. 너네도 알잖아.”
이주혁이 코를 찡긋했다. 아위의 비공식 셰프가 된 김주영이 국자로 싱크대를 탁탁 두들겼다.
“다 끓었다. 다들 그릇 가져와.”
“예 셰프!”
“역시 주영이밖에 없어.”
멤버들이 줄지어 김주영 옆에 섰다. 배식을 받듯이 떡국을 받은 멤버들이 떡국을 마시듯 해치워 버렸다.
“맞다 형, 졸업 축하해.”
“고맙다.”
이안을 제외한 멤버들은 전부 사이버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바쁜 스케줄 중에도 과제를 꼬박꼬박 냈던 이주혁은 졸업 요건을 다 채워서 학위를 받을 예정이었다.
“졸업식은 갈 거야?”
“모르겠어.”
“형 가면 우리도 축하해 주러 가야지.”
주접떨며 요란하게 소리칠 멤버들이 상상되어 이주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이제 학교는 끝?”
“사이버 대학원 다녀야지. 최대한 입대 미루려면.”
“아….”
요즘 남자 아이돌에게 있어서 대학과 대학원은 거의 필수가 되어 버렸다. 군 입대를 최대한 미뤄야 했기 때문이다.
“졸업 기념으로 세뱃돈이나 줘.”
“아 진짜… 이거로 후식이나 사와. 아이스크림 같은 거.”
이주혁이 카드를 꺼내 식탁 위에 올렸다. 멤버들이 요란하게 소리를 질렀다. 박진혁이 멤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말했다.
“누가 갈래? 밖에 개추운데. 가위바위보?”
“내가 갈게.”
“이열~ 최이안! 최이안!”
이안이 벌떡 일어났다. 그는 조태웅의 어깨를 툭 쳤다.
“야 죠탱, 옥땅으로 따라와.”
“그게 언제 적 드립이냐.”
“토 달지 말고 일어나. 나 혼자 못 들어.”
간단한 후식 사 오는 건데 왜 혼자 못 들…. 조태웅이 눈을 반짝 빛내더니 벌떡 일어났다.
“가자.”
“…이안아 왜 너 혼자 못 들어?”
이주혁은 슬슬 싸한 기분이 들었다. 이안이 비열하게 웃자, 조태웅도 옆에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아이스크림만 사 올 거 같아?”
“아주 편의점을 다 털어먹고 오겠어.”
“안 돼!”
이주혁이 이안의 손에 든 제 카드를 뺏으러 다가왔다.
“그러게 카드를 왜 줬어. 현금 줘야지.”
“형 아직도 우리를 믿어?”
“이거 아주 순진한 형이네.”
박진혁과 김 현이 그런 이주혁의 팔을 한쪽씩 붙들었다. 김주영은 이안과 조태웅의 등을 떠밀었다.
“야 빨리 가. 내가 좋아하는 건 너네도 알지?”
“이안아 나는 감자칩.”
“나는 롤케익.”
“형 저는 과일푸딩이요!”
조태웅과 이안은 대충 롱패딩만 꿰어 입고 신발을 신었다.
“갔다 올게!”
“얘들아 적당히 사 와!”
이주혁의 간절한 외침을 끝으로 문이 닫혔다. 나란히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와중에 조태웅이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나를 콕 집은 이유가 뭐야?”
“뭐긴, 너도 알 것 같은데.”
“아….”
조태웅이 씁쓸하게 웃었다.
잠잠했던 태도 논란이 연말 무대 이후로 또 불타올랐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아위의 자체 콘텐츠나 Y앱에서 했던 조태웅의 사소한 행동과 표정까지 낱낱이 발굴해서 별것 아닌 것에도 싸하다며 원래 태도 저랬다며 악의적인 날조 글을 올렸다.
“요새 좀 많이 심각해졌잖아. 장난 아니던데.”
심지어 조태웅의 중학교 졸업앨범을 인증이랍시고 들고 와 조태웅한테 왕따 당한 사람이라며 사실도 아닌 루머글을 올렸다가 소속사의 경고 메시지에 곧바로 삭제한 글도 있었다.
이런 사태를 가뜩이나 인터넷 잘 보는 조태웅이 모를 리가 없었다.
“다들 티는 안 내고 있지 너 신경 많이 써.”
“나 진짜 괜찮은데…. 우리 중에 악플 안 받아 본 사람도 있냐? 너도 악플 많잖아 열폭하는 사람들 개많아서.”
“나는 잘생겨서 괜찮아.”
“어이고, 그러셨어요?”
이안이 1층 버튼을 누르면서 뒤에 선 조태웅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문에 비친 조태웅의 표정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우리 다 같이 상담받으러 갈까? 이사님한테 요청하면 준비해 주실 거라는데.”
“에이, 그 정도는 아니다. 우리 정도면 그 정도 악플은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들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췄다. 나란히 걸어가면서 이안은 조태웅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나 어릴 때부터 많이 받아 왔어. 야, 애들이 더 무서운 거 알아? 나 초딩 때 면전에서 악플 받아 본 사람이야.”
“…그래?”
“나 진짜 괜찮아. 그래도 신경 써 줘서 고맙다.”
괜찮다는데 계속 밀어붙이는 것도 애매했다. 이안이 낮게 한숨을 쉬었다.
편의점 안으로 들어온 조태웅과 이안은 각자 편의점 입구에 있는 바구니를 들어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야 이것도 집어.”
“주혁이 형 결제 문자 보고 기절하는 거 아니냐.”
“그러게 우리한테 왜 카드를 줘서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입가에는 사악한 웃음을 담고 있었다. 양손 가득 먹을 것을 들고나온 조태웅과 이안이 숙소로 향할 때였다.
야옹.
조태웅이 고개를 홱 돌렸다.
“어디서 고양이 소리 들리지 않냐?”
“어.”
그들이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수풀 안에 숨어 있다가 얼굴을 쑥 내민 통통한 치즈 고양이는 경계도 하지 않고 그들에게 다가가 조태웅의 다리에 머리를 비볐다.
“와 개귀여워.”
“순하네? 누가 밥 챙겨 주나?”
“우리 소시지 샀지 않냐?”
“잠깐만.”
이안이 봉투를 뒤적거리다 못해 쏟아 버린 후 노란 소시지를 하나 깠다.
손으로 잘게 잘라 바닥에 놓으니, 고양이가 킁킁 냄새를 맡았다. 남은 소시지를 입에 쏙 넣은 이안이 말했다.
“어디서 이런 거 함부로 주면 안 된다고 그러던데.”
“못 먹는 거보다는 낫지 않을까?”
조태웅이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쓰다듬는 사이, 이안은 바닥에 떨어진 먹을거리들을 다시 주섬주섬 담았다.
고양이는 작은 소시지 한 덩어리를 먹고는 다시 먹지 않았다.
“안 먹네.”
“살찐 거 보니까 여기 주민분들이 밥 챙겨 주나 봐.”
“사료만 먹는 고급 입맛이었군. 아 귀여워.”
조태웅이 끙 앓는 소리를 냈다. 고양이는 마치 자신을 지켜보라는 듯 제 몸을 핥고 있었다.
“…데려다 키울까?”
“에반데.”
“그렇지?”
즉각 나온 이안의 대답에 조태웅이 멋쩍게 웃었다. 바깥에 꽤 오래 있어서 그의 귀가 빨개져 있었다. 이안은 그의 롱패딩에 달린 후드 모자를 씌워 줬다.
“갑자기 키우자는 얘기는 왜 나와? 너 별로 생각 없었잖아.”
“슬슬 우리도 뭐 키워도 되지 않을까 해서.”
“누가 키워?”
“에이원스는 강아지 키운다던데?”
“걔네 올해 일본 간다고 하지 않았어?”
이안이 허, 숨을 내뱉었다. 에이원스도 나름대로 일본 반응이 좋아서 집 비울 일도 많을 텐데. 그동안 누가 봐주고? 게다가 강아지는 꼭 산책을 시켜 줘야 하는 동물이다.
“만약에 우리가 동물을 키운다 쳐, 우리 투어도 돌 거잖아. 그동안 누가 봐주고?”
“그러게….”
조태웅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직 미련을 못 버린 듯한 말투였다.
“매니저 형들은 우리 따라와야 하고, 소속사 직원분들에게 맡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나중에 감당 안 되면 어떡하게?”
“…….”
“그렇다고 부모님께 보낼 수도 없잖아. 그분들도 갑자기 날벼락이지 계획도 없는 반려동물이 생기는 건데.”
“그건 그래.”
“평생 책임질 수 없으면 안 키우는 게 나아. 가자, 주혁이 형 전화 온다.”
이안도 미국 집에 반려 고양이가 있어서 앞에서 애교를 부리는 치즈 고양이가 안쓰럽긴 했다.
하지만 이게 맞다. 데려갔다가는 바쁜 스케줄 때문에 방치할 일이 생길 게 분명했다.
“안녕.”
조태웅이 고양이의 뒤통수를 살살 쓰다듬고서는 아쉬운 표정으로 등을 돌렸다.
* * *
아위는 새해가 되어서도 바쁜 스케줄을 보냈다. 각종 시상식도 있었지만, 그들이 가장 기대한 게 있었다. 바로 온라인 콘서트였다.
이날을 위해 활동 전부터 틈틈이 스페셜 무대를 준비한 아위는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몰려 있는 사람을 보며 야유를 했다.
“아 뭐야.”
“이쯤 되면 우리 회사에 스파이 있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생각해요, 동수 형?”
박동수의 표정이 험악하게 굳어져 있었다.
“우리 회사도 회사지만, 공연장 관계자 한번 털어 봐야겠는데?”
“그렇죠?”
“그래도 명진이가 가드 섭외해서 다행이다.”
이안의 비공식 스케줄에서도 한번 겪어 봤던 김명진은 이때를 대비해 경호업체를 섭외했었다. 이주혁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근데 경호원분들이 저 수를 감당할 수 있을까?”
뒤 차에서 먼저 내린 경호원들이 아위의 밴 문을 열었다. 카메라를 들고 달려오는 사람들을 보며 경호원이 인상을 썼다. 어디서 유출된 건지,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저랑 붙어서 오세요.”
“넵.”
경직된 표정을 한 멤버들이 한 명씩 내렸다. 그사이 다른 경호원은 카메라를 든 건장한 남성을 번쩍 들어 던지듯 밀었다.
“찍지 마세요!”
“붙지 마세요! 거기! 달려들지 말라고!”
경호원이 호통을 치고, 멤버들은 한 명씩 공연장 입구로 들어갔다.
하필 경호원도 적은 수를 섭외했는데, 비공식 스케줄이라고 유출되어 봤자 얼마나 되겠냐 방심한 게 문제였다.
“어… 잠시만요. 어어?”
조태웅에게 붙은 경호원이 밀려드는 사람들을 떼어 내느라 정신없을 때, 조태웅이 사람들에 밀려 중심을 잃었다. 한 사람이 그에게 세게 밀착해 그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조태웅이 옆으로 넘어졌다.
“잠깐, 이안아 서담이 좀.”
“네, 형.”
“태웅아!”
박서담의 옆에 붙어 사람들을 떼어 내던 박동수가 황급히 조태웅 쪽으로 향했다. 박서담은 이안과 경호원이 잘 잡아 제 쪽으로 당겼다.
“이 개새끼들이…!”
박동수는 분노하면서도 그들에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그는 조태웅을 부축해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는 본분을 잊지 않았다.
“태웅이 형!”
“야 괜찮아?”
멤버들이 조태웅의 근처로 모였다. 박동수가 조태웅의 몸에 붙은 먼지를 털어 주면서 다급히 물었다.
“태웅아 괜찮아? 어디 삔 데 없고?”
“어? 괜찮아요. 좀 놀라서.”
조태웅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순식간에 핏기가 빠져서 창백한 얼굴이었다.
“야 발목 한번 돌려 봐.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어….”
조태웅이 김 현의 지시를 받아 발목을 돌렸다. 넘어지면서 바닥을 짚은 탓에 손바닥이 까져 있었다. 박서담이 그의 손목을 쥐었다.
“어? 형 손바닥에 피나요!”
“아 어쩐지 좀 쓰라리더라.”
조태웅이 제 손바닥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너무 놀라서 그런가, 심장이 쿵쿵 크게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조태웅 본인은 가만히 있는데 멤버들이 더 호들갑을 떨었다.
“으아 미친….”
“빨리 가서 소독하자.”
“와 미친 거 아냐 진짜?”
빠른 걸음으로 대기실에 들어온 멤버들이 황급히 구급상자를 찾았다.
“우리가 할게요. 형. 빨리 저거 좀 어떻게 해 주세요.”
“그래.”
김명진이 가져온 구급상자를 이주혁이 받았다.
“팔목도 점검해 봐.”
“맞아.”
조태웅에게 옹기종기 붙은 멤버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살폈다.
평소라면 이런 해프닝도 가볍게 넘기고, 멤버들에게 과한 관심을 받아서 의기양양해져야 할 텐데. 아무리 습격을 받았다고 쳐도 조태웅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김명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박동수에게 말했다.
“태웅이 많이 놀란 거 같은데…. 이거 빨리 조치를 해야겠어요.”
“…맞아. 아, 뭔가 불안한데….”
박동수는 조태웅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뭔가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