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77
177
축가 프로젝트.
멤버들이 앞다퉈 모니터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했다. 마우스를 잡은 조태웅이 스크롤을 내렸다.
“뭐 이렇게 많아?”
“쉬는 동안 할 거 없잖아. 피버 애들 곡 주면서 우리 곡도 좀 쓰고 그랬지.”
“와….”
몇 개월 내내 화보와 드라마 촬영 등에 스케줄이 빼곡히 차 있던 이안과는 달리 다른 멤버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웠다.
그들은 비활동기라고 해서 마냥 쉬지 않았다. 남는 시간에 곡 작업을 하거나 따로 레슨을 듣는 등 자기 계발에 쏟았다.
이주혁은 조태웅이 괜히 자기 때문이라고 땅을 팔까 봐 황급히 화제를 넘겼다.
“일단 웨딩 송부터 들어 보자.”
박진혁이 파일을 재생했다. 웨딩 송 후보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잔잔한 선율과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노래를 시작했다.
“뭐야, 이 부분 진혁이 형이야?”
“뭐야, 형. 래퍼가 노래를 이렇게 잘 부르면 우린 어떡해.”
데뷔 초에는 소속사 블라인드 테스트가 있었기 때문에 멤버들이 작곡한 것이 티가 나면 안 됐다. 그래서 데모 곡 녹음은 보컬 학원에서 지망생을 데리고 와서 녹음했었다.
“주혁이 형이랑 주영이 형도 많이 늘었는데요?”
“이러다가 우리 보컬 맛집 되겠다.”
하지만 이제 회사에서도 그들에게 전적으로 곡의 프로듀싱을 맡겼기 때문에 작곡 멤버들이 데모 곡까지 녹음하고 있었다. 덕분에 보컬 실력이 늘어난 것은 좋은 점 중 하나였다.
“그거 좋네. 다음에는 올 보컬 곡으로 가?”
박진혁이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쭉 폈다. 순간,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박진혁의 목소리에서 엄청난 음 이탈이 났다.
“말씀드리는 순간 삑사리 났고요?”
“아 주혁이 형! 이거 지워 달라니까!”
“이걸 왜 지워? 아깝게.”
멤버들이 하하 웃는 사이 박진혁은 다급하게 다음 곡을 재생했다.
“다 명곡인데?”
“와, 고르기 어렵다.”
웨딩 송 후보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 본 멤버들이 말했다. 빈말이 아니라, 진짜였다. 굳이 웨딩 송 아니어도 잔잔한 발라드곡으로 다음 앨범에 수록하고 싶은 곡들이었다.
“한 번 부르는 거치고는 너무 완성도가 높은 거 아니야?”
“그렇다고 대충 만들 수는 없잖아.”
“일단, 맘에 드는 곡 하나씩 골라 봐.”
조태웅이 즉시 답했다. 그는 오랜만의 일정에 벌써 들떠 있었다.
“이거 다 부르는 건 어때?”
“에반데. 블랙러시 형들도 축가 부른다던데, 결혼식이 아니라 콘서트 되는 거 아니냐.”
블랙러시는 박동수와 서수련의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완전체로 모인다.
“사실 그거 때문에 축가를 아예 새로운 곡으로 부르고 싶었어.”
이주혁이 말했다. 블랙러시의 완전체, 조태웅의 복귀 후 첫 스케줄이나 마찬가지인데,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의 주인공이 하객 때문에 주목을 별로 못 받을 것 같았다.
“이렇게 된 거 축가를 개쩌는 거로 불러야겠는데?”
“빨리 골라 봐.”
다른 멤버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하긴, 우리가 워낙 유명해야 말이지.”
조태웅이 예전처럼 농담을 날리자 멤버들이 피식 웃었다.
“근데 동수 형 승진하면 이제 우리랑 같이 안 다니겠지?”
“아마 그러겠지? 매니저 새로 뽑는다던데.”
박동수의 경력은 충분히 넘치기 때문에 당장 실장 건너뛰고 이사로 승진해도 반발은 없을 것이다. 블랙러시 때에는 회사가 아직 기반을 잡지 못해서 늦어진 것이었지, 지금은 아위의 성공에 회사도 몸집이 커졌다.
“아쉽다.”
하지만 활동적인 박동수의 성격 때문에 아직까지 현장 매니저를 자처한 것이다.
“그럼 녹음은 내일쯤 하자.”
“우리 이제 뭐 해?”
“뭐 하긴, 헬스장 가야지.”
“운동 진짜 싫다.”
어떤 곡을 부를지 대충 정한 멤버들은 컴백 활동 전 준비를 하기 위해 작업실을 나섰다. 마지막으로 작업실의 불을 끈 이주혁이 이안을 불렀다.
“이안아, 잠깐만.”
“어?”
이주혁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는데, 묘하게 기뻐 보이기도 했다.
‘무슨 좋은 소식이 있나.’
이안은 이주혁이 대뜸 내민 핸드폰을 자연스럽게 받았다.
“뭔데? 누가 연락 왔었어?”
“이거 좀 읽어 주라.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 거 같은데 내가 잘못 해석한 거 같아서.”
이안은 화면에 뜬 영어 쪽지를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내용을 파악한 이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헤일리 폴스?’
[미친.]쪽지를 보낸 사람의 이름이 아주 낯익었다. 굳이 진의 정보를 듣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미래의 팝 스타였다.
‘이런 사람이 왜 쪽지를….’
[지금 시대에서는 아직 우리가 생각한 대로 뜨지 않았을걸?]‘그래?’
[이 기회는 무조건 잡아라.]헤일리 폴스는 곧 유명해질 미국의 싱어송라이터로, 그녀가 발표한 3집 앨범이 대박이 터지게 되면서 음원과 음반 판매량 신기록을 세우게 되는 대스타가 된다.
이어서 발매하는 앨범도 곡 하나 빠짐없이 차트 상위권에서 내려가지 않았으며 그 열풍은 김용민이 죽기 전까지도 이어졌다.
‘주혁이 형 곡이 마음에 들었나 본데.’
어쨌든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미래의 팝 스타에게 러브콜이 올 만큼 이주혁의 실력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유명해지기 전에 연줄을 잇는다면 아위도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안은 손에 든 핸드폰을 이주혁에게 돌려주었다.
“이 사람 찐이야?”
“어.”
이주혁이 화면을 두드리자, 쪽지를 보낸 이의 채널이 나왔다. 이름 옆에 파란색의 체크표시, 아티스트 인증이 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왜? 뭐라고 써 있는데?”
“형이랑 같이 작업해 보고 싶다는데?”
“리얼?”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쪽지 내용을 요약하자면 ‘너의 음악 아주 멋지고 너와 함께 곡 작업을 해 보고 싶다. 연락해 달라.’라는 내용이었다.
자신이 잘못 해석한 게 아니었다. 이주혁의 표정이 밝아졌다.
“너는 어떤 거 같아?”
“내 의견이 중요한가, 형이 하고 싶냐가 중요하지. 나는 하면 좋을 거 같은데. 어때?”
“시간만 맞으면 협업하고 싶기는 하다. 이 사람 뮤클 채널 들어 보니까 나도 같이 작업하고 싶더라고.”
“그래? 명진이 형한테 한번 말해 봐.”
짧게 고민하던 이주혁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우리 활동부터 해야지.”
“협업은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잖아. 연락은 꾸준히 하는 게 어때?”
“그건 니 신들린 감이야?”
“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옵니다, 형님.”
헤일리 폴스가 글로벌 차트를 석권하기 전에 인연을 만들 기회였다. 나중에 그녀가 유명해져서 아위의 곡에 피처링을 해 준다면야 더욱 좋고.
“니가 그렇게 말하면….”
아위의 공식 무당 이안의 말이었다. 순간 혹한 그가 화면 속 헤일리 폴스의 이메일을 빤히 쳐다봤다.
“야, 애들 온다. 일단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
이안과 이주혁이 뒤에 망부석처럼 서 있자, 앞서 걸어가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던 멤버들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뭐야? 왜 안 와?”
“그런 게 있어.”
이주혁과 이안이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 * *
아위 멤버들은 컴백 준비와 축가 준비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박동수와 서수련의 결혼식 당일이 되었다.
“누구 나 넥타이 좀 매 줄 사람!”
“아, 나이가 몇 개인데 넥타이도 못 매냐?”
아침 일찍 일어난 멤버들이 분주히 준비를 마쳤다. 그들이 입은 정장은 서수련이 사회생활을 하면 이런 정장은 꼭 있어야 한다고 맞춰 준 옷이었다.
밴에 탄 아위 멤버들은 바로 숍으로 향했다. 운전대를 잡은 김명진도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은 상태였다.
“올, 명진이 형. 수트빨 잘 받는데?”
“역시 우리 8번째 멤버다.”
“얘들아, 안전벨트 해라.”
김명진은 뭔가 고민하는 듯싶더니, 차가 잠시 정차했을 때 고개를 돌려 멤버들을 바라봤다.
“얘들아. 너희 축가 서프라이즈로 해 보는 건 어떨까?”
설마 들킨 건 아니겠지. 멤버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은 아직 축가를 직접 작곡해서 부른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었다.
박서담이 모르는 척 말했다.
“어떻게요?”
“사실 나랑 대표님이랑 고민한 게 있는데…. 결혼식 중간에 너네 스케줄 있다고 도중에 나가는 거야.”
“오.”
멤버들이 눈을 반짝였다. 대표님도 엮여 있다니. 다들 아주 이날만을 기다린 것인가.
김명진의 눈빛도 빛나고 있었다. 박동수의 인수인계로 아위의 스케줄 관리도 이제 김명진이 맡아서 했고, 조태웅의 복귀 덕분에 갑자기 스케줄이 생겼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요?”
“결혼식이 다 끝날 때쯤 너희가 식장을 박차고 들어와 축가로 마무리하는 거지.”
데뷔 때부터 동고동락했던 아위 멤버들이 예정되어 있던 축가도 못 부른다면 실망감이 꽤 클 것이다.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빠져 놓고 다시 돌아와 깜짝 이벤트를 해 준다면.
“재밌겠는데? 동수 형 우리 축가 듣고 감격해서 우는 거 아니냐?”
“오늘 동수 형 울린다.”
“좋아.”
게다가 김명진은 예상도 못 할 것이다. 그들이 직접 축가를 작곡했다는 것을. 순식간에 멤버들의 의욕도 상승했다.
“그래서 너네 연기력도 중요해.”
“결혼은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일단 우리는 일을 가야 한다. 우리도 너무 아쉽다. 결혼식의 끝까지 다 보고 사진까지 찍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들어오는 일거리에 참석을 못 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부를 축가는 아쉽게 캔슬 되었다. 이런 느낌으로?”
이안과 조태웅이 중얼거리자 김명진이 하하 웃었다.
“역시 연기 멤버는 다르네. 다들 이런 느낌으로 알지?”
“네, 아 벌써 긴장되는데?”
“특히 진혁이, 너는 그냥 자연스럽게 해. 연기는 다른 애들이 할 테니까.”
“아 형, 왜요! 나도 연기하라면 할 수 있어!”
그들을 태운 밴이 숍의 주차장에서 멈췄다. 김명진이 씨익 웃었다.
“너네 리허설은 없어도 되지? 다들 무대 잘하니까.”
“그렇죠.”
사실 남들 앞에서는 처음 불러 보는 새로운 곡이라서 연습이 필요했다. 하지만 멤버들은 서프라이즈를 하고 싶은 욕심이 더 컸다.
“…역시 우리 8번째 멤버다.”
엘리베이터를 잡으러 앞서가는 김명진의 뒷모습을 바라본 멤버들이 서로를 보며 웃었다.
* * *
박동수와 서수련의 결혼식은 비공개로 치러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남자 아이돌 명가로 자리 잡은 BHL엔터의 이사와 아위 전담 매니저의 결합이었다.
‘뭐야?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와?’
[어디서 관종 지인이 유출했나 보지. 아니면 식장 관계자나.]‘징글징글하다.’
어디서 청첩장이 유출되었는지 몇몇 기자들이 식장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연예인이 아닌 소속사 관계자들의 결혼식임에도 다들 관심이 대단했다. 하객으로 올 연예인들 때문이었다.
조태웅이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을 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기자들은 아위의 밴을 알아보고 뭉개고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와 식장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대?”
“이럴 줄 알고 비밀 통로를 따로 알아 뒀지.”
“그래요?”
이제는 그냥 당하지 않았다.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은 몇 분 뒤 소속사에서 섭외한 경호원에 의해 전부 물러날 예정이었다.
다른 쪽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간 멤버들이 밴에서 내렸다.
습관처럼 둥그렇게 선 아위 멤버들 사이에는 김명진도 있었다. 그가 손을 내밀자, 멤버들이 씨익 웃고는 그의 손 위로 손을 포갰다.
“축가 프로젝트, 한번 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