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78
178
거짓말 치고 있네.
연예계 종사자들의 결혼이다. 식 시작 전까지 기다리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던 하객들은 엘리베이터를 흘끔흘끔 바라보면서 하객 중 연예인이 누가 오나 구경하고 있었다.
“헉, 왔다.”
“개잘생겼어….”
“일곱 명 다 왔는데?”
모르는 척 지켜보고 있던 몇몇 사람들은 아위 멤버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입을 가리고 웅성거렸다.
어떤 사람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연줄이 있는 기자의 사주를 받은 사람이었다. 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하객으로 누가 왔나 기사가 뜰 것이다.
“우리 뭐부터 해야 해?”
“방명록 쓰고 축의금 내야지.”
멤버들이 얼타는 사이에 이안이 앞장서 걸었다.
“이안이 가만 보면 사회생활 만렙이다?”
“너 진짜 인생 2회차냐?”
멤버들이 이안의 뒤를 따르며 수군거렸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이안이 우뚝 서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근데 우리는 어디 쪽에 봉투 내야 해?”
“그거참… 어렵군.”
한쪽은 데뷔 때부터 함께해 온 매니저고, 한쪽은 연습생 캐스팅 단계 때부터 그들을 봐 온 회사 이사였다. 멤버들이 우뚝 서서 고민하는 사이, 하객들은 아위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반씩 나누는 건 어때요?”
“천잰데?”
박서담의 의견을 받은 멤버들은 3명, 4명씩 찢어지며 각각 신부 측과 신랑 측에 봉투를 냈다.
“나 양념 치고 올게.”
“네, 형.”
누군가를 만나고 온 김명진이 아위를 지나치면서 슬쩍 말했다. 그는 곧바로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박동수에게로 다가갔다. 발걸음이 가벼운 것이 이날만을 기다린 것 같았다.
“명진이 형 신난 거 봐.”
“근데 저기 서 있는 사람은 누구야? 우리가 아는 동수 형은 아니겠지?”
멤버들이 멈춰 서서 턱시도를 차려입은 누군가를 쳐다봤다. 정장 주머니에 부토니에르가 달린 것이 그들이 찾는 박동수는 확실했다.
“와….”
“동수 형 맞아?”
연예인 매니저의 삶이란 연예인보다 바쁜 스케줄을 보내는 삶이었다. 항상 연예인보다 일찍 일어나서 운전하고, 연예인들의 스케줄을 따라 다니며 수발을 들어야 했다. 노동 강도에 비해 임금이 짜기도 했다.
“동수 형도 꾸미면 장난 아니네.”
그 때문에 대충 꿰어 입은 옷차림에 일에 찌든 어두운 얼굴만 보다가 며칠 관리를 받고 차려입은 모습을 보니 과장 좀 보태서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때마침 김명진이 박동수의 귓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명진이 형이 우리 축가 못 한다는 거 얘기하나 보다.”
“헐.”
김명진의 얘기를 전해 들은 박동수가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니 멤버들은 괜히 양심이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
“찔리는데 이거 어떻게 함?”
“어떡하긴, 이미 엎질러진 거. 당연히 실세부터 챙겨야지.”
박동수와 눈이 마주친 이안은 신부 대기실 쪽을 가리켰다. 박동수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신부 대기실 앞에서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아위 멤버들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서수련의 모습에 한 번 더 놀라야 했다.
“저분은 누구셔?”
“와, 이사님 맞아?”
서수련도 꾸미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평소에는 깔끔한 슬랙스 차림에 눈썹만 그리고 다니는 터라 짙은 신부 화장이 낯설었다.
“왜 모르는 사람 결혼식 온 거 같냐.”
“오늘 여러 번 놀라네.”
멤버들은 벌써 주접 멘트를 예열하고 있었다.
마침, 지인들의 사진 시간이 끝나고 입구 앞에 서 있는 멤버들을 보며 서수련이 활짝 웃었다.
“얘들아!”
“이사님.”
그녀의 친구들이 신부와 사진을 찍고 나오면서 멤버들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와, 대박.”
“결혼식 오길 잘했다.”
아위를 지나친 그들은 복도로 나와서 발을 동동 굴렀다. 멤버들은 이런 반응들이 이미 익숙했다. 그들은 모르는 척 서수련에게 다가갔다.
“이사님, 와, 진짜 누군지 못 알아볼 뻔했잖아요.”
“인간이 아니라 여신인 줄.”
“뭐지? 너무 빛나서 잘 안 보이는데.”
서수련이 하하 웃었다.
“너네 아부 많이 늘었다. 팬싸를 많이 해 봐서 그런가?”
“헐, 진짠데. 저희 진심을 의심하시는 거예요?”
멤버들은 끝까지 뻔뻔했다.
“시간 촉박해서 그런데, 사진 빨리 찍을게요.”
하객들이 꽤 많이 올 예정이라 신부와 사진 찍는 시간도 촉박했다. 사진사의 재촉에 멤버들이 황급히 자리를 잡고서는 사진을 찍었다.
“어? 세준이 형.”
“안녕 얘들아, 오랜만.”
신부 대기실을 나오자, 정세준이 멀뚱히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아위 멤버들을 보자 활짝 웃었다.
“태웅이도 왔네? 요즘은 어때?”
“형 나 괜찮아졌어.”
“그래? 이제 활동 시작하는 거야?”
“그래야지.”
결혼식 사회는 정세준이 맡기로 했다. 군 입대를 앞둔 그는 짧은 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세준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김영현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정세준뿐만 아니라 블랙러시 멤버 중 절반이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빡빡이다!”
“이 자식이….”
“아야야!”
김영현이 박진혁의 어깨에 팔을 걸쳐 헤드록을 걸었다. 박진혁이 엄살을 부렸다.
“너네도 입대할 때쯤 되면 저기 애들한테 빡빡이 소리 듣길 바란다.”
“아 그건 좀….”
아위의 뒤를 잇는 차기 그룹, 피버 멤버들이 쭈뼛거리면서 식장 복도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들은 매니저의 뒤를 따라 신부 대기실로 들어갔다.
“너네 좋겠다?”
“뭐가?”
김영현이 아위 멤버들을 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쟤네 중에 너네 남팬 있다며. 와 나는 팬이 우리 그룹 동경해서 데뷔했다고 하면 기분 째질 거 같은데. 그것도 남팬이.”
“헐, 그래? 몰랐어. 너넨 알았어?”
이주혁의 물음에 다른 멤버들도 어리둥절해서 서로를 바라봤다. 이안만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고 있었다. 그걸 발견한 이주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안이는 알았나 보네…?”
“그래서, 누군데?”
“걔가 이름이 뭐였더라? 링크 보내 줄게.”
김영현이 주머니 속에 넣어 뒀던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검색했다.
‘임노을을 말하는 거겠지.’
김영현이 톡으로 보내 준 링크를 들어가 봤다. 피버의 Y앱 클립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됐다.
(제가 아이돌에 대한 꿈을 꾼 게 아위 선배님들 덕분이거든요. 데뷔 전 버스킹 때부터 팬이었어요.)
(와 진짜요?)
(저 아위덤 1기예요. 공방도 간 적 있어요.)
(공방까지 갔다고요?)
(네, 공방 포카까지 있어요.)
“이야.”
“공방까지 왔다고? 남팬이면 우리가 모를 리가 있나?”
“기분 묘하다.”
멤버들이 뿌듯한 얼굴로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단순히 우리 그룹 언급했다고 영현이 형이 알 정도가 되나?’
[맞아, 어디서 안 좋게 터졌나 본데?]‘그래?’
[원래 좋은 소식보다 안 좋은 소식이 제일 빨리 돌잖아. 직계 후배가 선배 그룹 언급한 것은 그렇게 파급력이 크지 않잖아.]그리고 진의 예상이 맞았다. 스크롤을 내리다 보니 다른 게시글이 눈에 띄었다.
-BHL엔터가 고소 공지한 피버 악의적 워딩.jpg
게시글에는 여러 커뮤니티에서 선동과 날조를 수집한 캡처본이 본문에 삽입되어 있었다.
-피버 임노을 얘 아위 남팬인 건 알고 갤질?
└진짜임?
└데뷔 Y앱에서도 언급했었음ㅇㅇ
└헐 역겹누 게이아님?
-임노을 과거 봐 ㅈㄴ뚱뚱함ㅇㅇ
└빼박 성형했네ㅋ
└그냥 다이어트 한거아냐?
└과사 보니까 다이어트 해서 지금 얼굴 안나올 각인데?
-아위 공방 갔을때 어떤 남팬 본적있는데
안씻고와서 근처 팬들 인상 찌푸리고 그랬었음ㅇㅇ
매너도 ㅂㄹ였는데 임노을인가? 어쩐지 눈빛이 쎄하더라
└쎄믈리에 어서오고
└이때싶 물타기 오지네 인증 갖고 와
└└아위 위아위아 활동할 때였음ㅇㅇ 알만한 팬들은 알지 않나?
└그때 이미 임노을 연습생 하고 있었던거 아니야?
‘데뷔 첫 주 이후로는 안 왔는데.’
이안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지 밑에는 사실을 정정해 주는 글쓴이의 해명 글이 쓰여 있었다.
“…좋은 일로 언급된 건 아니었나 보네.”
“데뷔하면 원래 이런저런 이상한 사람 붙잖아.”
조태웅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물며 톱 남자 아이돌 그룹 아위의 뒤를 이어 나오는 신인 그룹이다. 이상한 사람이 안 꼬이려야 안 꼬일 수가 없었다.
그나마 조태웅이 선례를 남겨 줘서 그런지 소속사에서는 사건이 크게 퍼지기 전에 루머 유포에 대한 강경 대응을 하겠다고 못을 박은 상태였다.
김 현이 이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야 이안아, 너는 알고 있었어? 쟤가 우리 남팬인 거?”
“노을이 얼굴이 익숙하긴 하더라. 어디서 본 거 같더라고.”
이안은 일단 얼버무렸다. 어쩐지 아까 스쳐 지나간 임노을의 표정이 그렇게 밝아 보이지는 않았었다.
“역시 최이안, 노을이한테 괜히 신경 써 준 게 아니라니까.”
“어떻게 한 번 온 팬을 알아보냐. 재능이다, 재능.”
옆에서 듣고 있었던 정세준이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너네도 축가 부른다며. 뭐 하기로 했어?”
“우리는… 축가 안 불러, 아니 못 불러.”
“뭐? 왜?”
멤버들이 눈빛을 교환했다. 서프라이즈 계획에 들뜬 멤버들은 세세한 설정까지는 말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서로 대답을 미루고 있었다. 이안이 대신 나섰다.
“스케줄이 있어서 중간에 나갈 수도 있거든.”
“무슨 스케줄 있는데? 너네 아직 앨범 나오려면 멀었잖아.”
“음… 그런 게 있어.”
정세준이 의심을 담은 눈으로 아위 멤버들을 쳐다봤다. 멤버들이 시선을 피했다.
“너네 뭐 있구나?”
“…동수 형한테는 비밀이야.”
“얘기해 봐. 나 사회자라서 어차피 알고 있어야 돼.”
정세준과 김영현이 블랙러시의 다른 멤버들을 피해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아위 멤버들이 그의 뒤를 쪼로록 따라가서 김명진과 상의했던 축가 프로젝트를 비밀 지령 전달하듯 은밀하게 말했다.
“스케줄 있는 척 나가서 식 끝날 때 깜짝 축가를 부른다고?”
“어, 어때? 아까 우리 매니저 형이랑 말 맞춰 놨는데.”
김영현이 한쪽 눈을 찌푸렸다. 급조한 서프라이즈라 그런지 너무 허술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우리 최종 목표는 동수형을 감동받게 만들어서 울려 보는 거야. 형들, 동수 형 우는 모습 봤어? 눈물 글썽거리는 거 말고 눈물이 막 흐를 정도로 우는 거.”
“…아니?”
그런 불안감은 박진혁의 얘기를 듣자마자 사라졌다. 김영현과 정세준이 눈을 반짝 빛냈다.
같은 숙소를 쓰며 동고동락했던 블랙러시의 데뷔 때에도, 꽤 규모가 큰 콘서트를 했을 때에도 박동수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었다.
“재밌겠는데?”
축가 프로젝트에 김영현과 정세준이 합류했다.
* * *
의논을 끝낸 그들은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박동수에게로 다가갔다.
“얘들아.”
“형, 오늘 왜 이렇게 멋있어요?”
“우리 여기 들어와서 식장 잘못 찾은 줄 알았잖아요. 형 아닌 거 같아서.”
멤버들의 주접 멘트를 한 몸에 받은 박동수가 멋쩍은 듯 웃었다.
“동수야, 니가 말 한 아이들이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박동수의 모친이 아위 멤버들 앞으로 다가왔다.
“아, 제가 담당하는 애들 맞아요.”
“안녕하세요!”
“저희가 신세를 많이 지고 있습니다!”
아위 멤버들이 우렁차게 소리치며 허리를 굽혔다. 하객들이 깜짝 놀라 그들을 쳐다보았다. 순식간에 몰린 시선에 박동수의 얼굴이 빨개졌고, 박동수의 모친은 깔깔 웃었다.
“무슨 조직원이냐 어? 오버하지 마.”
박동수의 핀잔에도 아위 멤버들은 뻔뻔했다. 그들은 어깨를 쭉 펴더니 히죽 웃었다.
그런 그들을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박동수는 관심 없는 척 넌지시 질문했다.
“너네 스케줄 있다며, 어디 어디 가?”
이번엔 조태웅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 형, 결혼식인데 벌써 일하려고 해요?”
“아무튼 스케줄 있어요.”
박동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안과 조태웅은 자연스러웠지만, 나머지 다른 멤버들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그래?”
전보다 연기력은 나아진 것 같지만 눈치 빠른 박동수를 속일 수는 없었다.
‘얘네, 거짓말 치고 있네.’
이렇게 축가 프로젝트는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들켜 버린 것이다.