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76
176
곡은 이미 있어.
조태웅이 오자마자 멤버들은 벌떡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니가 봐도 괜찮아 보이지?’
[그런 거 같기도?]조태웅의 얼굴색이 밝아 보였다. 눈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분위기가 예전과 비슷해진 느낌이었다.
“왔냐. 너무 늦게 온 거 아냐?”
이안이 팔짱을 끼고 웃으면서 말했다.
“형, 진짜 잘 왔어요.”
“야 너는 연락은 하고 오지, 갑자기 오면 어떡해.”
“맞아, 너 오는 거 알았으면 라면 하나 더 끓였지.”
이안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조태웅의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네네, 환대 감사합니다.”
조태웅이 씨익 웃었다. 멤버들은 라면이 다 식어 가는 것도 잊은 채 조태웅을 빙 둘러싸서 한마디씩 보탰다.
“잘 왔다. 이제 아예 온 거지?”
“어, 내 방 아직 있지? 짐 다 빼 버린 거 아니야?”
“들켰군.”
조태웅이 성큼성큼 걸어가 방문을 열었다.
“야, 잠깐!”
박진혁이 소리쳤다.
정돈이 안 된 방. 조태웅이 본가로 가기 전까지는 김주영과 같은 방을 썼었는데, 김주영과 같은 방을 쓰면 이런 난장판이 나오기 쉽지 않았다.
조태웅이 얼굴을 찌푸렸다.
“아 뭐야 방 바뀌었어? 나 누구랑 방 써?”
“진혁이. 주영이는 나랑 룸메 됐는데?”
김 현이 뻔뻔하게 말하자, 조태웅이 탄식했다.
“왜 바뀌었어? 아, 주영이랑 써야 하는데.”
“김주영은 공공재야. 내일은 내 방 청소해 주기로 함.”
“내가 언제?!”
이안의 날조에 김주영이 펄쩍 뛰었다. 박진혁은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 자신의 물건을 대충 침대 위에다가 올려놔 공간을 만들었다.
“나 짐 좀 정리할게.”
“그래, 뭐 먹을래?”
“배고프긴 하네.”
멤버들은 거실로 나와 문틈 사이로 짐 정리를 하는 조태웅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주혁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쟤 괜찮은 거 같지?”
“어.”
그러자 팽팽히 당겼던 긴장의 실이 풀리듯 여섯 명의 멤버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와 씨… 다행이다.”
“나 사실 좀 쫄았음.”
“나도.”
아무리 개인 활동을 해도 그룹 활동만 못하다. 그들은 쉬는 기간이 길어지자 점점 조급함을 느꼈다.
“올해는 앨범 못 내는 줄 알았어.”
“너도? 나도.”
이주혁은 안심한 표정의 멤버들을 돌아보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얘들아, 태웅이 다시 온 건 좋은데. 아직 완치됐는지 안 됐는지 모르니까 너무 설레발 치지 말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주영은 팔꿈치로 이안을 툭툭 건드렸다.
“야, 근데 라면 다 불었어.”
“아깝게…. 조태웅도 왔는데 그냥 치킨이나 시켜 먹자. 어때?”
“좋아.”
* * *
조태웅이 서울로 올라와서 처음으로 한 일은 바로 병원으로 가는 것이었다.
조태웅의 부모와 아위의 매니저들은 닫힌 상담실 문을 초조하게 바라봤다.
“뭐야, 다들 왜 서 있어요?”
시간이 지나고, 상담실의 문이 열렸다. 조태웅은 후련한 표정으로 복도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다들 걱정해 주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했다.
“다 끝났어?”
“네. 형, 들어와요.”
“내가 들어가도 돼?”
“어, 나 바로 활동하고 싶은데 쌤한테 말 좀 해 줘요.”
조태웅의 뒤에 서 있는 상담의가 멋쩍게 웃었다.
김명진은 밖에서 대기하고, 박동수는 조태웅의 부모와 함께 상담실로 들어왔다.
“선생님 나 이제 활동해도 되죠?”
“얘는, 경과가 어떻게 됐는지부터 물어봐야지.”
조태웅의 어머니, 이혜은이 그의 등을 찰싹 때렸다. 조태웅이 엄살을 부리는 가운데 보호자들은 초조한 얼굴로 의사의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일단, 경과가 매우 좋습니다. 태웅 씨가 많이 긍정적으로 회복이 된 거 같아 보이고요.”
보호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동수가 간절한 조태웅의 눈빛을 흘끔 바라보고는 조심스레 질문했다.
“그럼 혹시… 태웅이가 활동을 시작해도 되는 것인지….”
소속사 입장에서도 아위의 빠른 복귀를 원했다. 소속사도 어떻게든 이윤을 내야 했다. 작년 코로나 사태로 공연 수익이 아예 0에 수렴했고, 아위를 잇는 차기 그룹 피버의 데뷔도 있었다.
-너희들 이 그룹 알아?
AWY라는 K-pop 그룹인데 노래와 퍼포먼스가 아주 멋져
그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아위는 영미권에서 더욱 반응이 터졌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 나는 이미 아위덤이야.
-노래랑 퍼포먼스가 아주 좋네.
-아위에 관심 있으면 이 영상은 어때?
└라이브도 잘하네. 보컬이 아주 매력적이야. 팬들 함성 소리도 대단하고.
이미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마이디어는 군백기임에도 화제성이 죽지 않았었고, 루나 걸즈의 미국 진출 성공으로 케이팝 아이돌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도 커졌다. 덩달아 아위에 대한 언급도 늘었다.
-저기 저 잘생긴 남자는 누구야?
└이안, 미국인이야.
└└오, 말 안 통할 일은 없겠네.
기존 한국 아이돌에 대한 외국인들의 비판점은 한국 아이돌들은 작곡 능력처럼 음악적 감각이 없지 않느냐. 아이돌들은 소속사의 기획에 의해 만들어진 그룹이다. 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작곡 작사를 봐 다 그룹 멤버들이야.
-매시업 들어봤어?
-신선한데? 곡 쓰는 감각이 있어.
-앨범 전체를 들어 봐 이걸 멤버들이 직접 만들었대.
-얘네 신곡은 언제 나와?
└사이버 불링 때문에 멤버 중 하나가 활동을 중단했어. 그래서 신곡은 언제 나올지 몰라.
└└기형적인 K-pop 시스템의 피해자네.
└그런 헤이터들은 어디에나 있군.
하지만 아위는 작곡 작사는 물론 안무까지 창작하는 데다가 고난도의 퍼포먼스도 척척 해내니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멤버들 즉흥 작곡하는 거 볼래?
-아위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이 영상을 봐줘.
-아위가 더 국제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
아위에 대한 관심에 해외 아위덤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아위의 자체 콘텐츠와 Y앱 방송까지 번역해서 링크를 퍼다 나르고 있었다.
이런 반응들을 소속사에서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직원들은 조태웅이 회복할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말리고 싶습니다.”
“왜요! 나 진짜 괜찮은데!”
조태웅이 항의하고, 이혜은이 조용히 하라며 그의 팔뚝을 잡았다.
“아무래도 활동을 하시게 된다면 외부 요인이…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으니까요.”
의사가 뒷말을 흐렸다. 그는 아위 말고도 다른 연예인의 상담을 담당하곤 했다. 이제 괜찮다며 약만 달라던 그들은 얼마 후 다시 돌아와 눈물을 쏟아 내곤 했다.
고소한다고 악질적인 악플러들이 없어질 리가. 잠시 주춤한 것뿐이지, 연예인들은 어쨌든 악플은 안고 가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또다시 상처받는 일이 생긴다면.
“괜찮아도 안 괜찮은 경우도 많고요.”
조태웅도 괜찮아 보이다가 한 방에 무너졌지 않았는가. 그 일이 두 번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박동수는 의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챘다.
“회사 차원에서도 주기적으로 상담을 시키겠습니다. 태웅이 말고 다른 애들도요.”
“그렇다면….”
조태웅과 박동수의 간절한 표정에 의사는 못 말리겠다는 듯 작게 한숨 쉬었다.
“태웅 씨의 의지가 확고하니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약은 처방해 드릴게요.”
조태웅의 표정이 환해졌다.
* * *
조태웅의 두 번째 일정은 바로 숍이었다. 할머니 댁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일정이야 병원 때문에 간 것이라서 조태웅은 하나도 관리가 안 된 모습이었다.
조태웅이 숍 안으로 들어서자 숍 직원들이 그를 반겼다. 회사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였는데, 숍이라고 안 그럴 리가. 그들은 오랜만에 보는 조태웅에게 간식거리 하나라도 더 쥐여 주려고 안달하고 있었다.
“와, 이렇게 안 주셔도 괜찮은데….”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간식 꾸러미를 받은 조태웅에게 담당 헤어 실장이 다가왔다.
“태웅이 안녕. 오랜만이네?”
“네, 누나 오랜만이죠?”
“이제 괜찮은 거야?”
“네, 저 이제 활동하려고요.”
“어머. 잘됐다.”
헤어 실장은 자신이 활동을 시작한 양 발을 동동 굴리며 좋아했다.
이렇게 반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팬들은 어떨까. 조태웅의 마음이 뿌듯해졌다.
“태웅이 머릿결이 좋아졌네.”
활동기에는 잦은 탈색과 고데기로 인한 부스스한 머리를 계속 달고 살았었는데, 머리에 별다른 시술 없이 할머니 댁에서 잘 먹고 요양을 오래 하니 머릿결은 오히려 좋아졌다.
“머리 어떻게 할까요? 저번 활동 때처럼 투블럭?”
헤어 실장의 말에 김명진은 의자에 앉은 조태웅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는 도구를 가져오는 조태웅 담당 헤어 실장을 불렀다.
“선생님, 잠깐만요.”
“네?”
“태웅이 장발 잘 어울리지 않아요?”
헤어 실장이 조태웅이 비친 거울을 빤히 쳐다봤다. 지금은 산발이지만, 조금만 정돈을 한다면…. 그녀가 눈을 반짝였다.
“그러고 보니….”
“이대로 유지하는 방향은 어때요?”
아직 다음 앨범 컨셉을 정하기에는 이른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자르기에도 아까웠다. 장발로 스타일 변신해서 주목을 끌었던 연예인이 몇 있지 않았는가.
“태웅아. 지금 머리 생활하는 데 불편하니?”
“앞머리가 좀 불편하긴 해요.”
“이참에 앞머리도 기르자. 누나가 이따 머리띠 줄게.”
오랜만의 컴백에 파격적인 스타일 변신.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았다. 김명진은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럼 기장은 안 건드리고 다듬기만 하는 거로?”
“머리는 안 자르고요?”
저번 활동 때처럼 짧게 칠 것 같았는데…. 조태웅의 의문에 김명진이 대답했다.
“너 머리 긴 거 잘 어울려.”
“그래요?”
“간만의 컴백인데 이미지 변신도 하고 좋잖아.”
-태웅이 샵에서 목격함
삽에서 머리 자르고 있던데 이제 활동하려나봐
└아 우리 공출목 소비 안한다고ㅡㅡ
└노인증구씹ㅇㅇ 먹이주지마
└└진짠데ㅜㅜ 지나가다가 봤어ㅠㅠ 사진은 찍으면 안될거같아서 안찍었고
* * *
숍에서 나온 조태웅은 곧바로 회사 지하로 향했다. 이주혁과 박진혁의 작업실에는 이미 멤버 전원이 모여 다음 앨범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었다.
조태웅이 작업실의 문을 벌컥 열고는 소리쳤다.
“나 활동해도 된대!”
“그러지 않아도 아까 동수 형한테 전화 받았어.”
“에이 뭐야.”
다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조태웅이 빈자리에 앉았다.
숍에 들렀다 온다던 조태웅은 머리가 단정해진 것 빼고는 달라진 점이 없었다. 이안은 반 묶음을 한 조태웅의 머리를 바라봤다.
“머리 안 잘랐네?”
“명진이 형이 다음 컨셉은 장발로 가는 게 어떠냐고 해서 일단 왔어.”
“그거… 나쁘지 않은데?”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조금만 다듬으니 의외로 잘 어울리는 모습이 되었다.
“근데 큰일 났어. 활동 준비하려면 살 오지게 빼야 할 거 같은데.”
“야 너두? 나도. 나는 운동 빡세게 해야 해.”
“너는 왜? 달라진 거 없는데?”
“나 ‘Z-Day’ 찍느라 살 오지게 뺐잖아. 너무 멸치 됐어. 근육이 없어졌다니까.”
“이 기만자 쉑. 어디가 멸치인데?”
조태웅이 인상을 쓰면서 이안의 팔뚝을 쿡쿡 찔렀다. 이안이야 워낙 기본 뼈대가 좋으니 살이 빠져도 티가 나지 않았다.
“사실, 나도 살 빼야 해. 관리를 너무 놓았어.”
“저도 빼야 해요.”
“나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멤버들이 흐릿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앞으로 펼쳐질 헬스 지옥이 눈에 선했다.
이주혁이 분위기를 환기할 겸 박수를 한 번 쳤다.
“드디어 태웅이도 회복됐으니 우리도 우리 일 해야지.”
“그럼 오늘부터 녹음하는 거야? 곡은?”
김 현의 말에 박진혁과 김주영, 이주혁이 차례대로 대답했다.
“우리 앨범 작업도 물론 중요하지….”
“하지만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어. 당장 있을 동수 형과 이사님의 결혼식.”
“축가로 부를 웨딩 송이다.”
작곡 주축 삼인방이 무게 잡으면서 말하니 다른 멤버들도 순식간에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오늘 당장 녹음한다고 내일 당장 활동을 시작할 수는 없었다. 박동수와 서수련의 경사에 그들이 참여 안 할 리도 없었고.
‘잠깐, 웨딩 송이라고?’
위화감을 느낀 이안이 말했다.
“결혼식 축가를 직접 작곡하려고?”
“무슨 소리야.”
이주혁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더니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그가 연 파일에는 그들이 작업한 웨딩 송 후보곡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고, 다른 파일에는 다음 앨범에 쓰일 아위의 데모곡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저 정도 곡 수라면 정규 앨범뿐만 아니라 리 패키지 활동을 해도 남을 곡이었다.
“곡은 이미 있어.”
“미친.”
‘축가? 복귀 활동? 그 까짓거 별거 아니죠?’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